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오 영감 /발자크 /민음사
비판적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 발자크
인간 군상의 비루함과 속물근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소설
놀라운 통찰력으로 역사의 방향을 미리 제시한 가장 발자크다운 작품
고급하숙집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물들의 내면세계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적나라한 묘사로 폐부를 찌른다.
고리오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다. 운좋게 혁명때
국수를 소소하게 팔면서 돈을 벌게 되고 제면업자로 큰 돈을 벌면서 승승장구 성공을 한다. 갑작스러운 아내의 죽음을 통해서 고리오는 두 딸에게 왜곡된 사랑과 헌신으로 보살핀다.
딸들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가리고 투자하고 잘 키웠다. 그러나 두 딸들은 결혼하면서 아버지를 돌보지 않고 왜면하기 사작한다.
딸들이 요구하는 것은 돈.돈이었다.
고리오는 딸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서 처음에는 비싼 방에서 살다가 차츰차츰 저렴한 방으로 옮겨가면서 그의 삶도 서서히 비참해진다.
고리오가 참 안됐고 불쌍했다. 재산도 다 나눠주고 자신은 비참한 하숙집에서 딸들 얼굴도 보지 못하고 죽는다. 모든게 자신 탓이라고 한다.
14/하숙집 묘사 부분
그곳에는 시적인 데라고는 전혀 없는 가난이 있다.
더 이를 데 없이 궁핍하고 넝마 같은 가난이 도사리고 있다. 그 가난은 진흙이 묻지 않았다 해도 얼룩이 지고, 구멍이나 누더기가 없더라도 곧 썩어 넘어질 지경이다.
<보케르 부인.하숙집주인의 하루.묘사>
아침 일곱시쯤이면 이 식당은 마음껏 광채를 내뿜는다. 이때 보케르 부인의 고양이는 자기 여주인보다 먼저 찬장으로 뛰어 올랐다. 고양이는 접시로 덮어놓은 사발 속에 들어 있는 우유 냄새를 맡았다. 아침마다 그러듯이 <그르릉>하고 목구멍 소리를 냈다. 그러면 곧 이 과부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녀는 엷은 명주 망사로 만든 보닛 모자를 썼다. 모자 밑으로는 잘못 맨 가발이 늘어져 있다.
15/그녀는 찌그러진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걷는다. 그 여자의 늙고 통통한 얼굴 가운데에는 앵무새 주둥이 같은 코가 솟아 있다. 그녀의 작은 손은 토실토실했다. 몸은 교회 쥐처럼 뚱뚱했다.
헐렁헐렁하고 무늬 없는 그녀의 단색 코르셋은 불행이 스며들고 이해 타산이 웅크리고 있는 이 식당과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그런데도 보케르 부인은 이 식당에서 나는 심한 악취를 아무런 역겨움도 없이 들이마신다.
가을에 내리는 첫서리처럼 냉랭한 그녀 얼굴과 주름진 눈의 표정에서 춤추는 여인의 미소가 아니라 어음 할인 중매인의 찡그린 모습을 볼 수 있다.
결국 이 하숙집이 그녀의 전부를 상징하듯이,
그녀의 모든 모습이 이 하숙집을 설명해 준다. 간수 없는 감옥이란 있을 수 없듯이, 독자들은 이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빼놓고 다른 하나를 상상할 수 없다.....중략
쉰쯤 되는 보케르 부인은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들>과 닮았다. 그녀의 눈은 흐릿했다. 더 비싼 값을 받으려고 덤벼드는 중개 상인 같은 순진한 모습도 있다. 하지만 이 여자는 자신의 운명을 달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
20/ 아름다운 파리는 정신적 혹은 육체적 괴로움 때문에 창백해진 그런 얼굴들을 모른다 파리는 진짜 큰 대양이다.
21/그래서 거기에 수심 측정기를 던져보아도 결코 그 깊이를 잴 수 없다. 이 대양을 답사해서 묘사해 보라. 답사하고 묘사하기 위해서 아무리 애쓰고, 바다 탐험가들의 수가 아무리 많고 큰 관심을 가졌다 하더라도, 처녀지, 알려지지 않은 동굴, 꽃, 진주, 괴물 그리고 잠수부 노릇을 하는 문인들이 잊었던 전대미문의 사건 등을 그곳에서 항상 만날 수 있다.
보케르 부인의 하숙집도 이런 흥미롭고 기괴한 것들 중의 하나이다.
->하숙집을 수심 측정기로 던져보아도 결코 그 깊이를 잴 수 없는 아름다운 파리로 비유했다.
21/빅토린 타유페르 양
빈혈에 걸린 소녀들처럼 병적인 창백한 모습을 띠었다. 늘상 슬퍼하는 옹색한 태도와 가난하고 연약한 모습 때문에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누구나 겪는 괴로움 속에 그녀도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늙지 않았고 동작과 목소리는 민첩했다.
이 불행한 소녀는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잎이 노래진 작은 관목과도 같았다. 그녀의 다갈색 얼굴과 짙은 황갈색 금발과 너무나도 가냘픈 몸매는 현대 시인들이 중세의 작은 동상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우아함을 드러냈다.
검은색이 섞인 그녀의 회색 눈은 기독교적 부드러움과 체념을 나타내었다. 값싸고 소박한 옷차림에서 그녀의 젊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이중적이었다. 행복했더라면 그녀는 더욱 아름다웠을 텐데.
왜냐하면 화장이 여성을 아름답게 꾸미듯이,
행복이란 여성의 시적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만일 무도회의 기쁨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장밋빛으로 물들였다면, 벌써 약간 움푹 파인 그녀의 뺨은 우아한 생활에서 오는 즐거움이 넘쳐서 붉은빛으로 물들었을 것이다.
만일 그녀의 슬픈 눈에 사랑이 생기를 주었더라면, 빅토린은 가장 아름다운 소녀들과 경쟁했을 테지.
22/하지만 그녀는 여성을 다시 한번 창조하는 장식품과 사랑의 편지를 가지지 못했다.
아버지에게 버림 받은 엄마는 쿠튀르 부인 집에서 살다가 절망 끝에 죽고, 빅토린을 자식처럼 돌봐줌. 아들에게만 재산을 다 넘겨주고 빅토린에겐 매년 육백프랑만을 보냄. 부자는 한 번도 빅토린을 보러 오지도 않았고 엄마를 용서해달라는 부는 외면함. 그래도 신앙을 가진 빅토린은 아버지와 오빠를 용서해달라고 기도함.
23/으젠 드 라스티냐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