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애호가라면 티피가, 버번, 게이샤등의 이름을 들어봤을 수도 있겠지만, 이 품종들의 차이는 명확하진 않습니다.
커피의 맛에는 품종의 차이뿐만이 아니라, 재배지역, 고도, 수확 및 건조 방식, 로스팅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맛의 스펙트럼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커피 품종에 대한 이해는 커피를 더 즐겁고 맛있게 음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로스팅된 커피 포장지에는 주로 생산국가, 로스팅 정도, 프로세싱 방법들이 주로 쓰여져 있습니다. 스페셜티중에서도 일부만이 품종까지 기재되어 있죠.
품종은 소비자, 생산자, 로스터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중요합니다.
소비자에겐 버번 품종은 달콤한 맛, 게이샤는 차의 풍미등 기대 되는 맛을 예측할 때,
생산자에겐 병충해 저항성, 고도나 습도 요구조건 및 생산성등을 고려할 때,
로스터에겐 품종에 따라 로스팅 포인트가 달라지며, 맛의 최적점을 찾기위한 블랜딩을 위해서,
이런 저런 이유로 품종에 대한 이해는 모두에게 중요한 항목입니다.
품종은 아래와 같이 세가지 구분으로 나눠집니다.
1. Species : '종'을 얘기하며, Arabica, Lobusta, Liberica의 세가지 종으로 나뉩니다. Arabica가 커피 애호가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종입니다. 아라비카는 자가수분종으로 씨앗으로 재배하는데 비해 로부스타는 타가수분종으로 씨앗 재배를 하면 다른 나무가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클론 재배를 주로 합니다. 이런 근본적인 차이가 여러가지 다른 특성들을 만들어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따로 설명이 필요합니다.
2. Variety : '품종'. Species보다 아래 위치한 카테고리입니다. Species에서 분화된 다양한 종류(variations)들을 의미합니다. Arabica species에서는 Typica, Burbon이 가장 오래된 품종입니다.
Typica는 맛과 향이 뛰어나지만, 수확량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3. Cultivar : '재배종' 교배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품종을 말합니다. 카티모르(Catimors), 사치모르(Sarchimors)등의 잘 알려진 재배종이 있습니다.
※유명하고 가치있는 아라비카 품종을 대략 둘러보겠습니다.
1. Typica
가장 오래되었고 또한 가장 중요한 품종입니다. 수세기동안 다양한 품종들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Java, Maragogype, Timor Hybrid등이 Typica 일족(?) 입니다.
낮은 수율(열매 비율)과 높은 품질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녹병과 해충에 대해 취약합니다.
맛은? 깔끔하고 단맛이 도는 산미가 주요 특징입니다.
2. Bourbon
버번 혹은 부르봉이라 불리는데, Typica의 자연적 변이종입니다.
단맛으로 잘 알려져있으며 중간 수율, 높은 품질의 커피 품종입니다.
Typica와 마찬가지로 녹병 및 해충에 대해 취약합니다.
브라질이 대표 산지인데, 열매는 붉은색과 노란색이 있습니다.
3. Ethipian Heirloom
에티오피아 스페셜티에서 자주 보이는 품종명입니다. 사실 heirloom은 '원종'이라는 뜻으로 현재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아라비카 커피는 티피카와 버번으로 부터 유래했지만, 이 티피카와 버번은 에티오피아에서 유래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에티오피아의 야생종으로 생각하시면 수월할겁니다.
4. Timor Hybrid
호주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티모르라는 큰 섬이 있습니다. 약 100여년전, 이곳에서 놀라운 커피 품종이 발견되었습니다. 보통 아라비카는 4배체이고 로부스타는 2배체라서 수정 방법이 다릅니다. 아라비카는 자가 수분, 로부스타는 타가 수분을 통해 열매를 맺게 되는데, 이 Timor Hybrid는 이 두가지 이질적인 커피종이 자연적으로 결합되어 만들어졌습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아라비카의 특성을 가진 4배체 로부스타로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 하이브리드 원종은 여타 로부스타 처럼 녹병 및 해충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고, 또 커피 품질도 나쁘진 않습니다.
이 하이브리드 원종을 통해 다양한 재배품종 (Cultivars)이 탄생되는데 유명한 것이 카티모르 (Catimors)와 사치모르 (Sarchimors) 입니다.
카티모르는 아라비카 카투라 품종 (Caturra)과 하이브리드 원종인 티모르 하이브리드를 교배시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치모르, 카스틸로(Castillo), 콜롬비아(Colombia), 마세레사(Marsellesa)등도 이 티모르 하이브리드를 아라비카와 교배시켜 만든 재배종입니다.
티모르 하이브리드를 조상으로 두고 있는 생두는, 구매하시는 분들에겐 좀 걱정이 되는 부분들도 없지않겠지만 생산자에게는 좀 낮은 가격에 판매하더라도 낮은 지역에서 재배가능하고 생산량도 많고 병충해에도 강해서 판가를 좀더 낮춰 판매하더라도 그 부분을 상쇄하고도 남는 장점이 있습니다.
5. Gesha/Geisha
일본에서 만든 품종이 아닐까 착각하게 되는 이름입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Gesha 지역에서 나온 품종명입니다. 파나마에서 이 품종으로 수준 높은 퀄러티의 커피를 생산하고 있고, 수 많은 커피 경연대회에서 결승까지 올라가려면 이 품종 (특히 에스메랄다라는 커피 농장의)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가격도 후덜덜 한데, 1파운드 (약 450g)의 생두가격이 60만원을 훌쩍 넘어갔다고도 합니다.
맛의 프로파일은 쟈스민 아로마에 오렌지 꽃, 베르가뭇 뉘앙스도 있고...&&$#...이렇게 말하면 복잡하니, 다양한 이국적 꽃 향기를 적당히 품은 차를 마시는 느낌의 커피??? 라고 해도 어렵네요. 굉장히 섬세한 느낌이라고 합니다.
역시 재배도 까다로운데, 일단 수율이 낮습니다. 그리고 고도 1,400미터 (파나마에서) 이상에서 까탈스러운 관리하에 재배해야 섬세한 맛들이 살아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어마무시한 가격으로 보상을 받으니 생산자 입장에선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랄까요...
파나마에서 게이샤 품종으로 가장 높은 가격과 평판을 얻자 다른 나라들의 생산자들도 높은 가격을 기대하고 게이샤 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파나마 게이샤의 맛과 평판엔 미치지 못해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6. F1 Hybrids
아라비카 품종은 98.8%가 유전적으로 동일하다고 합니다. (티피카, 버번, 카투라, 게이샤등이죠) 이는 녹병이나 병충해등에 공통적으로 취약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모든 종에는 유전적 다양성 무척 중요한데 쌀과 콩의 경우는 유전적 동일성이 70-80%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다양하다는 얘기죠.
F1 Hybrids는 실험실에서 나온 커피입니다. Hybrids는 교배종이라는 뜻입니다. Timor Hybrid는 티모르에서 자연 교배로 만들어진 교배종이란 뜻이죠. F1 Hybrids에서 복수형 's'에 주목한다면, 티모르 하이브리드와는 달리 여러 다양한 교배종을 일컫는 단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코스타리카에 기반을 둔 CATIE란 기관과 WCR(World Coffee Research)의 협업으로 과학자들이 Caturra, Catuai, CR95같은 품종과 야생 품종을 교배해 100개의 1세대 교배종을 만들어 냅니다. 이게 F1 Hybrids 인거죠. 이 중에서 여러가지 테스트를 통해 추리고 추려서 결국 5가지 F1 Hybrids가 최종 후보로 낙점 되었고 중앙 아메리카 지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새로운 품종중 하나인 Centroamericano (에디오피아 Rume Sudan품종과 T5296이란 품종의 교배종)는 2017년 니카라구아의 Cup of Excellence대회에서 90.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획득해, F1 Hybrids의 상품성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수확량도 많고 녹병에 대한 저항도 강한데 말입니다.
7. Caturra
버번 품종이 여러 세월을 거치면서 자연 변이가 되어 나온 품종입니다. 이 커피 나무는 키가 작은 왜성종이며 뭐든 중간 값을 나타냅니다. 중간 생산성, 중간 품질, 중간 콩 사이즈등등... 뭐든 중간 정도는 한다..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을 땐 '카투라 같네...Caturra Like'를 쓰셔도 될 듯 합니다. 남미 전역에서 재배됩니다.
8. Catuai
카투아이는 Mundo Novo와 Caturra의 교배종인데, Caturra와 비슷한 특성을 지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