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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회 마당 수요포럼 - 전주시립미술관
건립 필요성에 관한 토론회
(문화저널 주최)
전주시립미술관, 새로운 문화를 일으키는 구심점이 돼야
전주시립미술관의 필요성과 건립에 대한 얘기는 지역 미술인을 중심으로 몇 해 전부터 제기돼 온 바 있다. 현재 전북예술회관은 낙후된 시설과 주차문제 등으로 전시장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할뿐만 아니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역시 미술관으로서의 기능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때문에 전주지역 미술, 문화활동을 선도할 시립미술관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구체적 일정도 잡혀 있지 않고, 확실하고 안정적인 지원 마련 계획도 수립 안 된 상태에서 시립미술관 건립 논의는 시기상조라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월 23일(수), 한옥마을 내 공간 봄에서는 ‘전주시립미술관의 필요성과 바람직한 건립방안’을 주제로 마당의 89회 수요포럼이 열렸다. 이날 사회는 이흥재 전북도립미술관장이 맡았으며 토론자로는 김삼열 한국미술협회 전주지회장, 송상민 같이&가치 대표, 이영욱 전주대학교 교수, 이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부장, 임승한 대안공간 콩 대표, 진창윤 전북민예총 회장이 참가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전주시민과 미술인의 문화욕구 충족을 위해서라도 전주시립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부장은 “시립미술관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오히려 예향의 고장에서 느린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임승한 대안공간 콩 대표는 “본래 시가 있고 도가 있어야 하는데 전북도립미술관은 있고 전주시립미술관이 없다는 것은 뭔가 거꾸로 된 것 같다”며 “전주시립미술관이 시 재정이나 행정 부분 때문에 자꾸 건립이 뒤로 밀리는데, 하루빨리 건립되어 시민과 작가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동의했다.
시립미술관을 설립하기 전 전주의 미술현황에 대해 파악하고,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잇따라 제기됐다. 진창윤 전북민예총 회장은 “전북미술의 침체기”라고 지적하며 “문화를 일으킬 수 있는 씨앗, 집중체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의 대안은 시립미술관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영욱 전주대 교수 역시 “오늘날 전주의 미술이 어떤 난관에 처해있고,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별다른 해명 없이 미술관을 건립한다면 큰 실수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삼열 전주미협 회장은 “전주시립미술관은 시민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며 “미술관을 단순히 크게만 짓는게 아니라 작은 공간이더라도 곳곳에 시립미술관 분관 형태의 특성을 가진 작은 미술관을 여러 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날 2시간의 열띤 토론현장을 정리했다.
주제_전주시립미술관의 필요성과 바람직한 건립방안
일시_6월 23일 수요일 저녁 7시 30분
장소_한옥마을 공간 봄
사회_이흥재 전북도립미술관 관장
토론자_김삼열 한국미술협회 전주지회장
송상민 같이&가치 대표
이영욱 전주대학교 교수
이 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부장
임승한 대안공간 콩 대표
진창윤 전북민예총 회장
전주시립미술관 건립의 당위성
이흥재 89회 마당 수요포럼을 시작하겠습니다. 여기 나오신 분들은 아마 직․간접적으로 전주시립미술관 건립에 대한 얘기를 여러 번 듣기도 하고, 그것에 대해 나름대로 의견의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전주시립미술관 건립이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 필요하다면 어떤 타당성이나 논리로 필요한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또한 만약 시립미술관이 필요에 의해 건립하게 된다면 미술관의 성격 규정이나 운영주체, 운영방안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미술관 건립이 필요한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임승한 전주시립미술관 건립에 대한 얘기는 전주미협의 김삼열 회장님 이전에 이미 논의됐던 내용입니다. 송재명 전 회장님을 비롯해 그 이전의 박상민 전 회장님까지 얘기가 논의됐었죠. 그분들께서 지속적으로 시에 건의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얘기만 되풀이될 뿐 건립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에서 건립하겠다고 이야기해도 과연 약속이 지켜질지 의구심이 듭니다.
그렇지만 전주시립미술관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림을 그리는 한 작가로서 지역의 도립미술관이나 소리문화의전당 등과 같은 곳에서 주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의 지역작가나 시민들을 위한 시립미술관이 없다는 것은 순서체계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있는데 전주시립미술관이 없다는 거죠. 본래 시가 있고, 도가 있어야 하는데 거꾸로 된 것 같습니다. 전주시립미술관이 건립되고 도립미술관이 건립되는게 바람직한 순서죠. 전주시립미술관이 시 재정이나 행정 부분 때문에 자꾸 건립이 뒤로 밀리는데, 하루빨리 건립되어 시민과 작가가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이 찬 말씀하신 얘기 중에 도립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 등, 공간이 많으면 좋죠. 전주는 예향의 고장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화두가 있어야 합니다. 저도 사실 이곳에 시립미술관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더군요. 때문에 시립미술관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예향의 고장에서 느린 면이 있지요. 그래서 건립 필요성에 대한 얘기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 얘기하자면 요즘 리모델링을 통해 미술관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르세 미술관부터 해서 싱가포르의 내셔널아트갤러리가 대표적인 리모델링 케이스죠. 그리고 서울에 가면 화력발전소가 있는데 그게 지금 미술관으로 리모델링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필요성은 기본적으로 바탕에 두고, 전주시립미술관의 운영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흥재 시립미술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당연히 공감하니 운영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시립미술관은 건립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데 건립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쾌하고 조금 더 강한 메시지가 담긴 논리가 개발 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마 이 자리에서 각자의 의견을 모으면 그런 결론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때문에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영욱 시립미술관 필요하다고 보죠.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 필요성에 대한 얘기를 단순히 미술관을 필요로 한다는 것보다는 객관적인 상황을 보면서 얘기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신문을 보니 고등학교 졸업한 사람 중 40%가, 거의 절반 정도의 숫자가 지역을 떠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떠나는 이유를 물으니 문화적 충족이 안 돼 떠난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예향이라고 정의하고 전통문화라 떠들지만 그 말에 가려져 실질적으로 보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문화적으로 충족된다는 것은 자기가 해당 지역에 살면서 삶의 만족을 느끼고 자유로움이나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런 게 부족하다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한쪽으로 치우쳐 문화를 발전시키려고 했던 게 많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시민들은 매체를 통해서 문화에 대한 다방면적인 소통을 이루고 있는데, 이를 충족 못시켜주는 것이거든요. 그런 지적이 근본적으로 하나 있죠.
그리고 또 하나는 문화라는 것은 전주가 살아나가야 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문화를 통한 지역의 경제, 발전을 많이들 얘기하는데, 지금 전주는 기본적으로 문화를 기반으로 해서 도시의 경쟁력이나 도시발전을 꾀할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때문에 전주는 그런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런 방향과 관련해 미술관이라는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문화발전의 소지가 있는데 아직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좋은 자원을 단기적인 시야로 전통에만 집중한 것 같습니다. 이게 또 전통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필요하거든요. 예를 들어 도시의 경쟁력과 관련해서도 전통음식이 있으면 프랑스 음식도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첫 번째 문제와 연결되는 건데 도립미술관 설립 당시에 “너무 멀다”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국립현대미술관도 그렇죠. 이곳이 사람을 얼마나 채우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에서 과천까지, 거기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하죠. 그것 때문에 미술관에 대한 논란이 많았죠. 우리도 도립미술관을 설립할 때 논란이 많았고요. 저는 미술관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민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 라고 생각합니다. 문화를 창출하는 구체적인 일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죠. 도립미술관의 경우 아시다시피 그나마 그것도 시 안에 만들려면 건립이 안 될 가능성도 높고, 차만 타면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라고 해 현재 장소에 건립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의미에서 미술관은 심하게 얘기하면 전주의 미술수준을 낮추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이나 이런 것들의 질이 떨어져 역으로 작가 작품의 질이 낮춰지는 곳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필요하다 라고 얘기하면 이게 어떤 필요가 있냐를 따져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또다시 빈 공간이 생기면 그곳에 들어가기 쉽고, 망치기도 쉽습니다. 때문에 이런 논의를 할 때 작가들을 동원해야 한다, 혹은 시민을 동원해야 한다 등과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굉장히 조심해야 될 지점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전주의 미술이 어떤 난관에 처해있고,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와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별다른 해명 없이 미술관을 건립한다면 큰 실수입니다.
김삼열 시립미술관에 대한 필요성은 모두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전주라는 지역의 문화성과 접근성, 시민들의 문화향유에 대한 관심도는 골목골목에서 다 보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미술 분야만이 아닌 다른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단지 문화예술에 대한 장이 많지 않고, 여러 가지 상황과 여건들이 잘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향유 욕구충족을 못 채워주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은 곧 시립미술관은 미술인들만이 원하기 때문에 건립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즉 시립미술관 건립은 전주시민 모두의 문화향유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죠. 지금 전주한옥마을에 하드웨어는 돼 있고, 소프트웨어는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한옥마을에서 차츰 해결 해나가야 할 문제고, 전주시립미술관의 필요성은 단순히 전시공간이 아닌 제 입장에서는 문화센터이자 창작스튜디오, 혹은 만남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보는 겁니다.. 지금 현재의 상황에서 단순히 저희들이 요구한다고 해서 금세 결정될 문제는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논의를 통해 건립 장소라든지 당위성을 고민해본다면 건립필요성이 대두될 듯 싶습니다.. 제가 시립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시 관계자들 혹은 여러분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자문을 구하며 고민했는데요, 실은 저는 시립미술관의 신축만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시립미술관 위치 선정에 있어 시민들이 마음먹어야 만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시민들이 가깝게 접근할 수 있고, 수시로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 제일 먼저 고민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전주 시내 안, 시민들이 발로 걸어갈 수 있는 근접위치 내에 시립미술관이 건립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대안을 제시하자면 수년 째 방치되어 있는 전주백화점을 시립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수년째 미술관의 위치로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도 진척이 없는 구도청 자리도 있는데요, 이곳은 전라감영 복원 지구 내로 논의 중에 있고 아직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시의 예산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국가예산을 지원받아야 돼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전주백화점은 전주한옥마을과 국제영화제 거리 연계선상에 있어서 나중에 큰 판을 이뤄낼 수 있는 공간의 중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서울의 홍대 앞 거리는 국가에서 조성해 만든 거리가 아닙니다. 단지 그 안에서 문화거리 조성의 큰 흐름을 잡아줬고, 서울시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형성됐으며, 지금은 전 국민이 인지하는 거리가 됐죠. 전주시립미술관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현재 전주백화점은 벽산이란 회사의 개인 소유로 돼 있기 때문에 이곳을 시립미술관으로 조성하기는 어렵지만, 문화공간으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을 시행정과 시민 단체등에서 적극적으로 한다면 중앙동 지역의 상권부활과 더불어 전주시민들에게 큰 기쁨을 주는 공간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시관계자에게 제안했더니 시에서는 여러 가지 검토중인 사항이 있으니 다각도로 검토해보면 좋지 않겠냐고 얘기하더군요.
또한 아까도 도립미술관의 접근성에 관한 얘기가 나왔는데, “모악산 올라가는 인구가 많아 자연발생적으로 미술관을 찾는 이들이 생길 것이다” 라는 식의 접근은 잘못 됐다는 것입니다. 도립미술관이 등산객들만을 대상으로 운영돼서는 안 될 것이고, 또한 그곳을 찾아갈 때 큰마음 먹고 일부러 찾아가는 공간이라면 더욱 안 될 것입니다. 때문에 시립미술관은 시민들이 그냥 마음 내키는대로 찾아갈 수 있는 위치에 자리 하였으면 하고, 접근성이 좋을때 문화적 파생력이 생기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진창윤 과거 돌아보니 도립미술관이 생길 때도 그랬고, 그 이전에 소리문화의전당, 전주문화재단이 생길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어떤 게 설립된다고 하면 이것으로 전주미술이 바뀔 것이다 라는 기대치가 있었는데, 생겨도 바뀌는 건 없더군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이게 뭐가 잘못돼 생긴 일인가 하고 고민해봤는데, 개인적으로 전북미술의 침체기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하다못해 식당에 한국화 한 점이라도 걸려 있었죠. 그렇게 사람들이 미술을 향유했는데 그게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작가도 부족하지요. 현재 이 지역 작가들이 나름대로 열심히 작업하고 있지만, 전국적 혹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 인정받을 만한 작가가 몇 명이나 되느냐 입니다. 저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제가 볼 때는 허브 역할을 하는 구심점이 있어야 합니다. 즉 문화를 일으킬 수 있는 씨앗, 집중체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는 거죠. 하나의 대안으로 도립미술관이나 전북예술회관, 소리문화의전당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 방안은 시립미술관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작가도 없고 그것을 향유하는 대중도 없는데 그 사이를 연계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전문가 양성 등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심체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거기서 한 시대의 미술사조는 못 만들어도 최소한 따라가기라도 하는 중심체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 다음에 저는 주체에 대해 논의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누가 주체가 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는지가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시립미술관을 만든 다음 시나 어디서 공무원 파견해 전시 유치하고, 작품 몇 점 팔면 되는게 아니라 주체가 전문가이거나 시민단체, 교육기관, 일반시민, 예술단체가 돼 미술일반과 작가 네트워크를 관할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나머지 재정 공간은 차후의 문제지요. 그런 주체만 만들어진다면 어느 정도 전주미술에 대한 바람이 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송상민 이 자리에 참여하기 전 주변 분들과 얘기해보니 다들 콧방귀를 뀌더군요. 저희 입장에서 보면 미술관도 그렇고, 박물관도 당연히 중요한 곳이고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곳이 정치적 수단에 의해 작용될 때 그게 저희와 무관한 일이 되니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나 공공의 자원인데도 불구하고 정책이나 정치에 의해 성격이 바뀌기도 하고 기능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자꾸 분리해서 생각하게 되는 거죠.
또 다른 점은 국공립미술관이나 박물관도 그렇고, 시립미술관도 자체적인 운영방식을 굉장히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이 되느냐, 안되느냐가 가장 중요하게 판단되는데, 시립미술관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그 방식을 고민해야죠. 그런데 그러면 순수하게 실험작품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는 어렵겠죠. 그래서 이왕 실험작품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지 않고, 문화마케팅화 되어 관광의 목적으로 설립된다면, 그 부분에 집중을 해서 상업화된 미술관 성격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교육, 소통, 순수예술창작지원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성격을 수용하는 미술관을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런 성격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규정하고 가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그게 정치적 수단으로 인해 운영주체가 바뀌고 성격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을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욱 사실 실험적인게 대중과 먼 것이 아니라 대중과 가까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미술관이 어떤 형태로 되든지 관광에도 도움이 되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상호적인 것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을 분리시켜서 생각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따져보면 그게 이유가 있습니다 실제 뭐가 세워지면 여러 가지 자기 이해, 그리고 정책적인 한계들, 이런 것 때문에 진정한 필요와 이상을 분리시키는 제도를 갖는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것은 전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죠. 그러니깐 우리 자체가 그런 것을 만들어도 기대하지 않게 되는 거죠. 저는 이 판단에 근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안되게 하는게 굉장히 중요한 거죠. 제가 보기엔 근본적인 문제로 그동안 미술이 무엇을 했느냐 라는 얘기가 안 되면 소용없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얘기했듯이 실험적이고 새로운 시도가 실질적으로 국공립내지는 기존제도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에서 성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립미술관이 생김으로써 예술적 성취와 어떤 부수적인 효과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지 판단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그럴 것 같으면 자기 욕심을 점검하는게 빠르죠.
그런데 진 선생님 말씀처럼 사실 전주문화가 70년대 꽤 오랜 기간 동안 침체에 놓여 있었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문화적 관심이 없는데 포인트는 여기가 사람을 살려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진짜 창의적이고 생동감 있는 문화를 접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그걸 역전시킬 구심점이 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아무 제도나 필요한게 아니라는 것인 진 선생님의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현재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저 자신도 부끄럽지만 자체적으로 점검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어떤 시립미술관을 만들어야 하는지 진짜 허심탄회하게 욕망과 편견, 이해관계를 버리고 얘기해야지 안 그러면 결과가 뻔합니다.
진창윤 저는 오히려 이번이 계기가 돼서 잘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절에 전주문화재단이나 전북예술회관 등이 생길 때마다 갖게 됐던 기대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실망감도 있었죠. 예를 들어 이사회나 운영회 한다고 해도 6개월에 한 번 씩 두 시간 정도 모여 도장 찍고 밥 먹으러 가기에 바쁜 거예요. 처음에 목적과 의도에 상관없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만들면 개선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전주시립미술관을 초창기부터 모범적으로 만들어 박물관이나 도립미술관, 소리문화의전당까지도 이것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모범사례를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영욱 그렇지만 현재 결과라는게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결과가 아닙니다. 좋은 의견이 있으면 답이 나온다는 얘기는 추정적이고 비현실적입니다. 제 얘기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실질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자체의 역량을 쌓아 축적해놓지 않는 한 힘들다는 것이죠.
진창윤 그동안 작가나 단체가 간과한 점은 그전에 워낙 없었으니 기획도 하고, 작품도 사주고, 몇 가지 눈에 띄는 기획을 하니깐 거기서 만족을 했던 것이죠. 그것이 없기 전에 워낙 바닥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건데 그동안 겪으며 이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야 되겠구나 라는 점을 몇 년 사이에 깨닫게 됐죠. 지금가지의 전철을 경험삼아 이제는 제대로 한 번 만들어 볼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전주시립미술관, 자율성과 실험성 보장 받아야
이흥재 제가 관장의 입장에서 직접 운영해보니 아무리 좋은 사업이나 바람직한 일도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점을 현실적으로 많이 느낍니다. 도립미술관의 경우 예산 부분이 생각했던 것만큼 쉽게 처리되는 것이 아닙니다. 때문에 아주 많은 과정과 어려움을 겪지요. 결과만 본 사람들은 왜 그것밖에 안 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내부적으로 아주 많은 과정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때문에 시립미술관의 경우 우리의 이상과 현실적인 문제를 적절하게 잘 그리고 균형감각있게 진행하는 것도 중요한 운영방법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필요성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으니 지금부터는 시립미술관을 건립한다면 어떤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주의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찬 지금까지 말씀을 들어보니 미술관 건립을 두고 상당히 많은 얘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미술관을 쟁점으로 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정과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지금은 미술관에 대한 필요성, 그 뜻을 모아서 앞으로 정책하는 분들게 어떻게 표출할지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공연장과 미술관을 운영해보니 어디에 포인트를 둬야 하는지 상당히 고민되더군요. 공연장은 공연자, 전시장은 작가를 위해 포인트를 둬야 하는데 저희는 관람객 혹은 시민에게 포인트를 두는게 사실입니다. 예산을 말씀드릴 순 없지만 현재의 예산을 가지고 600평의 공간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은게 사실이죠.
만일 시립미술관을 건립한다면 예술 장르 하나만을 다루는 전문화된 미술관을 지을 것인지 목적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해에 가면 클레이아크 미술관이 있습니다. 이곳은 ‘생활 속 예술 발견’을 주제로 하는데, 외부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고 있죠. 외국에서도 많이 오고요. 시립미술관도 하나의 포인트를 잡아서 건립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 공간을 다목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사실 좀 힘듭니다. 때문에 미술관 설립 목적을 심도있게 의논해 한 목소리를 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욱 사실 지금 소리문화의전당 전시관이 예산문제 때문에 공간에 비해 미흡한 운영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소리문화의전당 세울 때 어떤 공간이 필요하고,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이런 논의가 없었습니다. 그게 근본적으로 잘못됐고, 그걸 우려하는 겁니다. 이게 또 말이 좋아서 시립미술관이라고 하지만 필요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이 없는 상태에서 빈 공간에 또 하나가 세워져 예산 문제니 뭐니 문제만 일으키는게 되지 않았으면 해서 이런 논의를 하자는 겁니다.
그런 맥락에서 사실은 복잡한 논의를 해야 합니다. 오죽하면 지금 전주백화점이나 이런 걸 통해서 영화제와 연결하고, 한옥마을과 연결하는 문화벨트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겠습니까. 그렇게 많은 것들을 디테일하게 종합적으로 고려해야지만 겨우 원하는 모습에 근접한 시립미술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나온 얘기인 것 같습니다. 예산문제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예산문제가 사실 100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같은 예산을 가지고 어떻게 운영하냐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 수 있는 것 같고요.
저는 꼭 시립미술관이어야 되느냐 하는 겁니다. 일단은 문화발전소가 돼야 합니다. 전주에 있는 젊은 층, 고등학생, 청소년 등이 티브이나 영화 이런 것은 국제적으로 보는데 거기에서 근본적인 상실을 느끼는 것입니다. 지역에서 실질적으로 문화를 향수하는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워야 합니다. 시립미술관이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다른 이해관계 같은게 사라져야 합니다. 특히 큰 문제는 공무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문화예술 체제에 맞는 공무원 제도가 없을뿐더러 경직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유연하게 작동해야 되는데 말이죠. 그러니 시립미술관은 관장님 말씀대로 균형을 잘 잡아서 유연하게 운영됐으면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는 미술에 바탕을 뒀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미술에 대한 개념은 매우 열려 있죠. 그런데 저희가 가진 미술개념을 얘기하기엔 제도나 담론들이 굉장히 부족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열린 개념을 가지고 문화발전소로서의 공간을 만들어야죠. 복합적인 기능과 이제까지 가지고 있는 답보된 개념은 깨트려야 합니다.
이 찬 문화예술계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은 공공성입니다. 공공성이라는 공적인 자본을 투입해 얼마만큼의 효과를 누리는지, 예술은 언제까지 그렇게 해줘야 하는지에 대해서요. 호주 시드니 오페라 같은 경우 만들 때 외관만 치장해 내관은 제대로 설계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다시 리모델링하려면 예산의 3배가 든다고 합니다. 건립 당시에 비해서 말이죠. 그래서 시드니에서 손을 댔습니다. 처음 만들 때 제대로 못 만드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죠. 그래서 사실 최근에는 자체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는 공간이 돼야 하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지금 당장 투자한다고 해서 효과가 나타나는게 아니고 10년, 20년 후에 서서히 효과가 나타날텐데, 기본적인 목적과 경쟁력 있는 미술관 건립이 전제돼야 할 것입니다. 단지 지어놓기만 하면 지어놓은 후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김삼열 저는 역으로 말씀드려서 과연 미술관을 미술관의 개념으로 크게만 짓고 리모델링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술관을 단순히 크게만 짓는게 아니라, 예를 들면 작은 공간이더라도 곳곳에 시립미술관 분관 형태의 특성을 가진 작은 미술관을 여러 개 만드는 거죠. 쉽게 얘기해 가구점 옆에 가구점을 만들자는 겁니다. 우리가 단순히 생각할 때 가구점 옆에 가구점이 있으면 장사가 안 될 것 같지만 가구점이라는 큰 틀 안에 사람이 모이듯이 시립미술관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봅니다. 때에 따라서는 큰 전시가 이루어질 공간도 필요하겠지만, 제1분관은 설치 중심의 설치관, 제2분관은 조각 중심의 전시관, 3분관은 미술 기획자나 세미나등을 할수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운영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향후 시립미술관이 건립되는데 있어 신축하기위해 예산의 어려움을 논하기 보다,는 이런 식으로 약간 다른 방법으로 건립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건립 예산의 부담도 덜하리라 생각합니다.
실은 시립미술관 크면 좋죠. 시립미술관을 크게 지어놓고 교육프로그램이나 상설기획 등등 자구책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행정지원 없이 돈 되는 행사를 만들 수 있지요. 그러나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몇 년 전에 전국적으로 창작스튜디오를 만들어주자 라는 말들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시골 한적한 곳에 창작스튜디오 많이 만들어서 작가들에게 제공해줬지요. 그런데 창작스튜디오 만들어주기만 하면 뭘 합니까. 예술인들이 실질적으로 입주해 작업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하죠. 그곳에서 머무르기 위해 전기세를 벌기 위해서 나와 활동하고, 기름 값 벌기 위해서 활동하고 그런 식입니다. 때문에 멀리에 공간 만들어주는 것보다 작가와 시민이 왕래할 수 있는 틀 안에 문화공간도 존재해야 실질적인 문화발전소의 역할이 가는하다는 것입니다. 레지던스나 심포지엄 형태의 프로그램도 결국은 작가를 위하고 시민들의 보고 느끼고자 하는 충족욕구를 해소시키는데에 그 맥락이 있다구 보구요. 때문에 시립미술관이 왜 시내에 있어야 하는지 방향성을 달리해 충분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사심 없이 지역문화의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다 보면 충분히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송상민 저는 덮어놓고 지어서 공간의 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외부에서 그러시는데 전주 지역에 작가 많다고 합니다. 작품 차이야 중앙 지역 차이가 별로 없다고 봐도, 작가가 많고 작품이 많다고 해서 질 좋은 문화가 형성되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작가와 작가 아닌 사람이 있는데 중간에 작가를 프로모션해주고 매개해줄 중간역할을 해줄 인력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공간 짓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립미술관의 규모가 크건 작건 상관없는데, 국제적이 프로모션이 되는 질 좋은 문화가 계속 전제돼 유치되고 보여준다고 하면 여기 있는 청소년이나 문화예술인들도 자부심가지고 성공하는 발전의 길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전주에서 작가가 전시 못해서 작업을 못한다는 것은 거리가 떨어지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전시공간이 없어 작업 못하는 일은 없거든요. 다만 공간만 세워놓고 작가가 들어간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흥재 여기서 제가 도립미술관을 운영하면서 느낀 어려움이나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예산에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원론적으로 얘기하지만 현실에 가서는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이 시행되기 어렵다고 체감하고 있습니다.
도립미술관에서도 우리 지역에 작가는 많지만 기획을 하거나, 프로모션 하거나, 평론이나 컬렉터와의 적극적인 연계를 해줄 수 있는 혹은 역량이 있는 분들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전문인력을 길러내는 일이 우리지역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예산이 갖춰져 있어도 직접 운영할 수 있는 큐레이터나 전문인력이 없다면 결코 적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광주시립미술관의 경우 창작스튜디오가 두 군데 있는데 그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예산 확보보다 작가와 평론가, 콜렉터들을 적극적으로 연계해 큐레이팅하는 일이 어렵다고 하더군요. 우리 지역에도 그런 게 거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낍니다. 전문인력을 길러내는 노력이 필요할 때죠.
진창윤 항상 보면 어떤 공간을 만들기 전, 초창기 논의했던 뜨거운 관심과 열기가 막상 만들어지면 사그라들어 문제가 되곤 하는데 이번에는 이런 것들이 끝까지 가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실비미술관의 건립이 의외로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작가나 시민들의 허기진 부분을 채워주면 되는데, 현재 전시장이나 작품구매 같은 경우 다른 곳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으니 전시나 대관, 구매 부분을 최소화 하고 그 외의 목적에 방향만 맞추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을 듯 합니다.
임승한 저는 지금까지 쭉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부분에 공감했습니다. 이 교수님 말씀처럼 기존의 전북미술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미술협회의 차원이든, 민예총 차원이든, 전북도립미술관 차원이든 그런 논의가 바탕 되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봅니다. 그리고 대안공간 콩 자체적으로도 그런 작업을 하고 있고요. 그런 논의가 바탕이 돼 여러 가지 의견이 개전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관장님 말씀처럼 기획자가 부족하다는 점은 사실 피부로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손 놓고 있는게 아니라 우리 자체적으로 교육을 통해서 개발하려고 해야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작가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까 진창윤 회장님께서 작가가 없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굉장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스타작가나 프로작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획력, 기획자, 그것에 대한 인재들이 부족하다는 점은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 교수님이 말씀해주신 기본적인 논의에서부터 시작해 앞으로의 발전 방안을 차분히 점진적으로 개진해나간다면 충분히 시립미술관의 건립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생각합니다.
진창윤 전 역시 작가도 없고, 평론가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론가가 평론을 하고 싶어도 평론할 만한 작가가 없다는 거죠. 이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합니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심점이 있어야 하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기존의 양상에서 지어진 것과는 또 다른 형태의 미술관이 건립된다면 참신한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재정문제는 예산 가지고 시립미술관의 작품을 구매하고 무엇 한다면 재정이 또 부족해질테니 그 부분은 다른 곳에 맡기고 순수하게 외적인 목적만을 가지고 확실히 꾸려나가면 잘 될 듯합니다.
이영욱 제 생각에 시민들이 많이 왔다갔다 하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만족을 느끼고, 새로운 문화적인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즉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생동하는 구심점이 되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기서 제일 어려운 점은 건물을 짓는 문제가 아닌 공무원들과 함께 하면서 운영에 있어서 자율성과 실험성을 보장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힘들다 보니 시나 도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부정적인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의견을 모아 미래를 같이 할 수 있는 인식을 축적하는 과정으로 만드는게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만들어놓고 또 싸우기 쉽습니다.
김삼열 저는 전주미술협회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전임자들이 시립미술관에 대한 얘기를 꺼냈고, 미술협회에서 나온 얘기가 언론에 보도됐지만, 행정기관과 많은 얘기를 공식적으로 나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때 얘기를 거론할 때는 미술협회에서 주최해 시립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처럼 보도가 되었으나, 미술관은 미술협회에서 건립하는 것이 아니고 미술인들 및 시민들의 많은 의견을 모아 시행정기관에 건의하여 건립될 수 있게 조율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약간 보도의 방향성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궁극적으로 이런 마음을 가지고 참여했습니다. 전주시립미술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죠. 오늘 시립미술관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다양하고 좋은 얘기가 많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이 교수님 말씀대로 열린 운영이 필요하고, 송상민 대표 얘기대로 여러 가지 실험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공간으로서도 역할해야 하지요. 다만 오늘 이 자리에서 운영방안이라든지 운영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는지등의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차후의 문제이고 일단 건립이 우선되어야 하고, 또 건립을 목적으로 이 자리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 져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기계신 모든 참석자들을 포함해 미술인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시민상대로 공청회라든지 세미나가 활발히 이루어져 시립미술관 건립에 긍정적인 자리들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고 미술협회에서도 그렇게 노력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하나 더 제 의견을 말한다면 아까 진창윤 선생님께서는 도립미술관에 작품수집 맡기고 시립미술관은 그 외적인 부분에만 집중하자고 하셨는데 저는 그 의견에 대해서는 반대의 입장입니다. 작품을 수집하고, 보존하고, 전시기획하는 것은 미술관의 원론적인 기능이기 때문에 도립미술관이든지 시립미술관이든지 당연히 해야할 고유의 역할입니다. 각자 따로 역할을 갖자 하는 것은 좀더 신중해야 하고, 다만 오늘 얘기 된 이 모든 의견이 다 합쳐지고 공론화 되고 할 때, 앞으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것은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흥재 벌써 끝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오늘 시립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좋은 의견이 다양하게 나온 것 같습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예전에는 예술회관도 없었죠. 그러다 예술회관이 마련됐고 더 큰 욕구에 의해 소리문화의전당이 건립됐습니다. 그런데 소리문화의전당은 복합공간이다보니 전시 쪽에 소홀한 감이 있었지요. 그래서 도립미술관이 설립됐는데, 이곳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오늘날 시립미술관에 대한 욕구가 다시 표출됐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게 전북예술의 발전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인구 10만명 당 하나의 미술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 현재 시립미술관이 처음이니깐 이런 성격들이 이야기 되지만 만약에 또 다른 시립미술관이 설립된다면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미술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이러한 미술관이 많아짐으로써 어떤 스타작가도 생기고, 그래서 문화예술이 활성화되고 발전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긴 시간 함께 하며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