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 연재를 시작하면서
지난번 『무상관 수행법』 ‘마지막 회’ 말미에 이 승이 생전에 불자들을 위해서 꼭 해야 할 일 2가지가 있다고 했지요?
즉『무상관 수행법』을 후대에 전하는 일과 <걷는 수행>의 중요성을 세상에 알리는 일.
<걷는 수행>은 고따마 붓다께서 몸소 실천해 보이셨던 수행법이며, ‘아난다 마하테라’께서도 이 수행법을 원인으로 하여 아라한과를 성취하였습니다.
‘경행·행선’으로 일컬어지는 <걷는 수행>은 일상행위인 ‘걸음걸이’를 통해 오온을 이해하고 오온 속에서 무상·고·무아를 통찰하여 마침내 구경의 해탈·열반을 실현할 수 있는 불교수행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수승한 수행법입니다.
빨리어 3장에 근거한 이 <걷는 수행>법이 오랜 세월 중화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가 한국에 최초로 소개된 것은 1988년 6월~7월 미얀마의 우 빤딧따 사야도를 초청법사로 한 삼각산 승가사 위빳사나 수행법회에서 였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30여명의 출가 수행자들은 몸과 마음에 대한 위빳사나 현상관찰을 통해 단 한 달여 만에 담마를 체험할 수 있었고, 특히 1시간 좌선 후에 실시하는 1시간의 <걷는 수행>이 단순히 몸을 풀기 위한 신체행위가 아니라 열반의 실현을 위한 수행법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지난여름 출간된 『<걷는 수행>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에는 세계 각국의 여러 스승들 밑에서 실제로 배우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한 <걷는 수행>의 이론과 그 실천방법이 쉽고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내용을 다시 검토하여 TBK밴드에 올리오니 <걷는 수행>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시고 팔정도와 함께하는 <걷는 수행>을 통해
고통의 온전한 소멸에 이르시길 기원합니다.
<걷는 수행>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
《1》
‘ 천막경행 ’ 을 하다가 문득
6월에 시작된 장맛비가 8월의 달력장 너머까지 줄창 내리는 바람에 올여름에는 컨테이너 공양간 앞에 있는 천막(3×6m) 속에서 산책 삼아 걷는 날이 많았습니다. 경행 · 행선 이라 불리는 <걷는수행>을, 때로는 굳이 수행이랄 것까지도 없는 ‘걷기’를 운동 삼아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가며 들어서 가고 놓다 보면 밖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져 있었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에도, 세 번의 태풍이 지나가던 날에도 천막에 부딪히는 빗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걷고 앉고 걷고 앉곤 하였습니다.
비가 잠시 주춤할 때는 공양간에서 법당까지의 80m 오르막 산길을 발의 들고 놓음에 주의를 기울여 걸을 때도 있었지만, 대개는 걸음걸이 전체를 가볍게 의식하면서 길에 떨어진 푸른 밤송이를 줍거나 길을 잃고 헤매는 지렁이를 나뭇잎으로 감싸 풀숲에 옮겨놓으며 걸었습니다. 또 어떤 때는 빨리어 게송이나 경들을 암송하면서 그 리듬에 발걸음을 맞추어가며 걷기도 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승은 출가 초기부터 <좌선수행>보다는 <걷는수행>을 많이 해온 편입니다. 좌선보다는 주로 <걷는수행>을 통해 삼매의 근력을 길렀고, <걷는수행>을 통해 더 많은 법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걷는수행>을 통해 체험했던 희열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부처님께서는 편중된 자세로 수행하는 것을 경계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이 승은 어느덧 ‘경행예찬론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유래 없이 긴 장마 덕분에 <천막경행>을 하다 보니 어느날 문득, 수행자들을 위해 <걷는수행>의 효능과 그 중요성을 다시한번 정리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걷는수행>의 경전적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빨리어 불전’과 ‘한역 아함경’을 살펴보았고, 인터넷검색을 통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와 관련된 경들과 법문자료들을 가능한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생로병사의 비밀」
‘걸음아 나 살려라 10㎝ 더’ 를 보며
최초의 인류를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라고 합니다. 그 인류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직립보행’ 이었습니다. 인류는 수백 만 년 동안 <걸음걸이>라는 걷는 행위와 함께 삶을 영위해 왔습니다. 걷거나 달리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행위였습니다.
<걷기>와 관련된 단어를 가지고 인터넷검색을 해보니 2010년 무렵 ‘기적의 걷기운동’ 열풍이 분 적 있었습니다. 당시 <걸음>을 주제로 한 각종 임상연구는 걷기운동의 물리적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보였고, 국가에서는 ‘걷기운동’의 범국민적 확산을 위해 전국적으로 둘레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의 ‘북한산 둘레길’은 걷기 프로잭트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국 최초의 둘레길이라고 합니다.
때마침 최근에 「생로병사의 비밀」‘걸음아 나 살려라 10㎝ 더’ 1,2,3편 기획물이 방영되었습니다. 직종별 연령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진행된 임상실험은 보폭을 10㎝ 더 넓혀 걷는 운동의 탁월한 효능을 입증해 주었습니다. 세 편이 연속으로 방영되는 동안 유심히 살펴보았던 점 한 가지는 <걸음>이라는 물리적 행위와 마음의 영역에 속하는 각종 심리나 의도 등을 어떻게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와 관련된 언급은 단 한 차례도 볼 수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걷기의 효능’에 대해 설하신 적이 있습니다. <걷는>것은 음식물 소화시키고, 근력과 지구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불교에서의 ‘걸음’은 신체의 건강유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걸음’이라는 물리적 행위에 ‘알아차림’이라는 심리 요소를 결합하여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종국에는 걸음이라는 물리적 현상을 통해 그와 연관된 심리현상의 본질을 통찰함으로써 번뇌의 완전한 소멸에 이르게 하는 수행으로 승화되었습니다.
‘걸음걸이’를 주제로 한 이와 같은 <걷는수행> 방식은 불교 밖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걸음걸이 자체를 통찰하는 <걷는수행>은 불교 안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수행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