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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심론』 수행론연구
1.연구의 목적
불법의 가르침은 '팔만대장경'이라고 칭하는 것처럼 방대하고 고원하여, 마치 쉽게 오를 수 없는 산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넓고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정확한 방위와 지리를 아는 동반자가 있으면 훨씬 수월하다. 물론 거기에는 본인의 끈기와 노력도 필요함은 당연한 일이다. 본 연구의 저본인 『금강심론』은 이러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으며, 불법의 다양한 가르침을 수행하는 데 적합한 안내자이고, 산을 오르는데 필요한 나침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금강심론 수행론 연구」라는 제목으로 수행의 유용한 지침을 함께 하고자 한다.
수행은 한자로 풀면 '닦고 행하다'인데, 마음을 닦고 비우며 양발로 걸어서 실천해야 함을 의미한다. 불교 술어의 원어로는 'bhāvanā'인데, "되게 하고, 있게 하며, 개발하는" 뜻의 명사형으로 계발‧배양‧발전 등의 뜻이다. 즉, 의도를 가지고 실천하고 발전해가는 의미인데, 이는 정신적 성장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수행은 자신의 성찰과 발전을 위해 실천해야 하는 당위성이 내재되어 있다.
『금강심론』은 조계종 초대 종정 만암 종헌(宗憲, 1876~1957) 대종사의 제자로, 백양사 운문암에서 수행했던 벽산(碧山) 금타(金陀)(898~1948, 이하 벽산) 화상의 유고집이다. 각기 다섯 편의 저술을 하나로 편집하여, 제자인 무주(無住) 청화(淸華)(1923~2003, 이하 무주) 선사가 발간한 저서이다. 이 저술은 초기에서 대승불교와 밀교까지 교학과 수행을 자신의 깨달음에 견주어, 예전의 교학이나 수행에서 다루지 않던 여러 사상과 수행론을 전개하고 있다. 수행론으로 초기 부파불교의 사선‧멸진정‧석공관과 대승불교의 수능엄삼매, 일행‧일상삼매‧금강삼매, 밀교의 오륜관과 오상관까지 망라하고 있다. 수행 계위로는 화엄의 보살10지, 유가론의 유가17지까지 섭렵하여 '해탈16지'를 제창하고 있다. 이는 여러 경론을 참조하고 자신의 깨달음에 비추어, 자세하고 체계적인 수증의 위차를 시설하고 있다. 그동안 정확한 수행의 차제 없이 암중모색하는 수행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가르침이다. 이 같은 수행과 사상을 종합하여 요약한 것이 『보리방편문』이며, 삼신일불 아미타불의 염불선이 본 연구의 핵심수행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자신의 깨달음에 비춘 전불교적인 회통불교이며, 관(觀)과 염(念)[止]이 통합된 '실상염불'이자 '실상염불선'이다.
일반적으로 지와 관을 선정과 지혜로 나누어 설명하며, 삼매라고 하면 선정의 부분만 생각하고 지혜는 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금강심론』에서는 삼매로 통칭하며 지의 '일행삼매'와 관의 '일상삼매'로 칭한다. 즉, 한 몸이지만 선정의 측면인 일행삼매와 지혜의 측면인 일상삼매로 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본 연구에서는 지관(止觀)이 통합된 수능엄삼매이고, 금강삼매이며, 실상염불선인 것이다.
『금강심론』에서는 일행삼매의 측면으로 해탈16지의 '선정지'가 설해지고 있다. 열 번째 계위인 선정지는 선수행의 근본인 사선‧사정(四定)‧멸진정 등의 구차제정을 완성해 가는 계위이다. 사선에는 각기 사무색정을 관하고 염하며, 멸진정에서 수‧상‧행‧식을 차례로 멸하는 수증론(修證論)을 전개한다. 이것은 이전과 다른 사선과 사무색정의 관계 설정이며, 멸진정도 구체적으로 사온(四蘊)을 차례대로 멸함을 설하고 있다. 즉, 사선과 사무색정이 차례로 닦는 수행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지관의 수행으로 설해지며, 관법도 오륜관과 오상관 등 밀교의 태장계와 금강계의 수행법을 응용하여 설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근본선인 사선, 밀교의 관법, 염불 등이 통합되어, 『보리방편문』이라는 쉽고 간결한 실천 수행법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는 본 연구의 목적을 단도직입적으로 나타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수행론 연구는 지와 관을 나누어 고찰하거나 전개하여, 두 수행이 별개인 것처럼 분리하여 따로 생각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한 몸이지만 두 가지 성격인 일행삼매와 일상삼매를 고찰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선정과 지혜가 한 몸처럼 함께 가야만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만, 실제의 수행 분상에서는 한쪽으로 치우친 수행을 하거나, 나아가 수행자의 성향에 따라 한쪽 수행만 전문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수행은 지관쌍수(止觀雙修)의 실천으로 개선되어야 하며, 본 연구에서 예부터 이어온 정혜균등(定慧均等)의 수행원칙을 찾고 증명할 것이다.
2.선행연구의 현황
『금강심론』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수행론 역시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근래에 제자인 무주의 전법교화로 인해 알려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연구는 무주의 설법과 저서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 무주가 설한 주요한 법문집으로 대표적인 세 가지가 있다.
첫째, 1984년 동안거 성도재일 7박 8일간 용맹정진 때의 법문이다. 당시 소참(小參) 법문과 법회지의 원고, 대담법문 등을 엮어 만든 책이 『정통선의 향훈』이다. 이 책은 무주가 직접 수행으로 체득한 교학과 수행이 더해 설해져 있다.
둘째, 1993년 2월 곡성 태안사 금강선원에서 해제 후, 대중의 요청으로 『금강심론』을 위주로 7일간의 법회가 있었다. 여기서 설법한 내용을 녹취하여 편집한 것이 『원통불법의 요체』이다. 이는 『금강심론』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자료이다. 셋째, 1995년 1월 미국 삼보사에서 동안거 중에, 7일간 사부대중을 위해 마련된 '순선안심탁마법회'에서 정리된 내용이 『마음의 고향』이다. 이 세 가지 저술이 『금강심론』과 무주의 사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에 학술적 연구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는데, 『금강심론』의 사상을 계승한 무주의 염불선 연구가 그 주류이다. 학위논문으로 대주(2004) 「염불선 수행법 연구」, 이운식(2006) 「청화 염불선 연구」, 정헌(2015) 「염불선 연구」, 한창호(2015) 「무주당 청화선사의 염불선연구」, 한창호(2017) 「금타선사의 수행론 연구」 등이 있다. 대부분 무주의 전법교화 영향으로 『보리방편문』과 실상염불, 염불선에 대한 논문들이다. 마지막 한창호의 논문은 사선근을 위주로 『보리방편문』과 『반야심경』의 지관을 설하고, 유가론의 여러 전적과 비교한 것이다.
학술 논문으로 처음인 박건주(2003)의 「금강심론에서의 지상(智相) 해설」은 지상의 어의 분석, 여래의 행화(行化)와 심지법문 등을 해설한 것이다. 그리고 장성 백양사에서 벽산 입적 일흔 해를 맞아, 세미나가 개최되어 세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정광균(2018)의 「벽산금타의 회통사상과 수행체계」는 벽산의 회통 사상과 원융적 수행론을 제기하였다. 김광식(2018)은 「금타선사 생애의 재검토」에서 벽산의 선농일치사상과 민족의식 고취를 조명하였다. 안준영(2018)은 「금타대화상의 삶과 사상을 통한 현대불교 연구의 재조명」에서 신(新)리터리시(New literacies) 중심으로 벽산의 사상과 비교하였다. 또 정광균(2019)은 「금강심론에 드러난 선오후수와 돈점론」에서 선오후수의 수증론에 대해 고찰하였다.
다음은 무주의 실상염불과 염불선에 관한 연구이다.
최동순(2012)의 「원통불법의 기반으로서 도신의 염불선」은 무주의 순선(純禪)‧안심‧일상‧일행삼매와 비교 고찰하였다. 조준호(2012‧2013)의 「달마어록에 나타난 염불선」‧「선과 염불의 관계」등은 초기 선종에서 염불선의 근원을 찾고, 선정의 측면인 염불을 고찰한 것이다. 박경준(2013‧2014)의 「육조혜능의 선사상과 청화의 실상염불선」‧「 대지도론에 나타난 대승의 염불과 선」 등은 무주의 실상염불선과 비교하며, 혜능과 대론(大論)의 염불과 선을 조명한 것이다. 또한 고영섭(2015)의 「원효의 염불선과 청화의 염불선」, 차차석(2015)의 「정중무상의 인성(引聲)염불」과 청화선사의 염불선도 역시 원효와 무상의 염불선과 비교 연구한 것이다. 손병욱(2016)은 「호흡명상적 염불선의 정립을 위한 시도」는 호흡명상을 염불선에 접목을 시도한 연구이며, 한창호(2016)의 「해오와 사선근의 관련성에 관한 일고찰」은 무주의 설법을 위주로 해오와 사선근의 유사성을 고찰하였다. 정광균(2016)의 「관무량수경의 16관법과 염불선」은 염불선의 연원으로 16관법을 탐구하였고, 조준호(2017)의 「염불선과 선정계위」는 염불선과 선정의 계위를 비교한 것이다. 최동순(2018‧2019)의 「천태 '육묘법문'과 청화염불선의 연계점」‧「무주당 청화의 염불선 사상에 내재된 천태교관」 등은 각각 천태 불교의 사상과 무주 염불선을 비교한 것이다. 김호귀(2018)의 「청화의 실상염불선과 묵조선 수행방식의 비교 고찰」은 묵조선의 수행법과 비교한 것이고, 정광균(2018ab)의 「염불선의 성립과정과 무주청화」‧「정토 염불과 실상염불선」 등은 염불선의 연원과 무주의 염불선, 정토 염불과 실상염불선에 대해 비교 고찰한 것이다.
단행본 저술로는 본연(本然, 2009‧2020)의 『금강심론 읽기』는 고어체 원문을 한글로 다듬고 많은 주석을 달았으며, 최근의 교정판에는 경전 원문 주석과 도표, 색인 등이 추가되어 학술적 완성도를 높였다. 또 배광식(2017~2019)의 『금강심론 주해ⅠⅡⅢ』은 원문을 쉬운 말로 풀고, 용어 각주를 달고 도표를 삽입하여 3권에 걸쳐 완성하였다. 특히, 3권의 우주의 본질과 형량 부분은 물리학과 천문학의 전공자들과 강독하고 토론하며 편집하였다.
선정론의 연구로는 초기‧부파‧대승으로 나눠진다. 초기 부파는 주로 사선과 삼매를 연구한 경우이고, 대승은 경전과 종파의 수행과 비교한 것이 주류이다.
3.연구의 범위와 방법
우선 Ⅱ장에서 벽산의 생애와 『금강심론』의 저술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고, 본론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모두 세 장에 걸쳐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첫째는 『금강심론』에서 설하는 선정론을 서술하고, 해당 전거나 수행론의 계승과 변용을 고찰할 것이다. 아울러 수증론(修證論)으로 해탈16지를 함께 살펴볼 것이다.
둘째는 벽산의 실증적인 수증관으로 밀교의 수행과 성불론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밀교의 삼매와 관법은 벽산의 중요한 수행 방편이다.
셋째는 앞 장에서 서술한 수행론을 바탕으로 염불 수행론을 살펴볼 것이다. 초기 이래로 근본선과 대승의 염불, 밀교의 관행이 통합된 『보리방편문』 수행이다. 이는 염(念)‧지(止)‧관(觀)이 결합된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수행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각 장의 연구 방향을 요약하였다.
Ⅱ장 1절은 벽산의 생애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고, 2절은 『금강심론』의 저술과 편집에 대해 살펴본다. 다섯 편의 유고집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금강심론』으로 편집되어 출판되는 과정과 서지사항을 알아본다. 3절은 『금강심론』의 전체적인 내용을 각 편별로 살펴보고, 본 연구의 수행론도 간략히 분석하여 참고한다.
Ⅲ장에서는 『금강심론』의 선정론으로 석공관(析空觀)‧사선‧멸진정(滅盡定) 등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1절은 물질을 분석해 가는 묘유(妙有) 현상에 대해 알아보고, 그것을 적용하여 공(空)에 이르는 경계와 현상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은 벽산의 경계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구사론』을 전거로 서술하게 될 것이다.
2절은 사선과 사무색정, 멸진정 등의 구차제정을 살펴보고, 벽산의 독특한 사선과 사무색정의 관계와 멸진정의 수‧상‧행‧식 등을 차례로 멸하는 수행론을 볼 수 있다. 3항은 지관쌍수(止觀雙修)로 일상삼매와 일행삼매를 함께 닦는 것을 설하며, 이러한 전거를 설하는 핵심 경론과 수행자에 대해 서술할 것이다.
3절은 수능엄삼매에 대한 고찰이며, 중요한 사상과 수행 방편인 반야바라밀과 13관문에 대해 서술할 것이다. 3항은 수능엄삼매도로 대원상(大圓相)에는 전불교적 법상(法相)과 행상(行相)이 나열되며, 좌‧우원상에는 불교의 우주론과 물질론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또 삼매도의 좌우에는 『법성게』의 게송과 무장애연화삼매송이 있다. 중요한 의미가 있으므로 해당 전적을 통해 이해 해 보기로 한다.
4절은 지금까지 수증론의 통합인 해탈16지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1항은 가행(加行)의 네 단계와 첫 깨달음의 단계인 제5 금강지(金剛地)에 대해 서술할 것이다. 2항은 제6 희락지(喜樂地)부터 제16 무여지(無餘地)까지를 살펴볼 것이다.
Ⅳ장에서는 밀교의 수행과 성불론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1절은 금강계 밀교의 금강삼마지에 대해 알아보며, 이어서 금강계 오지여래에 대해서 고찰할 것이다.
2절은 오륜성신관‧오상성신관 등의 밀교의 관법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오륜관은 『대일경』 위주의 태장계의 중요한 관법이며, 오상관은 『금강정경』을 중심으로 한 금강계의 핵심 관행이다.
3절은 밀교 관행의 성취법인 즉신성불(卽身成佛)에 대해 고찰할 것이다. 특히 오상관을 위주로 삼밀가지와 16생성불에 대해 차례로 알아본다. 밀교의 수행은 현세성불에 맞춰지며 삼밀이 가지되어, 금강계 16대보살을 몸으로 체현하며 대일여래와 하나되는 것이다.
Ⅴ장에서는 염불 수행론으로 『보리방편문』의 실천수행에 대해 고찰할 것이다.
1절은 염불의 원류인 발전하는 과정을 서술할 것이다. 이어서 보조의 십종염불과 종밀의 사종염불을 살펴보고, 실상염불과 염불선의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2절은 반주삼매와 16관법에 대해 고찰해 볼 것이다. 1항은 견불삼매로 기원 전후 대승 초기의 『반주삼매경』에 유래하며, 정토 경전의 선구로서 이후 정토종의 수행에 많은 영향을 끼친 내용이다. 2항은 『관무량수경』의 열여섯 가지의 관법 수행이며, 관상염불과 칭명염불의 대표적 수행으로 자세하게 살펴볼 것이다.
3절은 선과 염불의 융합으로 『관무량수경』의 '즉심시불(卽心是佛)'이 매개가 된다. 초기 선종의 달마‧도신‧홍인 등이 선정의 성취를 위한 방편으로 염불을 수용한 것에 대한 내용이다. 또한 선종의 염불선으로 홍인 문하의 후손인 무상(無相)의 인성염불과 남산염불선종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다음 항은 염불선의 전개로 이어지는 선정쌍수(禪淨雙修)에 대해 고찰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당 중기 이후 자민혜일과 영명연수의 사상과 수행을 서술할 것이다.
4절은 본 연구의 핵심 수행법인 『보리방편문』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1항은 실상염불선으로 원‧명대에 화두를 매개로 하는 염불선에 대해 알아보고, 실상염불선은 『보리방편문』을 전거로 삼아 비교하고자 한다. 공(空)‧성(性)‧상(相)의 마음‧ 성품‧중생을 하나로 통관하며, 삼신일불인 아미타불을 상념하는 부분에 대해 기술할 것이다. 2항은 일상삼매와 일행삼매에 대해 살펴본다. 일상삼매는 지혜의 관찰 측면으로 관행이 되며, 일행삼매는 염염이 상속하고 이루는 것임을 살펴볼 것이다.
<『금강심론』 수행론연구/ 박기남(普圓) 동국대학교 대학원 선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