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승윤이 자신은 톱질을 잘하니 ‘톱스타’라고 말장난하며 너스레를 떤다. 실제로 그는 보디빌딩으로 다져진 튼실한 근육을 가졌으며 톱질을 무척 잘하는 인기 연예인이다. 알고 보면 세상에는 사회 각 분야에 스타들이 여름 밤하늘의 별만큼 많다. 그들은 스타나, 거성, 혜성, 항성, 행성, 왕, 여왕, 황제 등으로 불린다. 굳이 열거하자면 피겨 여왕 김연아,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 가황 나훈아, 가왕 조용필, 트로트 여왕 김연자, 발라드 황제 신승훈, 발라드 여왕 백지영, 홈런왕 이승엽, 박치기 왕 레슬러 김일 등이 있다. 그리고 요즘 기아타이거즈의 젊은 야구선수 김도영은 슈퍼스타이다. 게다가 군대에는 실제로 상당수의 무시무시한 별들이 번쩍거린다. 사실 문학계에도 꽤 많은 스타들—행성과 항성, 혜성들—이 떠올라 잠깐 혹은 오래도록 반짝인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5천만쯤 된다고 하는데, 각계각층에 걸출한 스타들을 모두 헤아린다면 그 숫자가 무척이나 많을 것이다. 게다가 일부러 강호에 숨어 지내는 고수들이 도처에 깔려 있으니 어디 가서 함부로 잘난 척, 아는 척, 있는 척, 똑똑한 척하다간 납작코가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왜 연예계의 스타들이 유독 찬란한 빛을 발하는 걸까? 그들이 행하는 일의 성격이 봉급생활자들—근육노동이든 지적 노동이든—이 하는 일과는 다른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근육노동자는 자연물에 자신의 근육의 힘을 가하여 그것의 위치나 형태나 성질을 변형시켜 먹을 것이나 잘 곳, 입을 것 등 이른바 신체적 기본 욕구를 충족하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노동의 대가는 그가 들인 수고에 비례해서 받는 임금이다. 그런 일은 몹시 힘들고 고되어 견디기 어려운 일, 즉 고역이다. 지적 노동을 담당하는 사람들, 소위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임금도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평가되어 주어진다. 즉 그들의 노동의 대가는 한 치 에누리 없는 덧셈 방식으로 주어진다. 반면에 연예인들이 하는 일은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사용해서 대중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종류이다. 그 보수는 봉급생활자들에게 적용되는 덧셈과 같은 고지식한 방식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특정 다수가 보내는 인기라는 폭발물의 형식으로 보수가 주어지므로 한 방 터뜨리기만 하면 완전히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게 된다. 그래서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재능과 기예로 대박을 터뜨려 스타 연예인이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인지 “미스트롯”이나 “미스터트롯” 등과 같은, 요즘 거의 모든 티비 방송국들이 다투어 행하는 열창 프로그램 때문에 티비 화면이 폭발할 지경이다.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임영웅이다. 그가 얼굴을 상방 약 10도쯤 치켜들고 시선은 거기서 다시 상방 35도쯤으로 향하게 한 채 손바닥을 편 오른팔을 역시 상방 45도 각도로 쭉 뻗고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를 열창하면 팬분들이 모두 뿅 간다. 왠지 그의 노래가 나에게는 1도 마음에 와닿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를 환호한다.
초거성들이 번쩍이는 또 하나의 선망 분야가 프로 스포츠계이다. 스타 연예인이 ‘오락적’ 재능을 대중에게 펼쳐 보이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데 비해서, 스타 운동선수는 탁월한 ‘신체적’ 기량과 공훈을 발휘해서 그 보수를 받는다. 그 두 가지 일이 수행 방식에 있어서는 그처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수행의 결과에 대한 인기를 바탕으로 해서 보수를 받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그 두 부류의 ‘노동자’는 대중을 열광케 하고 대중에게 만족이나 위안을 줌으로써 스타가 될 수 있으며, 성공하면 거기에 거액의 개런티가 따라붙는다. 그러한 스타 산업의 구조적 특징은 초거액의 보수를 받는 극소수의 스타와 생계 보장이 어려운 대다수의 무명들이라는 양극적인 형태로 구분된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프로 야구선수나 프로 축구선수의 연봉은 합리적 사고나 산술적 계산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스타 연예인들도 한번 출연하여 기량을 선보이는 대가로 역시 천문학적인 액수의 출연료를 받는다. 거기에다 그들은 그 별빛 같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광고 모델이 되어, 몇 커트 사진이나 몇 초짜리 영상에 등장하는 대가로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을 받는다.
스타 연예인과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성공은 대중의 환호, 즉 ‘인기’라는 불안정한 대중심리의 바탕 위에 형성된다. 인기는 흔히 구름이나 거품에 비유되곤 한다. 인기와 구름, 거품은 공통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갑자기 생겨나거나 모여들어서 거대하게 부풀려진 다음, 어떤 요인에 의해 금세 흩어져 사라져 버린다. 인기라는 현상의 유발 인자는 스타 연예인이나 스포츠맨인데, 대중이 그들에게 매혹되고 휩쓸리는 이유는 대중이 그 스타들에게서 일종의 대리 소망 충족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은 갖지 못한 탁월한 재능이나, 그들이 성취하지 못하는 최고의 신체적 위업을 스타들이 실현하는 것을 보고 대리만족을 경험한다. 거기에 매혹된 대중은 그 대가로 인기 스타들에게 자발적으로 관람료를 지불하고 그들을 우러른다. 그러한 현상은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인기는 실제적인 현상이지만, 불안정한 현상이기도 하다. 인기와 팬덤은 그 선정적인 특성 때문에 조건이 변하면 거품처럼 꺼진다.
한편 인기에 의존하는 스타덤은 대중의 도덕적 비난에 심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특징을 띤다.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된 봉급생활자나 사업가가 다소 일탈적인 삶을 산다 해도 대중은 딱히 그에게 도덕적 비난을 보내지 않는다. 대중은 자신들이 그가 부자가 되는 데 직접 기여를 하지 않았고, 따라서 그의 삶의 방식에 관여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예계나 프로스포츠계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해서 젊은 나이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스타들이 사회 상규에 벗어난 행동을 하면, 대중은 혹심한 도덕적 비판을 가한다. 그 스타가 인기와 부를 누리게 된 데 대해, 대중은 자신들이 어떤 지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추종하다가 무턱대고 욕하는 게 스타에 대한 대중의 심리이다.
물론 대중은 스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에게 그들이 실행한 기예의 대가를 기꺼이 자발적으로 지불한다. 그러나 그 자발성에는 일종의 현혹이나 환상의 성격이 들어 있고, 그런 측면에서 스타들의 고소득은 일종의 자발적 착취의 성격을 띤다. 또한 인기에 대해 대중이 지불하는 비용은 삶의 필수품에 대한 비용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면 대중이 언제라도 지지를 철회하고 가혹한 비판을 가할 수 있다. 그래서 스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는 자신들이 대중에 대해 무언가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한 채무 의식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공인이라고 칭하며, 생활에서 도덕적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이 인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에게 돈을 그처럼 기꺼이 지불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각 개인이 지불하는 액수가 선선히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소액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기에 대한 보수는 티끌 모아 태산의 전형적인 예이다. 관람료의 경우처럼 각 개인이 비교적 작은 금액을 기꺼이 지불하거나, 광고비의 경우처럼 개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간접적으로 지불하지만, 거기에 무수한 개인들이 참여함으로써 그게 결국 천문학적인 금액이 된다.
대중이 인기 스타들을 좋아하며 따르지만 그들에게 내심 불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고된 노동을 하는 보통사람인 팬이 자신이 하는 노동의 강도나 자기가 받는 보수를 자기가 흠모하는 인기 스타의 노동 강도와 그가 받는 보수에 비교해 보고, 거기에 불균형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팬들은 그 계산이 정직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고 느낀다. 역설적으로 인기는 정확하거나 정직하지 않기 때문에 흥행한다. 그것이 흥행 산업의 본질이다. 정직한 노동에서는 일시에 부를 거머쥐는 스타가 결코 탄생할 수 없다.
스타 연예인과 프로 스포츠 선수가 하루아침에 대중의 도덕적 뭇매를 맞고 추락하는 경우가 종종 그러나 꾸준히 생겨난다. 얼마 전에 김호중이라는 벼락 스타 가수—나는 그가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왜 스타가 되었는지 전혀 모르지만—가 불법적이고 부정한 짓을 했다가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지는 뉴스를 며칠 동안 반복해서 보았다. 이선균이라는 유명 영화배우는 그 수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요즘은 BTS의 슈가가 그 덫에 걸렸다. 수많은 별들이 그렇게 떨어졌다. 똥은, 새똥이든 개똥이든 사람 똥이든, 혐오 물질이다. 그러나 별은 그 똥도 선망의 대상이다.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빈다.
첫댓글 똥이 약으로 쓰이는 경우도 가아끔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원초적으로 거름이라는 사실도... 뭐, 태클을 걸자는 건 아니고요^^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읽어내려갔는데 결국 마지막에 슈가가 언급되는군요 ㅠㅠ.
저도 어렸을때 밤하늘의 별똥별을 보며 소원 빌었는데 신기하게도 다 이루어졌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