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선우아빠~♥
2023년 6월 22일 오전 06:42
[선우아빠, 평범하게 권하기 #257 (2023_90)]
미류나무_정상진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이 된 1945년의 한반도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두 이념의 팽팽한 대립으로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안고 있는 긴장감 가득한 공간이 되어 버렸지요..
그런 불안한 사회에서도 정길과 규태가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황해도 황주의 어느 작은 마을 수수골은 평안하기만 합니다..
서로를 이웃하고 있는 두 집은 말 그대로 집안의 숟가락 갯수까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서로의 곁을 내어주며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침 두 집의 장남인 재환이와 현택이는 평양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비록 재환이는 학생 운동에 가담하고 있지만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고 있습니다..
재환이의 아래 동생인 재순이는 밑으로 3명의 동생을 둔 평범한 여학생입니다..
당시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그러했듯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과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는 일이 자신에게 주어진 주된 역할임을 알고 있지만, 재순의 마음에는 미술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요..
현택을 향한 남다른 마음과 함께 말이죠..
그런 재순의 마음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설레이게 하기도 합니다..
사과 과수원을 하며 보내는 그들의 평범한 일상은 1950년 6월 25일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하나 둘 씩 무너져 버리게 됩니다..
당시를 살던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재환과 현택의 일신상의 문제 등으로 어렵게 버티던 정길과 규태는 결국 가족들을 데리고 남쪽으로의 피난길을 결정하게 되고 결코 순탄하지 않은 피난 길을 겨우 버텨가며 재순의 고모가 있는 충북 공주에 터를 잡게 되고 그 곳에서 힘들고 어렵지만 새롭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 정치적 신념에 대해, 그로 인해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앞 세대들의 힘들기만 했던 삶에 대한 가치 판단은 없습니다..
또한 그 과정을 눈물겹게 그리는 신파도 없구요..
재순으로 그려진 보통 사람들, 그 누군가의 욕심으로 인해 일어난 전쟁으로 평범한 꿈과 행복을 잃어버리게 된 그들의 인생, 그렇지만 어떻게든 가족을 지키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살기 위해 악착같이 버텨냈던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젊은 시절의 기록입니다..
전쟁이 재순을 비롯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앗아갔지만 다행히 사람만큼은 서로의 곁을 지켜주며 위로하고 격려하고 손잡아 주면서 이 시기를 함께 걸어갑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모습이 이들의 정길과 규태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며 읽었던 것 같습니다..
재순의 모습에서 파친코의 선자가 그려졌어요..
여성으로서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두 사람, 한 사람은 일본으로, 다른 한 사람은 고향이 아닌 이남이라는 낯선 곳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갔던 두 사람의 인생이 어찌나 비슷하게 보여지던지..
파친코를 읽으면서 그리워졌던 하늘 나라에 계신 친할머니도 재순이 겪었던 그런 삶을 살으셨으리라는 생각에 또 한 번 뭉클해졌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책의 제목이 미류나무에요..
찾아보니 일제강점기 무렵에 도로 변의 가로수 등에 미관용으로 많이 심겼던 나무지만 지금은 은행 나무 등으로 바뀌면서 잊혀져 가는 나무라고 합니다..
[예전 우리들의 곁에 흔하게 있던 미류나무가 우리의 추억 속에서 너무도 쉽게 사라져 버렸듯이 그 여인에 대한 기억도 모두 다 사라지기 전에 되잡아야 하지 않을까.(p 4)]
미류나무처럼 소리 소문없이 조용히 잊혀져가는 우리 윗세대의 삶을 이렇게라도 기록해 두고자 한 저자의 마음처럼 오늘 우리가, 아니 제가 이런 평안한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된 그 분들의 삶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그들에 대한 기록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평범하게 권(券)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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