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성인의 경우 가끔 손발이 저리거나 몸의 일부분 또는 전체가 저리는 증상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흔히 혈액 순환의 장애라고만 간단히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서 혈액 순환 장애와는 상관없이 손발의 저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손발이 저릴 때에는 저리는 부위의 신경 자체에 손상이 있어 저리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신경을 지배하는 뇌의 감각 중추, 척수, 신경근 등과 같이 신경의 전달 통로에 문제가 있을 때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저림증의 원인을 크게 4가지로 분류하면...
① 뇌 이상
② 경추·흉추·요추의 척추신경 이상
③ 말초신경 이상
④ 말초의 혈액순환 장애
첫째, 뇌 이상의 경우는 가장 위험한 증상 중의 하나로 뇌혈관 장애, 즉 뇌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뇌졸중(중풍)과 뇌종양이나 뇌동맥 경화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 때 반드시 몸의 반쪽이 저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얼굴의 반쪽과 같은 방향의 손발이 몹시 저리거나 힘이 빠지게 되면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같은 특수 촬영을 하여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고혈압으로 인한 뇌혈관 장애, 즉 중풍 전조 증상이거나 혹은 뇌종양 같은 위험한 질환의 증상으로도 저림증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뇌졸중의 전조증상으로 오는 저림증은 한 번 나타나면 5~10분 정도 계속되며 한 쪽 팔다리 또는 같은 방향의 얼굴 주위까지 동시에 짜릿한 느낌이 올 수 있습니다. 이는 뇌로 가는 혈관의 일부가 일시적으로 막혀서 가끔씩 저림증이 발생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1년 내 뇌졸중이 발생할 확률이 15~20% 정도여서 위험성이 큽니다. 또한 간질에 의해서 손 저림 증상이 올 수 있는데, 이는 전신성일 경우보다는 부분성 간질에서도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둘째, 척추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도 저림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경추에 이상이 있으면 양쪽 팔이 저리거나 또는 어느 한 쪽 팔이 저리기 쉬운데, 목을 뒤로 젖히거나 좌우로 돌려볼 때 팔의 일정 방향으로 저림증의 정도가 강해집니다. 흉추에 이상이 있으면 등의 양쪽이나 한 쪽으로 통증이나 저림증이 오며 이유없이 등의 통증을 느낍니다. 요추에 이상인 경우에도 주로 한 쪽 다리의 뒤쪽이나 앞쪽으로 심하게 저리거나 당김(종아리가 터지는 듯함) 증상이 나타나고, 기침을 하거나 허리를 구부릴 때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척추관 협착증인 경우는 걸으면 다리가 저리거나 터지는 것 같아 자꾸 쉬었다가 가야만 하는 파행성 보행이 특징적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대부분 척추의 병변, 특히 최근 가장 흔한 디스크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척추의 종양, 염증, 탈골, 퇴행성 척추관절염, 뼈의 노화로 인한 변형성 척추질환 등이 원인이기도 합니다. 척수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대부분 몸 양측에 증세가 나타나며 광범위한 감각결손 및 운동마비, 배뇨장애, 배변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허리의 통증은 없으나 한 쪽의 고관절 부위에서부터 아래 다리가 심하게 당기고 아프면 고관절에 염증 또는 인대 손상일 경우가 많습니다. 뇌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반드시 몸의 반쪽 전반에 저림이 오는 반면 척추의 이상은 양쪽 또는 한쪽 팔이, 또는 양쪽 또는 한쪽 다리가 아프거나 저리는 것이 다릅니다.
셋째, 말초신경에 원인이 있는 경우는 부분적으로 저림 증상이 나타납니다. 팔이나 다리의 전체가 아니고 어느 국소 부위, 즉 팔다리의 안쪽 또는 바깥쪽, 손등, 손바닥, 발등, 발바닥, 손가락의 일부가 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넷째 원인인 혈관에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서 오는 경우(동맥경화)와 함께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위험한 증세는 아닙니다. 그 원인은 당뇨병이나 몸의 부증(일과성 신장 기능 장애), 고혈압이나 저혈압, 고지혈증으로 인한 말초혈액 순환장애, 전신성 혈액 부족, 말초신경염 등 다양합니다.
특히 손의 저림증이 생기는 흔한 원인 중 하나가 수근관 증후군(Carpal tunnel syn.)입니다. 이는 반복적으로 손을 쓰는 작업이나 타이핑 등에 의해 손목 아래, 주로 손바닥 쪽으로 통과하는 신경과 혈관의 통로가 좁아져 신경을 압박해서 생기며 서서히 증세가 진행되고 밤에 자다 손이 저려 깨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허벅지 부위에 대퇴외측피신경이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의 문제로 신경이 압박되어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넙다리 감각이상증이라고 합니다.
말초 신경병증의 경우에는 감각이상, 감각 소실, 손발에 무엇인가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 화끈거리는 느낌, 구름 위를 기어다니는 듯한 느낌 등 이상감각이 올 수 있는데, 당뇨병의 합병증, 에이즈, 매독, 신장기능장애 등으로 생길 수 있으며 당뇨병으로 인한 말초 신경병증은 주로 다리에 생깁니다.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약 70%에서 하지 불안 증후군, 경련, 근연축 등이 발생하고 통증, 감각이 둔하거나 이상 감각이 손발에 생기며 심한 경우 감각이 소실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10년 이상 오랜 혈액 투석으로 베타 마이크로글로불린(beta-microglobulin)이 침착되어 요독성 말초신경장애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는 드물게 만성 탈수초성 신경병증이 생겨 손발의 저림증과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수가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에서도 손발에 통증을 동반한 이상감각증을 동반하는데 이는 단백질 복합체가 신경에 침착되어 생깁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알코올 중독자에서 말초성 신경병증은 티아민 부족으로 추정되며 비타민 B12 부족은 척수의 아급성 결합변성을 일으킵니다. 결핵 치료제인 아이나(INH)를 먹으면 비타민 B6가 부족하여 감각신경의 축색병변으로 인해 감각이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빈크리스틴(vincristine)과 시스플라티넘(cisplatinum) 같은 항암제나 방사선 요법의 부작용이나 오랫동안 항경련제인 딜란틴 복용으로도 올 수 있습니다. 에이즈 치료제(DDC나 DDI), 항생제, 비소, 수은, 탈륨, 납 등의 중금속 중독에 의해서도 손발 저림이나 이상감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당뇨, 염증 등이 원인으로 발생할 때는 둘째, 셋째 손가락과 손목을 구부릴 때 특히 아픕니다. 또한 손발 저림증의 원인으로 암에 의한 영양결핍, 대사장애, 독소 혹은 면역반응에 의해 생길 수 있고 중년에서는 아급성의 감각신경병증이나 다발성 신경근 병증으로 생길 수 있습니다.
손을 찬 공기나 찬 물에 노출시켰을 때 손이 창백해지면서 저린감이 발생하는데 이는 레이노 증후군이라고 해서 교감신경의 과민반응으로 올 수 있습니다. 또 몸에 지방질이 많고 뚱뚱한 체질의 소유자는 혈액에 노폐물이 많이 함유되어, 춥거나 저기압 상태일 때 더욱 저림증이 심해집니다.
손발 뿐만 아니라 어깨, 머리까지도 아프면서 저리는 곳이 일정하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아플 때 이는 스트레스나 과호흡증후군, 신경성 등으로 올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경우 먼저 뇌의 이상 여부를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같은 특수 촬영을 하여 정확한 원인을 찾아보지만 많은 경우 원인을 알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따라서 진단결과에 따른 원인적 치료를 시행하여야 합니다.
대구한의대학교 부속대구한방병원 침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