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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Reefer선(냉동운반선)과 전연 다른 일반 Cargo vessel(화물선), 그것도 多目的船으로 Gross Tonnage(총톤수)도 Reefer선의 거의 두 배가 되는 16,000톤급 (Dead weight 30,000톤) 선박으로 다시 시작하게 된다. 원래는 내 전공분야가 아니나 전임자인 공장영 선장이 허리부상으로 갑자기 하선함에 따라 급히 미국의 Los Angeles로 가게 된 것이다. Owner는 Hong Kong 회사인 Fortuna Navigation이다. 용선자는 일본의 Kawasaki(川崎)Line으로 세계적으로도 이름있는 海運社였다. 전혀 새로운 분야로 꽤나 공부와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나 혼자서 나선 길이었다.
참, 이때는 내 일생에 가장 몸이 쇠약해진 상태였다고 기억된다. 원인을 알 수 없이 계속된 설사 증세 때문이었다. 그것도 딱 하루 한번. 백병원에서는 그것은 설사로 보지 않는다고 하면서 약을 한 뭉치 주었다. 지금도 병명은 모른다. 체중이 58kg 정도였었지? 아마. 얼굴은 그야말로 반쪽이었다. 어째서 그대로 지냈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분명치 않다. 우선은 당시의 Memo 그대로 옮겨두자.
1984. Jul. 14(토) :
11:27 Arrived at LAX airport but can't met local Agent, and waited 2 hours more. 16:00 arrived Holyday Hotel by bus and contacted with Mr. Gabriel Agent by phone.
(11 : 27 로스엔젤스의 LAX 공항에 도착했으나 현지 대리인을 만나지 못하고 2시간 넘게 기다렸다. 16:00 시내 버스를 타고 Holyday 호텔에 투숙, 전화로 에이전트 Mr. 가브리엘과 연결되었다.)
Jul 15(일) :
09:15 Left Hotel for berth by Taxi that arranged by local Agent.
(대리점이 수배한 택시로 호텔을 떠나 부두로 향하다.)
10:00 Arrived at Vessel that was berthed Long Beach harbour.
(롱비치항에 접안 중인 본선에 도착하다._
11:30 Left ex-master Mr. Kong for hospitalization.
(전임 孔 선장이 입원하기 위해 하선하다.)
16:45 Finished Bunkering at this port.
(이 항구에서 급유를 마치다.)
18:15 Sailed Long Beach for Pusan, and sent letter to Diaship via Agent. That's about for 3/E and provision at Pusan)
(부산을 향해 출항하면서 대리점을 통해 대아에 보내는 우편물을 보내다.) 3등항해사 건과 부산에서 부식청구에 대한 건이다.)
Jul. 16(월) :
Stopped Main Eng, two times. It was very difficult to think future.
(주기관을 두 번 멈추다. 앞날을 생각하면 아주 어려웠다)
Jul. 17~19 :
Encountered very bad sea and had heavily rolling in this days.
(荒天을 만나 심한 로링을 겪다)
Jul. 23(월) :
06:30 Receipt cable from K-Line, Japan that said to change destination for Kobe, Japan instead of Pusan, Korea. Bullshit!
(운항자인 K-Line으로부터 목적항이 부산에서 일본의 고베로 바꾸라는 전보를 받다. 빌어먹을!)
Jul. 24 :
It was confirmed to cancel calling Pusan by cable from K-Line. First of all, wife will be very disappointed and angry but I can't help it in this situation.
(K-Line으로부터 부산입항이 취소됨을 확인하다. 무엇보다 아내가 실망하고 화낼 것 같다만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
Jul. 26(목) :
03:30 Passed Data Line wast bound at Lat 43.7 and ommited this day.
Continued dense foggy day on the sea. (날자변경선을 서항으로 지남으로 하루를 당긴다. 해상이 짙은 안개 연이어 덮힌다,)
Jul. 31 :
지난 2일간 진심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냈다. Typoon 8406호의 급작스런 북상이동이 곧 본선의 진로와 마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본선의 Speed가 너무 늦고 기동력이 없다. 사실 선박의 용도상 그리 늦은 것은 아니나 이제까지 승무했던 Reefer선들의 빠른 Speed가 몸에 배인 탓이리라. 결국 deviation(정식항로 이탈)해서 하루를 보냈고 그 때문에 ETA가 5시간 늦어지긴 했지만 안전한 운항을 위해선 마음이 한결 편하고 감사하는 심정이다. 태풍은 더 이상 강해지지 않고 북동쪽으로 올라갔다.
POB(船上 지급금)와 수당. 그리고 귀국자들의 Bonus등을 지급했다. Owner측의 approval이 없어도 되는지 궁금하다만 Confirm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내일쯤 한번 전원을 모아서 주의를 해야겠다. 귀국 기분에 너무 정신상태가 해이해져 있는 느낌이다.
짜증스럽다. 원인도 모른 채 한 달을 두고 계속하는 설사증세. 콧구멍도 헐었고 오른쪽 귀도 재발하는 듯하고, 무좀도 생긴데다 눈마저 침침하다. 콧속에서 신물이 가끔씩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얼굴에 부스럼이 돋는 것은 또 무슨 까닭인가? 뭣이 모자라서 인가, 아니면 벌써 다 됐단 말인가. 그도 저도 아니면 마음(정신) 탓인가? 매일 아침 적당히 운동하고 열심히 하려고 애쓰지 않는가 말이다. 한꺼번에 시련이 무더기로 닥치는 느낌이다. 결코 져서는 안 된다. 누구보다도 먼저 자신에게 이겨야 한다. 결국은 내 자신이지 않은가? 이제 보름이 지난다.
Aug. 2(목) :
3등기관사와 통신장의 소란이 있었다. 3등기관사에게는 징계로 상육금지 5일을 내리기로 했다. 하나의 轉機가 될는지 모르겠다만 앞으로 그에 대한 보다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Aug. 3(금) ;
10여년 만에 Kobe 입항이다. 화려한 三宮(산노미야)의 거리. 느긋한 시민들의 모습. 짜증스런 얼굴의 부스럼이 더욱 심해져간다.
Aug. 4 :
(주) Anglo Marine을 방문, 서경인 사장님을 만나다. 지금의 선박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지만 찾아뵙는 것이 당연한 내 도리다.
Aug. 5(일) :
Mr. Saito에게 전화로 문의 ‘元町フアマシ(모도마치 약국)’에서 Mical 6병을 사다. 書道용 책도 몇 권을 구했다.
Aug. 6 :
Mr. Saito(齊藤)와 점심을 나누다.
Aug. 7 :
21:00 Kobe를 출항. 두 번 전화했으나 한번 Contact됐다. 출항 직전 다시 Mical 6병을 급히 쌌고 4병은 오전에 우편으로 보냈다. 잘 전해 질런지?
C/O 병원수배. 십이지궤양이란다. 매일 아침 40여분간의 조깅이 괜찮았다만 계속 심해지는 얼굴의 부스럼이 귀찮기에 앞서 남 보기에 민망스럽다.
Aug. 9(목) :
07:10 요코하마 本目(혼모쿠) 8번에 접안. 병원가다. 얼굴의 상처가 Allerege증세란다. 오랜 설사 때문으로 추측된다. 다른 큰 원인이 아니어야 할텐데. 작업비 등 제반 수당을 지급하다. 入渠하여 검사받을 Dry dock가 下關의 MHI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부산에서 할거라고 하더니! 빌어먹을 놈들! 역시 이것도 내 재순가 보다.
Aug. 10 ;
집에 전화. Wife의 실망이 가슴에 와 닿는다.
Aug. 12(일) :
05:00 Kashima 도착. 남쪽 공용부두에 접안. 정말 오랜만에 색깔이 좋고 굳은 대변을 보았다. 얼굴의 상처는 거의 아물어 간다만 이마와 팔에도 흔적이 남았다. 하마터면 전신에 번질뻔 했다. 알레르기 약을 일단 중단해보다. 연일 별 보람없이 보낸다. 이래서는 안 된다. 본선의 성질상 Reefer와 달라 입항 중에는 늘 이럴텐데-. ‘Sanwa Fontain’호에서 3/O로 승선 중인 文在珍, 장일병 2/E 그리고 OLB-2 김철표군을 만나다. 잊지 않고 찾아준 것이 고맙다. 모두 옛날의 부하 동료들이다. 단 한 번의 변비로 하혈증세가 있더니 뒤가 따갑다. 다시 뜨끈한 물에 담근다. 아마도 체중이 많이 줄었을 거다. 자꾸 눈이 들어가고 기운이 없어진다.
Aug 15(수) :
09:50 일본 本州 동북지방에 있는 八戶(하치노에)에 입항하다. 일본산 철제품을 선적하기 위해서다. 아마도 남미쪽으로 수출하는 것들이다. 얼굴과 팔의 알레르기 흔적이 없어지지 않아 다시 약을 먹기로 한다. 휴일. 부둣가의 산책길이 좋다.
Aug. 18 :
시내에 나가다. 시골맛이 난다. 도회지와 大同小異하다. 어디가나 여유 있어 보이는 것이 부럽다. 한잔 ‘輕るく(간단히)’ 하고 싶으나 아직은 그럴 수 없는 신체적 조건이 원망스럽다. 많이 걸을 수 있어 좋다.
Aug. 19(일) :
整腸劑를 멈추다. 계속 괜찮으려는지 두고 볼 일이다. 건위산과 Mical만 먹기로 하다. 알레르기약도 중지. 여전히 상처가 남아 있어 지워지질 않는다. 그리 덥지 않아 아침저녁 계속 산책을 빠트리지 않는다. 시간이 아까운 요즘이다.
Aug. 22 :
지난 20일 일본 서쪽(西表 니시오모데)에 있는 도야마(富山)에 입항했다. 집에 전화. 21일 오후 태풍 10호 영향 때문에 출항이 연기되어 오늘 오후 2시에 출항하다. 다시 얼굴에 부스럼이 나기 시작한다. 코안이 곪고 눈가에도 부럽튼다. 왼쪽 귀가 부어서 그런지 콱 막힌다. 아무런 의욕이 없다. 어디가 원인일까?
Aug. 23 :
能島半島(노도한토)를 지나면서부터 강풍과 태풍 이후까지 남은 굵은うねり(너울)에 시달리다. 역시 종일을 서성이다 말았다. 귀, 눈, 코가 말이 아니다. 정말이지 미칠 지경이다. 이틀째 변을 보지 못했고 알레르기 약을 다시 먹는다. 인삼은 중지하고 -.
Aug. 24(금) :
09:10 시모노세키의 六連(무쯔레) 외항 Q-Station(검역지)에 닻을 던졌다. 14:30시 도선사 승선. MHI 임시 부두에 접안했다. docking은 27일부터 예정이란다. 만기선원 교대도 27일 이랬다. 하필이면 바쁜 그날이람. 제기랄이다.
Aug. 25 :
왼쪽 귀가 말썽이다. 속보다 겉이 몹시 붓고 진물이 난다. 짜증스럽다. Hong Kong에서 온 Mr. Tse와 Cheung 만나고 Docking에 대한 공사내용을 일일이 점검하고 확정하다. 기관부의 작업 수당을 협의, 결정하고 지급하다.
Aug. 27(월) :
오전 중 교대 실시하다. 후련하다. 마음이 들뜬 사람들을 오래 잡아두는 것은 피차 해롭다. Docking이 내일로 연기 되었음은 다행한 일. 약, 편지, 책 등을 받다. 무엇보다 좋은 위안이고 기쁨이다. 아직 본격적인 일이 시작되지는 않고 있다만 기관부는 이미 진행중이다.
Aug. 28 :
오후 5시 入渠完了. 집에 전화하다. 연 이틀 동안 耳痛으로 잠을 설쳤다.
Aug. 29 :
병원가다. 겉이 부어서 속을 볼 수가 없단다. 우선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내일 다시 오랜다. 갑판상의 제반공사가 일제히 시작된다. Mical을 다시 우송하다.
Sep. 2(일) :
9월이다. 5일간 많은 작업들을 했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 Repair도 마쳤다. 앞으로 1년간은 큰 탈 없이 잘 움직일 것이다. 역시 끝까지 No. 1 Tween Deck의 Running Roller와 각 Hatch Cover가 말썽이다. 11시 Un-Docking(下渠)하다. 그러나 Main Eng. No.6 F.O pump의 push rod 때문에 외항에 닻을 내린 체 3명의 수리 인부를 태우고 작업을 계속. 밤 9시 40분에 정식 출항했다. 용선자의 요청에 따라 Low speed nozzle을 사용하며 저속으로 항진한다. 계속 귀. 코와 얼굴의 부스럼이 기승을 부린다. 찜찜한 기분. 식전에 집에 전화했다. 한국 전역이 여름철 물난리를 겪고 있다. 설상가상이고 엎친 데 덮친격이다. 나라도 재수가 없나보다. 역시 재난에 약한 것은 선진국이 멀었단 뜻?
有備가 없지 않은가. Mr. Tse 영감님이 보기보다 짜다. 그렇게 함께 다니며 수고했는데 밥 한끼 같이 하잔 소리 없이 갔다. 그러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영어도 늘었다. 위안으로 삼자. 꼭 한 달간의 일본 정박. 하지만 병치레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Anglo의 Mr, Saito에게 편지를 띄우다.
Sep. 4(화) 1984
다소 해상이 조용해진다. 오후에 바퀴벌레 소탕작전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배에 승선시부터 너무 많은 바퀴벌레 때문에 정말 소름끼쳤다. Mr. Tse에게 현장을 확인시키고 자체 소독을 할 수 있도록 Sign을 받아 약방에서 청산가리 성분의 熏蒸用으로 ‘アースレット(아스렛트)’란 이름의 약을 쌌던 것이다. 하루 동안의 교육을 거쳐 Bridge를 제외한 전부를 밀폐하고 투약하다. 용기에 물을 약간 부어 방 한가운데 놓고 약통을 물속에 넣고 즉시 나와서 문을 밀폐하고 밖으로 나와 바람을 앞으로 맞으며 2-3시간 기다리는 것이다. 3시간 후에 문을 열고 보니 스스로도 놀랄 만큼 많은 엄청난 바퀴벌레가 죽었다. 사진을 찍어 두었다. 독하기는 독하다. 환기 이후에도 머리가 아프다. 연기 타입이라 구석구석 침투한 모양이다. 대 성공이다. 한 번 더 투여할 여분을 마련했으니 기회를 보자.
저녁부터 한약을 다리기 시작하다. 건강을 위한 一念으로 -. 귀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견딘다. 속에는 큰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염려스럽긴 마찬가지다. C/E, wife 초청이 가능하면 2년 連乘을 희망하는 모양. Owner에게 요청해 볼 일이다.
Sep 8(토) :
어제 7일 Hong Kong 외항 도착하여 대기하다 09:00 내항으로 들어오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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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현 : 이해에 당신이 너무 고생해서 걱정했지만, 걱정만 하고, 안타까울 뿐이지 ..
어쨌던 자기 몸이니 타인이 말할 수 없고 , 설사 의사라 하더라도 학습한 대로 , 처방대로 움직일뿐...
의사의 처방이 있더라도 자기 몸에 맞추어 약 복용일 경우 분량, 횟수, 자기 스스로 가늠할 뿐 ..
석암
요즘 나를 보면서 얼마나 약한 여편네랑 살고 있는지 답답할 것 으로 미루어 짐작하오.................
그렇지만 나름 잘해보고 , 고통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어요,
첫째 내가 괴로우니까.그리고 내마음 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답답히기는 본인이 제일 먼저 느끼는 것을 의지가 약하고 " 덜 답답 거나 , 덜 아파봐서 그렇다고 말해도 할말은 없음.
참 고생도 너무 한다.
혹시 일광욕을 심하게 한해가 아니오?
지금 상태는 나이 감안하면 그만큼 안 아픈 사람 없어요. 너무 걱정말고 더 나아지길 바라지 마시고 더 나빠지지 않도록 지금처럼 계속 노력하면 됩니다. 이만큼이라도 견뎌 주는 것이 감사하고 고맙기 그지 없오. 일광욕 심하게 한 해는 독일 함브르그에서 입원한 그해요. 감사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