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태을도 소만치성 태을도인 도훈
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다
2024.05.20. (음 4.13)
저는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말기암 환자나 다른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생을 편안히 마감하고자 들어가는 호스피스 병동 아시지요? 그 이야기를 봤었습니다. 제목이 ‘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라고, 3부작으로 EBS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인데, 저는 그중 호스피스 병동을 다룬 부분을 본 거지요. 그런데 거기서 호스피스 병동의 어떤 의사가 환자 가족에게 ‘오늘이 (환자 상태가) 가장 좋은 날’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거기 입원하신 분들이 다들 죽음을 앞둔 분들이라, 오늘이 지나고 내일로 가고 모레로 가면 상태가 점점 나빠질 것이기에, 오늘이 가장 컨디션이 좋은 날인 거지요. 그 말에 정말 수긍이 갔습니다.
방영 내용 중에 한 할머니 환자분이 마지막으로 고향을 한번 둘러보고 싶어서 의료진에 간청해 외출하는 게 있었어요. 링거를 꽂고 휠체어 챙겨서 차량으로 이동하는데, 살던 곳이 강원도 산골이더라고요. 마당이 제법 비탈져 있어서, 엄마는 차량에서 내려 휠체어로 집 곳곳을 돌아보고 싶어했지만, 아들은 엄마가 잘못될까봐 엄마가 차에서 내리는 걸 반대하고, 딸은 엄마의 마지막 소원을 어떡하든 들어주고 싶어하고, 자식들이 티격태격하는 걸 보던 엄마는 결국 아쉬워하면서도 “됐다. 이렇게 와서 본 걸로 됐다.” 그렇게 아들 뜻을 따르더라고요. 그걸 보며 참 안타까웠습니다. 부모님을 모두 떠나보낸 저로서는 ‘아, 부모의 마지막 소원인데, 그냥 들어드리지.’ 싶었거든요.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또 막상 힘겨워하시는 부모님 면전이라면 저도 아들처럼 반대하지 않을까, 부모님 청대로 하기가 쉽지는 않겠다, 하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
어쨌든 그 분이 남편 사별 후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43년간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셨대요. 고향 들른 참에 재래시장에도 들러서, 함께 장사하던 주변상인들도 보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돌아왔는데, 그 얼굴이 그렇게 평안하고 밝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분 사연을 보면서 덩달아 동네 재래시장에서 장사하셨던 시어머님 생각도 났습니다.
결국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인터뷰했던 몇몇 환자분들은 유명을 달리하셨어요. 그 프로그램을 보며, 죽어가는 사람의 환경과 심정을 헤아려 존중해주고 예우해주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시사받은 바가 컸습니다.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 그 모든 과정이 참 따뜻하고 진지해서 환자를 굉장히 존중해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일반 병원에서는 환자를 대할 때 진료할 환자가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계적으로, 기술적으로 대하는 게 있는데,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환자를 목욕시키는 것도 봉사자들의 손길이 얼마나 정성스러운지, 보는 제가 나중에 건강이 허락된다면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환자들의 남은 시간을 존엄한 인간으로 대하는 이곳 사람들이 너무 존경스러웠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정말 죽음도 우리가 껴안아야 할 소중한 삶의 일부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지금 여기 계신 분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저 같은 경우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적어요. 호스피스 병동을 다룬 그 프로그램을 보니까, 오늘이 앞으로 제가 살아갈 날들 중에서 가장 젊은 날인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남은 날 중 가장 젊은 오늘은 정말 소중한 시간이고, 이 소중한 시간을 매 순간 의미있게 보내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이 모든 순간이 지나고 나면 다 귀한 추억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시면서, 지나고 나서 아쉽지 않도록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천하사에 뜻을 두셨으니, 급박한 급살병 상황에서 태을도 진리의 홍보와 포교를 위해서 시간을 써주시면 참으로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12년 전까지 일명 ‘감나무집’이라 부르는 다세대주택에서 11년간 천지부모님을 안방에서 모시고 있었거든요. 그때 집에서 수행할 여건이 안 돼서 저희집에 와서 수행했으면 하는 도인들이 계셨어요. 그래서 저희 집을 도인들에게 항상 개방하고 있었는데, 수행하고픈 절실한 마음으로 왔지만, 막상 와서 수행하려니 부담스러웠던 게지요. 천지부모님을 모신 공적인 공간이면서도 안방이라는 사적인 공간이다 보니, 오래 자주 수행하는 걸 어려워하시더라고요. 그게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저희 부부가 아무리 편하게 해드리려 해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잖아요. 어쨌든 그분들이 안방에서 수행하시면 저희 부부는 거실에 나와 있고, 그래서 어떤 때는 거실에 계신 것도 부담스러울까봐 종장님께서 일부러 산보를 가시기도 했어요.
그런 상황은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해서도 다를 바가 없었지요. 그러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근처 성혜빌딩으로 태을궁이 나갔을 때는 그나마 수행하기가 좀 나아졌지요. 그런데 이때는 사무 보는 공간과 수행하는 공간이 구분 없이 한 공간이다 보니, 그때도 수행하려면 종장님께서 계신 게 신경 쓰이고, 그런가보다 짐작되면 종장님께서 또 산보 나가시고, 그런 아쉬움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옮긴 이 태을궁은 수행공간과 사무공간이 나뉘어져 있어서 여러분이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지 와서 수행하실 수 있고, 종장님도 거의 하루종일 계시기 때문에 궁금한 것도 언제든지 물을 수 있고, 얘기 나누고 싶어도 그냥 오시면 되니까, 여러분이 귀한 시간 속에서 이 공간까지도 충분히 활용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이상입니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