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sfcv.org/reviews/none/seong-jin-cho-is-masterful-in-every-detail
모든 디테일에서 훌륭한 조성진
음악의 신예들이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는 기회는, 메이져 아티스트가 아프거나 중요한 계약이 취소되어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André Watts의 커리어가 1963년 뉴욕필하모닉과의 공연에서 글렌 굴드를 대신하면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가을 팔 부상으로 모든 시즌 콘서트를 취소한 랑랑을 대신하여, 유자왕과 조성진이 베를린 필하모닉과 대대적인 아시아 투어에 올랐다.
그러나 조성진이 세상의 주목을 받기 위해 그런 계약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2015년 쇼팽국제피아노콩쿨에서 우승했고, 이미 14살에 하마마츠 콩쿨같은 중요하지만 악명높지 않은 콩쿨에서도 우승했었다.
요컨대, 조성진은 전설들이 모인 신전을 향해 가고 있는, 오늘날 완성된 연주를 하는 아티스트 가운데 하나이다. 그는 이제 막 24살 생일을 맞았고, Memorial Day(미국 현충일)에 산호세 캘리포니아극장의 리사이틀을 매진시켰다.
조성진은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쇼팽소나타 B Minor, 슈만의 환상소품곡 그리고 드뷔시의 이미지 II에 이르는 광범위한 스타일을 소화했다. 한 세기에 걸친 피아노음악을 포괄하는 프로그램이다. 조성진은 다양한 팔레트를 사용하여, 모든 음들을 애매모호하거나 운에 맡기지 않고 확신을 가지고 연주했다. 그 결과는 피아노음악의 가장 중요한 시대를 완벽히 경험하는 것으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도대체 그는 어떻게 이렇게 했을까?
슈만의 환상소품곡 Op.12의 시작을 들어보면, 어쩌면 이것은 고요하고 서정적인 라인과 그 배경의 균형을 이루는, 그의 초자연적인 능력인 것 같다. 하강하는 스케일로 시작하는 멜로디는 마치 하늘에 떠있는 구름 같았는데, 그것은 흐릿하거나 희미한 구름이 아니라 선명한 라인을 가진 구름이다. 베토벤 소나타 2악장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멜로디는 따뜻하고 분명했지만, 결코 반주가 되는 배경과 따로 분리되지는 않았다.
혹은 대조를 통해 그가 만들어내는 드라마인지 모른다. 변덕과 조울증에 걸린 듯한 신경과민의 “Aufschwung” (비상)과 “In der Nacht” (밤에)는 내적인 대조를, 그리고 “Grillen변덕” 의 음악적 웃음과 대조되어 극도의 안도감을, “Warum어찌하여?”는 결말없는 대답을 보여준다. 작품의 극단적 캐릭터들이 명료함과 유머를 가지고 표현되었다.
이것은 또한 그의 시간에 대한 정교한 탄력성 때문일 수 있다. 조성진의 손은 시간과 공간을 하나의 연속체로 표현했는데, 충분하면서도 과도하지 않은 루바토는 울림 속에 광범위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모든 프레이즈가 숨 쉬고 한숨지었다. 조성진은 베토벤 소나타 1악장에서 극단적인 템포를 사용했는데, Grave 도입부의 16분음표는 무겁게 박동했고, 이것은 Allegro molto부분의 4분음표에서 같은 템포로 나타난다. 보통 들을 수 있는 전형적인 연주보다 2배는 차이 나는 대조였지만 그 효과는 완전히 설득력 있었다.
조성진은 곡의 분위기나 성격, 감정들을 표현하는 색깔 혹은 하모니에 대단히 예민한 감각을 지녔다. 이것은 이미지로 울려퍼지는 드뷔시의 영상 II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여러 라인들과 레이어들이 분명한 색깔과 터치로, 그렇지만 모호하거나 흐릿하지 않게 그려졌다. “Poissons d’Or” (금빛물고기)의 변덕스러움과 “Et la lune descend sur le temple qui fut” (황폐한 사원에 걸린 달)의 이국적 색깔이 대담하게 표현되었다.
드뷔시는 “음악은 음들 사이의 공간이다” 라고 말한 바 있는데, 조성진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요함을 표현함으로써 알려준다. 첫 번째 앵콜곡은 슈만의 어린이정경에서 “트로이메라이” 였는데, 절정의 순간은 잠시의 정막 후에 나타났다. 조용하면서도 황홀한 G9코드에 다다랐을 때 청중들이 내쉬는 한숨을 들을 수 있었다. 조성진의 고요함은 단언컨대 크레센도보다 강력하다.
모든 상황에서 조성진의 권위있는 주도성을 놓치기는 힘들다. 쇼팽소나타 1악장의 비통한 심정은 스케르조의 변덕스러움과 구별되었고, 라르고 악장은 비통함의 전주곡으로, 피날레는 의기양양했다. 각각 다른 순간들이 각기 다른 정서로 가슴 저미도록 극대화되어 균형을 이루었다. 조성진의 연주는 권위가 있었으며 엄청나게 다른 캐틱터와 감정들을 표현했다.
조성진은 불필요한 극적 제스쳐와 쇼맨쉽을 생략했다. 리사이틀 내내 얼굴의 표정은 절제하면서 손이 하는 일에 능숙하게 집중했다. 그렇지만 그런 엄숙한 태도가 활기나 예술적 기교를 없애지는 않았다. 두 번째 앵콜곡인 쇼팽의 Op.10, No.12 “혁명” 에뛰드는 난폭하면서 저돌적으로 연주되었다. 엄청난 속도와 겉보기에 조심성 없는 접근은 리사이틀의 다른 프로그램들과 달랐지만, 이 오후에 유일하게 과잉된 경우였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주도면밀하게 구성된 콘서트에서 약간의 재미와 아드레날린 상승이 왜 안되겠는가?
첫댓글 멋진 평이네요. 잘보고 갑니다. ^^
스텔라님의 능력과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영어번역까지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평이 워낙 좋아서 한번 해봤어요 ^^
조성진은 전설들이 모인 신전을 향해 가고 있는, 오늘날 완성된 연주를 하는 아티스트 가운데 하나이다. ..라는 표현이 저의 의견과 일맥상통하네요^^ . 그중 조성진씨가 제일 선두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tony6님이 조성진은 전설이 될 것이다 라고 하신 말이 이제 전세계에서 나오기 시작하는군요! 네.. 선두에서..! 너무 멋지고 설레이는 표현입니다 ^^
좋은 소식으로 기분 좋게 출근합니다. 전설들이 모인 신전을 향해가고 있는....정말 설레고 벅차 오르게 하는 멋진 표현인 것 같아요. 공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멋지게 번역을 하시다니!! 저도 시도를 해봤지만 한 문단도 못하고 포기했어요...제 한국어가 어찌나 저렴하던지...ㅎㅎ 성진군에 대한 찬사, 너무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