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커가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선진 외국에서는 자연 치료의학이 상당한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으며,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도 민간요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현대의학이 발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현대 산업사회 구조속에서 새로이 발생하는 질병의 수가 많아지고 오히려 그로인한 신경쇠약, 소화기질환 등 제질환이 발생하는 빈도숙가 증가하는 등 결국 현대의학이 현대질병을 완전히 예방하거나 제거하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의학 부흥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한의학을 선호하는 국민정서가 뿌리깊어, 없어진 것을 다시 일으킨다는 의미의 부흥운동은 필요하지 않지만, 현재의 한의학을 더욱 발전시키고 더욱 개선해야 한다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의학을 발전시키든 말살시키든 혹은 공격하든 찬성하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의학을 정당히 이해한 후에 할 수 있는 일로서 모든 것을 한의학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해석한다든가 모든것을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해석한다든가 이 모두가 정당한 이해라기보다는 어느 일방의 편견이라고 밖에는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구한말 현대의학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후로부터 백여년이 지난 지금 현대의학이 이룩한 면역학의 혜택으로 대다수 국민이 전염병으로부터 해방되었고 미생물학과 세균학의 발달로 여러 가지 질병의 참화로부터 생명을 건진 이가 부지기수이다.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오로기 한의학의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자만이 그나마 명운을 건질 수혜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대의학의 장점을 찬양하고 안주하는데 그치지않고 그 단점을 보완하여 제3의학, 미래의학을 창출하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의료인들의 과제인 동시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지혜를 통해 우리의학이 세계의학을 선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요컨대 국민이 그 수혜의 주가 되는 의료에 있어서 한의학과 현대의학이 서로 보필하여야 할 만한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현대의학의 분석적인 측면과 한의학의 종합적인 측면이다. 그러한 분석적인 시간과 종합적인 시각은 결국 현대의학이 생명을 물직적 탐사에 치중하도록 만든 반면, 한의학은 생리적 현상의 관찰에 치중하는 상이한 시각으로 발전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상반된 분야에 치중한 두 학문은 현대의학이 생명을 위협하는 외래적 침해를 방어하거나 제거하는데 능하도록 만든 반면 한의학은 인체의 내적 생명력을 배양하여 건강을 증진하는데 능하도록 이끌었다.
어떤 이는 이러한 상이한 측면을 현대의학을 법률로, 동양의학을 도덕으로 비유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 이 법률과 도덕이 겸재하지 않으면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기 힘든것과 마찬가지로, 이 두가지 상이한 측면은 서로 결합하고 융화하여 의료인의 직업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의료의 객체이며 그 수혜자인 국민에게 유익한 시각으로 서로를 보완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컨대 현대의학에서 분석적인 시각으로 중이염이 중이의 화농균이 번식해서 농즙이 생기는까닭이라고 보더라도, 한의학에서처럼 종합적인 관점으로 그 사람의 체질과 생리적 변조에 따라 중이염에 잘 걸리기도 하고 잘 걸리지 않기도 한다는 시각이 있다면, 결국 의료의 수혜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이 두가지 관점이 조화를 이룰 때 이 질병을 치료하고 나아가 예방까지 하는데 실효를 거둘수 있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이러한 현대의학과 한의학이 이원화되어 공존하는 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 국민은 여타의 국가에 비해 비교적 유리한 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의료의 선택권이라는 혜택을 누리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이러한 상이한 두 학문을 연계할 만한 효과적인 협진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아 그동안 중복되는 의료비를 지불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이러한 두 학문이 맡은 임무가 다르고 공헌하는 방향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의학이라는 입장에서 국민보건을 위하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으니, 양자가 충분히 조화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