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자료가 적지 않을 텐데, 어떻게 그 정리되어 있지 않고 흩어져 있는 많은 자료 수집을 한다지? 하는 걱정이 앞설 정도로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큰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고,
또 단순하게 하루거나 이틀에 걸쳐 끝낼 수도 없는 '그림 이야기'의 역사인데다가,
이 까페 자체에 마땅한 독립된 공간도 없는 이유 등으로 고민이 되드라구요.
그래서 며칠 간의 생각 끝에, 여기 까페 왼쪽의 '전체 메뉴'에 '그림 이야기'라는 창을 하나 더 만들어,
'꽃 그림'뿐만이 아닌 다른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가끔씩 올려보자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왜냐면, 사실 이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꽃 그림 역사'에 대한 동영상을 만들고는 싶은데, 그 내용이 너무 장황할 것이라서 한 번에 동영상으로 만들기엔 어림없는 일이라, 일단 주제별로 부분부분 얘기를(자료와 함께) 까페에다 올린 다음 그걸 바탕으로 한 번 시도를 해볼까 해서요.
따지고 보면 어차피 그 일도 제 그림 생활에 대한 정리작업일 수도 있기 때문에(요즘엔 기억력도 점점 가물가물해 지는데, 그런 '문서화 작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기에),
조금씩이나마 장기적으로 다룰 생각으로요.
일단, 여기까지는 회원 여러분께 그 취지에 대한 안내 말씀드린 거고,
지금부터는 본론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제 '했습니다'체를 '했다'체로 바꾸기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인 제 인생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니, 이전의 제 '홈페이지'거나 '네이버 까페'에 올렸던 글과 겹치거나 반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다고 다 생략해버리면 얘기 연결이 잘 안 될 것 같아서 다시 밝히기도 하는 것이니 그 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리고, 또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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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그림 시작
사실 나는 그림을 고3도 가을 쯤에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그 전의 그림 학습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렇지만 '화가'를 목표로 하지 않았을 어린 시절에도, 그저 그림이 좋아서 끼적이는 수준으로 그렸던 흔적은 아직도 몇 점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런데 어쨌거나 내 그림의 시작은, '미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 미술'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시의 실기 과목이 '석고 소묘'와 '수채화 정물'이었기 때문에, 나도 그림에 입문하면서는 그 실기를 집중적으로 연마하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그 시절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걸 자료로 남긴다는 건 아예 관심조차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입시준비를 위해 상당히 많은 정물화(꽃 포함)를 그렸겠지만, 그 자료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물'에 대한 흔적은 몇 점 남아있다는 게 흥미롭다. (어릴 적부터도 난 '인간사'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던 듯하다.)
그렇게 재수를 했고 대학에 들어가기까지는 성공을 했는데(76 학번),
대학에 들어가서도 1 학년 때에는 석고 소묘만 했는데(2 학기 때부터 '인체 소묘'도 병행), 이상하게도 그 시절의 흔적도 없다. (남아 있을 수도 있는데, 이사다니느라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아직도 우리 집안(형제들?)의 어딘가엔 그런 한 뭉치의 자료가 처박혀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다. 아니, 가능성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물론 나는 다른 동료들에 비해 화력이 짧았기 때문에(고3 때 그림을 시작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은 학생이었는데...... (이 전의 '네이버 까페' 등에 이미 밝혔을 것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기는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첫 봄에, 학교 전체적으로 '북한산 야외 스케치' 행사가 있었는데,
당연히 야외 스케치는 '풍경화'를 그리는 행사였다.
그런데 나는 그 전에 풍경화를 그려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입시 공부하기도 바빴으니까), 남들은 다 '산'이며 '나무' '절' 등을 그리는데, 그런 걸 그릴 자신이 없다 보니,
그저 돌(바위) 틈에 새싹을 돋아내고 있던 풀을(꽃이 아닌 식물) 그린 것이 전부였다.

이게 '야외스케치' 작품이라니......

이 그림이 내가 대학에 들어가 처음으로 그렸던 유화였다. (이 그림은 큰누님 집에 있었기 때문에(지금은 조카가 가지고 있다.),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또 가을에도 야외 스케치가 있었는데, 그 때는 '우이동'이었고,
그 때에도 나는 풍경화를 그릴 자신이 없기도 했고 또 관심도 엉뚱한 데에 가 있었기 때문에(봄에는 아예 못 그려서 풀을 그렸지만, 가을 쯤에는, 나는 다른 사람과는 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산 꼭대기'와 '전봇대'를 맨 아래에 그린 뒤 파란 가을 하늘과 그 안의 두어 점의 구름만을 그렸었다.
그런데 이 그림은, 그 당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조소과'의 한 친구가 그 그림을 너무 좋아해서 선물로 주었고(당시엔 사진으로 자료를 남긴다는 개념조차 없어서, 그런데 그는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 두 점을 엇비슷하게 그렸던 것 같은데 또 한 점은, 나중에 또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한 여자(사람) 친구에게 준 것 같은데, 그 사람 역시 지금은 어디에 사는지조차 모른다.
(그들이 아직까지 그 그림을 보관하고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무튼 대학에 들어가서 학교 자체적으로 야외스케치를 두 번 갔는데, 두 번 다 나는 '엉뚱한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그리고 이 얘기도 반복되지만,
그나마 내 본격적인 '자화상'이 시작되는 '첫 자화상'(유화. 아래)은, 당시 여름 방학 숙제였는데,
그 때도 나는, 그저 인물만 그려넣고 싶지 않아(남들은 얼굴만을 그렸는데) 실기실의 석고상 '아그리빠'를 배치하는 시도를 했던 것으로,
나에겐 아주 소중한 자화상이다. (현재도 내가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