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숲에서 피어나는 화사한 연보라꽃 벌깨덩굴
벌깨덩굴은 유명하지도 쓰임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산행에서 쉽게 만나는 야생화다. 숲이 제법 신록으로 물드는 시절이면 등산로 주변 여기저기 무리를 지어 화사하게 피어난다.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으로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점이 박혀 있는 흰 무늬와 수염같이 부드러운 털이 덥수룩하니 자리하고 있는 게 여간 신비스럽지 않다. 높은 산에서 층층이 매달린 연보라빛으로 무리지어 피어나는 꽃의 자태는 보석처럼 빛난다.
잎이 들깨를 닮아 벌깨덩굴일 것 같은데 꽃이 핀 모습에선 덩굴이란 말이 왜 붙었는지 알기 어렵다. 꽃은 한꺼번에 피는게 아니라 아래부터 달리는 순서대로 피어난다. 꽃이 필 때는 꼿꼿한 줄기처럼 보이지만 질 때쯤이면 제법 길게 덩굴을 뻗어 나간다. 줄기가 길게 자라면서 땅에 닫는 부분에 새로운 뿌리를 내려 분가를 하기도 한다. 그러니 꽃이 제법 많이 달리면 서지도 눕지도 않은 애매한 모습이다.
꿀풀과에 속하는 야생화로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봄에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한다. 꽃이 달리는 순서대로 피어나다 보니 개화기간이 길어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꽃이기도 하다. 산행하면서 늘상 꽃 이름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 것은 많이 보여 그렇겠지만 신비한 꽃 모양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물어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특별하지 않은 만큼 친근감을 주는 야생화이기도 하다.
깻잎처럼 삼각형의 마주 보는 잎은 톱니가 있고 위쪽으로 갈수록 잎자루가 짧다. 꽃은 마디 사이에서 한쪽방향으로 달린다. 입술처럼 늘어진 부분은 흰색으로 점이 박혀 있고 가느다란 수염이 달려있다. 꿀풀과 답게 꿀이 많아 밀원식물이며 꽃이 커서 관상용으로 보기도 좋다. 흰색으로 피어나는 벌깨덩굴도 있다.
한자로는 지마화(芝麻花)라 한다. 한방에서 쓰이는 약재는 아니지만 민간요법으로 강정제나 여성의 대하 증상에 다른 약재와 함께 사용된다고 한다.
모데미풀은 바람꽃 종류와 비슷하지만 꽃의 크기가 커서 사람들이 함부로 채취하여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봄꽃이다. 지리산 자락 운봉의 모데미란 곳에서 발견되어 그 이름으로 불린다고 하지만 정작 모데미란 곳을 확인할 길이 없다. 또한 지리산도 자생지긴 하지만 쉽게 만나기 어렵다. 한뼘도 안되는 줄기에 순백의 그리 커다란 꽃을 달고 있는 모습이 더 없이 정이 간다.
너도바람꽃속을 닮았다고 하여 ‘크다’ 라는 뜻의 메가스(megas)와 너도바람꽃의 속명 에란티스(eranthis)로 이루어진 합성어인 메가레란티스(Megaleranthis)가 모데미풀의 속명이다. 일부 학자들은 모데미풀의 특징이 금매화속의 식물 범주에 포함되므로 달리 분류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한국 특산속으로 산림청과 환경부에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 야생화다. 높은 산의 습한 곳에 자생하고 있으며 4월 정도에 꽃이 핀다. 제주도 한라산부터 금강산까지 전국적인 분포로 자생지가 확인되고 있으나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일부러 찾지 않으면 만나기 어려운 꽃이기도 하다. 워낙 일찍 피고 대부분의 큰 산이 봄철 산불방지기간으로 입산이 통제되고 있어 더 그렇다.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소백산이 아닐까 싶다. 군락도 크고 봄철에도 입산이 가능한 곳이다.
숲이 밀림화되고 사태 등으로 계곡이 황폐화 되면서 자생조건이 까다로운 모데미풀의 자생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개체수가 줄어드는 이유다.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키우려고 해도 재배방법이 까다로워 살리기 어렵다. 적합한 재배방법이 보급되어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연구가 필요한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자생지로 알려진 곳에도 워낙 적은 개체가 자생하고 있어 안타까움에 매년 자생지를 찾아보고 있지만 사진찍는 분들이나 나물 채취하는 분들의 욕심에 훼손된 개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봄꽃이 대부분 그렇듯이 꽃이 지면 바로 열매를 맺는데 다른 식물들이 본격적으로 자라기 전에 한 해의 삶을 마무리하는 셈이다. 넓은 잎의 가운데 별 모양의 열매도 인상적이다. 열매는 곤돌과로 열매가 벌어지면서 씨앗을 멀리 보내서 번식을 하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다보니 산행 등을 하다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모데미풀을 만나게 되기도 하지만 개체수는 불안정하다.
생태계가 변하여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개인의 작은 욕심으로 이러한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없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 오염되지 않은 깊은 계곡의 한자리를 야생화를 위해 내주는 마음도 아름답지 않을까.
산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꽃이 있는가 하면 일부러 자생지를 찾아 다녀야 볼 수 있는 꽃이 있다. 자생조건이 까다롭고 희소한 특성 탓이다. 동강할미꽃이 그렇다. 주민들이 뼝대라고 부르는 수직 절벽이 동강할미꽃의 자생지다.
유유히 흐르는 동강 바위 벼랑에 적은 개체가 서식하고 있어 시기를 맞춰 일부러 눈맞춤 하러 가야만 볼 수 있는 야생화다. 동강할미꽃을 찾아가는 동강 변의 아름다운 모습도 어느 한곳 그냥 스쳐가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절경의 깎아지른 암벽에 하늘을 향해 피어있는 동강할미꽃의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할미꽃은 양지 바르고 키 큰 식물이 햇빛을 가리지 않는 곳, 물 빠짐이 좋은 비교적 건조한 땅, 특히 호석회식물(칼슘을 좋아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보통의 땅보다 칼슘성분이 많은 땅에서 잘 자라 묘지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할미꽃은 잎자루가 길고 개화기가 되면 길게 자란 꽃줄기 끝이 구부러져 붉은빛 꽃송이가 아래를 향해 핀다.
반면에 동강할미꽃은 석회암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며 할미꽃에 비해 식물체가 작다. 개화기에 짧은 꽃줄기 끝에 달린 꽃은 해바라기를 하는 것처럼 하늘을 향해 꽃잎을 활짝 벌린다. 바위틈에 뿌리를 최대한 밀착시킴으로써 강풍에 견디고 부족한 양분과 수분조건에 적응한 모습으로 보여진다. 서식환경에 따라 꽃 색이 다양하여(연분홍, 청보라, 붉은 자주, 흰색) 더욱 아름답지만 화피가 길어 `긴동강할미꽃'이란 이름을 얻은 것도 있다.
동강할미꽃은 1997년 생태사진가 김정명씨가 야생화 탐색을 위해 동강을 따라가던 중 바위 절벽 위에 피어있는 붉은색 할미꽃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붉은 할미꽃을 발견한 김작가는 할미꽃이 분명하긴 한데 지금까지 그가 보아 온 할미꽃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할미꽃의 변이종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1998년 자신의 `한국의 야생화' 캘린더에 사진을 싣고 `하늘을 향해 꽃을 피우는 할미꽃'이라고 소개했다. 2년 후인 2000년 세계에서 유일한 식물로 학계의 인증을 받아 `동강할미꽃(Pulsatilla tongkangensis Y. Lee et T. C. Lee. sp. nov.)'으로 학명을 붙이게 되었다.
동강할미꽃이라는 새로운 꽃이 알려지면서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봄이 되면 동강으로 달려가 동강할미꽃을 촬영하면서 그 아름다움과 희소성에 매료되어 입소문을 내기 시작한지 10년이 되었다. 꽃이 필 무렵이면 절벽에 사다리를 걸치고 촬영에 몰두하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다 보니 때로는 꽃을 자르거나 몰래 캐가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어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름다운 꽃을 찍는다고 묵은 잎을 뜯어내거나 주변을 치우는 행위도 동강할미꽃에게는 해로운 일이므로 자연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자생환경이 까다로워 인공재배가 어려웠으나 최근엔 영월 농업기술센터에서 재배기술을 확보하여 일부 지역에선 동강할미꽃을 복원하고 화분으로 판매도 시작하여 남획에 의한 멸종위기를 넘기게 되었다.
능선에 찬바람이 불 무렵 피기 시작하는 들국화가 구절초다. 보라빛의 쑥부쟁이와 함께 군락을 이루어 피는 하얀 구절초는 가을 들국화의 대명사다. 높고 푸른 하늘과 맞닿은 능선을 보라빛과 흰색의 들국화가 가득 채우면 산행의 피로는 말끔히 씻긴다.
우리나라는 가을이면 들국화로 지칭되는 많은 야생화가 피어난다. 보라빛 쑥부쟁이부터 노란색의 산국이나 감국까지 가을 들녘은 온통 들국화 천지다. 수수한 꽃과 달리 진한 향기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가을 내내 꽃을 볼 수 있을 만큼 꽃이 피어 있는 시기도 길어 가을 꽃의 대명사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가을 국화의 상징인 노란 감국이나 산국처럼 강렬한 향기와 색상은 아니지만 흰색의 큼직한 꽃은 정갈한 느낌을 준다. 어린 개체는 연분홍 빛을 띄기도 한다. 쑥부쟁이와 함께 군락을 이룬 풍성한 모습도 보기 좋지만 바위 틈새에 고고한 자태를 수줍게 뽐내고 있는 모습도 아름답다.
구절초는 전국적으로 볼 수 있지만 가을 들국화 산행은 지리산이 최고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장쾌한 능선에 펼쳐진 하얀 구절초와 보라빛 쑥부쟁이의 조화는 다른 산에서 느끼지 못하는 장관이다. 연하봉 주변이나 세석고원에 펼쳐진 장관은 한폭의 동양화다.
이른 가을 높은 산에서 만나는 구절초는 산구절초이고 들판이나 야산에서 비스듬히 쓰러지듯 피어나는 들국화가 구절초다. 구절초는 약용식물 이름으로 음력 구월 구일에 꽃이 달린 전초를 채취하는게 약효가 좋다고 하여 그리 불리운다고 한다.
부인병에 몸을 따뜻하게 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하여 선모초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민간에서는 여인의 손발이 차거나 산후 냉기가 있을 때 달여 마시는 상비약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시골에서 시집 보낸 딸의 임신이 늦어지면 어머니가 구절초를 채취하여 말린 후 달여서 엿을 만들거나 식혜를 만들어 보내곤 하였다.
가을 국화인만큼 꽃을 따서 말려 두었다가 차로 마셔도 좋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구절초 꽃술을 담궈도 은은한 향이 일품이다. 그렇다고 산에서 자라는 들국화를 마구 채취하면 안될 일이다. 요즘은 재배도 많이 하고 있으니 가을 국화 축제 등에서 구입하면 된다.
순결한 백색의종 은방울꽃
은방울꽃은 등산로 주변 볕이 잘 드는 곳에 무리지어 피어난다. 하지만 꽃은 넓은 잎 사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봄에 잎이 먼저 나오고 여름이 시작될 즈음 꽃이 피기 시작한다.
꽃이 피기전에 잎은 나물로 오인되어 독초사고가 나기도 한다. 독성이 강해 많이 먹을 경우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그래서 옛날 우리 이름이 ‘화냥년속고쟁이가랭이꽃’ 인지도 모르겠다.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 봄이면 산으로 들로 나물을 뜯으러 나서야 했던 여인들에게 무리지어 자라면서도 무용지물이었던 은방울꽃이 곱게 보였을리 만무하다. 그러니 모양만 이쁜 꽃에 화냥년이란 이름이 붙었지 않았을까. 하늘을 향해 손을 모은듯 피어나는 잎이 여자들의 속옷인 고쟁이를 닮아 화냥년속고쟁이가랭이꽃이다.
예전엔 단장을 하는 여인들이라면 응당 웃음을 파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 여인네들은 그때부터 속옷조차 멋을 부려 입었을지도 모르겠다. 옛말에 고쟁이 열 두벌을 입어도 보일 것은 다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다. 옷을 많이 입던 시절이라 안에 입던 고쟁이는 밑이 터져 앉으면 그냥 벌어지게 되어 있던 모양이다. 그 고쟁이 가랭이가 은방울꽃 잎을 닮았나 보다. 화냥년속고쟁이가랭이꽃이란 이명은 이제 도감에도 찾아 볼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커다란 잎 아래로 비스듬히 여러 송이의 하얀 꽃이 달리는데 꽃의 끝이 6개로 갈라져 바깥쪽으로 말려 종모양을 이룬다. 우리나라의 은방울꽃은 향기가 그리 진하지 않지만 유럽산은 향기가 진해 향수나 화장품에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꽃말은 순결 혹은 다시 찾은 행복이라고 한다.
최근 과학적인 연구에서도 이 은방울꽃이 화제가 되었다. 우리 몸에는 냄새를 맡는 후각수용체의 유전자 종류가 1천 가지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중에 콧구멍 속의 후각신경세포가 아닌 다른 부위에서 발현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hOR17-4라는 후각수용체가 있는데 남자의 정자에서 발현된다고 하는데 이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으면 정자가 난자를 찾지 못해 결국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단다. 정자가 난자를 찾아갈때 난자가 방출하는 물질을 쫓아 가는데 hOR17-4이 여기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이 hOR17-4라는 후각수용체가 감지하는 냄새가 바로 은방울꽃 향기다. 따라서 은방울꽃 향기를 못맡는 남성은 hOR17-4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정자가 길을 잃어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수용체가 코에서 작동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얀 종모양의 꽃에 이슬이라도 맺혀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없이 빨려 들어가게 된다. 백합과로서 화려함을 갖추지 않았어도 참으로 순수한 꽃이다.
어릴적 시골에서 자란 나로서는 제비꽃은 흔하게 보아온 꽃이다. 봄철이면 길가 양지바른 풀섶에 작은 보라꽃을 피워 사람의 눈길을 끌던 꽃이 제비꽃이다.
이른 봄 소식을 전하는 꽃이라면 의례 복수초나 너도바람꽃 혹은 노루귀가 제격일 것이다. 하지만 제비꽃은 봄꽃이 흐드러지기 시작하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종류 또한 만만치 않다.
야생화 공부를 시작하기 전까지 제비꽃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알지 못했다. 시골에서도 몇 종류는 만났을텐데 그저 반지를 만들던 작은 보라빛 꽃으로만 기억된다.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제비꽃 종류는 대략 60여가지 정도라고 한다. 그동안 야생화에 관심을 갖고 만나기 시작한게 대략 20여종 정도다. 아직 절반도 만나지 못한 셈이다.
이유미의 우리꽃 사랑에 보면 제비꽃과 관련한 여러가지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꽃의 자태가 날렵하고 빛깔 또한 제비를 닮았으며 제비가 돌아오는 봄에 꽃이 피어 그런 이름이 붙은 듯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종류가 많고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꽃이기에 이름도 다양하다.
시골아이들에겐 오랑캐꽃이 더 잘 알려진 이름이다. 봄이오면 각 마을마다 제비꽃이 피어날쯤 북쪽의 오랑캐가 쳐들어와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꽃의 밑부분이 부리처럼 길게 튀어나온 모습이 오랑캐의 머리채를 닮아서 그리 불려진다고도 한다.
이외에 꽃모양이 씨름하는 모습처럼 생겼다고 씨름꽃, 장수꽃이라고도 불리고 이른 봄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귀여워서 병아리꽃, 나물로 먹을 수 있어서 외나물, 나지막한 모양새를 따서 앉은뱅이꽃이라고도 한다.
쉽게 만날 수 있으나 개체가 그리 크지 않으니 관심을 갖고 자세하게 살펴야 구분할 수 있는 꽃이기도 하다. 그동안 야생화에 관심을 갖은지 꽤나 되었으나 아직 이름표를 자신있게 달 수 없는 종이 제비꽃이다.
예전에 남해의 설흘산을 갖을때 산행내내 10여 종이 넘는 제비꽃을 만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못한 기억이 있다. 당시 처음 만난 제비꽃이 자주잎제비꽃과 낚시제비꽃이었다. 그외 뫼제비꽃이나 왜제비꽃 등도 정확한 이름을 부르기는 어려웠다.
설악산에서 우연하게 장백제비꽃을 발견했을때는 그 도도함에 흥분하기도 했다. 남한에서는 현재까지 그곳이 유일한 자생지인 것 같아 오랫동안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년 정도 찾았는데 군락이 조금씩 자리를 이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금강제비꽃을 처음 만났을때는 한국특산종이라는 이유로 정이 많이 갔다. 양옆으로 말려있는 잎이 하늘을 받치고 있는 모습도 신기하였다. 이른 봄 양지바른 산길에 많이 보이는 고깔제비꽃은 제비꽃 중에서 제법 화려한 모습을 자랑한다. 개체도 선명하고 분홍빛이 환상이다. 역시 잎이 말리는데 그 모습이 고깔처럼 보인다.
명지산에서 고깔제비꽃과 흡사한 흰색의 제비꽃을 만났는데 처음엔 금강제비꽃인줄 알았다. 잎이 말리는 모양이 달라 사진을 찍어 도감을 찾아보니 애기금강제비꽃이란다. 주변에 태백제비꽃과 어룰려 자라고 있었다.
꽃도 이쁘지만 알록무늬가 있는 잎이 보기좋은 알록제비꽃도 정이가는 제비꽃이다. 알록제비꽃과 잎이 비슷하지만 무늬가 없는 자주알록제비꽃도 있다. 남쪽 해안가 산행에서 흰색의 알록제비꽃을 만났는데 아직 분류되지 않은 종인것 같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직 절반도 만나지 못하고 이름표조차 제대로 붙이지 못하는 꽃이니 당분간 더 열심히 찾아봐야할 야생화인 셈이다.
전국의 산야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야생화다. 줄기 끝에 모여 피는 보랏빛 꽃들의 모습이 마치 미니스커트를 닮아서 그렇다는 소리도 있고, 바닥에 둥글게 붙어 자라는 잎의 모양이 치맛자락을 닮아서 처녀치마로 불린다고도 한다.
다른 이름으로도 치맛자락풀이나 성성이치마로 불리고 있으니 치마와 연관되는건 분명한 것 같다.
처녀치마도 상당히 일찍 피는 봄꽃인데 습기가 있는 음지에서 흔히 만날 수 있으나 설악산의 용아장성능선에서도 보이는걸 보면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도 자라는 것 같다.
땅바닥에 붙어서 둥글게 달리는 잎은 꽃이 지고나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반상록성 식물이다. 땅을 덮은 잎으로 온도를 유지하여 이른봄 꽃을 피우는 것이기도 하다.
일찍 꽃을 피우다보니 어릴 때 시골에서는 자주 보던 것이 산행을 하면서는 그리 자주 만나지 못한다. 아마도 이른 봄 산행은 주로 능선을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러 찾아야 수줍은 산골처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처음 꽃이 필 때는 꽃대가 짧지만 점차 자라서 꽃이 진후에도 50cm까지 자란다고 한다. 바람의 힘을 빌려 꽃씨를 멀리 퍼뜨리려는 지혜다.
꽃은 보라색이지만 분홍빛이 돌기도 하고 드물게 흰색과 검은색 꽃을 피우는 개체도 있다. 처녀치마외에 고산에서 자라는 숙은처녀치마도 있는데 처녀치마 잎에 톱니가 있는 반면 숙은처녀치마는 톱니가 없고 민듯하다.
산행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 독특한 모습에 저절로 환한 웃음을 머금게 된다. 하지만 그 모습을 카메라로 담으려면 신경께나 쓰인다. 키가 작은탓도 있으나 자라는 곳이 그늘진 곳이라 빛을 담기가 쉽지 않다.
비슷한 식물로는 여름에나 유백색의 꽃이 피는 칠보치마가 있다.
봄을 알리는 꽃 보춘화
이른봄 남쪽 야산에서 피어나는 춘란의 정식이름이 보춘화다. 한국에도 제법 많은 종류의 난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한때 돌연변이 종을 만나면 떼돈을 벌 수 있다고 하여 수난을 당하기도 하였다.
봄을 알리는 꽃이라 하여 보춘화라고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명자나무나 봄맞이꽃을 보춘화라 부르기도 한다. 난을 잘 아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춘란을 민춘란이라 하여 돌연변이 종과 구분하기도 한다. 지방에 따라 꿩밥, 아가다래, 여달래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난 중에서 봄에 핀다고 하여 춘란이다. 동양화에 나오는 사군자 그림이 춘란을 연상케 한다. 이른봄 양지바른 야산에 꼿꼿한 잎새를 살짝 늘어뜨리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모습에 옛사람들도 으뜸으로 쳤던 모양이다. 서식지가 높지 않은 마을 뒷산이라 사람들에게 친숙했던 탓도 있으리라.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난도 각양각색인데 꽃이 하나씩 달리는 것을 난이라 하고 한 줄기에 여러 개의 꽃이 달리는 것을 혜라고 하여 구분하였다.
전국적으로 서식한다고 하지만 주로 남쪽 야산에서 자란다. 해발 1300미터 이하에서 자란다고 하나 해발 5~600미터 정도의 야산 소나무 아래에서 흔히 만나게 된다. 어릴때 강원도에서 자란 나로서는 당연히 등산을 취미로 하면서 만나게 된 야생화다.
이른봄 산행을 하다 춘란을 만나게 되면 돌연변이 종을 찾는 것도 아닌데 계속 꽃을 찾아 들추어 보게 된다. 꽃 모양이 참으로 독특하다. 꽃대 하나에 하나씩 피어난다. 꽃 모양이 전체적으로 기품이 있어 보이지만 아래 혀를 내밀고 있는듯한 순판은 백색에 짙은 홍자색 반점이 있으며 울퉁불퉁한 모습이다.
꽃대가 한 뼘 내외라 사진을 담기는 쉽지 않은 야생화기도 하다. 빛도 그렇지만 제대로된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별 포즈를 다 취해야 그나마 모양새를 그려낼 수 있다.
희귀종이라 더 귀한 한계령풀
이른 봄 노란 군락을 이루며 피어나는 한계령풀은 환경부가 지정한 희귀종으로 분류되어 보호되고 있다. 자생지가 한정되어 있어 그렇겠으나 최근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구 채취하는 사례도 있고 무분별한 개발로 자생지가 훼손되고 있는게 이유다. 한계령에서 처음 발견되어 그리 불리운다. 그래서인지 점봉산을 대표하는 꽃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처음 야생화를 공부하면서 희귀종이란 내용을 보고 한번쯤 만나고 싶은 야생화에 들었던 꽃이다. 그렇게 몇 년을 애태우다 우연히 산행에서 만나서는 정작 알아보지 못할 뻔 하였다. 도감엔 참으로 화려하게 표현되었는데 막상 현장에서 만난 한계령풀은 너무 왜소하고 군락지가 생각보다 넓어 다른 꽃이 아닐까 생각하였던 것이다.
왜소한 모양과 달리 카메라 렌즈를 통해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참으로 앙징맞은 꽃이다. 꽃잎도 꽃술도 온통 노란빛이다. 3장씩 갈라지는 잎은 바람꽃을 닮았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얼레지나 꿩의바람꽃, 현호색들이 함께 보인다. 분홍빛의 얼레지나 하얀 바람꽃 종류와 함께 피어있는 노란군락은 이른봄 부지런함의 선물이다.
언땅을 뚫고 올라오는 꽃대는 처음엔 잎과 꽃이 함께 뭉쳐서 나오다가 점차 잎과 꽃이 활짝 피어난다. 마치 동면하는 짐승이 기지개를 하며 깨어나듯이 말이다. 자생지도 한정되어 있고 개화시기가 짧아 활짝 핀 군락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개화시기가 10여일 정도라고 한다.
자생지가 한정되어 있다고 하지만 강원도 일대엔 생각보다 넓은 군락지가 여러곳 알려져 있다. 이른봄 백두대간길을 걷다보면 생각보다 분포지가 넓음도 알 수 있다. 백두대간을 따르다보면 태백산 정도가 남방한계선이 아닐까 싶다. 여러해살이 풀인 한계령풀은 북방계 식물로 세계적으로도 서식지가 그리 넓은편이 아니라 세계적인 희귀종으로 더 가치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보호종이 자생지 환경이 까다롭기도 하거니와 지자체의 마구잡이식 개발 등으로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울창한 숲과 잡목, 산죽 등으로 인한 자연적인 환경변화도 자생지가 줄어드는 큰 요인이다.
어쨌든 산행중에 우연히 한계령풀의 군락지를 만난다는 것은 여전히 행운임에 틀림없다.
이름도 정겨운 깽깽이풀
깽깽이풀이란 이름을 들으면 그 꽃을 알지 못하더라도 참으로 정겨운 느낌이다. 하필 이름이 깽깽이일까. 이른 봄철 농사일로 한참 바쁠때 양지바른 곳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모습이 한가롭게 봄볕을 즐기며 깽깽거리는 강아지 같다고 하여 깽깽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바빠서 정신없을때 피는 아름다운 모습에 시샘이 묻어나는것 같다.
이름에서 묻어나는 친근감으로 봐서는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즘은 그리 자주 만나지 못하는 야생화다. 그래서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 야생화가 되었다.
마을 주변의 낮은 산에 피는 꽃이나 예전엔 약재로, 최근엔 야생화로 팔려나가는 통에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자생지가 공개되면 여지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수난을 당하는 꽃이다.
자생조건이 까다롭다보니 수풀이 우거져 자생지가 줄어드는것도 멸종의 이유다. 최근 약초로 채취되지는 않으나 야생화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팔기위해 자생지가 훼손되고 있는게 제일 큰 이유다. 꽃이 환상적인 모습이기는 하지만 피어있는 시기가 워낙 짧아 관상적 가치가 높은건 아닐것 같다.
꽃보다 조금 나중에 올라오는 자줏빛 잎은 잎자루가 잎의 밑이 아닌 중간에 달려 연꽃잎 같다. 꽃이 떨어지고 무성하게 자란 잎의 모양도 연꽃잎처럼 아름다운 모습이다.
씨앗의 표면에 꿀샘이 흐르는 밀선이 있어 씨앗이 떨어지면 단 것을 좋아하는 개미가 물고가다 떨어트린 곳에서 다음해 꽃을 피우다보니 자생지가 줄로 이어진 현상이 관찰되기도 한다. 씨앗을 멀리 퍼뜨리기 위한 지혜다.
꽃색은 보라색 계열이지만 분홍빛이 돌기도 한다. 활짝핀 꽃잎속에 암술1개와 주위에 수술이 8개가 둘러싸고 있다. 수술의 꽃밥은 노란색이거나 자주빛이다. 무엇보다 햇빛을 받고 있는 꽃잎의 색이 참으로 신비한 느낌을 들게 한다.
자생지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산행을 하다 우연히 만날 수 있다면 큰 행운을 얻은 셈이다.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아 노루귀
깔대기 모양으로 돋아나는 잎이 노루귀를 닮았다고 하여 노루귀라 불리지만 정작 잎사귀는 꽃이 질때 쯤에야 볼 수 있다. 솜털이 덮여있는 포가 꽃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노루귀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역시 이른 봄에 전국의 양지바른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노루귀 역시 꽃잎이 없이 화피(꽃받침)가 꽃잎처럼 보인다. 일반적으로 흰색과 분홍색의 꽃을 보게 되지만 자라는 환경에 따라 다양한 색을 연출한다. 드물게 만나는 보라색꽃은 남색에 가까운 색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10cm 정도의 줄기에 깜찍한 꽃송이를 달고 있는 모습도 귀엽지만 꽃자루에 뽀송뽀송 드러난 솜털이 앙증맞다. 꽃을 둘러싸고 있는 3갈래의 포에도 솜털이 덮여 있다. 꽃잎처럼 보이는 꽃받침은 6~10장 정도로 일정하지 않으나 흰색이 더 많은 꽃받침을 갖는다고 한다. 만나기 쉽지 않으나 겹꽃도 보이고 있다.
이른봄에 봄소식을 전하는 꽃이라 일부러 찾아가기도 하지만 산행 중에 우연히 만나게 되면 저절로 미소가 번지는 사랑스런 꽃이다. 화려한 꽃색에 미색의 수술과 암술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모습이 환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매년 꽤 많은 개체를 만나지만 늘 반가운 마음에 카메라를 들이미는 꽃이다.
비슷한 종류는 많지 않아 울릉도에 자생하는 섬노루귀와 제주도에서 크기가 작고 꽃과 잎이 동시에 피는 새끼노루귀 정도다. 잎이 깔대기 모양으로 말려서 나온 모습에 노루귀란 이름을 달았으나 눈을 헤치고 봄소식을 알린다고 하여 파설초, 설할초라고도 불리운다.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은 복수초와 함께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기도 합니다. 너무 일찍 피어나다보니 눈속에서 피어나는 모습이 많이 알려져 있죠.
1993년 선병윤 교수 등이 변산반도에서 채집하여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이름을 얻게 되었으나 최근 일본에 같은 종이 자생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학명(Ranunculaceae Eranthis byunsanesis B. Sun)에 발견자의 이름이 들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바람꽃이 미나리아재비과의 Anemone속(바람꽃속)이나 변산바람꽃은 너도바람꽃과 함께 Eranthis속(너도바람꽃속)입니다. 물론 Isopyrum속(만주바람꽃속)인 만주바람꽃도 있습니다.
처음 변산반도에서 발견되기는 하였으나 전국적으로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한라산에서 지리산, 설악산까지 낙엽수림 아래 습기가 조금 있는 곳에서 자생합니다.
너도바람꽃과 마찬가지로 줄기 하나에 흰색꽃을 한송이씩 피우는 작은 개체입니다. 꽃을 받치고 있는 포잎은 돌려나며 가늘게 갈라지죠. 대부분의 미나리아재비과의 꽃처럼 변산바람꽃도 꽃잎처럼 보이는 흰색잎은 꽃받침이고 꽃잎은 수술 주위에 깔대기처럼 녹황색을 띄고 있습니다. 꽃받침은 5~7장이고 꽃잎은 4~11개 정도 입니다. 꽃받침이 분홍색을 띄기도 합니다.
이른봄 언땅을 뚫고 갸날픈 꽃대를 피워내는 것은 키 큰 나무들이 잎을 내기전에 먼저 싹을 틔워 햇빛을 차지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쓸데없는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꽃을 피우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여 빨리 결실을 맺는 것이죠.
봄소식이 남쪽부터 들려오다보니 중북부지방에 주로 자생하는 너도바람꽃보다 먼저 봄소식을 전하게 되는가 봅니다.
일반적으로 봄소식을 알리는 꽃이라고 하면 매화나 동백꽃을 생각합니다. 나무에서 추위를 이기고 피어나는 봄꽃도 아름답지만 언땅을 뚫고 피어나는 작은 야생화의 신비는 훨씬 아름답습니다.
이른봄 언땅을 뚫고 피어나는 야생화로는 복수초나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노루귀, 앉은부채 등이 있습니다. 하얗게 쌓인 눈을 헤치고 피어나는 모습은 겨울꽃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눈속에 피어나는 야생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주위의 눈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개의 식물들은 싹이 틀 때나 꽃이 필 때 한꺼번에 많은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지난해 여름 내내 광합성을 하여 뿌리에 저장해 두었던 영양분을 일시에 소비하는 것입니다.
작은 개체에서 눈을 녹일만큼 강력한 열을 발산하여 꽃대를 피워 올리는 모습은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에 경외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앉은부채 꽃차례(육수화서)는 주위보다 20℃ 이상의 높은 온도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뿌리에 저장된 녹말을 분해해서 산소호흡을 통해 12일에서 14일 정도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높은 온도는 꽃에서 특유의 냄새를 풍기게 되는데 이를 통해 작은 곤충들을 불러모아 꽃가루를 옮기는데도 이용합니다. 냄새는 꽃에 머무르는데 높은 온도가 있어 꽃 안쪽에서 일종의 와류가 발생하여 이 냄새가 퍼지게 됩니다. 독특한 냄새로 인하여 영어로는 “skunk cabbage”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얼음과 눈속에서 피어난다고 하여 얼음새꽃으로도 불리는 복수초도 앉은부채 만큼은 아니지만 주위보다 7~8℃ 정도 높은 온도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해가 바뀌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운다고 하여 원일초(元日草)로도 불립니다.
예전엔 한라산의 세복수초 정도가 눈속에 피어나는 모습으로 카렌다를 장식하였으나 요즘은 겨울이 포근하여 한겨울에도 새해가 바뀔때쯤 남쪽 양지바른 곳에서 복수초가 피어납니다.
포근한 겨울로 일찍 피어난 야생화가 늦은 서설을 뒤집어 써서 애처로운 모습과 달리 눈을 뚫고 힘차게 피어나는 야생화는 강인한 생명의 힘을 느끼게 합니다.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한꺼번에 발산하는 삶의 자세를 느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