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차신경통은 단시간 동안의 심한 안면 통증을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신경 질환으로, 그 양상은 매우 심하며(severe), 예리하며(sharp), 칼로 찌르는 듯하며(stabbing), 갑작스런(paroxysmal) 통증이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 발작적으로 일어납니다. 관련 신체 부위는 뇌에서 얼굴, 두피, 치아, 입, 얼굴로 삼차신경의 제1, 제2, 제3분지 모두를 침범할 수 있으나 제1분지보다 제2, 제3분지에 호발됩니다. 매우 드물게 좌우 양측성으로도 발병되나 통증이 좌우측에 동시성으로 나타나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주로 50세 이상의 여자 환자에게 더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많은 경우 삼차신경통의 직접적 발병요인은 규명되지 않고 있으나, 삼차신경의 신경근 또는 입구 부위에 병변을 초래하는 여러 질환들에 의해 발생될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 중 가장 흔한 것은 뇌에서 나오는 12개의 뇌신경들 중에 머리와 목 부위의 감각을 담당하는 제5번 신경인 삼차신경이 뇌에서 나오는 부위에서 뇌혈관과 접촉하여 만성적으로 신경이 자극되어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간혹 삼차신경근을 압박할 수 있는 소뇌 뇌교각(CPA)에 발생되는 수막종, 표피양 등의 종양에 의해 삼차신경통이 유발될 수도 있습니다. 젊은 연령에서 발생되는 삼차신경통의 경우 뇌교 탈수초병변이 주요 원인입니다. 이외에는 다발성 신경경화증 등의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삼차신경통은 위에서 말했듯이 갑자기 칼로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이 얼굴에 발생하는 병입니다. 특징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갑작스럽게 통증이 나타나고, 발작적 통증이 없는 시간에는 뻐근한 아픔이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때로 발작이 가라앉으면 수개월 동안 재발없이 지내기도 합니다. 흔히 입 주위나 잇몸 근처, 그리고 눈 주위에 통증이 나타나고 세수를 하거나 면도를 하거나 양치를 하거나 음식을 씹을 때, 혹은 바람이 얼굴을 스쳐도 통증이 자주 발생하며 수초 혹은 수분간 지속됩니다. 간혹 치통으로 오인되어 치과에서 발치를 하고 신경처리를 하지만 통증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통증이 심할 때에는 얼굴 근육들이 이그러지고 경련, 안검결막충혈이 생기며 침, 눈물, 콧물 등을 흘리기도 합니다. 특별한 예방법이 없고, 자가 진단으로 이상 여부를 관찰하며, 전문가의 검진과 뇌종양 등 다른 질환의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두부의 X-선 촬영을 하거나 CT, MRI를 실시합니다.
삼차신경통의 치료로 초기에 카바마제핀이라는 약물을 복용하면 통증 완화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일단 어느 정도 약물을 투여하여 관해에 도달하면 약물을 줄이거나 끊게 됩니다. 카바마제핀만으로 통증의 조절이 충분치 않은 경우에는 클로나제팜, 페니토인 등을 추가할 수 있으나, 이러한 약물들은 일반적인 진통제가 아니라 간질환자가 복용하는 진경제이므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갑작스런 통증을 방지하기 위해 차갑거나 뜨거운 공기와 접하지 말아야 하고, 아프지 않은 쪽으로만 음식물을 씹으며, 수염을 기르기도 합니다. 여러 진단적 검사에서 뚜렷한 기질성 원인이 발견되지 않은 삼차신경통 환자에게 약물 치료를 충분히 하고도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 수술적 요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말초신경 차단법은 안면통증에 관계된 신경에 알코올 또는 페놀을 주사하여 신경기능을 차단함으로써 최고 2년까지 일시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수술법이고, 삼차신경절 주사법은 글리세롤을 주사하거나 포가티 풍선을 부풀려 삼차신경절 또는 신경근에 직접 외상을 가하는 방법으로 비교적 통증 완화 효과가 좋고 시술에 따른 감각장애도 매우 경미한 것으로 보고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삼차신경근을 절단하기도 합니다. 삼차신경통의 주요 원인인 미세혈관들이 삼차신경근 또는 신경근 입구 주위에 인접되어 삼차신경을 자극하는 경우에는 수술적으로 이 부위 혈관들은 박리하거나 비수용성 스폰지를 인접한 사이에 끼어 넣습니다.
말초신경 차단법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수술적 치료의 통증 완화 효과는 거의 비슷합니다. 대개의 경우 치료받은 환자의 80~85% 정도는 5년간 통증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단 수술적 치료 후 시술에 따른 이상감각이나 무감각이 발생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인데, 치료받은 환자의 5~30%에서 나타납니다. 말초신경 차단법의 경우 통증 완화율도 낮고 2년 이내에 약 50% 정도에서 재발되고 다른 치료법에 비해 각막 무감각 증세의 발생빈도가 매우 높습니다. 미세혈관 감압술이나 수술적 삼차신경근 절단 방법의 경우는 치사율이 1~3% 정도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다른 안전한 수술적 치료와 비교할 때 결코 간과될 수 없는 주요 문제입니다.
삼차신경통의 한방치료는 안면통의 범주에서 시행할 수 있습니다. 한방치료에서는 삼차신경통의 발작시에 생기는 극렬한 통증을 침, 약침, 뜸, 한약을 이용하여 완화시키는 치료를 위주로 하는데, 비교적 통증의 완화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고질적으로 재발하는 삼차신경통의 경우 안면과 두부의 혈액순환을 개선시켜 근육, 인대, 혈관이 삼차신경절이나 신경근을 압박하는 것을 감소시켜 통증의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한방의 변증으로 안면통은 풍한의 사기가 안면부의 경락에 침습되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간담경의 습열이 안면의 경락에 침습하여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인에 맞게 적절한 한약을 사용하여 풍한의 사기나 습열을 제거하면 통증의 완화에 효과가 있습니다.
대구한의대학교 부속대구한방병원 침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