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학기를 마감하고 6.24-25일은 세종과 공주 경계에 있는 '금강자연휴양림'에 숙소를 정하고 교양학부 교수 5명이 좋은 만남을 가졌다. 계룡산
등반과 휴식의 시간은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다시 2박3일(7.1-3) 동안 교양학부 교수 3명이 여수
금오도를 출발하는 여정은 설렘과 여유로움이 물씬 풍겼다.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할 추억의 사람들이 있기에 더욱 그랬다. 금오도는 함께하는
김기찬 교수님이 대학때 3년간 방학을 맞이하여 야학을 했던 곳으로 그 동안 소식이 끊겼다가 작년도에 우연치 않게 연락이 되어 제자들과의 상봉이
이루어지는 약속이 되어 온갖 상념을 안고 가는 여정이다. 40년의 세월이 흘러 스승과 제자의 상봉이 이루어지는 감격의 순간을 안고 가는 자리다.
또한 여수는 필자의 중학교 동창이 30여년 동안 이곳에 살면서 나름대로 튼튼한 기반을 잡고 행복하게 살고 있고 지금도 왕성한
사업을 하고 있는 중학교 3학년때 자취를 함께한 그런 친구가 필자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 여러 의미 있는 여행길이 될 것을 확신하며 고속도를
달리고 있다.


떠남은 언제나 나이를 초월해서 설렘과 기쁨, 약간의 긴장감과 흥분이 교차한다. 온갖 상념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 상념 속에서 펼쳐지는 자연,
하늘.. 산과 들에서 무성하게 피어나는 생명들이 그렇게 예쁘고 아름다울 수가 없다. 저마다 행복감에 젖어 있다. 얘기하지 않아도 안다.
표정에서, 눈빛에서..
함께하는 교수님들은 같은 교양학부 교수로, 중등학교 교장 출신이다. 늘 존경하던 그런 교장 선생님들이었고
교수로 다시 만나 더 든든한 우정속에 지내고 있다. 늘 점심을 같이하고, 식사후엔 조세연 교수님 연구실에서 핸드드립의 맛있는 커피로 우리를
행복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한다. 바리스타 교수님, 우리의 입맛을 완전히 버려논 교수님이라며 끝까지 책임지라는 억지 소리도 하며 점심시간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교수님이다.
그렇게 하길 1년 반... 훌쩍 낯선곳으로 떠나, 자연을 감상하고, 옛추억의 사람들도 보고,
저녁이면 시 한수 읊으며 술한잔 기울이는 시간을 갖기로 하여 이루어진 여행길이다. 우리는 가장 축복받은 사람일런지 모른다. 중등학교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교육을 하였고, 이어서 대학 교수로 그 소임을 이어가게 되었으니 이 또한 얼마나 영광스러운가? 옆에 있는 교수님들이 부러워하고,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하는 그런 위치에 있음을 늘 감사하며 그 또한 책무가 큼을 느낀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더 열심히 하려 노력한다. 세명의
교수가 그렇게 뭉쳐 떠난 것이다.


09:00분에 한서대에서 출발하여 공주에서 조교수님을 모시고 여수 시민회관에 도착한 것은 12:30분이었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 사람은 송광철
회장님이다. 이 분이 금오도에서 야학을 주선한 분이라는 것을 김교수님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전남 장애인협회 회장도 엮임하고, 송광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를 맡아 현재도 많은 일을 하고 계시는 분이다. 첫 대면을 한후 우리가 안내된 곳은 조촐하고 깔끔한 '진식당'이라는 곳이다. 전라도
음식의 진면목을 보는 시골밥상의 한정식이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신기항에서 14:30발 배에 올랐다. 송원장님이 직접 안내를
했다. 우리가 머물 곳은 심포다. 그곳에서 김교수가 방학때마다 3년간 야학으로 배움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40년만에 다시 찾아온다니 그 감회가
어떠하랴. 40년의 세월은 적지 않은 기간이다.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고, 전혀 새로운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낯설기도 할 것이다.
섬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변화된 곳.. 옛 추억을 되살려 보려 애쓸 것이다. 어쨋든 그 변화의 물결 속에 숨가쁘게 살아오면서 기억 저편의
추억속에서만 희미하게 맴돌던 40여년 전의 세월속으로 이어준 것은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이랴. 그 감회를 얘기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다. 우리도
함께 궁핍했던 대학 시절을 떠 올리며 한 가닥 강렬하게 남아 있는 추억 하나들을 꺼내들기 위해 애쓴다.


어느덧 심포에 와 있다. 김교수는 감회어린 마음으로 옛 기억과 추억들을 하나하나 되살려 끄집어 낸다. '많이 변했어...'를 연발하면서. 이
머나먼 길, 여수에서 배를타고 3시간을 들어왔다는 이곳을 3년동안 야학을 했다니, 우리도 절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은혜 잊지 않고,
제자들이 환송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다. 여장을 풀고 우리는 바로 금오도의 명물인 '비렁길'을 걸어야 했다. 절벽의 순수한
우리말의 사투리를 따서 '비렁길'이란 이름으로 붙여져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로 널리 명성을 떨치고 있다.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3코스'로스 안내되었다. 총 5코스로 나누어졌는데 그 중 한코스만 트레킹을 하기로 하였다. 2시간 코스로 긴장과 스릴을 동반하며 바다의
아름다움과 함게 멋진 트레킹코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말 그랬다. 밀림의 숲속을 거닐고, 가파른 절벽길을 돌고,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가
나타나고, 섬들이 저편에서 손짓하는 그 풍광속에 어느덧 2시간의 여정이 훌쩍 지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