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흑산도 여행기 2005.6.18~20
사삼클럽에서 태동시킨 여행동호회의 첫 나들이로 홍도 흑산도를 다녀왔다.원래 섬여행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참가인원이 적을까봐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충분한 기간을 두고 홍보를 한 탓인지 35명(부부14쌍,남싱글5,여싱글2)이란 많은 인원이 참가를 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다. 6월18일(토) 아침 6시30분에 교대역 입구에서 정시에 출발한 버스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분당수지 친구들을 태우고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목포까지 직행했다. 당초 행담도 휴게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으나 허진호 동문이 준비한 맛있는 김밥을 배급받아 버스 안에서 식사를 마쳤다.
행담도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후 다시 남쪽으로 남쪽으로 향해 달렸다.벌써 재작년과 작년 십수차례 그리고 올해에도 사삼클럽 행사로 두번이나 같이 다녔기에 너무나 친숙한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만사를 제치고 여행에 참가하는 것이다. 도중에 두번 더 휴식시간을 갖고 목포항에 도착하니 11시45분.먼저 예약된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1시20분발 쾌속정을 타기로 되어 있었다. 다도해의 보석 홍도 비경 환갑 진갑 다 지난 초로의 친구들이지만 어린애들이 수학여행을 가는 들뜬 기분으로 모두들 즐겁고 흥분된 분위기다. 여객선 탑승을 기다리며 벌써 마음은 홍도에 가 있다. 이미 클럽 게시판에서 홍도의 비경들을 사전에 많이 보았기에 기대는 더 큰 것 같다. 드디어 오후 1시20분발 쾌속선 남해퀸호에 탑승했다. 남해퀸호는 340톤급으로 349명이 정원이다.
1층에 255명,2층에 94자리가 있는데 우리 일행의 좌석은 1층의 창가로 배정되었다.쾌속정의 속도가 궁금하여 선장에게 물어보니 33놋트란다. 대략 시속 60km쯤 된다. 대단한 속력이다. 파도가 심하면 배멀미도 많이들 하는데 날씨가 좋고 파고도 1m미만으로 너무나 평온한 바다였다. 배 뒤로 힘차게 뿜어대는 하얀거품을 바라보며 멀리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 섬들이 점점 멀어져 간다. 하얀거품은 열심히 무지개를 그리며 우리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한시간을 달리니 비금도가 나타났다.
홍도까지는 115km가 되는데 모두 2시간 30분이 걸린다. 홍도에 도착하기 30분전에 흑산도가 먼저 나온다. 비금도와 흑산도에서 일부 손님들을 내려주고 또 새로운 손님을 태운다. 홍도에 도착하니 4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선창가 부두 가까이 해수욕장이 있고 횟집 등 식당들이 있었다. 저녁 회식을 할 횟집에 짐을 내려 놓고 우리가 묵게될 숙소쪽으로 인도 받았다. 홍도에는 일체 차가 없다. 대신 오토바이에 짐칸을 달아서 손님들의 짐들을 날라다 준다. 우리의 짐도 오토바이로 옮겨 준다고 한다.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저녁식사 전까지 3시간 가량 시간이 남았다. 먼저 이곳 홍도에서 자생하는 란(蘭)전시장을 찾았다. 섬에서 야생으로 자라고 있는 풍란을 비롯한 많은 난들이 온실 속에서 자라고 있었다. 풍란을 감상하고 몇몇 일행들은 뒷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동전화 통신대가 있는 곳까지 오르는 동안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가 몇개나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섬 바다 풍경에 감탄을 연발하면서-그리고 예쁘게 길섶에서 우리를 반기는 야생화에 손짓을 하면서 가벼운 산행을 하였다.
저녁 식사겸 회식은 부둣가 횟집에서 가졌다. 석양 낙조를 바라보며 정다운 친구들과 홍도의 첫밤을 맞았다. 자리를 뜨지 못하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일부 친구들과 부인네들은 해수욕장 안으로 들어가 산보를 하기도--. 횟집 앞 홍도 해수욕장은 모래가 한 알갱이도 없이 해변이 전부 빠돌로 형성되어 있었다. 빠돌이란 파도에 단련되어 둥글어진 돌을 말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이 해수욕장을 빠돌해수욕장이라고 부른다.
홍도는 우리나라에서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이 바다로 떨어지면서 섬 전체가 붉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만큼 홍도의 일몰은 놓칠 수 없는 장관이다. 부두 주변에 노천횟집들이 늘어서 있어 현장에서 잡은 활어로 횟감을 즐길 수 있었다. 몇명씩 무리를 지어 노천횟집에서 싱싱한 회,전복,멍게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니 술이 전혀 취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날밤에는 브라질과 청소년 축구전이 있는 관계로 밤이 깊어지자 모두들 숙소 TV앞으로 모였다. 안타깝게도 2:0 스코아로 졌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에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다.
둘째날은 아침을 일찍 먹고 등산부터 하기로 했다. 안개 때문에 유람선 관광이 아침 시간에는 어렵단다.일찍 아침을 먹고 7시반경 깃대봉 등산을 시작했다. 깃대봉 등산은 원래 금지되어 있었다. 야생 자연 란(蘭)을 비롯해 희귀식물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데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갈수는 없었다. 이곳 주민들도 눈감아 주는 모양이었다. 초입에 오르니 '입산금지'간판이 서 있어 조금은 마음의 부담이 되었다. 나는 옆 친구들에게 '입산금지'를 거꾸로 읽으면 '지금산입' 즉 지금 산에 들어가라는 뜻이라고 억지해석을 붙여 보았다.
나도 아내와 같이 출발하였으나 오르는 동안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이루면서 오르고 있었다. 희망자만 등산에 참가하라고 했지만 대부분이 등산에 참여했다. 오르는 길은 너무나 평탄하고 동백나무 숲길이 계속 이어졌다. 바닥은 낙엽이 융단처럼 깔려 있었다. 동백나무 군락지로 이처럼 많은 동백나무는 처음 본다. 선운사 뒷산의 동백나무라든지 강진을 비롯한 동백군락지를 많이 보았지만 산행을 하면서 동백숲길 터널을 이루고 있는 이곳 홍도의 깃대봉 등산로는 정말 대단하였다. 동백 잎은 마치 방금 올리브 기름을 발라 놓은 듯 반짝거렸다. 깃대봉 정상에는 표지판이 없었지만 가장 높은 정상에서 정상 기념사진을 찍었다. 높이야 얼마든 정상이라는데 희열을 느끼는 모양이다.
깃대봉은 홍도에서는 가장 높은봉우리로 368m라고 한다. 하산길은 훨씬 속도가 빠르다. 갖가지 야생화와 풍란들이 등산로 주변에서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하산하면서 바닷가 윗쪽 바위절벽 방향으로 등산노선을 연장하였다. 발전기 있는 방향까지 갔다가 돌아오니 모두 3시간 가량 걸렸다. 땀흘린 뒤 샤워는 날라갈 듯 기분이 좋다.
예정대로 11시 25분경에 점심식사를 하고 아름다운 섬 홍도의 절경 감상을 위해 12시50분발 유람선에 탑승했다. 일요일이라 손님이 많았다. 유람선 선장은 TV화면에서 본 사람이었는데,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KBS에서 다큐멘트리 형식으로 지난 6월 4~6일 연휴 동안 유람선 선장으로서의 모습과 그의 아내를 비롯한 가정의 일상을 방영한 바 있었다. 말솜씨가 좋고 반복되는 가이드 역할이 능수능란 했다. 선착장을 떠난 유람선은 홍도 주변을 돌면서 기암절벽과 바위들에 얽힌 전설, 그리고 기묘한 바위들의 이름을 소개했다. 눈과 귀가 바쁘다. 원래 여행은 눈,귀,발이 바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역시 가슴이 움직이는, 감동이 있는 여행이 가장 멋진 여행이다. 홍도의 대표적인 비경을 뽑은 10경이 유명하지만 홍도 33경으로 많이들 소개한다. 그러나 33경 뿐이랴? 50개도 넘는 아름다운 기암괴석이 유람선을 타고 일주를 하는 동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이 아름다운 바위들을 다 외우고 기억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그 순간 아름다움에 현혹되고 감동을 느끼면 그것으로 족하다.
홍도는 남북 길이가 6km인 작은 섬이다. 기암절경으로 이루어져 어느 바위나 섬 모두 아름다운 모습이다. 파도가 없는 날이면 바닷속의 신비한 모습도 훤히 보인다. 갖가지 물고기와 붉은 산호가 뒤덮여 홍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붉은 바닷빛을 띄운다. 때묻지 않은 자연의 신비 때문에 이 홍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170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래서 이곳의 바위,돌 하나, 식물 하나도 뭍으로 가져 나갈 수 없다. 홍도에는 아름드리 동백을 비롯하여 후박나무 등 600여종의 희귀식물이 자라고 있다. 특히 이곳 동백과 풍란은 유명하다,
홍도의 기암괴석은 붉은 띠를 두르고 있고 홍도 10경이 하나하나 모두 애틋한 전설이 담겨져 있다. 우리는 자연의 위대함과 순수함을 보면서 자연에게서 겸허한 마음의 자세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선장이 유람선을 타고 가면서 설명한 바위의 절경과 전설을 소개했다.
도승바위 : 고기잡이 나간 주인을 그리다가 죽은 개를 어느 도승이 바위로 만들었다는 전설을 가졌다. 남문 : 섬의 남쪽에 위치하여 관문역할을 한다. 홍도10경 중 1경으로 홍도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소개된다. 일출모습이 장관이고 풍어와 만선을 기원하는 '행운의 문'이라고도 한다. 바다,바위,구름,태양 등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가 어우러져 최고의 절경을 이룬다. 병풍바위 : 기대어 놓은 12폭의 병풍모습을 한 병풍바위는 배가 정박하기 좋은 안식처 역할을 한다. 탕건바위 : 선비들의 탕건을 닮았다. 물개바위 : 물개의 날렵한 형상을 하고 있다. 새들의 안식처이다. 칼바위 : 날카로운 칼모양을 하고 하늘까지 찌를 듯 높이 솟아 있다. 형제바위 : 뿌리는 하나이지만 몸은 둘로 나누어져 있는 우애의 상징인 바위이다. 거꾸로 자라는 나무 : 동굴 바위끝에 거꾸로 매달려 자라는 신비한 나무이다. ET바위 : 영화 ET의 주인공을 닮은 바위이다. 실금리동굴 :유배온 선비가 선경을 찾아 헤메다가 실금리 비경에 반해 가야금을 타면서 여생을 보냈다는 전설의 바위로 홍도 10경 중 2경이다. 아차바위 : 흔들바위라고도 한다. 벼랑끝에 붙어 오랜 세월 동안 서 있는 아차바위는 어느 힘센 도사가 나쁜사람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벼랑끝에다 올려 붙여 놓았다는 전설이 있다. 곰바위 : 북극곰이 빙산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포효하는 곰 형상과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지도바위 : 한반도의 북쪽, 북한지도를 그린듯한 모습이다. 개구리 바위 : 바위 정상을 향해 뛰려는 듯한 웅크린 개구리의 모습이 완연하다. 제비바위 : 봄에 제비가 가장 먼저 찾는다는 제비바위는 모습도 제비를 닮았다. 항해길의 방향잡이 역할을 한다. 원앙새바위 ; 사모관대와 쪽도리를 쓴 부부의 모습이고 부부바위라고도 한다. 돔바위 : 돔의 형상을 하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기둥바위 : 홍도 전체를 떠받치고 있고 홍도가 물위에 떠 있는 힘이라고 믿는다. 시루떡바위 : 시루떡을 엎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용왕이 사해 충신들을 불러 잔치를 했는데 시루떡이 굳어 바위가 되었다고-- 주전자바위 : 바다 한가운데 주전자가 하나 솟아있는 듯하다. 용왕이 술을 담았던 주전자가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원숭이바위 : 용왕의 잔치에 왔던 원숭이가 홍도의 비경에 취해 고향에 돌아가지 못 하고 고향을 그리워 하며 서 있는 모습이다. 키쓰바위 : 행복한 연인의 모습으로 사랑바위라고도 한다. 좌불상동굴 : 동굴내 좌불상이 모셔져 있다. 온화한 부처 모습이다. 거북바위 : 홍도의 수호신인 거북신이 용신을 맞이하고 악귀를 쫓는 역할을 한다고- 낙타바위 : 낙타의 혹처럼 튀어나온 낙타모습으로 사막을 동경하며 홍도 바다를 지키 고 있는 모습이 처연해 보인다. 보석바위 : 보석동굴내 보석처럼 반짝인다. 수정바위라고도 한다. 부부탑바위 : 10M 높이의 부부탑은 유배온 부부가 정성껏 쌓았으나 부인이 쌓던 탑이 무너져 하나는 완성치 못했다. 콜라병동굴 : 바위 틈새가 마치 콜라병처럼 생겼다. 동굴내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거 부하며 햇빛과 바람만 통과시킨다. 석화동굴 : 홍도 10경 중 3경으로 절경에 모든 사람이 감탄한다.석순이 아름답게 자라 고 있고 100년에 1cm가 자란다고 한다. 독립문바위 : 높이는 독립문과 같으나 폭은 훨씬 넓다. 북쪽에 위치하여 북문이라고 도 하고, 구멍바위로도 통한다. 탑섬 : 탑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듯한 섬이다. 홍도10경 중 4경이다. 군함바위 :바위 끝이 군함의 대포모양을 하고 있고 함포바위, 대포바위라고도 한다. 대풍리 : 사람의 발길이 처음 닿은 곳이다. 최초로 고씨라는 사람이 이곳에 삶의 터전 으로 자리잡은 곳인데 바람이 불어야 배를 띄울 수 있기 때문에 중국가는 배들이 바람을 기다린다는 의미로 대풍리라 한다. 종바위 : 파도 물결이 바위에 부딛쳐 종 우는 소리가 난다고 한다. 밀물과 썰물이 심하 고 풍랑이 심하여 조심해야 한다. 슬픈여바위 : 7남매를 거느린 어느 부부가 행복하게 살았는데 어느날 명절 새옷을 사러 뭍으로 나갔던 부부가 풍랑에 빠져 저세상으로 갔다. 이 광경을 보게된 일곱남매의 애닲은 사연이 얽힌 전설이 있다. 홍도 10경 중 6경이다. 공작새바위 : 정면으로 보면 오색의 날개짓을 하는 공작모습이다. 천마상바위라고도 하며 홍도10경 중 10경이다. 신의 바위 : 부두에서 보이는 이 '신의 바위'는 어부들의 무사귀환과 풍어를 비는 풍 어제를 지내는 바위이다. 악귀를 쫓는다는 장승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유람선 여행을 하는 동안 싱싱한 회타임이 있었다. 작은 고기잡이배가 유람선 가까이 오더니 회 한접시와 야채,양념을 25,000원에 팔고 있었다. 회는 배위에서 직접 뜨는 것이어서 선도가 뛰어나고 맛이 좋았다. 재미있는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신비의 섬 흑산도 2시간 30분의 유람선 관광을 마치고 짐을 챙긴 후 흑산도로 가는 쾌속정을 기다렸다. 오후 4시에 홍도를 출발하면 30분 걸려 흑산도에 도착한다. 안개가 끼어 풍광을 즐기기가 어려웠다. 갑판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통제했다. 그러나 흑산도가 가까워 지면서 안개가 걷히고 아름답게 늘어서 있는 주변 섬들이 보였다. 흑산도를 광고하는 돌 안내판이 배위에서도 보였다. 역시 흑산도는 큰 섬으로 마치 동해안 제법 큰 어촌 마을에 온 기분이다.
배에서 내리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당초는 내일 아침에 관광을 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바로 해안도로를 일주하는 육상관광을 하고 내일 아침 일찍 목포로 가도록 스케쥴이 변경되었다. 목포에서는 유달산에 올라 목포시내의 전경을 볼수 있다. 목포에서 점심을 먹고 상경하면 예정보다 훨씬 일찍 서울에 도착할 수 있다.
4시 35분 경부터 버스로 관광이 시작되었다. 흑산도 관광은 버스로 해안도로를 따라 상라산을 오르내리며 섬 바다 구경을 하는 버스관광과 유람선을 타고 바다의 기암괴석을 보는 유람선관광이 있는데 이번 흑산도 관광은 버스관광을 택했다 한다. 버스 기사겸 안내 가이드인 대단한 사람을 만났다.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시종일관 웃기는 그의 재주는 정말 대단했다. 흑산도 내의 여행사 소속기사로 몇명의 기사 중 월급이 단연 높다고 한다. 그만한 재주를 가졌으니까-
버스내 좌석을 왼편과 오른편으로 나누어 왼편에 앉은 사람들은 산도로를 오르며 해안이 보이지 않고 산에 쳐저 있는 철책만 보인다고 놀려댔다. 오른쪽 바다 풍경을 보려고 일어서면 험담으로 꾸짖는다. 위험하니 그렇게라도 통제를 해야겠지- 5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나이인데 호적이 잘못되어 실제 나이는 77세라나? 아무도 믿지 않지만-- 코미디안 모씨보다 훨씬 나은 재주를 가졌다고 모두들 탄복한다.
이곳 흑산도에 사람이 처음으로 정착한 것은 통일신라시대인 828년(흥덕왕 3)으로,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난 뒤 서해상에 출몰하는 왜구들을 막기 위한 전초기지로 이 섬에 반월성을 쌓으면서부터라고 한다. 본래는 월산군에 속하였으나 조선시대인 1678년(숙종 4)에 흑산진이 설치되면서 나주목에 속하였고, 1914년에는 무안군에, 1969년에는 신안군에 편입되어 현재에 이른다. 신안군에는 363개의 섬이 있는데 흑산도에 100개의 섬이 흩어져 있단다. 100개 중 유인도는 11개에 불과하고 89개는 무인도라고- 2005년 5월말 현재 1878세대 6410명이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해군항공부대가 주둔하고 있고 지석모와 고인돌이 산재해 있다. 흑산도의 3무(無)가 무어냐고 물었다. 그것은 신호등,열차,극장이라나?
버스가 언덕위로 오르니 우리가 내린 부두가 보이고 오목하게 들어앉은 흑산도 항이 아름답게 전개되었다. 부두 맞은 편에 옥(獄)섬이 또렷이 보였다. 지석묘를 보면서 산언덕으로 오르니 산신당,용왕당이 있었다. 섬사람들의 신앙은 무속에서 출발하나 보다. 워낙 어민이란 위험한 삶이니까 - 흑산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태풍의 영향이 없다. 관광을 하는 해안도로는 12개의 커브길을 돌아가야 한다. 위험한 길이지만 기사의 노련함과 웃기는 만담같은 이야기에 홀려 무섭다는 생각을 잊게 했다. 3층석탑과 석등 그리고 장보고 장군의 반월성을 소개했다. 동백나무 군락지가 대단하다. 기사의 전라도 말로는 허블나게 많단다. 내려다 보이는 바다에는 전복 양식장이 즐비하게 전개되어 있다. 전복의 먹이는 다시마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는 다시마가 많이 생산된다.
삼라봉 쉼터에는 '흑산도아가씨의 노래비'가 있었다. 관광객이 오면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 노래를 구성지게 틀어 놓는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봉화대로 오르는 계단길 안내가 있었다. 봉화대 정상까지는 120m라는데 계단길이라 땀을 많이 흘렸다. 봉화대 정상에서 모처럼 전원이 모였다. 바다가 시원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단체사진을 남겼다. 바로 아래에 있는 흑산도아가씨 노래비 앞에서도 다시한번 단체사진을 찍었다. 가게에는 막걸리를 팔고 있었는데 미수가루 처럼 달큰한 술이었다. 야채전을 붙여 안주를 삼아 한모금씩 마시며 더위를 달랬다.바다낚시터로 유명한 장도가 멀리 보였다.
해안 관광도로는 비교적 길이 잘 닦여져 있었으나 아직 공사가 덜 끝나 섬 일주를 하지 못하고 되돌아 와야만 했다. 4년 6개월에 걸친 대 공사가 지난 2004년도에 절반 정도가 개통되어 많이 편리해 졌지만 나머지 도로의 포장이 완공되면 섬 전체를 일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편에 위치한 정약전 유배지와 최익현선생 유배지를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곳곳에 가두리 양식장이 보였다. 수온이 맞아 전복과 우럭 양식이 많다고 한다. 동네가 보였다. 돌담으로 둘러쳐저 있는 풍경이 제주도에 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람이 많기 때문이란다. 비리 포구 고갯길에서 우리나라 지도모양의 구멍이 뚫린 지도섬을 볼 수 있고, 비리에는 540m나 되는 간첩동굴이 있다.
올랐던 해안도로를 되돌아 오는 것으로 육상관강은 끝났다. 숙소인 '흑산도수협숙소타운'에 여장을 풀었다. 남자 전원이 한방에 들었다. 운동장만한 큰 방에 침구를 깔고 같이 잠자리를 하니 이것도 재미있는 하나의 추억거리가 될 것 같았다. 나중에 보니 코를 많이 고는 몇몇 사람은 별도로 방을 얻어 나갔다고 한다. 숙소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흑산도에 왔으니 홍어를 먹지 않을 수 없다. 원래 계획이 있었으나 곽청길 동문이 홍어 두마리를 회식용으로 협찬했다. 홍어회와 삭힌홍어 두가지로 나누어 제공되었다. 경상도 사람들은 제대로 먹을 줄을 모르지만 전라도 사람들은 홍어라면 사족을 못쓰는 고급음식이다. 저녁식사 시 홍어회를 안주로 소주를 과음했다. 바깥은 어두워 지고 있었다.
누군가 나를 불러 따라 갔더니 부둣가 노래방으로 한명 두명씩 모이기 시작했다. 11명이나 모였으니 절반이 넘는 인원이 모인 셈이다. 허진호, 이윤달이 마이크를 많이 잡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미처 몰랐던 신인 가수가 탄생했다. 김기현 동문의 노래솜씨는 대단했다. 단 두곡으로 단연 돋보이는 실력을 과시했다. 시원한 섬바다의 초여름 공기를 마시며 거니는 것도 잊지못할 추억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 잠자리로 들어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지 서성거리는 친구들-그러나 내일을 위해 우리는 또 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몇시간을 잤는지 5시에는 잠이 깨었다. 남보다 먼저 화장실을 이용한 후 바닷가로 나갔다. 7시반경 홍어 경매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주민들에게 물으니 얼마전 까지는 수협 앞에서 경매가 있었으나 이제는 제빙공장 앞에서 경매가 이루어 지는데 오늘 아침에는 배가 한대 뿐이라 홍어 어획량이 적어 비쌀 거라는 전망이었다.
과연 시간이 되니 경매인들이 모이고 잡아온 홍어와 아구를 무게를 달아 분류를 하고 경매를 시작했다. 홍어에 관해 경매부터 암수 구별, 암수 가격차,산란과 칠레산과의 구별법 등 많은 지식을 얻었다. 이날 경매된 홍어 중에는 9kg이나 되는 암 홍어 한마리는 315,000원에 낙찰 되었다. 장마가 시작되면 바다에 나갔던 배들이 대량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값이 떨어질 것이라는데 오늘 시세는 비싼 편이란다. 그러나 한창 비쌀 때는 7십만원까지도 한다니- 이 9kg 홍어의 실수요자는 서울의 현대백화점 수산부란다. 아침 식사를 하고 목포로 가는 배를 타기전 까지 시간이 좀 있었다. 포구의 남쪽 바닷가 경치가 좋다는 정보가 있어 그곳으로 갔더니 여자분들이 많이 와 있었다. 안개가 들락날락 하였다. 안개낀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돌아오니 배에 승선시간이 가까워 왔다. 9시50분발. 흑산도를 떠나 목포에는 12시에 도착 예정이다.
전혀 배멀미를 의식할 필요가 없어 쾌속정 바깥에서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하려고 했으나 안개가 심한 탓인지 출입문을 닫아 걸고 열지를 않았다. 사방이 안개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섬이나 육지 근처로 오니 안개가 없어지고 사방이 뚜렸해 진다. 사진 찍는 시간을 주고 문을 개방했다. 물보라를 뿜으며 달리는 쾌속정 위에서 아름다운 다도해 풍경에 도취되어 있는 동안 시간은 금방 갔다. 마침내 섬 여행은 모두 끝나고 목포항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었으나 낙지탕으로 유명한 식당을 수소문 했는데 예약 손님이 많아 우리 일행은 먼저 유달산 관광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목포 유달산 목포는 아주 오래전에 와 본 기억은 있지만 오랫만에 오니 새삼스러웠다. 유달산은 목포시민의 안식처요 어머니 같은 산이다. 목포 8경 중에서도 제1경으로 꼽히는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유달산은 목포시와 다도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높이 228m의 목포 뒷산이다. 기암절벽이 첩첩하여 "호남의 개골" 이라고도 하며 노적봉을 비롯하여 해발 228m의 일등바위와 이등바위로 나뉘어져 있다.
정상에 올라 서면 다도해의 경관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오고가는 크고 작은 선박들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대학루, 달성각, 유선각등 5개의 정자가 있으며, 산 아래에는 4.19 기념탑, 충혼탑, 가수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 기념비 등과 조각작품 100점이 전시된 조각공원과 난공원이 있다.
월요일 낮이라 유달산을 찾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 높이 오를수록 목포시내 풍경이 한눈에 들어 왔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상을 지나 대포 전시물을 지나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노래비 앞에 오니 구성진 옛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음질이 좋아 스피커를 찾아 보렸더니 스피커는 비를 피해 돌속에 간직되어 있었다. 유선각에 오르니 통풍이 잘 되어 땀흘린 온몸이 금방 시원해 졌다. 조대바위를 지나 마당바위와 1등바위 앞까지 올랐다. 2등바위까지는 너무 멀어 포기하고 하산했다. 마당바위에서 몇몇 회원들의 기념사진을 남겼다.
하산을 마치니 예정된 점심예약시간이 다 되었다. 버스로 찾아간 곳은 낙지메뉴로 유명한 독천식당이었다. 연포탕이라는 낙지탕을 소주와 함께 먹었다. 너무나 시원한 맛이 대단한 요리비법이 있는 듯 했다. 남도 음식축제시 대상을 탔다는 자랑을 간판에다 써 붙이고 있다. 어쨋든 맛이 있으면 승부가 나는 법이다. 두시가 넘어서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늦점심을 맛있게 먹고나서 버스에 올랐다. 2박3일의 모든 여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만 남았다. 목포는 서해안 고속도로의 종점이자 기점이다. 두번의 휴식시간을 갖고 서울에 오니 8시30분. 예상보다 너무 일찍 도착한지라 뒷풀이 저녁을 교대역 앞에 있는 설렁탕집 이남장에서 가졌다. 2박3일간의 즐거웠던 뒷얘기들과 함께 아쉬운 작별을 나누었다. 모두들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의 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첫 여행지를 어디로 하느냐에 고심했지만 여행지 선택이 좋았다는 평가였다.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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