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나 불안보다는 희망과 행복을 원한다
◆ 거듭 성장하는 한국 경제
작년 연말 2,000을 돌파한 코스피 지수는 연초 들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1월 7일 삼성전자는 작년 매출 153조 7600억원, 영업이익 17조 28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하였다. 미국 굴지의 전자회사인 휴렛 패커드 사(Hewlett-Packard Company, HP)의 매출액을 100억 달러 이상 앞질러 글로벌 전자업체 1위의 입지를 구축하였다고 한다. 대단한 일이다.
프랑스 국영방송인 프랑스 2TV는 1월 3일 오후 10시50분부터(현지시각) 신년 특집 프로그램 「세계를 향한 시선」에서 한류, 남북관계, 삼성전자, 기독교 등 모두 4개의 테마에 걸쳐 총 1시간 50분 동안 방영하였다고 한다. 한국이 외국인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는 말이다.
1월 4일 지식경제부는 작년 수출이 2009년 대비 28.6% 증가한 4,674억 달러를, IT 수출과 무역수지가 전년 대비 각각 27.3%, 32.7% 증가한 1540억 달러, 782억 달러를 달성,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였다고 밝혔다. 수출 순위도 이탈리아와 벨기에를 제치고 세계 7위로 올라섰다.
◆ 훈훈한 정이 이어지는 기부
1월 5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시가 15억 원 상당의 상도동 자택과 거제도의 밭과 임야 등 부동산 30여 건, 모두 약 5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거제도 생가는 거제시에, 나머지 재산은 사단법인 김영삼 민주센터에 기부되었다고 한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도 1월 6일 “재산이 많지 않아서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이 좀 쑥스럽다”고 하면서 “재산을 상속하지 않고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7월 6일 자신의 전 재산 331억 1,400만원을 기부해 재단법인 ‘청계’를 설립하여 작년 한해 45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 6억 4천만원을 지급하였고, 취임 이후에 받은 월급 전액을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흐뭇한 일이다.
◆ 부끄러운 비리와 비능률적 경영
최근 건설현장 식당(속칭 함바집) 운영권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날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전?현직 경찰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연루되어 있어 언짢은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작년 12월 31일자 한국경제매거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 등 주요 거대 공기업은 6년간 금융성 부채가 100% 이상 급증했으며, 금융회사에 물고 있는 이자 비용만도 6년간 2조 2814억 원(2조 1024억→ 4조 3838억 원)이나 늘었고, 이자 증가율만 108.51%에 이른다고 한다. 공기업의 비능률적 경영은 이미 고질적인 병폐가 된 것같다.
◆ 구제역, 속수무책인가
작년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발병한 구제역은 경남과 전남북의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을 휩쓴 지 40일이 지났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1월 7일 오전 기준으로 구제역 매몰 대상 가축이 107만 5천15마리를 집계되었고, 매몰 대상 가축은 소가 2천 472개 농장의 9만 7천524마리, 돼지가 469개 농장의 97만 4천469마리, 염소가 107개 농장의 2천214마리, 사슴이 48개 농장의 808마리이고, 이 중 83.7%인 89만 9천827마리는 매몰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bird flu, AI)까지 발병하여 번지기 시작했다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 위협받고 있는 안보
군이 작년 12월 17일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 계획을 발표하자 북한 인민군은 이날 남북장성급회담 북측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남측이) 연평도 포사격을 강행할 경우 우리 공화국 영해를 고수하기 위해 2차, 3차의 예상할 수 없는 자위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며 “화력의 강도와 포괄범위는 지난 11월23일(연평도 포격 도발일)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재현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작년 3월 천안함 피폭 침몰 사건과 11월의 연평도 피폭 사건을 겪었던 우리는 지속적인 안보 위협으로 인한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성장과 고질적인 병폐의 공존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안보상황 속에서도 한국의 주가지수는 연일 성장하고 있다. 주가지수의 신기록 행진은 안보 불안을 도외시하고,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공기업들의 부채 증가와 비정상적 운영 방식도 경시하고, 연초 물가 불안까지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같다. 기업의 성장 실적과 한국의 경제력 성장이 병폐와 안보 불안 그리고 전염병 확산까지 털어냈으면 좋겠다. 병폐와 비리는 고질(痼疾; 오랫동안 앓고 있어 고치기 어려운 병)이어서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언제나 불안이나 공포보다는 희망과 행복을 원한다.
공 보 경
경성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학 박사
아름다운가게 운영위원 (아름다운가게 해운대점 051-747-8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