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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한 어둠의 땅 네팔에 피어나는 작은 불꽃
( 네팔 선교훈련을 다녀와서..)
바나바 41기 능력반 5조 이성실 사모
하나님께서는 사랑하는 자녀를 당신의 사람으로 만들어가시기 위해 가끔씩 실패와 좌절과 고난을 만나게 하신다죠?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역경들은 크던 작던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주님께서 자녀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기에 허락하시는 일이라고들 하죠?
이번 네팔선교훈련이 적어도 저에겐 선교훈련 그 이상의 의미와 하나님께서 저에게 뭔가를 말씀해 주시려는 것을 들어야 했던 과정이었습니다
네팔선교훈련을 다녀와서 일정을 따라 기행문을 쓰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기행문이기는 하되 전적으로 저의 입장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좆아가고자 발버둥쳐보았던 저의 마음의 여정도 함께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이점 부디 용서하시며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 어디로 가는가?
네팔선교훈련팀은 원래 선교물품을 꾸리고 최종점검을 하기 위해서 10월 9일 저녁에 수정교회에 모이기로 되어 있었으나 나는 너무 먼 곳에서 출발해야 했기에10월 1o일 당일 출발직전에 집합장소인 수정교회에 들어 갈 수 있었다.
멋쩍음과 겸연쩍음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간 모임장소에서는 김상국대장님의 떠나기전 마지막 메시지가 진행되던 중이었다.
“ 젖과 꿀이 흐르는 그 곳 여호수아만 든든히 세워주소서 갈렙도 함께 있게
하소서...”
김상국선교사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전하고 계셨다.
중간에 들어가서 무슨 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막 들려온 이 말씀이 내 귀를
깨우며 들어왔다.
‘ 여호수아만 세워 주소서.. 갈렙도 함께 있게 하소서... 무슨 소리지?
여호수아와 갈렙이라구.. ?‘
메시지를 처음부터 듣지 못해서 무슨 내용인지는 흐름이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여호수아와 갈렙이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에 박히더니 가라앉지도 못하고
수면위를 맴돌며 물결을 일렁이게 하는 한개의 잔 돌이 되어버렸다.
어디서 그런 말이 나오는 걸까?
여호수아서? 신명기서?
머릿속으로 어딘지 모르는 성경구절을 뒤적이는 동안 어느새 선교팀훈련팀은
공항에 도착해 있었고 공항 홀 안에 선교물품을 깔아놓고 재정리에 들어갔다.
이번 훈련에는 선교물품이 꽤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이 짐들을 나누어 가져가도
다 가져가지 못할것 같다는 말씀들을 하신다. 결국 꼭 필요하지 않은 몇가지는
본부로 돌려보내게 되었고 최대한 나누어 가져가게 되었는데 선교사사모님들께
드릴 화장품을 빈 케리어 한곳에 몰아넣었는데 이 물건은 중국 환승지에서 실종되어 버리고 끝내 찾지 못했다. 아마도 고가의 화장품이 하나의 가방에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되어서 중국이 관세로 빼돌린게 아닌가싶다.
이렇게 해서 32명의 네팔선교훈련팀은 12일간의 대 장정에 오르게 되었다.
현지시간 저녁 10시경 우리가 묵을 네팔 카투만두의 싱기로얄호텔에 도착했다.
여호수아와 갈렙의 숙제를 풀지 못한 나는 결국 김상국선교사님께 그 말씀이 어디에서 나온 것입니까? 라고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김상국대장님은 슬며시 웃으시며 종이 한 장을 내밀어 주셨다.
그 종이엔 이강천 목사님께서 올 연초에 기도중에 쓰셨다는 시가 하나 기록되어
있었다.
‘ 아... 이강천목사님의 싯귀였구나 그러니 아무리 찾아보아도 성경에서 찾을 수가 없었던거구나.. ’ 나의 무지함에 내 자신도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호텔 내 방에 앉아 김상국대장님께 얻은 그 종이 한 장에 기록된 이강천목사님의 시를 다시한번 마음으로 새겨보았다.
느보산에서......
시: 이 강 천
네 걸음 예까지다 하오니
지나 온 광야를 내려다 봅니다.
뙤약볕 이글거리고
짐승 울부짖는 그 광야
구름 기둥과 불기둥이 그어 온
발자국 헤어 봅니다.
발이 부륻지 아니하고
의복 해이지 아니하며
만나와 메추라기로 배 불렀습니다.
느보산에 올라
네 걸음 예까지다 하오니
약속의 땅을 내려다 봅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그곳
여호수아만 든든히 세워주소서
갈렙도 함께 있게 하소서
백성들로 들어가 살게만 하소서
저들의 기쁜 노래를 듣습니다.
내 발자국 여기서 끝난다 해도
나는 노래할 일 뿐이로소이다.
왜 이 시가 그토록 내 맘을 때렸을까?
그래.. 내게도 여호수아가 있었고 내게도 갈렙이 있었어.
그런데.. 지금은....
룸메이트도 외출을 나간 호텔방안에서 나홀로 이강천목사님의 시를 읽다가 아무도
모르게 짧은 기도를 올렸다.
“주님.. 전 어디로 가야합니까?
제가 가는 곳이 호렙산입니까? 아니면 느보산입니까?
이번 선교훈련기간동안... 내가 주님을 만나뵈옵는 곳이 호렙산인지.. 느보산인지..
그것을 알게 하옵소서 “
네팔 카투만두에서의 선교훈련 첫날은 그렇게 저물었다.
2. 들꽃향기가 나는 그들..
둘째날..
오전에 김승근선교사님댁을 방문해서 맛있는 점심을 대접받고 위로와 격려의 중보기도를 해 드리고 오후에 문근임선교사님께서 사역하고 계시는 네팔 코리아 인터네셔날 컬리지를(속칭 네코컬) 방문하게 되었다.
네코컬의 학생들은 모두가 크리스찬들로서 3년정도 교육을 받고 각자의 비전을 따라 진학을 하거나 고향에 돌아가 사역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을 밟는 중이라고 한다
우리 선교훈련팀이 준비해간 사역들을 통해 그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 교육을
해 주는 것도 좋은 일이었지만 솔직히 난 그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찬양시간에 난 그들에게서 예수의 향기를 맡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찬양은 들꽃향기같았다.
화려한 사운드의 연주도 없고 현란한 기교의 보컬도 없지만 있는 그대로 꾸미지
않은 순수함으로 찬양하는 네코컬학생들의 모습이 내겐 마치 들꽃같이 느껴졌다.
들꽃향기같은 그들의 찬양모습을 보며 난 남겨두고 온 우리 제단의 찬양팀을 떠올려보았다.
화려한 사운드와 현란한 기교의 연주팀 남녀혼성비율을 적당히 맞춘 숙련된 보컬팀
거기에 부족하지 않은 음향팀의 서비스까지.. 뭐하나 부족하지 않은 내 교회 찬양팀을 굳이 비유하자면 ... 색깔 진한 진분홍의 양귀비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과연
거기에 어떤 향기가 있었는지...... 과연 그동안 난 우리교회 찬양팀을 어떻게
키워왔는지 조심스레 점검해보고 있었다.
‘ 주님.... 어쩌면 당신은 우리교회 찬양팀보다는 여기 들꽃향기 나는 이들의 찬양을 더 즐겨 들으실 것 같군요. 부끄럽습니다 주님.. 나조차도 가끔 그랬듯이..
우리 찬양팀의 찬양이 당신귀에 많이 시끄러우셨겠어요.. 죄송합니다 주님.. ‘
그렇게 네팔에서의 또 하루가 지나고 셋째날도 역시 네코컬에서 사역이 진행되었다
네코컬에서의 코이노이아에서 내가 만난 자매는 ‘산티’라는 이름을 가진 24살의자매였다 부모님이 목사이고 워십리더의 비전을 갖고 있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산티가 비전을 꼭 이루길 바라며 짧은 중보와 오랜 여운속에 네코컬과도 작별을 고했다.
3. 풍선밑에 깔려 죽을 뻔?
네재날 ..
오랜시간 차선도 없는 먼지 풀풀 날리는 신작로같은 길을 버스로 달려 치트완의 버테니 교회로 이동했다.
미리 예정되어 있던 초등학교로 어린이 전도사역을 나가게 되었다.
훈련팀이 각자 맡은 분담된 사역을 진행하는 동안 난 차후에 나누어 줄 풍선을
맡아가지고 있는 동안 풍선을 조금 불어놓게 되었다.
풍선을 부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불어놓은 풍선을 모양을 만드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조금이라도 불어놓으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문제가 생겼다.
이 나라는 풍선이 귀한 나라란다.
애들이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프로그램보다는 한쪽 구석에서 내가 불고 있는
풍선에 더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몇몇 애들이 슬금슬금 내 곁으로 모여든다.
“ 고~ 어웨이.. ” 저리 가라고 아무리 외쳐도 들은척 만척이다.
불어놓은 풍선에 슬금슬금 손을 대는 애들도 있다.
“ 돈~ 터치 ” 소리치면 그때만 찔끔 할 뿐 자리를 뜨려하지 않는다.
결국 풍선 불던 일을 중단하고 풍선이나 잘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날은 더워 땀이 뻘뻘 나고..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해서 정신마저 혼미한데..
이 풍선을 어떻게 나누어 주게 될런지 .. 참으로 난감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진행팀에서 무슨 소리를 했는지 아이들이 와~~~· 소리를 지르더니 수십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서로가 풍선을 가져가려고 난리가 났다.
키가 내 허리춤밖에 안되는 애들이지만 수십명이 한꺼번에 몰려들다보니 내 힘으로도 그 애들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난 풍선위로 쓰러졌고 내 위로 애들이 풍선 한 개라도 더 집어 가려고 손을 뻗는다. 마침 옆에 계시던 목사님 한분이
소리를 질러가며 애들을 쫒아내 주신다.
간신히 몸을 추슬러 일어나 보았더니 온 몸이 먼지투성이고 무릎이 조금 멍멍하다
불어 놓았던 풍선은 이미 다 사라졌고 불지 않고 숨겨둔 풍선들만 남아 있었다.
결국 난 풍선더미를 들고 애들로부터 미리 피신을 해야했다.
남겨온 풍선은 버테니교회 목사님께 드리고 알아서 처리하시라고 하게 되었다.
풍선이 귀한 나라에 풍선 나누어 주며 선교하려다가 까딱 잘못하면 풍선순교? 당할뻔 했다.... 휴....... 십년감수했다.
난 별로 한 일도 없구만.. 부상은 제일 크게 당한 꼴이네.... 옷도 엉망이 되고 부상도 당했지만.. 나름 재밋고 뿌듯한 경험이었다.
버테니교회에서 저녁을 준비해서 대접해 주었다.
낱알 낱알 흐트러지는 안락미밥에.. 카레향 찐한 야채볶음 그리고 카레향 찐한 닭볶음.. 어떤 음식이던 즐기는 나로선 배고픈 김에 나름 맛있는 저녁을 먹게 되었지만
그땐 몰랐다. 앞으로 질리도록 먹게될 음식이 바로 그것 뿐이라는 사실을...
4. 물이 무서워요.
여섯째 날..
선교훈련을 위해 네팔에 온 것이지만 그렇다고 지속적으로 선교훈련만 한 것은 아니다 사역이 진행되는 짬짬이 틈을 내어 현지 체험도 있었다.
여섯재 날 토요일 오후에 치트완 국립공원의 강줄기를 좁다란 통나무배를 타고
가면서 풍경도 보고 운 좋으면 악어도 보는 체험시간이 있었다.
통나무 반쪽을 통째로 속을 파서 만든 배인가본데 두사람이 앉으려면 꽉 끼어 앉을 수 밖에 없는 그런 배에 열명도 훨씬 넘는 사람이 사공 한사람의 운항기술에 목숨을 맡기고 배를 타게 되었다
배를 타고 물가를 떠나자 마자 내 입에선 비명이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워낙 많은 사람이 타서 통나무배가 거의 가라앉을 판이다.
이거 조금만 잘못해서 뒤집히면 난 그대로 익사다.
등골로 식은 땀이 흐른다.
통나무배 난간에 얹은 내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고 통나무 배가 흔들릴때마다
내 입에선 신음같은 비명이 새어나온다.
다른 사람들은 나름 스릴을 즐기고 계시는데 난 무섭기만 하다
너무 창피했지만 옆에 계신 목사님의 팔을 꽉 잡았다.
난 물이 무섭다.
어려서 두어번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곃험이 있고 나서부터 난 물 근처에 잘 안간다 사방을 뺑 돌아 바다뿐인 섬에 20년을 살고 있어도 무릎 밑으로 바다에 들어가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아차하면 배가 뒤집힐 상황이다.
수영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이라면 이정도 깊이의 강물쯤이야 하겠지만.. 난 발만
안 닿아도 익사직전이다.
통나무배를 타고 강물을 흘러내려오는 30여분동안 얼마나 무서웠는지..
발이 땅을 밟자마자 안도의 숨을 내쉬며 하나님께 감사했다.
‘오 주님.. 내 발이 땅을 딛고 살아가게 해 주세요... ’
다음날 아침 ( 일곱째 날 )에는 코끼리를 타고 치트완국립공원 안을 돌아보는
체험을 했다. 신기하게 생긴 새도 보고 노루와 꽃사슴도 보고 그들이 자랑하는
코뿔소도 보고.. 어제 통나무체험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관광을 했다.
관광이라면 이런걸 해야지.... 추천코스.. ^^
5. 반딧불이 나무를 본 적이 있나요?
코끼리트레킹을 마치고 부뜨왈로 이동하는 버스안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다보니
어느새 사역방문지인 부뜨왈 할렐루야교회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 교회에선 치유사역이 예정되어 있었다.
교회에 들어서니 먼저 눈에 띄는 모습은 교회가 아직 건축중인듯 지붕 위에
골조가 올라가 있는 모습과 마당에 널려있는 건축자재들의 모습이었다.
목사님께서 형편이 닿는대로 교회를 증축하고 계시는 중이라 했다.
교회 안은 의외로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남자와 여자 어린아이들이 앉는 자리가 정해져 있는지 구획별로 앉아있었고
목사님의 지시에 따라 잘 움직이고들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정리가 되어 있고 차분하다는 느낌이 든다.
게시판에 붙어 있는 예수님사진과 성화그림들이 교회다운 모습을 나타나게끔
애쓴 흔적들이 여실했다.
할렐루야교회에서의 찬양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악기라곤 드럼과 기타 키보드 하나 이정도뿐이건만 어쩜 그리 연주를 잘 하는지
또 어쩜 그리 찬양들을 흥겹게 잘 부르는지...
몇가지 알고 있는 멜로디도 있었지만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서 찬양을 따라
부를 수는 없엇다 그럼 어떠랴.. 이들의 찬양은 신령과 진정이 되어 하늘을
뚫고 오르고 있었는데...
이어지는 치유설교에도 그들은 귀를 쫑긋 열어두고 경청하는 모습 아픈이들을
위해 중보하시는 목사님과 사모님들의 손길에 어린아이처럼 그들의 몸을 내 맞기고
기도받는 모습들은 정말 경이롭기까지 했다.
네팔에서도.... 성령은 역사하고 계셨고 하나님께서 그들의 영혼을 추수하고 계셨다.
뜨겁게 이어진 치유사역과 중보기도를 마치고 늦은 저녁까지 융숭히 대접받고 돌아가는 길...
저녁 7시면 전기공급이 끊겨 마을 전체가 암흑속에 빠져들것 같건만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나선 길에 우리는 경이로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시골에서도 이미 보기 힘들어진 반딧불이들이 네팔 부뜨왈 시골마을에서는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반딧불이 수천 아니 수억마리가 곳곳에 선 나무마다 붙어서 캄캄한 시골길을 비추고 있었다. 반딧불이가 붙어있는 나무를 발견할 때마다 와~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그것은 마치 성탄절추리의 전구불이 수천개 켜져 있는 듯한 자연의 위대한 교향악.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아름다움.
밤늦게 사역을 마치고 돌아가는 우리를 위해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작은 등불이었다.
6. 오..... 안나 푸르나여....
여덟째날.. 월요일이다.
안나푸르나에 오르기 위해 포카라로 이동해 한국인 식당에서 모처럼 한식으로
점심을 먹고 곧바로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시작했다.
난 산타는게 싫다.
그렇다고 지치고 힘든 꼴을 보이는 건 더 싫다.
오기로 산을 오른다. 끝도 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돌계단을 오르고 또 오른다.
산행을 하는 도중에 사모님 한분이 다리에 쥐가 났다.
많은 분들이 그 사모님을 돕기위해 다리를 주무르고 침을 뜨고 어수선하다.
분위기는 좀 그렇지만 내가 거기서 특별히 도울 일이 없기에 슬며시 다시 길을
떠난다. 뒤처지기 싫어서다,
우리의 산행짐을 등에 지고 실어 나르는 짐꾼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면서
따라 올라간다.
한참을 그렇게 오르다보니 완만한 경사가 나왔고 그 경사 끝에 우리의 목적지인
엔젤 헤븐 산장에 이르렇다.
여자로서 세 번째....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잠시 땀을 식히는 동안 속속 다른 분들도 올라오시고 다리에 쥐가 났던 사모님도
마침내 당도하셨다.
남자팀원들이 저녁식사전까지 잠시 미니축구를 하신단다.
그동안 배정받은 숙소에서 짐을 풀며 여자끼리 수다를 떨고 있는데 갑작스레
어디선가 와장창~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난다.
이크... 사고낫군.. 축구하던 공이 산장 숙소의 유리한장을 날려버린 것이다.
더 이상 산장에서 축구는 하지 말라는 듯이 소나기도 한차례 내린다.
습기를 머금은 냉기가 안나푸르나의 산장을 싸고 돈다.
이윽고 산장에서의 저녁시간..
준비된 닭백숙을 기다리는데 누군가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이어지는 비명들.. 거머리에 헌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지르는 비명소리였다.
주로 아까 축구를 하셨던 분들에게 거머리가 붙었다.
사모님 한분도 이미 크게 물리셨단다.
그렇군.. 여긴 거머리가 사는구나.
비가 오려고 습기가 차니까 거머리가 날뛰나보군..
사람들마다 몸이 어딘가 가렵거나 이상한 느낌만 있어도 옷을 뒤집어 본다.
그 작은 동물이 사람 참 겁주는군..
저녁은 닭백숙이 나왔다.
모두들 맛나게 드셨지만 난 닭백숙이 싫다.
일년간 양계장 하면서 닭고기만 질리게 먹어본 나로선 닭은 쳐다보기도 싫은게다.
고기 조금 뜯고 닭죽 조금 떳건만.... 난 그마저도 밤새 설사로 다 내보냈다.
저녁식사후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모든 팀원이 둥글게 모여앉았다.
선교훈련일정의 후반부를 지나가면서 그동안의 사역에 대한 자기평가의 시간을
가졌다. 모든 사람의 순서가 다 지나가고 김상국대장님이 마지막으로 평가 겸
말씀을 전하신다.
“ 내가 얼마나 교만한 사람이었는지.. 7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서 이강천 목사님께서 그동안 네가 얼마나 교만했었는지 아느냐?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강천 목사님의 그 인격이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
히말라야의 발치에 모여 앉은 그 밤에 김상국대장님의 말씀은 또 한번 내 가슴을 치고 있었다.
‘ 그렇구나.. 한 사람의 변화를 위해서 이강천 목사님같은 분조차도 그토록 오랜 시간을 인내하고 수고하시면서 기다려주시는데..... 내가 뭐라고 ... 난 그렇게 조급했던가? 하나님께서 내게 하시고자 하시는 말씀이 어쩌며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나의 여호수아를 , 나의 갈렙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너무나 성급하게 좌절하고
실망했던 나에게 너무나 빨리 열매를 보려고 했던 나에게 주님은 인내를 가르치시려는게 아닐까? ‘
주님은 그렇게 이번 네팔선교훈련을 통해 나에게 하시려는 말씀을 전달하고 계셨고
주님 앞에서 난 나의 교만을 깨달으며 주님을 귀로만 듣다가 이제 눈으로 보옵니다 라는 욥의 고백을 드리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히말라야의 산자락 아래 산장에서 펼쳐진 안나푸르나의 모습은 그대로 장관이었다.
모두들 안나푸르나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감상을 하는 동안 내 안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것이 슬며시 꿈틀 속삭임을 주었다.
안나 푸르나..
눈으로는 보여도 손 닿을 수 없는 거리
당신은 거기 그렇게 계십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순백의 기백을 담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좌정하사
벌레만도 못한 우리 내려 보시며..
잠잠하라 잠잠하라 그렇게..
침묵으로 임하십니다.
어쩌다 한번 씩
허락도 없이 알현을 꿈꾸는 인간의
교만을 꺽으시며
네가 선 곳이 충분하니
거기서 네 신을 벗으라 말씀하십니다.
주여 당신이 옳소이다.
단신과 나의 거리는 딱 이만큼
더 이상 가까워서도 안되고
조금 더 멀어서도 안되는
바로 이곳 안나푸르나
이곳이 내게는 호렙산입니다.
안나 푸르나의 만년설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발길은 천근만근 무거워졌지만
등뒤로 내리쬐는 햇살처럼 마음만은 따사롭고 가벼웠습니다.
7. 마지막날에..
카투만두로 돌아왔습니다.
열한번째날 마지막날입니다.
오전에 네팔의 주요 종교인 힌두교 성지를 방문하고 힌두교가 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이 찾아간 곳은 힌두교 성전 앞에 흐르는 강물따라 줄지은 화장터였습니다 관광상품을 파는 잡상인들의 행렬을 뒤로하고 힌두교 사원안으로 깊이 들어갈
수록 매캐하고 이상한 냄새가 더 깊이 코를 자극해 옵니다.
시골 사는 내가 일년에 한번쯤 명절즈음에 동네사람들이 개를 잡을 때마다 진동하던 그 냄새.. 죽은 개 털을 태우기 위해 꼬스르는 냄새.. 바로 그 냄새였습니다.
유승재선교사님의 안내를 따라 시체를 태우고 있는 바로 옆까지 가 보았습니다.
한 곳은 시체를 다 태우고 남은 재를 강물에 밀어넣고 있었고 한곳은 새카맣게 탄
해골같은 시체가 그을음속에 있었고 또 한곳은 화장을 위해 노란 천을 덮은 시체를
옆에 둔 곳이 있었습니다.
매케하고 닉닉한 그 냄새가 강해질수록 뱃속 깊은 곳에서 구역질이 올라와
화장터 옆엔 더 오래 남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백년전만 해도 남편이 죽으면 부인들을 생화장시키는 풍습이 있었들 정도로
네팔땅은 힌두교의 풍습이 강한 나라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을 보시며 얼마나 슬퍼하실지 가늠해보며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이들의 무지와 어리석음이 만들어 낸 어이없는 우상숭배와 문화들이
얼마나 그들의 삶을 피페하게 만들고 있는지 또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하나님이 얼마나 슬퍼하실지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져 옵니다.
그에비해 우리는 지금 얼마나 축복된 땅에서 살고 있는지..
비록 대한민국 인구 20%에 불과한 크리스찬들이지만 선교 200년의 역사속에
한국땅속에 기독교가 바꾼 우리의 문화와 생활풍습이 우리를 얼마나 축복되게
만들었는지.. 우리 땅에 피를 뿌려 순교하신 선교사님들과 믿음의 조상들에게
저절로 감사의 고개가 숙여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호텔을 떠나기 전 네팔에서 사역하시는 여러 선교사님들을 모시고 마지막 만찬을 갖게 되었습니다.
초대되어오신 선교사님들중엔 우리교회에서 후원하는 선교사님도 오셔서 오랜만에
뵙고 사역하시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열흘간 네팔 각 지역을 돌며 어설프기만 한 사역들을 진행하고 난 이후에
선교사님들의 사역이야기를 듣고 있자나 그분들의 수고와 노고가 알알이 그대로
현실적으로 전해집니다.
선교사님을 위해 중보하는 시간에 선교사님의 뺨위로 흐르는 눈물이 그대로
저의 가슴에도 진한 고통이 되어 전달됩니다.
이렇게 어렵고 힘드신데.. 우리가 매일 쉽게 쓰는 만원짜리 한 장이 여기선 이렇게
귀하게 쓰이는데.. 우리가 매일 먹다가 버리는 고추장 고춧가루 하나가 여기선
이렇게 소중한데.. 선교사님들의 어려움과 고난 앞에서 우리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함께 울게 됩니다.
선교사님.. 그동안 정말 수고하셨군요.
그동안 정말 어려움을 감당하며 승리해 오셨군요.
그동안 선교사님들의 눈물과 땀이 이만큼의 결실을 맺고 있었군요.
그동안 세계선교를 위해서 기도한답시고 했던 모든 내용들이 그저 형식에 불과했던 것이 참으로 부끄럽고 선교훈련이랍시고 와서 오히려 그분들게 방해만 된 것은 아닌지 더욱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선교사님들께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과 존경스러움이 혼합된 묵직한 마음을 담은채
우리는 고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서둘러 공항으로 출발해야 했다.
12일간의 네팔선교훈련기간동안 함께한 41기 능력반 모든 목사님들과 선교사님들 사모님 그리고 전도사님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고 마지막으로 결코 짧지않은 시간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와 함께 해주신 유승지선교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네팔땅에서 이루실 하나님의 뜻과 바나바사역의 열매가 유선교사님을 통해 이루실 것을 믿고 감사드리고 싶다.
41기 능력반 네팔 선교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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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네팔선교훈련의 모든 기억을 되살려주시고 또 새로은 것들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없는 묵묵함 속에 그토록 아름다운 성찰이 있었군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하나님의 마음과 그 의미를 되새겨보신 것이 너무도 은혜가 됩니다.
뱃놀이가 아니라 완전히 죽음놀이였군요. ㅎㅎㅎ
그 좋은 경치와 구경거리를 하나도 음미하지 못하고 내내 고생만 하셨네요.
우리가 이땅에 사는 동안에도 온갖 걱정과 두려움에 매여있으면 그럴수 있겠다 싶네요.ㅋㅋ
그래서 주님은 내내 제자들을 풍랑이는 갈릴리 호수를 건너다니게 하셨는지도 모르겠네요.
여호수아와 갈렙을 향한 모세의 썩어짐과 섬김. 감동으로 다가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