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어쩌나” 분양 실적 바닥인데... 올 1.3만 가구 ‘공급 폭탄’
2023. 3. 6. 15:35
8년간 미분양 청정지역... 작년 말 ‘37호’
3년 후 입주시점 비슷...전셋값 급락 우려도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
#공무원 이모씨(38)는 2018년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하안주공 전용 71㎡를 매입해 부인, 딸과 함께 거주하고 있지만 언제 갈아타기를 해야 할지 고심중이다. 소형 평수인데다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으면서 녹물에 누수까지 있어 실거주 환경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점에 비해 아파트 가격이 2억원 이상 빠진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다만 2~3년 후에 입주물량이 대거 풀릴 예정이라는 점에서 ‘신축 전세’ 입주도 저울질하고 있다.
주1) 2023.03.06 조사 기준 주2) 임대 포함 총가구수 제공=부동산R114
올 들어 광명시에 분양 예정 아파트가 1만3000가구 이상 풀리면서 미분양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내 경기도 내 1만 가구 이상 공급 되는 곳은 광명시가 유일한데, 2~3년 뒤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세값이 하락할 여파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 분양예정 물량은 8만885가구로 이 가운데 광명시에 1만3626가구가 공급된다. 이는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으로, 그 다음 많은 안양시(6658가구)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광명시 분양예정 아파트는 모두 재개발 및 재건축 물량이다. 광명뉴타운 북쪽 4개 구역(1·2·4·5)과 철산주공 10·11단지다. 분양 시점 순서대로 ▲광명자이더샵포레나(3585가구, 4월) ▲광명센트럴아이파크(1957가구, 5월) ▲소하2구역가로주택재건축정비사업(203가구, 6월) ▲정우연립소규모재건축정비사업(169가구, 6월)▲베르몬트로광명(3344가구, 7월) ▲광명5R구역재개발(2878가구, 7월) ▲철산주공 10·11단지(1490가구, 미정) 등이 예정됐다.
광명시 정비 사업은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초반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2016년 이후 광명뉴타운과 철산주공 재건축 단지 분양이 시작되면서 본격화했다. 상대적으로 진행 속도가 더딘 하안주공 재건축 단지의 경우에도 이미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겨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 공급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 본청약 때 물량을 다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기준, 6만8170가구로 2013년 8월(6만8119가구) 이후 9년 4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 광명시 하안동 하안주공 단지 모습/사진=이미호
실제 광명 일대 주택시장은 뚜렷한 침체 징조를 보이고 있다. 광명시는 2014년 5월 이후 8년간 미분양 물량이 전무하다가, 작년 12월 기준 37호로 집계됐다. 처음으로 미분양 물량이 나온 셈이다. 주목을 끌었던 철산자이더헤리티지만 봐도 지난달 28일 계약을 겨우 끝마쳤다. 이곳은 지난해 1순위 청약 당시 930가구 모집에 902명만 신청해 경쟁률이 0.97대 1을 기록했다. 무순위 청약을 거치고도 미계약분을 해소하지 못해 미분양 우려가 커졌다가 가까스로 소진한 셈이다.
청약 경쟁률만 봐도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KB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광명푸르지오센트베르와 광명푸르지오포레나의 청약 경쟁률은 각각 20.42대1, 12.53대1였다. 하지만 작년엔 철산자이더헤리티지 2.36대1, 호반써밋그랜드에비뉴 1.97대1 정도로 매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작년 전국 지역별 아파트 가격을 보면, 세종(-12%), 화성(-11%)에 이어 광명(-10%)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실제 원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분양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기존 주택가격은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고금리에 따른 대출 부담 증가와 향후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에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시장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광명에 분양이 대거 풀리면 3년 후 입주 시점이 모두 비슷하게 돼 일대 전셋값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책임연구원은 “지역 내 구축 거주자 중 신축으로의 갈아타기 수요가 꽤 있을 것으로 보이고 광명에 인접한 서울 서남권에서도 유입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최근 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워낙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분양되기 때문에 시장에서 소화되는데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부동산R114제공
다만 장기적으로는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은 구축이 많았던 광명시가 ‘새로운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2~3년 후 ‘광명역 역세권 개발’과 맞물려 호재가 많다는 평가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신안산선이 2025년 4월, 월곶과 강원도 강릉역을 연결하는 간선철도인 월판선이 2026년 개통 예정으로 사통팔달이 원활해지는 셈”이라며 “(공급 물량이 많다는 것은) 광명에선 재건축 원도심을 중심으로 60~70%가 새로 들어서는 것이라 그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광명시의 재탄생을 의미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