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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평소처럼 새벽에 일어나 명상을 했다. 늘 하는 대로 내관(內觀)과 차크라와 단전호흡과 크리야를 순서대로 하면 거의 2시간이 걸린다. 때론 나도 몰래 삼매에 빠져 2시간을 넘길 때도 있지만, 오늘은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새벽 5시. 정확히 2시간 만에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갑자기 빗소리가 들린다. 소나기다. 요 며칠간 서울과 전라도, 주로 국토의 서쪽에 양동이로 퍼붓듯 비가 내렸다. 단 한번도 날씨 때문에 일정이 어긋난 적은 없지만 며칠간 비행편이 취소되었다는 보도가 불안하게 한다. 김해에서 김포행 7시 첫 비행기를 타야 인천에서 12시에 출발하는 에어 인디아를 탈 수 있다. 8시간을 날아가 현지시간 오후 4시 30분에 인도 뉴델리 인디라 간디 공항 제3터미널에 정확히 도착해야 제2터미널에서 오후 6시 40에 출발하는 데라둔행 마지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원래의 일기예보는 폭우였다. 그러나 갑자기 하루 전에 비가 그쳤다. 그래서 안심했더니 정작 떠나려고 일어서는 시간에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는다. 뭐지? 역시 안전하게 기차를 타야 했을까. 아니면 하루 전날에 올라갔어야 했을까. 역시 하늘을 믿고 내가 너무 안일했나.
불안한 마음을 안고 김포공항 가는 길에 차창 밖에 무지개가 떴다. 한뼘 남짓한 이상한 무지개다. 이틀 전에 유튜브에서 티베트 수행자들의 무지개 몸 만드는 수행법을 들었다.
무지개를 언제 보았지? 기억이 없다. 5년전? 10년전? 어릴 때 그렇게 많이 보이던 무지개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무지개도 멸종 위기종인가? 아, 무지개가 보고 싶다. 갑자기 무지개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그랬는데 오늘 새벽 소나기가 퍼붓더니 구름 속에서 한뼘짜리 무지개가 떴다. 저게 무지개인가? 흡사 하늘로 올라가는 무지개로 된 드래곤 같다. 비행기 안에서도 희미한 무지개가 보였다.
나는 무사히 김포행 첫 비행기를 탔다. 5년 만이다. 나는 다시 리시케시 그 가슴 사무친 곳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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