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락의 유학(儒學) 산책. 1
-호연지기(浩然之氣), 마음의 공간을 넓힙시다.-
장마가 지나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산으로, 바다로, 해외로 무리지어 휴가를 떠나면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고 오겠다고 합니다. 답답한 콘크리트 벽 속에 갇혀 바쁘게 살아가다가 도심을 벗어나, 이국의 풍경이나 자연 속에서 호연지기를 기르겠다는 말은, 듣는 사람의 마음도 시원하게 해 줍니다. 이런 호연지기라는 말은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일까요?
호연지기라는 말은 전국시대(戰國時代)에 활동했던 맹자(孟子)의 말씀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전국시대란 일곱 개의 큰 나라들이 -진초위제한조연(秦楚魏齊韓趙燕)- 싸움의 법칙도 없이, 오직 권력(權力)과 부(富)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쟁을 일삼던 시대였습니다. 목표는 오직 전쟁의 승리뿐, 백성들은 모두 전쟁의 도구로 전락하였습니다. 젊은 남자들은 전쟁터에서 죽어갔고, 농사를 짓기 어려운 노인과 어린이와 부녀자들은 굶어 죽은 채, 시체들이 도랑이나 산골짜기에 굴러다녔다고 합니다. 당시, 10년 동안 나라들 간에 일어난 큰 전쟁만 하여도 20여회가 넘었다고 하니, 백성들이 당한 고통은 가히 짐작해 볼 수가 있습니다. 맹자는 이러한 혼란한 시대 상황 속에서 백성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제후들에게 제시하면서, 천하를 주유하였습니다.
(맹자)
그러던 어느 날, 제자인 공손추(公孫丑)가 맹자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어려운 시대를 떠돌아다니시는 선생님께서 추구하는 삶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맹자가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난 지언(知言: 남의 말을 잘 알아듣는 것.)과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잘 기르는 데에 있다.” 공손추가 다시, “그럼 감히 묻겠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호연지기란 무엇입니까?” 그러자 맹자가 “그건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 기(氣)는 지극히 크고(至大), 지극히 강하여(至剛), 하늘과 땅(天地) 사이에 가득 차 있는 것이다. 또한 그 기(氣)는 의(義)와 도(道)를 짝하여야만 이루어지는 것이니, 이 기(氣)가 쭈그러들게 되면 사람은 빈껍데기만 남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즉 천지뿐만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도 호연지기가 있는데, 그 기(氣)를 기르지 못하면(잘못 살면), 사람은 허수아비 같은 인생으로 끝나고 만다는 말씀으로 경고한 것입니다. 그래서 맹자는 이것을 기르고자 노력하는 데에, 자신의 장점이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다시 맹자는, “송(宋)나라의 어떤 사람이 있었다. 파종한 씨앗의 싹이 잘 자라지 않자, 새벽 일찍 들에 나가 그 싹을 모두 뽑아 올리고 지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와서는, ‘오늘 정말 피곤하구나! 내 지금 논에 싹들을 모두 뽑아 올려 주고 왔노라.’라고 말했다. 집사람들이 놀라 뛰어가 보니 싹들은 이미 모두 말라 죽어 있었다. 호연지기도 이렇게 욕심으로 조장(助長: 싹이 빨리 자라도록 억지로 뽑아 주는 것.)하면 안 된다. 오늘 날 천하의 사람들도 성공에 급급하여 조장(助長)하지 않는 자가 드물구나. 호연지기란 오직 집의소생(集義所生: 순간순간의 떳떳한 행동들이 쌓여서 생겨나는 것.)하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맹자는 호연지기를, 일상생활 속에서 의(義)로운 행동들이 나날이 쌓여서 얻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은 곧 농사꾼이 씨앗을 땅에 심었다면, 늘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고, 욕심을 부리지 않고, 밤낮으로 부지런히 가꾸다보면, 어느 날 풍성한 열매가 맺히게 된다는 말과 같습니다.
맹자 말씀의 핵심은 바로, 호연지기(浩然之氣)란 의(義)와 도(道)를 짝해야만 기를 수 있고, 억지로 조장(助長)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맹자는 또, “의(義)란, 곧 의(宜: 마땅함. 떳떳함.)이다.”라고 말씀하셨으니, 의(義)로운 행동이란 누가 보아도 당당하고 떳떳한 모습이란 뜻입니다. 도(道)란 곧 길입니다. 길은 시간과 더불어 걸어가면서 이루는 발걸음입니다. 나날이 만들어 가는 자신의 이러한 행동들을 조장하지 않으면 바로 호연지기를 향한 길이 됩니다.
이렇게 볼 때, 맹자가 말씀하는 호연지기에는 두 가지 뜻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호연지기란 본래 천지(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차 있는 것이고, 다음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람들의 생명 속에 내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각자 자신의 생명 속에 있는 이 호연지기를 확장시키게 되면, 천지(天地) 속의 호연지기와 하나로 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곧 자연과 사람이 한 몸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산과 바다, 자연 속으로 여행을 떠나서,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들과 한 마음으로 교감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이럴 때 사람들은 호연지기를 기른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호연지기란 또, 집중과 지속으로 기른다는 말과 같습니다. 집중이 되어야만 의(義)를 실천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고, 지속이 되어야만 길게 이어지는 길(道)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중은 마음이 맑고 순수하여 산만하지 않아야만 할 수 있고, 지속은 이러한 집중의 상태를 유지해야만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집중과 지속의 삶은 후회를 적게 하게 됩니다. 후회가 적으면 마음의 평온을 얻게 되어, 사소한 일상의 일들에 대해서도 늘 감사와 고마움을 느끼며 살 수 있습니다.
거리에 나서니 뜨거운 여름 햇살 속에서 가을을 부르는 푸른 나뭇잎의 손짓이 한결 시원해 보입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가을을 향해 날아가는 흰 구름의 몸짓이 자유로워 보입니다. 사소한 만남들이 모두 축복 속에서 흐르고 있는 듯합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로 눈앞의 대상들과 교감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마음의 평온을 얻게 됩니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의 일들에 대해서도 늘 감사와 고마움을 느낄 수 있게 되면, 누구나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바로 지금 여기에서, 곧바로 자신만의 호연지기를 기르는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2019. 7. 31.) 삼각산 아래 觀風齋에서
현재(2019년)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강사.
· (사) 유도회(儒道會) 연수원 교수(1982년 개원).
· (사) 동인(同人)문화원 교수(1992년 개원).
· 풍류(風流)사랑 인문학 연구원 원장.
· 풍류(風流)사랑 TV. 유튜브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