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큰 돼지감자가 무성하게 군락을 이룬 채 밭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렇게 등장한 돼지감자, 뚝감자를 다른 말로 '뚱딴지'라고 한다. '뚱딴지, 뚱하니'라는 말은 모두 돼지감자를 일컫는 것이다. 노랗고 예쁜 꽃과는 달리 그 뿌리를 캐어보면 돼지코처럼 생긴 못생긴 감자가 달려 있다. 꽃과 줄기를 보면 예쁜데 뿌리는 못생겼다. 그래서 엉뚱하다는 말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뚱딴지가 텃밭에 버젓이 등장한 이유는 기능성 식품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건조한 기후에도 번식력이 왕성하여 농가 주위나 산비탈, 들판에서 2~3미터까지 자라는 돼지감자가 버젓하게 밭의 핵심작물로 뽑힌 것은 '기능성식품'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돼지감자에 있는 '이눌린'이라는 물질은 민간요법에서 당뇨병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눌린은 칼로리가 낮은 다당류로 위액에 소화되지 않고 분해되어도 과당으로만 변화되어 혈당치를 상승시키지 않으면서 천연인슐린의 역할을 한다.
다이어트식품으로 알려진 것은 뛰어난 식이섬유 효과 때문이다. 이눌린은 장내 유산균을 5~10배까지 증가시키고 동시에 유해세균을 감소시켜 유익한 비피도박테리아의 대사를 촉진하고 활동성을 증가시켜 장내환경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체질개선, 변비, 비만증에 매우 효과적이다. 사실 돼지감자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식량이었다. 유럽에서도 17세기부터 식용으로 사용되었다. 프랑스어로는 '폼드테르'라 하여 '땅의 사과'라고 했다.
감자의 속살은 사과처럼 투명하며 시원한 맛이 난다. 과거 먹을 것이 귀할 때는 귀한 먹거리였다. 유럽이나 한국에서는 많이 먹으면 속이 아리고, 소화도 잘되지 않아, 돼지사료 등으로 더 많이 쓰였으며, 실제로 돼지나 짐승들이 잘 먹는다. 돼지감자는 흙이 묻은 채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사용할 때 물로 씻어서 즉시 생것으로 껍질 채 또는 껍질을 벗기고 먹으면 좋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쉽게 무른다.
돼지감자를 생것으로 먹는 것도 좋지만, 봄부터 가을철 사이에는 장기 보관하기가 어려우므로 건조시켜 분말로 만들어놓고 먹는다. 돼지감자를 30도 넘는 소주에 담가서 3개월 뒤에 먹거나 꿀이나 설탕을 넣고 발효시켜 먹을 수도 있다. 약초명은 '국우(菊 芋)'로 잎과 줄기를 골절상에 쓴다. 돼지감자 어린 순은 나물로도 먹는다. 돼지감자는 감자를 씹는 맛과 우엉맛을 동시에 가졌다. 조리면 특유의 단맛이 난다. 끓인 물을 마시면 둥굴레차와 비슷한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