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 Eastern Summit_1

[늑점이]

M/V Eastern Summit! 작년도의 Eastern Splendor와 꼭 같은 Size에 같은 구조, 姊妹船인데다 같은 Owner의 것이다. 아마도 작년의 HK Owner측 Mr. Tse 영감님이 그래도 나를 괜찮게 평가를 한 모양이다. 1986년 1월 21일 부산에서 釜關페리로 출발함으로 시작된다.

Telex No. : 1331670 HIWA. Call sign : H9WA이다.

1986. Jan. 21(화) :

 오후 5시 출발하는 釜關페리로 부산을 떴다. 3명이다. Wife 대신 얘들 셋이 따라 나선다. 이젠 그들의 무게도 점점 늘어간다. 종이 뭉치와 Keyboard까지 뭉쳐 들었다.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나 자신도 모르겠다. 그냥 가져가 본다. Keyboard는 작년에 세관에 유치되었다가 입찰을 보아 정식으로 구입한 것이다. 횟수를 늘여 감에 따라 마치 牛市場에 끌려가는 소 마냥 표정도 느낌도 자꾸만 감추어야 한다. 언제 끝이 나려나.

Jan. 22 :

 으시시하고 춥다. 八幡(야하다)제철, 과연 세계 제1의 제철소다. 물어물어 찾는다. 작년의 Eastern splendor와 같은 구조의 자매선이라 특별히 연구하고 살필 필요는 없어 수월하다만 역시 정리되지 못한 일들이 많다. 다시 모든 것을 내 영역,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Jan. 23 :

HK Fortuna의 Mr.Tung과 두 번 전화. Hold Cleaning 때문이다. 적당히 알아서 할 일인 것 같다. 총원을 상대로 인사 겸 급료 재조정 등에 대한 하기 힘든 얘기를 해야만 했다. 듣기만 해도 맥빠지는 소리로 시작하고 끝을 냈다. 앞으로 갈수록 해외 선원 수출 상황이 어려워져 간다는 여건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짐을 구석구석 챙겨 넣고 참기름, 캄푸리, 토코페롤 등도 찾기 쉬운 곳에 둔다. 부지런히 먹을 것은 챙겨야지. 여전히 그곳엔 고약이 붙었다. 지미씨불럴이다. 하필이면 그래서 주눅이 들고 말도 못하게 만들게 뭐람. 속으로 얼마나 욕을 했을까? 기회 있으면 홀랑 까벌릴 것이다. 원인 모르게 피부염이 龜頭부분에 생긴 것이다.

Jan. 25 :

 福山(후쿠야마). P & I Survey에 의한 Hatch Cover가 여전히 문제가 된다. 작년의 E/Splendor와 같은 문제점이다. 아마도 건조 후 오랫동안 갈지 않아서 누수가 되는 모양이다. Air hose를 끼우고 Rubber Packing을 짤라 Cleat에 넣고 새것으로 갈기도 해서 적당히 떼워 넘기기로 한다. Bunkering 관계가 또 신경을 긁는다. 이 계절에 태평양을 건너가는데 꼭 맞추어서 청구하고 가라니 -.

Jan. 26 :

 오늘 현이가 입원 수술키로 했지? 잘 될 거야. 그래야만 내 속이 견딘다. 허구한 날 두고 꼭 내가 떠난 뒤에 하게 되다니-. 한약을 시작하다. 그리고 그 놈의 Routine, 영어 회화도 책을 펴고, 먼저 海事英語부터 한번 훑고 시작하기로 하다. 그것이 내 생활이고 業인 이상 그렇게 하면 된다. 지금까지 그래온 터에 일이 수월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으니까. 모든 내 번민을 앗아가는 殺煩濟로서도 특효처방이라 보자. 아마도 오늘 밤은 병원에서 보낼 것이다.

Jan. 27(월) 1986 :

 冲待(おきまち: 港外대기)하다. 加古川(카코가와) 외항. 종일 신경이 간다. 정현이의 하얀 얼굴과 긴장된 표정이 눈에 서린다. 얼굴의 상처도 지워줘야 하는데-.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그 예쁜 얼굴에 -. 아무래도 너의 부모들 잘못을 네가 뒤집어 쓴 것이리라. 심호흡을 한다. 아침저녁으로 계속해보자. 점심시간의 엄수. 의무실의 이전. Sanitary 통풍 관계, 통로문 수리, Steering Gear Check 등 자질구레하면서도 요긴한 것들을 방치해 둔 게 많다. 담당자들을 명확하게 해주고 정리, 수리토록 했다. 보다 적극적인 책임 수행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그것을 곧 자신을 위한 일임을 스스로들 인식해야 한다. 모두가-.

Jan. 29 :

 아버님의 생신이다. 금년이 72회 이신가? 불효막심한 놈이다. 그것도 모르다니 그렇게 원하신다는 연회를 10여만원으로 마련해드린 것이 아무래도 잘했다. 얼마나 더 사실건데-. 한 해가 갈수록 연만하심이 두드러져 간다. 그래도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것이 당신도, 자식들도 함께 바라는 바입니다. 대구 장인어른이 안쓰럽다. 빌어먹을 놈들의 처남새끼들! 제놈들은 안 늙을 줄 아는가? 같은 시대를 살아오신 두 분이지만 너무나 판이한 성격과 처지이다. 그 놈의 새끼들이 있어도 내가 좀 더 힘이 되드려야 한다. 고약을 뗀다. 몇일만인가? 스스로 내려다 봐도 한심스럽다. 아이고 이 물건아!

Jan. 31 :

 이 달이 간다. 남은 방학이 더욱 춥고 쓸쓸하겠다. 사방 방열제를 붙이긴 마찬가지였느니-. 그 놈의 물건이 그저께 고약을 뗐는데 느닷없이 고갤 들고 지랄이다. 하기사 그것도 얼마만인가? 그래도 정작 짝이 없고 반겨줄 사람이 없잖아-.

Feb/1 :

 茸이든 약을 달이기 시작하다.

 집에 전화하다. 현이의 무사한 수술이 무엇보다 후련했고 영감님 생신연도 성황리(?)에 끝난 모양. 수고가 많았으리라. 숙면이 되지 않는다. 부질없는 잡념이 설친다. 아무런 일이 없는데-. 매일 3000보 이상을 걷는다. 결국은 10000보까지 올려야지.

Feb/4 :

 간밤의 꿈자리가 사나왔다. 숙면이 안 된 탓이리라. 종일을 조심과 우울 속에 보낸다.

Feb/6 :

 여전히 불면의 증세. 그 원인을 모르겠다. 종일 머리가 팅하고 멍하다. 글씨도 안되고 먹물조차 흘린 날이다. 정만 짜증스런 Rotten day이다.

Feb/8 :

 Osaka 입항. 재수 없게 Dolphin에 계류했다. SRC(인명구조)를 위한 ABS survey를 받다. 약탕기의 전열기가 고장이라 버리고 전기곤로를 사서 대치했다.

Feb/9 :

 집에 다시 전화. 그 목소리 한마디가 그렇게 약이 될 수가 없다. 묻고 물어 찾아간 KDD(일본전신전화국). 보람을 느낀다. 오늘이 구정이던가. C/O와 함께 니혼바시(日本橋)의 전기제품상가, 도돈보리(道頓堀)를 오랜만에 걸었다. 휘황찬란한 네온과 환락이 흐른다. 허름한 호로몬야키 집에서 턱뼈가 아프도록 씹었다. 좆같이 맛대가리도 없는 집이다. 전기곤로용 니크롬선을 예비로 5개나 샀다.

Feb/14(금) 1986 :

 요코하마 도착. 마지막 적하항이다. 완전히 Full Loading이다. 그것도 전부 Steel Products(철제품)다. 태평양을 그것도 Slow Speed로 건너 뛰어야 할 일이 아득하다. 녹용든 약을 마친다. 그 녀석이 자주 심술을 부리는 것이 유일한 효과인가? 계속 잠이 말썽. 앉으면 졸고 누우면 잠이 달아난다. 동경 秋葉原(아키하바라)에서 淸我堂製 붓을 두 개나 샀다. 얼마나 할 것인가?

Feb/16 :

 다시 전화하다. 남은 동전으로 Pay Phone Box에서 -. 심한 강풍이 춥다. 바람이나 멎었으면-. 3시간을 걷다. 아무래도 채울 수 없는 텅 빈 마음에 더욱 찬바람이 밀려든다. 내일 출항이 되려나?

Feb/19 :

 09:00 출항. 해면에 얕게 깔린 짙은 안개 그리고 찔끔거리는 비. 느닷없이 닥친 한때의 돌개바람 모두가 심란하게 한다. 육중한 선체가 움직이는 것도 신기하다. 이처럼 Full Loading 하기는 처음이다. 과연 무사히 건너 뛸 것인가. 자신을 갖자. 모든 것을 내 스스로의 Doing Best에 맡기고-.

Feb/22(토) 1986 :

 지난 3일간 번민과 곤혹과 시달림의 시간. 곧 악몽의 연속이었다. 난생 처음 두려움을 겪었다고도 할 수 있다. 어떻게 해서 그 황파 속을 헤쳐 왔는지 기억이 없다. 그저 시간에 맞기고 자연의 순응할 따름이었다. 내가 무슨 놈의 신통한 술법이 있으랴. 오늘 겨우 제 길을 잡고 그나마 뒷바람을 타기는 하지만 여전히 20여도씩 좌우로 흔들림에 시달린다. 이제 만성이 된 듯도 하다만 겁도 나고 싫다. 모든 것이 중단되었었다. 온 책상 위에 붙어 있지 않은 것은 모두 싹쓸이 넘어졌고 딩굴었다. 시간이 언제 어떻게 흘렀고 언제 먹고 언제 잤는지-. 그러면서도 김홍신의 소설 ‘인간시장’을 5권째나 더듬는다. 용하다. 그래도 먹을 것은 먹었고 살 것은 쌌다. 미친듯한 해상이 자연현상이라면 그것도 인체에 대한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생각처럼 그 무거운 기계가 흔들림 속에서도 움직여 준 것도 오히려 이상스럽다. 3만여톤의 쇳덩이가 물에 떠서 견딘 것도 신기하다.

 오늘 다시 점방문을 연다. 신장개업하는 기분이다. 물잔 받이도 만들고 연필꽂이도 다시 붙이고 의자도 붙들어 맨다. 역시 인간의 간사한 마음은 그 사이에도 면역을 살아 일으키고 시간과 함께 괴롭던 순간들을 망각의 저쪽으로 옮겨주고 있다. 아무래도 L.A까지는 불가능하겠다고 단정할 만큼 그 불안과 초조가 차츰 얇은 색을 띄고 허물어져 감과 동시에 새로운 색깔의 희망과 가능성이 고갤든다. 그러나 아직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하루만 Delay가 생겨도 Bunker가 바닥이 날 만큼 절박한 사정을 않은 체 15일이나 남았다. 그렇군 이제 겨우 4일째였었군. 다시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잡자. 정말 깊은 한숨이 나온다. 아이구!

Feb/23(일) :

 No.2 Hold 속의 Heavy Cargo 사이에서 나는 굉음의 원인을 찾고 응급조치했다. Coil 한 개의 Lassing(고박)이 풀려 제멋데로 놀았다. 다시 뒤따라 오는 저기압이 전신경이 곤두선다. 뭣에 놀란 놈이 솟뚜껑에 놀라듯이-. L.A가 너무 멀다. Rolling 때문에 중단했던 한약을 재개한다.

Feb/25 :

 180도 선을 통과한다. 태평양 한 복판이다. 아직도 남은 10여일. 아득하다.

Feb/27 :

 다시 강풍 그러나 뒷바람이다. 갑판 위의 Shipping Sea(갑판 위를 넘어오는 해수)는 여전하고 횡요도 매 한가지다 아무래도 Hold 속의 해수 누수가 염려스럽다. Owner에게 P&I survey를 의뢰하고 Report를 만들어야 겠다. 효진이네 한약을 오늘 마친다.

Mar/3(월) 1986 :

 3월 좋은 시절이 시작된다. 그런데도 여전히 불면의 증세가 계속한다. 마치 신경쇠약 같기도 한다. 특히 잠든 뒤에도 잡다하고 엉뚱한 개꿈들의 연속이 고통스럽고 그야말로 非夢似夢간이다. 오른 발등의 습진(?)이 기어코 말썽을 부리며 커진다. 피부가 마치 벌레가 배추 잎을 먹듯 골을 지으며 파내려 간다.

Mar/5 :

 苦盡甘來란 이를 두고 하는 것일거다. 출항이후 처음 맞는 Calm Sea. 이제 거의 다온 느낌이다. 저녁 시간을 마작으로 소일해보기로 하다. 그놈의 밤이 두렵기만 하다. 남일당의 한약을 시작한다.

Mar/8 :

 L.A 입항. 한 숨 푹 자는 것이 가장 큰 바램이었는데 느닷없이 Panama Anual Inspecter가 닥쳤다. 재수 옴 붙은 날이다. 4일쯤 올 것을 보고 미리 준비를 시켜둔 것이 천만다행한 일이긴 하지만 신경질이 절로 난다. 낡고 없는 Publication들이야 내 탓이 아니니 별수 없지만 Recommand 만 잔뜩 남긴 체 갔다. 그 귀중한 짧은 시간을 그냥 도둑맞은 기분이다. 좆 같은 새끼!

Mar/9 :

 발등의 습진 같은 것을 햇볕에 말려보기로 했다. 상처가 커져 보기에도 징그럽다. 생전 처음으로 보는 피부병이다. 비 온 땅에 지렁이 지나가듯 골이 몇 갈래로 패인다.

Mar/10 :

 Bond(면세 접대품) 취급을 C/S에서 GB로 바꾸다. 좀 모자라는 듯 한 이 군이 잘 해낼는지?

Mar/11 :

 처음으로 Boat Dill을 하다. 너무 안 했던 모양이다. 긴장을 하도록 다소간 조아야 한다. 조직력을 위해서는 Drill이 반드시 필요하다. 6000보까지 올렸다. 할 일이 뭐 있나 몸이나 좋아져 간다면 쉬지 말고 해야지.(계속)

[지현]

정현이의 하얀 얼굴과 긴장된 표정이 눈에 서린다. 얼굴의 상처도 지워줘야 하는데-.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그 예쁜 얼굴에 -. 아무래도 너의 부모들 잘못을 네가 뒤집어 쓴 것이리라. 심호흡을 한다.
아버님의 생신. 금년이 72회 이신가? . 그것도 모르다니 그렇게 원하신다는 연회를 10여만원으로 마련해드린 것이 아무래도 잘했다.
그 마음 고맙고 아버님이 걱정 하신 것은 당신의 생일이 아니라 서모님에 대한 자식들에게 미안함이였을 겁니다.
금반지로 한껏 기뻐하셨오 .아벼님께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감사로 표시, 어찌 그 생각을 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