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가장 큰 매력은 산과 호수, 바다를 모두 만날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곳저곳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던 터라 90km 가량을 돌고 왔지만 전혀 지친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움직인 만큼 걱정 근심을 덜어내고 몸도 마음도 가뿐해진 느낌이다.
editor 인유빈 photo 이성규 rider 배경진 인유빈
매력적인 보령으로 떠나요
날씨도 선선해지고 라이딩하기 좋은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전투적인 라이딩보다는 조금 더 볼거리도 있고 이야기도 있는 그리고 당일치기가 가능한 힐링 코스를 소개하고 싶었다. 한적한 곳 그리고 차량으로 이동 시에도 많이 막히지 않는 곳, 바다와 산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다.
이를 충족하는 곳이 보령이었다. 우리는 이번 경로를 오천항에서 출발해 다시 오천항으로 돌아오는 순환 코스로 계획했다. 화암서원, 청천저수지, 보령호, 주산벚꽃로, 대천항을 거쳐 총 90km를 달리는 구간이다.
수도권에서 보령까지는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다른 곳에 비해 잘 막히지 않는 구간이라 수월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보령에 도착하자마자 출발지인 오천항으로 향했다. 날씨가 좋아 그런지 서해 바다임에도 남해와 같은 푸른 빛깔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아직 주꾸미철이 아니었기에 한산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마 9월에서 10월에는 봄철 산란한 주꾸미가 성어(成魚)가 되는 황금어장 시기로 낚시꾼을 포함해 엄청난 관광객이 붐빌 것이다. 따라서 물이 좋아 낚시꾼들이 몰리는 날을 피해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출발부터 반한 충청수영성
우리는 오천항 근처에 주차를 하고 출발 채비를 마친 뒤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충청수영성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치형의 성문인 망화문을 통과하자 예전의 성 내부 터에는 몇 가지 건물이 남아있었다. 가장 높은 영보정에 오르자 오천항부터 보령방조제까지 파노라마가 펼쳐지듯 시야에 들어왔다. 평화로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감성을 자아냈는데, 이 곳에 오기 전까지는 오천항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곳인지 몰랐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호수, 바위, 정자, 누각의 뛰어난 경치를 논하는 자들은 반드시 영보정을 으뜸으로 꼽는다”고 했을 정도라고 하니 영보정에서의 경관은 말을 다 했다. 영보정은 조선시대 서해 해군사령부였던 충청수영성의 대표시설이며 일제침략기에 대부분이 파괴되었으나 137년 만에 복원된 곳이라 한다. 꼭 한번 올라가 감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두 번의 업힐
충청수영성을 뒤로한 채 40번 국도를 따라 달렸다. 주포사거리에서 주포면사무소 방향으로 작은 길에 들어서면 배재산과 진당산을 지나는 업힐 코스를 만나게 된다. 은근히 경사도도 있고 길기도 길다. 초반에 평지에서 한적함을 누렸다면 이곳에서는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라이딩 다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가장 높은 곳에는 작은 정자가 있는데 땀 흘려 올라와 내려다보는 풍경이 굉장했다. 아까는 바다의 푸른빛을 감상했다면 이번에는 논과 밭의 초록빛 그리고 알록달록한 마을의 지붕들을 감상할 수 있다. 공기 또한 상쾌해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다.
정상에서 내리막을 거쳐 평지로 내려오니 화암서원이 나온다. 옛 선조들은 이런 ‘명당’을 어찌 그리 잘 알아보고 기가 막힌 곳에 서원을 지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서원 주위는 유독 햇빛이 더욱 따사로웠고 바로 앞에 펼쳐진 청천저수지는 흡사 바다를 보는 듯한 풍경이었다. 출발 이후부터 이곳까지 오는 내내 도로가 한적해 풍경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역시 풍경을 즐기는 여행 코스로는 보령이다.
다음 목적지인 보령호로 가기위해 성주면으로 향했다. 이 곳에서도 한 번의 업힐 고비가 온다. 좀 전에 거친 길과 비슷한 길이인 2~3km의 오르막이 나온다. 이는 성주산을 타고 오르는 경로였다.
성주산 자연휴양림을 지난 뒤 내려오는 길에는 개화예술공원을 지날 수 있다. 총 5만여평의 문화예술공원으로 아기자기한 것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둘러볼만하다. 하지만 5천원의 입장료가 있고, 입장하더라도 둘러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갈길이 먼 라이더라면, 또한 자전거를 타는 것이 더 낫다면 지나치는 편이 낫다. 다음 목적지인 보령호에 가려면 큰 길을 따라가는 것이 좋다. 지도에서는 ‘염뜸마을’로 검색하면 찾아가기 쉽다.
곳곳이 포토존
라이딩할 때 계속 강을 따라간다던가, 계속 산에만 있다면 지루할 수 있지만 보령에서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바뀌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또 풍경 여행 답게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멋지게 연출된다. 보령호에 접어들면서 우측에 카페 하나가 나왔다. 외부의 쉼터와 카페의 건물을 살짝 걸쳐 찍으니 이국적인 분위기가 난다. 이 곳도 포토존으로 추천한다.
날이 쨍쨍해 더웠지만 보령호를 지나 봉오리까지 가는 구간에서는 공기가 무척 시원해졌다. 계속 남쪽으로 향하다 서쪽으로 방향을 튼 구간에서 그러했다. 하지만 맞바람이 세게 쳐 체력소모가 컸고 작은 오르막도 많아 은근히 힘이 드는 구간이었다.
이렇게 한참 달리다 보면 이 힘듦을 보상해줄 멋진 가로수 길이 펼쳐진다. 가로수는 모두 벚꽃나무로 보령댐부터 주산벚꽃로까지 총 길이 약 5km에 걸쳐 지속된다. 직선코스로 되어 있어 코 앞부터 저 끝 길까지 한 눈에 담을 수 있고, 사진을 찍기에도 굉장히 아름다운 장소이다. 길 이름조차 ‘벚꽃로’인 이 곳은 ‘나만 알고 싶은 장소’로 아직 많은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라 할 수 있다. 꽃도 피지 않은 가을에도 장관이었기에 꽃이 피는 4월에는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상상하게 되었다.
벚꽃로를 뒤로하고 큰 길가로 나오니 우측에는 기찻길이 나란히 나있었다. 간치역이라는 장항선의 간이역이 있어 중간중간 이따금씩 기차길을 건너갈 수 있는 건널목이 나왔다. 요즘 좀처럼 볼 수 없는 기찻길 풍경이 독특해 좋은 포토존이 되었다. 혹시 건너는 도중 기차가 오지는 않을까 두근두근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까 자전거로 가로지르는 순간 설레는 마음이 컸다.
기찻길을 지나 웅천석재산업단지가 나왔다. 길가에서 비석이나 대형 석공예품을 보며 지날 수 있었다. 보령은 예로부터 질 좋은 오석을 비롯한 돌이 많이 나와 석재 문화의 중심지로 유명한 지역이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 왕릉을 비롯한 여러 주요 건축물의 비석으로 사용되는 ‘남포 오석’과 전국 최고로 인정받는 ‘남포 벼루’는 보령 석재 문화의 상징 중 하나이다.
이제는 바다를 즐길 차례
산과 호수, 바다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코스가 이 곳 보령 코스이다. 산과 호수를 즐겼으니 이제는 바다를 즐기러 간다. 21번 국도를 따라가다 607 지방도로 갈아타면 서해바다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갈 수 있다. 보령시요트경기장 부근부터 바다가 펼쳐지는데 우리는 뚝방길로 올랐다. 길건너 오른쪽에는 자전거 도로가 나있지만 둑이 높아 바다를 볼 수 없어 이 길로 계속 달렸다. 하지만 노면이 굉장히 좋지 않고 술병이나 뾰족한 이물질들이 널려있어 조심히 와야 했다.
달리다보니 죽도로 이어지는 길이 나왔다. 죽도는 아주 작은 섬으로 육지와 아주 가까우며 다리로 이어져있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죽도를 지날때 부터는 뚝방으로 가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대천 끝 구간에서 내려오는 길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대천까지 가보자며 신나게 뚝방으로 달린 필자는 결국 자전거를 메고 뚝방의 경사로를 아슬아슬하게 걸어 내려와야 했다. 부디 죽도에서부터는 자전거길로 가길 바란다.
대천해수욕장에 다다랐다. 몇 년 만에 방문이었는데 해수욕장이 깨끗하게 리모델링 된 모습이었다. 앉아서 바다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많아 휴식을 취하며 감상했다. 얼마 멀지 않은 대천항 부근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이번 여름휴가철과 보령머드축제 기간 동안에는 붐볐을 곳이지만 지금은 한적해 어느 식당이던 식사가 가능했다.
대천항부터 보령항 부근까지 약 10km 정도를 바다를 끼고 달리기에 바다 구경을 실컷 할 수 있다. 우리는 보령항은 경로에 넣지 않았기에 오천항으로 가는 지름길을 택했다. 이 구간에서는 한적한 농경지의 풍경을 볼 수 있었고 마을 구석구석을 지났다. 도로가 좁아지는 구간이 있어 주의해야했다. 보령항을 벗어나 오천항이 가까워지자 다시 바닷길로 달릴 수 있었다. 아까 보았던 낯익은 풍경들이 보이면서 무사히 주차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라이딩을 마치며
보령의 가장 큰 매력은 산과 호수, 바다를 모두 만날 수 있어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곳저곳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던 터라 90km 가량을 돌고 왔지만 전혀 지친 느낌이 아니었다. 오히려 움직인 만큼 걱정 근심을 덜어내고 몸도 마음도 가뿐해진 느낌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차가 많으면 배기구에서 갓 배출된 매연을 맡게되어 본인도 모르게 이마살이 찌뿌려지는데, 이 경로에서는 생각보다 대부분의 도로가 한적했다. 따라서 차량에 신경쓰지 않고 여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게다가 자전거 길로만 다닌다면 지루할 수 있는데 적절하게 업다운힐도 섞여있어 라이딩 자체의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투어 코스에서 다시 가보고 싶은 장소 1위는 ‘주산벚꽃로’이다. 사진에 찍힌 것보다 실물로 보는 것이 더 아름답다. 벚꽃이 피는 4월에 다시 한 번 방문해 인생 샷을 남겨 봐야겠다.
첫댓글 벚꽃 필때 가면 좋겠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