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곤충학
나는 생선 요리를 좋아하지만 낚시는
좋아하지 않는다. 보이는 벌레를 채집하는 것과 달리, 물고기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데 낚싯줄을 드리우고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성미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낚시가 대단한
붐을 이루고 있으니 내
친구 중에도 낚시꾼들이
많다. 별로 명예로운 일이라고도 할 수 없지만 논문
집필을 위해 붕어 낚시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손이 건초염(腱鞘炎, Tenosynovitis)에 걸렸던 친구까지 있다.
곤충류는 탁월한 적응력을 가지고 있지만 생명의
어머니인 바다로는
돌아가지 못 했다. 그래서 바다 물고기는 곤충의
맛을 모른다. 그러나 민물고기라면 곤충을 주식으로 하고 생활하고 있는 것이 많다. 그리고 낚시꾼들은 예로부터 각각 “비전의 곤충”을 미끼로 이용해 왔다. 이리하여 낚시꾼과 벌레는 “인연의 끈”으로 강하게 연결되었던 것이다.
원래 낚시의 미끼는 자신이 스스로 모으는 것이 원칙이다. 낚시 책에서도 그런 먹이의 채집도 낚시의 즐거움 중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뭐든 힘든 것을 싫어하는
현태인의 풍토와 낚시 인구의
급증은 근대에 들어와서
낚시용 미끼인 곤충이 상품화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냈다.
수집가를 대상으로 하여 크고
아름답거나 희귀한 곤충 등, 상품화되고 있는 곤충이 적지 않지만 “낚시 미끼 정도로 대량으로 판매되거나 대중적인 것은 적으며, 개똥벌레(반딧불), 우는 벌레, 다른
애완용 곤충처럼 은밀하게 거래되거나 특별 대우를 받는 상업적 벌레(商虫)와는 비교할 바가 못된다”고 남 못지 않게 낚시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곤충학자 토쿠나가 마사아키(徳永雅明) 박사가 이미 60년
이전에 상충(商虫, 상업용 곤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상충(商虫)이라는 단어는 아마도 토쿠나가 박사가 만들어 낸 신조어라고 생각되지만 “상품으로
판매되는 벌레”의 총칭으로 매우 적합한
낱말이라고 생각되므로 나도 이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낚시꾼들이 많은 것은 아무래도 일본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미끼로 “벌레”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특수한 나라인 듯하다. 나는 벌레에 관한 일로 지금까지 여러 나라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으며, 이와 관련해서 낚시 도구점을 둘러 보고 “벌레”를 찾았지만 이러한 노력은 허탕으로 끝났다.
레인즈에 따르면 미국에는 낚시 인구가 5,000만명을 넘으며, 그 중의 한 명이었던 제31대 대통령인 후버는 “낚시꾼 사이의 계급 의식”이라는 에세이에서 스스로 미끼 벌레를 닮은 제물낚시(毛鉤)를 만드는 드라이(dry) 플라이 낚시꾼을 최상위에 놓고, 두 번째로 웨트(wet) 플라이(수생 곤충과 유사한 제물낚시[擬餌鉤]) 캐스터, 최하위 등급에 산 미끼를 쓰는 낚시꾼을 놓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민물고기 낚시는 오로지 낚은 물고기를 놓아주는 “catch and release”를 기본으로 하는 플라이 피싱(fly fishing)이 가장 일반적이며, 물고기와 밀고 당기는 것을
즐기는 스포츠로 정착하고 있다. 이에 반해서
물고기가 잡히기 마련인 살아있는 미끼를 쓰는 것은 어획물을 죽여서
먹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미국 남부의 촌뜨기 낚시」로 「레드넥(Redneck), 미국 남부나 애팔래치아 산맥 주변의 농촌에 거주하는 보수적인 빈곤 백인 층을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칭하며 이단 취급을 받고 있다. 미끼가 되는 벌레(商虫)가
나올 여지가 없다. 그러나 반대로 제물 낚시를 한다면 다양한 상품이 어디서든지
팔리고 있었다.
중국이나 동남 아시아 각국에서도 식용이나 애완동물 사료용 곤충은 팔고 있지만 낚시 미끼로 판매되는 곤충은 본 적이 없다. 친구인 대만대학의 주요기씨에 의하면
대만에서도 계류
낚시 미끼로 일본의 상품과
대동소이한 여러 가지
벌레가 이용되며, 구더기 등을 시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예외적이며,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미끼를 스스로
잡아서 사용하기 때문에 상품화하더라도
구매층이 없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전에 미국의 위스콘신 대학에서 곤충 음식의 연구와 계몽 운동을 벌이고 있는
디폴리아트(DeFoliart) 교수를 방문했을 때 그의 컬렉션 중에 낚시 미끼용 건조 귀뚜라미(Acheta domestica)의 시판품이 있었다. 그 상자에는 「천연물 낚시 미끼/1.79달러/보존 가공 후 신선 포장/식용에는 부적당/선별된 귀뚜라미/중량
1/2온스/펜실베이니아, 브라운 베어 베이트 제조」라고 표기되어 있었으며, 이것이 서양에서 내가 본 유일한 낚시 미끼인 “상업용 곤충(商虫, 상충)”이었다.
귀뚜라미 (Acheta domestica) 낚시 미끼용 건조 귀뚜라미 제품 (미국산)
그러고 보면 낚시 미끼용인 “상업용 벌레(商虫, 상충)”를 보편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일본뿐인 것 같다. 일본에서는 낚시 미끼를 스스로
채집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악화되었던가 채집할 수는 있지만 사서 사용할 만큼 경제적으로 풍부해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일본 낚시 인구의 대부분은 아직도 「레드넥(Redneck)」이 차지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나는 낚시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미끼로 판매되고 있는 “상업용 벌레”에는
관심이 많다. 또 이런 벌레를 야외에서 수집하는
채집인들은 “벌레방(虫屋, 훼옥(곤충 학자, 곤충 애호가의 총칭)”과는 또 다른 하나의 세계에서 벌레 전문가이다. 그리고 이 두 세계는 서로 접점없이 이어져 온 평행 세계(parallel world)이다.
이 소책자는 두 세계의 경계에 무리하게 작은
구멍을 내서 내가 들여다 본, 건너 편의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다만, 그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직접 대화할 기회는 아직 없었다. 그래서 상업적 벌레의 수집과 증식 방법에 관한 중요한 점은 대부분 블랙 박스
안에 있으며, 해석은 나의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 어쨌든 평행한 세계일 뿐이다. 안타깝게 생각되는 부분은 용서하시기 바란다.
상업용 벌레(상충, 商虫)의 조건
낚시를 즐기는 격언에 “강의
물고기는 강의
벌레”라고 하는 게 있다. 민물 고기의 주식인 수생 곤충은 당연히낚시 미끼로 최적이어서 1802년에 이미 날도래 유충을 고기잡이에 사용한
기록이 있다. 지금도 강도래, 잠자리, 날도래 등의 유충이나 성충을 다양한 이름으로
상품화하여 민물 낚시 미끼로
중시하고 있으며, 제물 낚시(毛鉤)나 “후라이”라고 불리는
가지각색의 제물 낚시의 바늘도
이들 벌레를 모델로
하여 만든 것이다.
벌레를 모방해서 만든 제물낚시용
낚시바늘의 예
상단
: 물에 가라앉는 웨트 타입
하단 : 물에 뜨는 드라이
타입
(일본에서 판매되는
제품)
이러한 “하천의
벌레”는 낚시 미끼로 옛날부터 판매되었으며, 지금도 계류에 가까운 마을의 잡화점 등에서 시즌이 되면 판매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하천의 벌레는 뛰어난 미끼이긴 해도 상업용 벌레로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첫째, 살 것도 없이 하천에는 어디에나 있으며, “하천 벌레 네트”라고 불리는 채집용 도구까지 팔고
있어서 낚시꾼은 매번 자신이
직접 채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둘째, 보존하기가
극도로 어려워서 이들을 몇
일 동안 살려 두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대충 낚시 미끼용 벌레를 조사하기 시작한
1980년대까지는 “하천의 벌레”가 판매되는 실례를 본 적은 없었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소책자의 주제가 “낚시
미끼용 상업 벌레”가 아니라 단순히 “낚시 미끼용
벌레”라고 했다면 틀림없이 그 주체는 “하천의 벌레”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낚시 미끼도
“상업용 벌레”가 되면 오히려 그 중심은 “언덕의 벌레”이다. 실제로 후술하는 바와 같이 최근에는 일부 “하천의 벌레”가 “벌레방(虫屋)”에서는 생각도 하지 못한 “진공 포장” 및 “시럽에 절임”이라는 방법으로 상품화되었지만 현재도 상업용
벌레의 주류는 “언덕의 벌레”임에는 변함이 없다.
곤들매기, 산천어, 송어 등 이른바 민물 고기는 다양한 먹이를
먹는 것이 많으며, 물에 빠진 뱀이나 도마뱀까지도 덮친다. 또한, 수면 위를 나는 벌레를 20~30cm까지 점프해서 잡는 곡예도 펼친다. 벌레라면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종류라도 즐겨 먹기 때문에
미끼로 이용할 수 있는 벌레의 범위는 거의 무한정이다. 그러나 이를 상품화하려고 하면 당연히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야 하므로 그 범위가 한층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우선 대상으로 하는 물고기가 즐겨 먹어야 하고, 게다가 그 물고기보다 훨씬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이 싸고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는 벌레가 필요해진다. 피부가 적당히 단단해서 낚시
바늘을 끼우기 쉽고, 취급이 용이한 벌레가
아니면 안 된다. 유독한 벌레도 안 된다. 너무 커도 너무 작아도 쓸 수
없다. 바로 변태해 버리는 생활사가
극도로 짧은 벌레도 곤란하다. 이에 더해서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벌레가 바람직하다.
저장성에 있어서는 어떤 벌레라도 냉장으로 저장하면 어느 정도 살려두는 것이 가능하며, 낚시 가게에서 판매되는 상업용 벌레도 대부분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고 있다. 낚시는 과거 수렵 시대의 흔적 때문인지
남성의 고독한 놀이다. 일반적으로 가족, 특히 주부의 이해는 얻어서 파리의 구더기를 자기집 냉장고에
넣어 두려고 한다면 가정 불화가 일어나기 쉽다. 이러한 점 때문에 상온에서 적어도 며칠을 보존할 수 있는 미끼 벌레가
바람직하며, 민물 낚시의 시즌과도 관계가 있지만 상업용 벌레에는 나방이나
딱정벌레의 월동 애벌레가 많은 것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업용 벌레(상충)들은 다분히 낚시꾼들에 의한 경험적인 선택을
거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부분 앞에서 말한 조건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낚시 책에는 당연히 미끼가 되는 벌레에 대한 내용이 있다. 그러나 그 명칭은 낚시 세계에서 불리는 이름을 써서
정체 불명의 것도
적지 않다. 또 상당히 보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대체 판매되고 있는 건지 아닌지
모호하다. 이런 상황에서 낚시에 깊은 조예를 갖고 있는 토쿠나가(徳永) 선생이 1949년에 낚시 미끼용 벌레를 소개하였으며, 여기에는 판매 여부도 기록되어 있어 그 시대의
실태를 거의 파악할 수 있다.
이하에는 현재의 낚시 미끼용 상업 벌레들을 소개하지만 이들은 낚시 바늘에 끼우는
방법 등 사용법은 각각 다르다. 이러한
부분은 낚시꾼에 따라서도, 대상이 되는 물고기에
따라서도 다르며, 본 소책자의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는 원칙적으로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상업용
벌레(商虫) 소개 – 일본 자연산
“자연산”은 야외에서 사람의 손으로 모은 벌레이다. 후술하는 바와 같이 낚시 미끼용 상업
벌레에는 수입한 것과 양식한 것으로 보이는 벌레도 있지만 가장 많은 것은
역시 자연산이다. 그리고 이들 벌레 중에는 곤충학자나 곤충 애호가 등 흔히 “벌레방(虫屋, 훼옥)”으로 불리는 우리들 전문가가 보더라도 어떻게 모았는지 알 수 없는 희귀한 종류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그것들은 나뭇가지나 열매에 숨어있는 채로 판매되는 것이 많으며, 실제로 구입해서 조사해 보면 속에 벌레가
없거나 죽어있는 경우는 많아도 10% 미만이어서
높은 수율에 놀란다. 벌레방의 전문가들이 열심히 모아도 이렇게는 안 된다. 채집하는 사람들의 탐색 능력과
속을 투시하는
안력에는 공포감이 들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