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 제목 | 탐구문제 |
p.47 제이크는 가장 친한 친구 윌리가 과학경시대회에 둘이서 팀으로 나가자고 제안했을 때 거절한다. “윌리, 그건 안 돼. 만약 우리가 함께 대상을 받으면 어쩌지? 그럼 어떡할 거냐고?” | 친구냐 상품이냐 | 과학경시대회 대상이 친구보다 더 중요한가? 과학경시대회 준비는 혼자보다 둘이서 하는 게 더 나을까? 상품이 하나면 둘이서 대회에 나가면 안 되는가? |
p.51 웹 페이지 하나마다 적어도 한 개씩은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겠지. 206,996개의 웹 페이지 모두 말이다! 하지만 내겐 그렇게 많은 아이디어는 필요 없어. 딱 하나만 있으면 충분해. 지금 필요한 건 ‘나만의 아이디어야!’ | 아이디어 찾기 | 과학경시대회 아이디어를 인터넷에서 찾아도 되는가? ‘나만의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 남들의 아이디어를 참조해도 되는가? 아무것도 참조하지 않고 나만의 생각으로 대회를 준비해도 되는가? |
p.74 ‘그런데 이게 과학경시대회에 내놓을 만한 걸까? 이건 그냥 쓰레기 서랍에서 찾은 한심한 물건들이잖아.’ 안내문에 나와 있는 ‘의문’에 관한 부분에 따라 질문해 보았다. ‘더 긴 에나멜선과 더 많은 건전지 중에서 어느 쪽이 자석의 세기에 더 큰 차이를 보여주는가?’ 그때 나는 일등상을 떠나서 정말로 그 답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진정한 탐구 | 과학경시대회 참가는 우승이 가장 중요한 목적일까?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한 것을 탐구하여 대회를 준비해도 되는가? 대회를 준비하면서 얻는 것이 대회결과보다 더 가치 있는가? |
p.91 방학이 끝나고 학교가 다시 시작한 날에 케빈은 아는 척쟁이까지 되어 돌아왔다. 난 내 과제를 비밀로 하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그런데 케빈은 개학하는 날부터 자기 과제물을 남들에게 알려 주고 보여주는 데 더 노력하고 있었다. | 비밀과 공개 | 과학경시대회에서 준비한 것을 미리 아이들에게 공개하는 게 더 나을까? 과학경시대회를 위해 내가 준비한 것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것이 더 나을까? 과학경시대회 준비과정까지 공개하는 것이 과제 출품작만 공개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일까? |
“과학경시대회의 두 얼굴"(철학교사 박흥택)
데스프레스 초등학교에서는 3학년, 4학년,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동안 한 번도 없었던 과학경시대회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상품이 어마어마하다. 윙키 슈퍼컴퓨터 상점의 후원으로 ‘최신 하이퍼 크로스 기능의 블랜티엄 트웰브 컴퓨터 세트’가 바로 상품이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최신상품이기에 아이들은 서로 자신이 갖겠다며 대회를 준비한다. 컴퓨터를 잘하는 3학년 제이크도 꼭 학년 대상을 받아서 그 상품을 자신이 갖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문제였다. 제이크는 인터넷 웹 사이트를 찾아보았으나 신통치 않자, ‘나만의 아이디어’를 얻겠다며 잡동사니가 들어있는 자신의 서랍을 뒤져서 목록들을 정리하였다. 제이크는 서랍에서 찾은 물건들을 가지고 전자석에 관한 탐구 질문을 만들어보았다. ‘더 긴 에나멜선과 더 많은 건전지 중에서 어느 쪽이 자석의 세기에 더 큰 차이를 보여주는가?’ 제이크는 이제 경시대회 대상을 떠나서 정말로 그 답이 궁금해졌다. 상품보다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과연 탐구 질문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이 대회의 상품보다 더 중요할까?
각종 대회를 치루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경우는 제이크와는 다른 것 같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정말로 궁금해 하는 것을 가지고 과학경시대회를 준비하지 않는다. 무슨 대회든 당연히 상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상을 받지 못한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아무 소용없다고까지 생각한다. 교내대회에서 받은 상은 생활기록부에 기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내대회를 준비하면서 학원의 도움을 빌리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학원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결과물이 아니라 학원 선생님들의 결과물일 뿐인데도 말이다.
우리는 대회를 치루는 목적을 잘 생각해봐야 한다. 대회는 아이들에게 상품을 나누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우수한 아이들을 발굴하고 독려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회가 있으면 아이들은 더 많이 노력하고, 더 인정받고자 심혈을 기울인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자신이 관심 갖고 있는 것도 알게 되고, 자신이 잘하는 것과 부족한 것도 알게 된다. 이것은 일상적인 노력에서 확인하기 힘든 새로운 앎일 때가 많다. 대회라는 형식을 빌려서 나의 생각이, 나의 노력이 평가받기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더 많은 것들을 얻게 되는 것이다.
대회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성과란 무엇인가? 자신의 노력이 아닌 다른 사람의 노력으로 얻은 상장이나 상품이 아니라, 대회를 준비하면서 얻게 된 이러한 새로운 앎이야말로 진정한 성과일 것이다. 전자는 자신의 것이 아닌 반면 후자는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앎은 아이들의 삶을 보다 풍부하게 해줄 것이다. 앎의 영역이 확장될수록 보다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3인 작은아이는 자기주도탐구보고서를 자주 제출했다. 교과목별로 더 탐구하고 싶은 것을 정해서 자유롭게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인데, 우수한 내용들은 대회 형식을 빌려 시상도 한다. ‘확률’을 공부하고, 선거제도를 개편할 때 득표율에 따른 국회의원 의석수의 변화를 예측하는 탐구보고서를 제출한 적도 있다. 이것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얘기를 들어보니 보고서를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었던 내용들을 신나게 말하였다. 작은아이의 모습 속에서 궁금한 것을 알아가는 탐구의 즐거움이 대회에서 상을 받는 것보다 더 값진 것임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