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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릉원의 길
경주는 신라시대부터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최대의 역사문화도시이다. 특히 경주 어디를 가나 신라 천년의 향기가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어 이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내국인은 물론 가까운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서 미국과 유럽에서도 세계문화유산이 많은 국제도시 경주를 찾는 발길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승용차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볼 수도 있지만 경주는 무엇보다 하이킹이 제격이다. 좁은 지역에 문화재가 밀집되어 있고 도시 전체가 공원화 되었다고 할 만큼 깨끗하고 아름답다. 발길 닿는 곳마다 역사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힐링로드다. 경주의 역사문화에 대한 이야깃거리와 신화, 전설을 스토리텔링해 경주를 찾는 이들이 역사문화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경주 가면 뭐가 있어?, 뭘 볼 거야? 뭘 먹지?”라는 질문에 경주 사람이나 경주를 다녀간 사람 누구나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도록 길을 따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하겠다. 문화재를 찾아가는 탐방길에 덧입혀진 흥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찾고, 경주에서 예술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의 진한 삶의 멋이 우러나는 그들의 이야기도 소개한다. 이와 함께 역사문화를 찾아가는 길이 신명나는 일이 될 수 있도록 경주를 찾는 이들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먹거리도 안내하고자 한다.
‘경주 힐링로드’는 가족단위의 가벼운 걸음으로 역사문화와 더불어 자연과 사람에 젖어 힐링하는 트레킹코스로 반나절이면 떠날 수 있는 구역단위로 구성한다. 경주를 대표하는 역사문화의 현장과 예술인 그리고 먹거리를 찾아 떠나는 ‘경주 힐링로드’ 연재를 시작한다.
경주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불국사, 첨성대, 월성, 동궁과 월지, 박물관 그리고 고분이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열차를 타고 경주시가지로 접어들면 동산만한 고분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높은 고분들은 오래된 시간을 웅변하기도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것도 아니면서 묘한 신비감과 정겨움을 자아내고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경주의 이미지라 할 수 있는 고분이 즐비한 대릉원의 내부 산책길을 걸으며 걸음걸음 역사향기 풀풀 날리는 도심 속의 숲, 천년의 향기가 무르익어 있는 힐링코스를 소개한다. 또 돌담길을 따라 대릉원 외부 둘레길을 걸으면서 역사문화관광도시의 현대적 색상을 입힌 색다른 맛을 느껴보기로 한다. 경주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힐링타임을 가져보는 것이다.
대릉원 가는 길은 쉽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가지 쪽으로 걸어서 20분이면 된다. 자전거를 빌려 타거나 승용차로 가면 더 쉽게 갈 수 있다. 대릉원 주변에는 주차공간이 넉넉하다. 대릉원은 고 박정희 대통령이 경주를 상징적인 역사문화관광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경주보문관광단지와 함께 종합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만들어졌다. 그 프로젝트에서 대표적인 것이 고분공원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지금의 힐링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릉원 둘레길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현재와 과거가 숨을 쉬는 대릉원 둘레길. 오늘날의 경주를 즐기면서 천년고도 경주의 역사문화향기를 느낄 수 있는 힐링로드다. 대릉원 내부를 둘러보기 전에 돌담과 철주로 이어진 둘레길을 먼저 걸어보는 것도 진정한 경주의 맛을 느끼기에 좋다.
첨성대가 바로 길 건너로 보이는 대릉원 남쪽으로 난 정문 앞에 넓은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에서 좌우를 둘러보면 자전거 대여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따스한 봄햇살을 실은 바람이 기분좋게 얼굴을 스쳐가는 역사도시의 봄 거리를 자전거로 달려보는 것은 신명나는 일이다. 연인끼리 친구끼리 손을 잡고 걷거나 혼자 또는 둘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돌아보는 데이트코스로도 아주 그만이다.
먼저 대릉원 남쪽 정문에서 서쪽방향으로 걸어갈 것을 추천한다. 5분여 동안 돌담을 끼고 걸으면 ‘입고 놀자’라는 재미난 간판이 나온다. 우리나라 전통 한복을 빌려 입고 역사문화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는 것이다. 휴일이면 옷을 빌려 입으려는 발길이 줄을 잇는다. 또 80년대 초반까지 입었던 교복을 빌려 입고 그때 그 시절의 남학생과 여학생이 되어 추억 속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이어서 미추왕과 문무왕, 경순왕의 위패를 모신 고풍스런 건물 숭혜전을 만날 수 있다. 신라와 백제의 전쟁사 단면을 만나고, 삼국을 통일한 문무대왕 그리고 신라를 고려에 헌납한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의 위패가 한 자리에 있다는 역사의 아이러니 또한 흥미롭다.
남쪽으로 이어진 둘레길에는 다양한 놀거리와 찻집, 팬션, 전통한식당과 칼국수집 등 여행객들 사이에는 꽤 알려진 유명 먹거리들이 낮은 간판을 내걸고 손님을 기다린다.
대릉원 외부 담장을 끼고 한바퀴 돌아보는 둘레길은 2㎞ 남짓하다. 주변 경치를 즐기면서 군것질을 하면서 여유롭게 걸어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대릉원의 동쪽 돌담길은 500여 미터 남짓 벚나무 가로수가 이어져 있다. 4월이면 벚꽃이 장관을 연출한다. 아취형을 이루는 벚꽃이 눈덮힌 하늘길을 만들어 포토존을 제공한다. 또 동쪽의 길은 쌈밥집과 각종 식당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어 언제든지 구미에 맞는 먹거리를 찾아서 먹을 수 있다.
동서로 이어지는 북쪽 둘레길은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쪽샘으로 이어지는 넓은 도로에 접해 있다. 길 건너 성덕대왕신종을 복제해 최근 주조된 신라대종이 기와집으로 꾸며진 종각에 들어앉아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또 황남빵이 도로변에 길게 연접해 있어 고소한 빵 냄새를 따라 가면 경주의 명물 황남빵 맛을 볼 수도 있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서쪽 둘레길은 문화재 보호를 위한 고도제한 등의 도시계획에 막혀 아직도 1층과 2층 집들 뿐이다. 낮고 오래된 건물들이 이마를 마주하고 있는 후미진 골목이다. 우리나라 70년대 거리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빌어 철학관 또는 점집, 보살집이 천하대장군 등의 간판을 내걸고 있다. 대문에 긴 대나무를 꽂아 둔 이색적인 풍경도 마주하게 된다. 친구들과 또는 연인, 가족들과의 재미난 이야기 나누며 걸어도 지겹지 아니한 대릉원 둘레길은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영양을 공급하는 국제적인 힐링로드다.
◆대릉원 공원길
경주 대릉원은 40여 년 전에 이미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된 신라 천년의 향기를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힐링공간이다. 대릉원 내부로 들어서면 울창한 숲길이 나타나면서 고분 사이로 산책길이 이어져 있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넓은 공원의 멋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다. 수시로 길을 가로질러 가는 청설모를 만나고 가끔 고라니까지 나타나 도심에서 산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대릉원에는 30여기의 고분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무덤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고분은 21기 정도다. 3기는 일제강점기에 발굴하고도 복원하지 않았고 나머지는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게 붕괴됐다. 김씨의 최초 왕으로 등극했던 미추왕릉, 황남동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황남대총, 고분의 내부를 방문객들에게 관람할 수 있게 정비한 천마총, 발굴에서 검이 나온 검총 등의 고분이 하나의 조경이 되어 신비스런 풍경을 연출한다.
대형 금관과 금제 허리띠, 천마도 등을 볼 수 있는 천마총 내부를 관람하는 것은 특히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동반한 가족코스로 단연 첫손에 꼽힌다. 역사공부와 더불어 고대 황금의 나라 신라와 신라인들을 상상해 보는 것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흥미로운 일이다. 미추왕릉 앞에는 넓은 광장이 또 하나의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벤치가 곳곳에 있고 꽃나무들이 즐비해 도시락을 준비해 온 사람들이 쉬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다.
대릉원 내부는 사철 25종 2만여 그루의 나무와 꽃들이 화단을 이룬다. 이른 봄 벚꽃이 화려하게 고분공원을 장식하고 있다. 목련, 진달래, 개나리 등의 꽃들이 잇따라 피어난다. 백일홍은 산책로를 따라 길게 오래 피어 소풍객을 인도한다. 가을 단풍길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힐링코스다. 겨울에 눈이라도 내린다면 도심 속의 설원으로 환상적인 풍경을 선물한다. 사계절 아름다운 천년역사도시 경주의 으뜸가는 힐링공간 대릉원을 추천한다.
◆경주는 빵의 나라
경주는 빵의 나라다. 다른 지역에서는 먹을 수 없는 특별한 빵들이 독특한 모양, 각양각색의 맛을 자랑하며 유혹한다. 경주의 빵들은 저마다 경주 고유의 느낌을 간직한 이름이 있다. 종류가 다양한 만큼 빵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곳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특히 대릉원에서 한걸음만 나서도 만나는 것이 빵 가게다. 눈에 보이는 것이 빵 가게 간판이다.
경주의 대표적인 빵 브랜드는 역시 황남빵이다. 80년에 이르는 역사를 가진 전통 빵빵한 빵이다. 황남빵과 같은 창업자를 두고 제빵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있다. 최영화빵이다. 특이한 점은 황남빵과 최영화빵은 분점이 없다. 본점 딱 한 곳에서만 그 특유의 맛을 체험할 수가 있다.
또 황남빵집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황남빵과 비슷하게 제조해 판매되는 경주빵도 소비자층을 넓혀가고 있다. 모양과 맛도 황남빵을 닮아 있다. 그 특유의 맛과 전통에 대해서는 다음호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기로 한다.
경주에서 생산되는 찰보리로 제조되는 찰보리빵도 경주의 전통빵이다. 경주사람들의 향기가 묻어있는 빵인 것이다. 찰보리빵의 유효기간은 점포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딱 3일을 넘기지 않는다. 방부제 등 건강을 해치는 재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신문왕이 반란을 제압하는데 사용했다는 주령구 모양의 주령구빵이 최근 경주 이미지를 대표하는 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경주 양남의 천연기념물 주상절리군의 이름을 따 브랜드명을 등록한 주상절리빵도 관광객들의 호기심과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경주에서 빵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가게는 100여 곳이 넘는다. 경주 어디서든 쉽게 빵집을 볼 수 있다. 둥근빵, 주사위 모양의 빵, 팥이 든 빵, 찰보리로 만든 빵 등등 모양도 제각각, 맛도 가지가지다. 낮은 처마를 맞대고 집집마다 고소하게 구워지는 빵의 향기를 따라 대릉원 들레길을 걸어보는 일이 저절로 힐링이 되는 첩경이다. 경주의 멋과 맛을 찾아 힐링로드는 계속된다.
<강시일기자와 떠나는 힐링로드 1권>
첫댓글 대릉원 천마총은 최근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오래된 미래도시 경주는 역사를 거슬러 거꾸로 진화하는 습성을 가졌지만
과거에서 미래를 배우게 하는 매력 넘치는 도시가 분명합니다.
친지나 가족 관광때 생각없이 산책했던 그때의 상황이 떠오릅니다.
올리신 '경주의 힐링로드' 독특한 흥미로움이 나를 인도하네요. 배울 것이 많아요. 읽다 보면 정신적으로 안정이 됩니다.
다음 편 기대 합니다.
감사합니다.
1주일에 1편 정도 지속적으로 올릴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