스리랑카·인도 20년 유학하며
초기불교 수행 이론·실천 집중
초기경전 중심 명상법 다룰 것
명상, 지혜·행복으로 향하는 문
1990년 6월2일. 그러니까 정확하게 32년 전 운문사 강원을 졸업한 후 나는 스리랑카행 비행기를 탔다. 빠알리(Pāli)어로 쓰여진 초기경전을 공부하고 싶었다. 인간 붓다께서 가르치신 명상수행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고, 바로 그 명상수행을 내 몸으로 직접 익히고 싶어서였다. 오전에 서울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다음날 새벽에 스리랑카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불가마에 들어선 것처럼 습기 가득한 열기가 온몸에 전해졌다. 깊은 밤이어서 그랬을까? 주변은 너무나 고요했고 길가의 집들은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처럼 보였다. 스리랑카에 대한 첫인상은 그야말로 낯설음 그 자체였다.
설렘과 기대, 미세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시작한 스리랑카 유학생활 10년. 켈라니아대학에서 불교철학과 빠알리어를 공부했다. 영어도 서툰 상태에서 빠알리어를 익혀야 했지만, 빠알리 경전을 보는 재미가 너무 좋았다. 인간 붓다의 생생한 원음, 내가 원했던 바로 그 가르침이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스님들과 함께 했던 30대의 스리랑카 대학생활은 참으로 신선했고 행복했다. 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명상센터에 가곤 했다. 칸두보다 명상센터의 지붕 아래에서 걷기명상을 했던 일,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다리 틀고 앉았을 때 떠오르던 무수한 잡념들과 번뇌들, 스승님과의 일대일 면담, 그때 나누었던 대화들이 지금까지도 기억난다. 켄디 근교에 있었던 닐람베 명상센터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장작불로 음식과 짜이를 해주던 곳이다. 산 아래로 굽이굽이 펼쳐지는 산맥들 너머로 저녁노을이 압권이었다. 스리랑카에서 사는 동안 번민도 많았겠지만, 내 기억 속의 스리랑카는 아직도 아름다운 녹색 이미지이다.
스리랑카에서 그렇게 10년을 살다 인도로 자리를 옮겼다. 수행에 좀 더 매진하고 싶어서였다. 델리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했다. 학기중엔 대학에 머물고, 방학에는 명상센터에 머물렀다. 인도에는 고엔카 위빠사나센터가 많다. 자이뿌르에 있는 명상센터를 가장 많이 애용했는데, 때로는 본부인 이가뜨뿌리, 때로는 네팔의 센터에 가서 장기코스에 참여하곤 했다. 영국에 있는 위빠사나센터에 가서 50일을 보내기도 했고, 호주에 있는 센터와 미국의 IMS에도 가서 명상코스와 워크숍에 참가하기도 했다. 인도에서의 10년은 그렇게 위빠사나 명상수행과 논문을 쓰는데 집중했다.
이번에 필자가 연재할 내용은 초기불교명상이다. 초기불교명상이란 빠알리 초기경전에 언급된 명상수행이다. 예를 들면 ‘대념처경’ ‘입출식념경’ ‘신념경’ 등에서 가르치고 있는 사마타 위빠사나 명상법들이다. 초기경전에 제시되었던 그 명상법들은 남방 상좌부불교로 전해졌고, 주석서와 복주서들을 통해 좀 더 체계화되고 상세하게 주석됐다.
스리랑카와 인도에서 20년간 유학승으로 살면서 필자는 교학보다는 수행에 좀 더 비중을 많이 두고 살았다. 교학과 수행은 상보적인 것이고 병행을 해야만 하는 것이지, 한쪽 분야만을 강조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고 믿었다. 때문에 필자는 20년간 초기불교 및 남방 상좌부불교 수행의 이론과 실천이라는 분야에 오롯이 집중했고 그것이 주 전공이다. 긴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동국대와 여러 사찰에서 10년 넘게 명상강의를 해오고 있다.
이번 연재는 초기경전을 중심으로 한 명상법들을 폭넓게 다룰 예정이다. 필요할 때마다 상좌부불교의 독보적인 주석서 ‘청정도론’을 참고할 것이고, 붓다와 제자들의 일화나 수행 성취담, 현재 상좌부불교의 수행법, 스승님들과의 이야기 등 명상과 관련된 주제들을 알기 쉽고 편안하게 풀어가고자 한다.
초기불교의 입장에서 볼 때, 부처님이 직계 제자들에게 간곡하게 당부하신 말씀은 무엇이었을까? ‘상윳따니까야’의 ‘간병실경(S3:67)’은 “비구들이여, 비구는 마음챙기고 분명히 알아차리면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것이 그대들에게 주는 나의 간곡한 당부이다”라고 했다. 그렇다. 윤회의 고통과 괴로움의 속박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출구, 지혜와 행복으로 들어가는 대문이 바로 명상수행이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첫댓글 初期佛敎瞑想 - 1. 붓다가 가르친 瞑想 修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