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에서 공부하는 자퇴생들을 만나다>

내가 자퇴에 대해 처음 생각해 보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이다. Global Academy 1기 단원으로 필리핀에서 1년간 공부를 했었던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자퇴한 학생들을 만났다. 그들은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자퇴생이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공부도 잘했고 성격도 좋았다. 그래서 나는 호기심을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해보았고 그들 대부분이 고등학교를 다니다 자퇴를 한 뒤 학교 밖에서 공부하며 다양한 경험들을 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는 한 자퇴생 친구가 새벽 2시까지 영어 공부를 하고 있길래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공부를 하냐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 친구는 남이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라서 힘들지 않고 재밌게 하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살아왔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나도 대학에 가기 위해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자퇴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1년 동안 자퇴를 고민하며 준비하는 시간을 갖다>

필리핀에서 돌아와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나는 부모님과 자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님은 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셨지만 내가 자퇴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퇴를 한 뒤 무엇을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것을 근거로 1년간 고등학교에 다니며 자퇴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셨다.
나도 아직 학교 밖에서 스스로 생활하기에는 미성숙한 부분이 많다고 판단했고 학교를 다니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고 그것에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1년간 고등학교에 다니며 자퇴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다.
자퇴를 하고 스스로 공부하고 생활하기 위해서 내가 갖춰야 할 모습을 생각해 보던 중 나에게 성실성과 시간관리 능력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퇴를 하게 되면 대부분의 시간을 내가 관리해야 하는데 계획한 대로 생활하지 못하면 자퇴를 후회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성실성과 시간관리 능력을 갖기 위해 좋은 성적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좋은 성적은 학생으로서의 성실성과 어느 정도의 시간관리 능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아주 좋은 증거였다. 중학생 때 까지 나는 스스로 공부를 해본 적 없는 공부를 아주 싫어하는 학생이었으나 1년 동안 학교수업과 복습중심으로 열심히 공부해 평균 2등급 초반의 성적을 받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

1년 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 내가 세웠던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열심히 공부하면서 선생님과 부모님으로부터 성실하다고 인정받게 되었고 내가 스스로 내 시간을 관리 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니까 선생님들도 나를 인정해 주시고 친구들도 나를 인정해 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1년간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면서 학교 밖에선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해보며 나의 꿈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배구, 축구, 드럼, 보컬, 헬스, 교회활동, 인문학 교실 등 내가 해보고 싶었던 다양한 활동들을 열심히 해보았다.
하지만 1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대한민국의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진정한 공부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1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대학’이다. 선생님들은 항상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지금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내 친구들은 대부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하기 보단 서울에 있는 대학,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한다. 나는 학교라는 공간은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꿈을 향해 노력해 나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학교는 대학입시를 목적으로 경쟁을 유도하는 공간이 되어 버렸고 학생들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더 나은 경쟁상품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느 순간 나도 그것에 물들어 시험기간만 돌아오면 내가 해오던 다양한 활동들을 멈춘 채 내신이라는 학교 시험에 집중하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꼈고,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고 도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아직 확실한 꿈도 없고 가고 싶은 대학도 없다. 그런 나에게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 무작정 외우고 시험 보는 공부는 진정한 공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세상’을 학교삼아 공부하는 커다란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자퇴 후 목표와 계획>

자퇴서류를 내고, 세상에서 공부를 시작하는 황진우를 축하해 준 친구들
내가 자퇴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교에 가기 위해 힘들게 공부하고 남들과 경쟁하는 고등학교를 3년 다니는 것 보단 그 시간 동안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시간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등 나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 알아보고 싶다. 나는 이런 시간들이 대학교에 가기 위해 공부하는 시간보다 훨씬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외롭겠지만 나의 도전은 시작되었다.
2018년 6월 8일 황진우
내용 바로가기 https://goo.gl/BLH5ES
첫댓글 응원합니다.
10대청소년답고 부모님도 납득할수있는마음의자세 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훌륭한 생각과 각오가 멋지네요.
무한가능성을 놓고 도전하다보면
꿈은 이루어집니다.
도전하는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진우군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