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카페에서 다운받아 수정한 글입니다.
부평(산곡동)에 30년 가까이 살다보니 언제부터인가 부평 곳곳의 유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익숙하게 보고 듣던 것들 뒤에 숨겨진 깨알같은 이야기들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부평 지명들의 유래에 대해 종종 카페에 올려볼까 합니다. 첫 번째로 삼릉(三菱)의 유래입니다.
국철 부평역과 백운역을 잇는 철길 건너에 낡은 집들이 늘어선 마을(줄사택)이 있습니다. 행정구역상 부평2동에 속하는 이곳을 삼릉(三菱)이라 예부터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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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릉(三菱)은 일본 제국주의의 전쟁광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1940년대 초반, 당시 일본 굴지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 공장의 노동자들이 집단 거주했던 사택들이 들어선 마을이었습니다. '미쓰비시'의 한자 발음이 '삼릉(三菱)'입니다. 삼릉은 지명이자 '미쓰비시'를 뜻하는 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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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동에 자리한 지금의 부영공원(예전엔 미군부대의 일부였으나 공원으로 재조성됨)이 바로 '미쓰비시' 군수공장이 있던 곳입니다. 그 군수공장에 강제 동원되어 일하던 조선인 노동자들이 살던 곳이 지금의 부평 2동, 바로 삼릉(三菱)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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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국주의의 전시 총동원체제 하에서 어쩔 수없이 고향을 등지고 전쟁에 필요한 무기와 기계를 만드는 군수 공장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은 상당수는 ‘부평 삼릉(三菱)마을’로 모여들었습니다. 해방 이후에 미쓰비시 부평공장 징용노동자들은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삼릉’이라는 마을 이름은 줄사택 건물들과 함께 그대로 남아 지금까지 전해집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 낙후된 건물과 마을을 도시재생 사업으로 바꾸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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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하철 '동수역'을 처음에는 '삼릉역'으로 명명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강제징용의 아픔이 있는 '삼릉역'은 많은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엔 '동수역'으로 정해졌다고 하더군요.
언젠간 모습이 바뀔지 모르는 삼릉의 흔적을 찾아가 보세요. 지하철 동수역에서 내리시면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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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일본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판결이 나왔지만 일본은 꿈쩍도 안하고 있습니다. 미쯔비시는 일제 강점기 히로시마 등 일본으로도 우리 국민들을 강제 징용한 전범기업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