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전부터 너무 보고싶었지만 시간이 안 나서 볼 수 없었던 영화였다.
다행히 아직도 안동 cgv와 메가 박스에서 상영 중이었다.
cgv가 더 많은 회차를 상영하고 있어서 cgv로 선택! 좌석이 리클라이너로 바뀌었다는 소문만 듣고 직접 보려 가는건 처음이었는데 이 리클라이너 대박일세~^^ 거의 누워서 영화를 감상!
집에서 편안하게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진상 관객 몇몇이 전화 통화를 하거나 전화벨을 울리거나 메시지 확인한다고 화면을 밝게만 안했다면 좋았겠지만..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이므로 패스~
기대했던 만큼 좋았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을 사랑해야하는지, 진정한 우정은 무엇인지, 가족은 어떤 의미인지, 인생을 열정적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복잡하게 얽혀서 화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노래는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해서 이미 알고 있는 노래였고,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지만 한 때는 '퀸'의 cd도 사서 열심히 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프레디 머큐리나 그 멤버들에까지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영화를 본 후에는 그들에게 관심이 생겼는데 특히 '프레디 머큐리'라는 사람에게 깊은 관심이 간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라서 실수도 많이 하고 오만을 부려 가까운 사람들을 모두 밀어내버리는 실수도 하지만 그래서 그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먼저.. 사랑?
사랑이라는 것이 무얼까? 생물학적으로 남자인 유기체와 여자인 유기체와 만나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것?
메리에 대한 머큐리의 사랑과 짐 허튼에 대한 머큐리의 사랑 중 무엇이 정상적인(?)사랑일까?
머큐리에 대한 메리의 마음도 너무 가슴아팠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생물학적으로는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
예전에 그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난다. 서로에게 네가 여자여서 네가 남자여서 행복하다고 이야기했던가?
정상적인 사랑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저 그들이 서로를 진정으로 아꼈으며 마음 깊이 이해했다는 것이 중요하겠지.
우정
퀸의 멤버 뿐만 아니라 머큐리의 주변 사람들은 모두 호감이었지만 폴은 정말 짜증나는 캐릭터였다. 특히 머큐리와 결별하고 tv인터뷰하는 장면에서는 바로 앞에 있다면 뺨을 후려갈기고 싶은 심정이었다는.
위하는 척, 진정한 친구인척 위선 떨면서 대중들에게 머큐리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아무렇지 않고 조잘대는 그 입을 정말 후려 갈기로 싶었다.
살면서 이런 가짜 우정은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또 쉽지는 않아서 사람을 만날 때 겉만 보고는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당췌 알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쓸쓸한 일인지.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이 힘들어진다.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과 우정을 더 나누고 싶을 뿐. 새로운 관계를 맺는 피곤함과 좋은 사람인 줄 알았다가 뒤통수 맞는 일이 두렵다.
가족
영화를 보면서 머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렇지만 그를 사랑하는 그 가족들의 모습이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오는 가족들같았다. 가족이라고 해서, 피를 나누어가졌다고 해서 서로를 모조리 이해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서로 사랑할 수는 있지. 마지막 장면에서 한 번도 머큐리를 이해하지 못했던 그의 아버지가 tv를 틀어 아들의 공연 실황을 기쁜 마음으로 보는 장면은 가슴이 뭉클했다. 늘 삐딱했던 머큐리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키스를 바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부분도.
사랑, 우정 그리고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나열했지만 나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삶에 대한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노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짐 나르는 일을 하는 파키스탄인 취급을 받을 때도 머큐리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외면하지 않고 쫓아간다. 비록 맥주를 파는 바에서 공연을 즐기는 게 전부이지만. 무엇보다 기회가 생겼을 때 앞 뒤 돌아보지 않고 뛰어드는 직진형 태도가 멋있다. 천재라서 그랬을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본능을 충실히 따라 살았기에 그 이후에 생긴 기적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음.. 이건 뭐.. 전문적이지도 않고 지적이지도 않은, 나만의 영화 감상평이지만
오늘의 벅찬 마음을 꼭 글로 남기고 싶어서 끄적여본다. 언젠가 제대로 다듬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 영화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