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삼일절이 다가왔다. 역시나 뚱뚱이 오빠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허겁지겁 김해공항행 리무진을 타러 왔다. 나보다 더 준비할 시간이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뚱뚱이 오빠 왈 " 헐!! 택시가 안잡혀... 지금 리무진 어디쯤이야??" 오이타 갈때도 한번 겪었었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뚱뚱이 오빠는 간신히 내가 탄 리무진 버스보다 30초 미리 도착하여 리무진을 탈 수가 있었다.
우리의 첫째날 계획은 이러했다. 최대한 일찍 보라카이 섬에 들어가서 숙소에 짐을 푼 후 보라카이에서 불금을 보내기... 하지만 보라카이 섬까지 들어가는 길은 험난했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우리가 탈 팬퍼시픽 항공의 비행기 출발 시간은 19:30분이었는데, 인터넷으로 알아본 결과 우리는 새벽 4시쯤에 보라카이섬에 도착한다는 결론이 났다. 우리는 어떻게든 이동시간을 줄여보기로 했는데 그 중 첫번째 방법은 비행기에서 앞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칼리보 공항은 좁고 시설이 열악하다고 하였다. 입국심사를 최대한 일찍 받고 공항에서 빨리 빠져나가려면 비행기 앞자리에 앉아 최대한 빨리 비행기를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무려 비행기 출발 4시간 전에 미리 공항에 도착하여 발권을 하기로 하였다. 우리가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팬퍼시픽 항공의 발권이 시작되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우리보다 더더더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먼저 와서 대기줄에 캐리어를 세워놓았다. 역시 빨리빨리의 민족답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도 캐리어로 줄을 세웠다. 우리는 나름 일찍이 공항에 도착했기에 비행기 6번째 줄로 발권을 할 수 있었다.
역시나 삼일절 연휴의 효과로 인해 공항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우리는 일본행 비행기표를 발권하는 사람들의 줄을 보면서 삼일절에 일본가는 건 좀 아니지 않아?? 라며 평소에는 없던 애국심을 한껏 끌어모아 고개를 흔들어댔다. 공항에 일찍 도착한 탓에 꽤 많은 시간이 남았다. 면세품을 찾은 후 (뚱뚱이 오빠는 이전 오이타갈 때 면세점을 못 털었던 한을 이제서 풀었는지 무려 4군데의 인터넷면세점을 돌아가며 털었다.) 공항 먹방을 위해 공항 라운지로 향했다. 필리핀으로 가면 그리워질 음식들이었기에 후회가 남지 않게 음식을 먹고 싶었으나 의욕에 비해 능력이 좋지않은 내 소화기관 탓에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불러왔다. 아쉬움 가득한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비행기를 타러 게이트로 향했다.
팬퍼식픽 항공은 필리핀 항공사였는데, 황금연휴에 뜬 비행기표의 값이 너무 저렴했기에 홀린듯 비용을 지불하고도 찜찜한 생각이 들어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호평보다는 악평이 더 많아보였다. 기내식도 주지 않는다. 비행기 지연으로 인해 9시간이나 기다렸다. 등등 악평이 너무 많아 두려웠다. 비행기 가격이 이렇게 싼데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라는 합리적 의심과 함께 제발 지연만이라도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 악평들과는 달리 다행히 지연없이 우리는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저번 일본여행은 비행시간이 1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좋았었는데, 필리핀까지는 4시간이나 걸렸기에 비행기 안에서 버텨야 할 시간이 너무나도 막막했다. 비행기에서 최대한 눈을 붙이고 잠을 청해보려 했으나 여행의 설레임 탓인지, 불편하고 좁은 환경 탓인지 잠에 들지 않아 4시간 동안 셀카를 찍거나, 뚱뚱이 오빠를 못살게 굴거나, 멍을 때리는 등 여러방법을 동원하여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4시간의 비행 끝에 우리는 드디어 필리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보라카이 섬까지 새벽 2시 안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칼리보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현지 시간으로 22시 30분이었다. 우리는 입국심사 대기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위해 비행기 앞줄에 앉은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여 비행기에서 빠르게 빠져나갔다. 그리하여 우리는 많이 기다리지 않고 입국심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다행이 우리가 비행기에서 내린 시간에는 다른 비행기들과 시간이 겹치지 않아 공항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중국발 비행기랑 잘 못 겹치면 공항에 사람이 미어텨져 몇시간동안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탓에 긴장을 많이 했지만 우리는 무사히 수하물까지 찾아 칼리보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칼리보 공항을 빠져 나온 뒤 우리가 할 일은 달러를 페소로 환전하는 일과 유심을 구매하는 일이었다. 환전소와 유심 구매소는 칼리보 공항 밖에 위치했는데, 칼리보 공항을 나온 밖의 환경은 훨씬 더 열악했다. 택시나 유심을 흥정하는 현지인들이 여기 저기서 불러대고, 무리를 지어 길바닥에 앉아있는 현지인들과 눈을 마주칠 때는 뭔가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치안이 좋지 않은 국가였기에 무서움 한가득 담은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뚱뚱이 오빠가 사전조사를 잘 한 덕분에 우리는 헤매지 않고 바로 환전소로 갈 수 있었다. 달러를 페소로 환전한 후 다음에 들린 곳은 유심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유심을 판매하는 곳에서 처음에 제시한 가격은 5일권 500페소였다. 500페소는 한화로 만원정도의 금액이었는데, 유심의 가격의 너무 비싸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니 바로 붙잡으며 얼마를 원하냐고 했다. 우리는 사전에 유심의 가격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기에 얼마를 불러야 적당한 가격인지 몰랐다. 그리하여 우리는 망설이다가 400페소를 불렀는데 그들은 흔쾌히 400페소에 해주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1인당 400페소의 가격에 유심을 구매했으나 뒤에 핸드폰에 유심을 장착 후 알아본 적당한 유심의 가격은 300페소였다. 어리버리한 필리핀 여행 초보자 둘은 첫 단계부터 눈탱이를 맞고 여행을 시작했다.ㅋㅋ
환전과 유심 구매를 끝낸 후 우리가 해야할 것은 택시를 타고 까띠끌란 항구까지 가는 것이었다. 우리가 최대한 보라카이 섬에 일찍 도착하기 위해 두번째로 생각한 방법은 픽업샌딩을 신청하지 않는 것이었다. 픽업샌딩이 무엇이냐? 칼리보공항에서 보라카이 섬까지가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리고 여러번의 환승이 필요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픽업샌딩을 해주는 업체에 예약을 해서 현지인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보라카이섬까지 도착하는 것이었다. 픽업샌딩의 장점은 까띠끌란까지 가는 택시를 흥정하지 않아도 되고, 까띠끌란 항구에서 배 표를 직접 구매하지 않아도 되며, 보라카이섬에 도착해서는 업체에서 준비한 트라이시클을 바로 타고 숙소로 갈 수 있다는 점이었으나 큰 단점으로는 픽업샌딩을 신청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벤을 타고 가야했기에 예약한 사람들이 다 벤에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과, 좁은 벤안에서 여러사람이 타고 가야했기에 좁고 불편하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최대한 보라카이섬에 빨리 들어가기 위해 보라카이에 가는 한국사람들은 대부분 다 신청한다는 픽업샌딩 신청을 하지 않고 흥정을 통해서 가는 모험을 택하기로 했다. 우리는 택시가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용감하게 가서 까띠끌란 항구까지 얼마냐고 물어보았다. 처음 제시한 가격은 1200페소였는데, 깎아달라고 하니 1100페소에 가주겠다고 하였다. 인터넷에 사전 조사한 바로는 1100페소정도로 가면 흥정을 잘 한 것이라고 하여 우리는 1100페소로 흥정하여 택시에 탑승했다. 까띠끌란까지 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길의 연속이었다. 어두운 밤, 창문 사이로 보이는 칼리보의 모습은 조금은 낯설었다. 판자를 이어 만든 집들, 사람이 살기에는 조금은 불편해 보이는 집들... 그러한 집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곳에서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여행하는 동안 필리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기준으로 상대의 행복을 판단하는 것은 편협한 사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한시. 택시에서 1시간 남짓 나쁜 짓을 하다보니 어느새 까띠끌란 항구에 도착했다. 밤 늦은 시간이라 다행히 항구는 한산했다. 우여곡절 끝에 티켓을 구입하고 보라카이 행 보트에 몸을 실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두 뺨을 사정없이 내려쳤다. 낯선 타국에 온 탓인지 마산 앞 바다에서는 맡을 수 없었던 오묘하지만 기분 좋은 냄새가 섞여서 났다. 그러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내가 필리핀에 드디어 왔구나 라는 기분이 들었다. 얼마 가지 않아 저 멀리서 보라카이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 위에 휘황찬란한 불빛은 칼리보의 어두운 분위기와 대조되어 우리를 더욱 들뜨게 만들었다. 하지만 들뜬 마음도 잠시.....우리는 픽업샌딩을 신청하지 않았기에 눈치를 보며 같이 탔던 여행객들을 따라 배에서 내려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어두운 밤이었기에 뭔가 더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이도 트라이시클을 타는 곳을 쉽게 발견하여 숙소까지 150페소에 콜!하고 트라이시클에 탑승했다. (150페소를 바로 콜 한 이유는 주변에 여행객이라고는 우리밖에 없었는데, 괜히 흥정해서 현지인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가는 봉변을 당할까봐 무서웠고 뚱뚱이 오빠가 싸워도 질 거 같았기 때문이다...실은 뚱뚱이 오빠 짱 쎔) 아직 공사 중이라 울퉁불퉁한 길을 궁뎅이로 느끼며 10분쯤 달려 너바나 비치 리조트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무려 현지시간으로 1:30분 이었다.!!! 우리의 목표는 2시 컷이었는데 말이다. 처음에 픽업샌딩을 신청하지 않아 걱정이 컸으나 예정시간보다 2시간 반이나 단축한 우리가 너무 대견스러워 몹시 신이났다. 우리가 첫날 묵을 숙소는 너바나 비치 리조트였다. 이 리조트의 선택 이유는!! 1.저렴한 가격(첫째날은 늦은 밤에 체크인 예정이었기에 잠만 잘 수 있는 곳이면 되었다.) 2. 우리의 첫째날 목표인 클럽과 가까운 위치(하지만 1도 안가까운 건 함정....) 3. 힙이 내리는 듯한 인테리어 때문이었다. 현지 시간 새벽 1시 30분이라는 매우 늦은 시간에 우리는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우리의 숙소까지 가는 길은 나무와 풀로 뒤덮힌 구불구불한 길을 걸어가야 했는데 뭔가 숲 속 한가운데에 있는 곳에서 잔 다는 느낌이 들어 신기했다. 우리의 숙소는 동화 속 나무꾼이 살 것 같은 나무집이었는데, 그러한 나무집의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도 온통 나무였다. 뭔가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그런 현대적인 인테리어라기 보다는 현지 느낌이 나는 듯해 뭔가 신선했다. 우리는 대충 캐리어만 던져놓고 바로 밖으로 향했다. 보라카이 섬까지 들어가는 길이 매우 험난하다는 악평은 눈이 아프도록 본대다가 픽업샌딩을 신청해서 보라카이 섬까지 새벽 4시에 들어갔다는 후기도 본 탓에 당연히 우리가 목표했던 불금을 즐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을 너무 많이 단축했기에 우리는 우리의 현명한 선택과 순조로운 출발을 자축하며 불금을 즐길 보라카이 클럽으로 향했다. 우리가 너바나 비치 리조트를 선택한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한 적 있듯 클럽과 가까운 위치 때문이었는데, 너바나 비치 리조트는 아직 공사가 한창 중인 메인로드에 있는 반면, 예상 외로 클럽은 비치 바로 앞에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어둡고 무서운 길을 꽤 걸은 후 클럽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우리가 간 클럽은 summer place 라는 클럽이었는데, 1인당 입장료는 300페소였다. 그렇게 우리는 두근두근한 마음을 부여잡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우리가 기대한 건 발 디딜 틈 없이 꽉찬 핫한 클럽이었으나 생각보다 한산해보였다. 흥이 많아 보이는 외국인 몇 명이 춤을 출 뿐 이었다. 우리는 긴 이동시간 탓에 배가 고팠기에 배부터 채워야 했다. 하지만 summer place에서 식사를 하기에는 부적합 할 것 같아 우리는 배를 채운 후 다시 클럽으로 입장하기로 하고 클럽 밖으로 나와 화이트 비치 앞을 천천히 걸었다. 보라카이의 새벽은 핫하다 못해 뜨거울 줄 알았으나 거의 대부분의 가게들은 문을 닫은 상태였고 화이트 비치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섬의 폐쇄 전에는 화이트비치에서 음주가 가능했기에 화이트비치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파티를 하는 분위기였다고 하던데, 폐쇄 후 재개장 후로 음주가 금지되면서 화이트 비치는 고요했다. 화이트 비치를 따라 걸어가다가 발견한 곳은 OM 이라는 bar 였는데, 정말 그곳이 우리가 처음에 갔던 summer place 보다 사람이 더 많아 보였고 더 핫해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홀린 듯이 그곳으로 들어갔다. 여기도 입장료가 있었는데, 글로벌한 내 미모가 여기서도 먹혔는지 나는 입장료 공짜! 오빠는 200페소라고 하여 우리는 200페소에 입장 할 수 있었다. OM 의 내부에는 춤을 출 수 있는 곳이 있었고 많은 관광객들이 그 곳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외부에는 빈백쇼파를 깔아놓고 그 곳에 앉아 화이트 비치를 바라보며 술과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배도 채우고 술도 먹고, 춤도 추고!! OM에 들어온 순간부터 우리는 summer place 에 낸 입장료가 아까웠다. 우리는 우선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파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여러 종류의 꼬치구이를 팔고 있었는데 우리는 여러종류의 꼬치구이 중 4개를 골랐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알코올! 내가 보라카이에 오기 전에 배틀트립 보라카이편을 보았는데 보라카이섬에 오면 즐겨할 5S가 있다고 하였다. 그 5S 는 Sea, Sky, Sunset, Star, 그리고 Sanmiguel !! 보라카이에 왔으면 당연히 산미구엘을 마셔줘야하지 않겠습니까!! 오빠 피셜에 의하면 필리핀에 오면 한국에는 팔지 않는 산미구엘을 마셔야 한다고 했다. 흔히 한국에서 판매하는 산미구엘은 갈색병에 든 맥주였는데, 산미구엘 갈색병보다는 산미구엘 라이트가 JMT 라고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산미구엘 라이트를 시켰다. 껌껌한 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앉은 테이블 바로 옆으로 보이는 화이트 비치는 아름다웠다. 화이트비치와 행복한 표정의 여행객들을 구경하다 보니 우리가 기다리던 음식과 맥주가 나왔다. 동남아 음식 특유의 향신료 냄새와 잘 맞지 않는 나는 동남아 여행을 올때마다 음식 때문에 곤욕을 겪어야 했는데, 필리핀 또한 그랬었다. 9년전 필리핀에 갔을 때 한동안은 음식이 맞지 않아 식당에 갈 때마다 헛구역질을 해댔었기 때문에 크게 특별할 게 없어보이는 꼬치구이임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했다. 약간의 향신료 향이 나기는 했으나 다행이 꼬치구이는 먹을만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원한 맥주!! 산미구엘 라이트는 너무너무 맛있었다.!! 한국에서 먹던 산미구엘은 뭔가 좀 무거운 맛이 났다면 산미구엘 라이트는 훨씬 청량감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먹는 카스나 화이트랑 비슷한 맛일 수 있으나 필리핀에서 먹어서 그런지 진심 너무 맛있었다. 바로 옆에서 보이는 화이트 비치, 시원한 맥주, 흥에 겨운 여행객들... 아직 설레는 여행의 첫 시작이었기에 너무 행복한 밤이었다.(딱 한가지 NG는 대학교 MT 온듯 술게임을 하며 고성을 지르는 차이니즈 무리만 뺀다면..) 우리는 꼬치구이와 맥주로 배를 채운 후 OM 의 스테이지로 향했다. 그 곳에서는 꽤 많은 관광객들이 춤을 추고 있었는데, 정말 다들 흥이 넘치다 못해 바닥이 흥으로 흥건해질 정도였다.ㅋㅋ 정말 우리빼고는 다들 엄청난 리듬감과 함께 몸을 흔들어댔는데, 춤의 자세한 묘사는 미성년자 관람불가로 갈 것 같아 자세한 묘사는 생략하겠다.ㅋㅋ 우리는 그들의 대단한 흥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며, 평생 인싸가 되지 못할 우리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특히 한국인게이로 추정되는 남자가 있었는데, 남자들만 골라가며 요염한 댄스를 추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여기는 우리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아 우리는 조금 흔들어대다가 밖으로 나왔다.ㅋㅋ 우리는 OM에서 나온 후 summer place 입장료를 낸 것이 아까워 다시 summer place 로 갔으나 처음 입장했을 때 보다 더 손님이 줄어든 휑한 분위기로 인해 입장료를 아까워하며 밖으로 나와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둘째날 여행을 위해 늦은 새벽 우리는 잠에 들었다. 우리는 새벽 늦게 잠에 들었기에 매우매우 피곤에 쩔은 상태로 일어나야 했다. 나는 머리를 뉘우자마자 잠에 빠져들었으나 뚱뚱이 오빠는 코골이 때문에 잠을 거의 못 잔듯 했다.... 그리하여 뚱뚱이 오빠를 힘들게 깨워야 했다. 힘들게 뚱뚱이 오빠를 깨운 후 우리는 너바나 리조트의 조식을 먹으러 조식당으로 향했다. 처음 이 리조트에 왔을 때는 까만 밤이 었기에 이 곳의 매력을 100% 다 느끼지 못했으나 아침의 너바나 리조트는 너무 예뻣다. 초록초록한 숲길을 따라 걸어가니 조식당이 나왔는데, 조식당 또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5성급의 대형 리조트가 아니었기에 조식당의 테이블 수는 많지 않았으나 조식당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한산한 조식당 옆으로는 조그만한 수영장과 군데군데 심어진 야자수들이 보였는데, 3월이라도 아직은 추운 한국에 있다가 따뜻하다 못해 더운 날씨와 초로초록한 야자수들을 보니 내 기분까지 핫해졌다. 이 리조트의 조식당은 음식을 뷔페식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나오는 식빵, 달걀 후라이, 베이컨 등을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먹을 수 있었다. 입이 짧은 나는 식빵과 반숙계란에 베이컨을 선택하였고, 새로운 것을 먹어보는 것을 좋아하는 오빠는 식빵, 스크램블 에그에 필리핀식 고기를 선택하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조식을 먹고 있으니 비로소 내가 해외에 왔구나 실감이 났다.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우리의 첫째날 첫 일정은 화이트비치 앞 에메랄드 빛 바닷물에서 즐기는 해양스포츠였다. 너바나 비치리조트의 체크아웃 시간은 12시, 우리의 두번째날 숙소인 헤난라군 리조트의 체크인 시간은 15시였기에 그 사이의 시간동안 우리는 체험다이빙을 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조식을 먹은 후 서둘러 짐을 싸고 해양스포츠를 위한 수영복으로 갈아 입었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우리의 캐리어를 리조트에 맡긴 후 우리는 화이트 비치로 향했다.
아침에 본 화이트 비치는 깜깜한 밤에 본 광경과 너무 달랐다. 새하얀 모래 사장에 투명하다 못해 에메랄드 빛을 내뿜는 바다가 넘실대고 있었다. 아름답고 황홀환 광경에 나는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정말 어떻게 바다가 저렇게 아름다운 색깔을 내는건지 궁금해졌다. 이전에 보라카이 여행을 계획할 때 3월쯤에는 화이트 비치에 녹조가 심해서 바다가 이쁘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녹조는 바닷물의 수온이 올라가고 바닷물의 흐름이 없는 건기에 잘 생긴다고 들었는데 다행이도 녹조는 정말 1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폐쇄 후 물이 많이 깨끗해졌는지 비치와 가까운 얕은 물에도 조그만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니고 있었다. 나는 동심으로 돌아간 듯 그 물고기들을 따라 다니며 즐거워했다.
화이트비치에 눌러앉아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봐도 행복할 것 같았다. 우리는 화이트비치에서 사진을 찍은 후 스킨스쿠버를 위해 비치 주변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현지인들에게로 다가갔다. 우리는 한국에서 예약한 것이라고는 숙소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해양스포츠를 예약하고 갈까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흥정하는게 더 저렴할 것 같았고 훨씬 더 재밋을 것 같았기에 우리는 현지에서 몸으로 부딪혀보기로 했다. 화이트비치에 가면 많은 삐끼들이 귀찮을 정도로 호객행위를 할 것이라고 했는데, 역시나 많은 현지인 삐끼들이 나름 유창한 한국말을 뱉어대며 호객행위를 했다. 우리는 그 중 한명을 골라 가격 협상에 들어갔다. 호객꾼이 처음에 부른 가격은 스킨스쿠버 2명에 5700페소(12만5천원). 미리 찾아본 시세는 인당 5만원 정도라 우리는 단호한 표정으로 5000페소를 불렀는데 바로 콜! 이라 외치는 삐기의 모습에 뭔가 당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여차저차 중계 아줌마와 함께 트라이시클을 타고 스테이션3에 위치한 업체에 도착했다.
우리는 들어가자 마자 검은색의 다이빙 수트를 착용했다. 다이빙 수트를 입으니 그때부터 뭔가 바닷속에 들어갈 것이라는 생각에 긴장이 되었다. 뚱뚱이 오빠는 직원에게 단호하게 2XL size 의 옷을 달라고 말했다. 타이트한 옷이었기에 뚱뚱이오빠에게 맞는 수트가 없을까봐 긴장이 되었으나 보라카이 가기 전 간헐적 단식을 해가며 무리하게 살을 감량한 덕을 보았는지 다행이 제일 큰 사이즈의 수트가 간신히 맞았다. 수트를 입은 후 우리는 바다에 들어가기 전 주의사항을 교육 받았다. 분명 호객행위를 하던 삐끼가 우리에게 한국인 티처가 있다고 말해줬었는데, 우리에게 교육을 해주는 티처는 한국어를 우리가 영어를 하는 수준만큼만 할 줄 아는 현지인이었다. 우리는 두번째 눈탱이를 맞은 느낌이 들었으나 이미 돈을 지불한 호갱이었기에 어눌한 한국인을 가장한 티처에게 야매 교육을 들어야 했다. 배운 건 몇 가지 없었다. 수신호, 물안경에 물 빼는 법, 귀아플 때 대처법 등… 에이 별거 아니네! 라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어 그게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던 걸 이제야 늦게나마 나는 깨달았던거야. (재미없는 뚱뚱이오빠의 야심찬 드립이나 노잼이었다고 한다…..(저 부분을 보고 MC sniper 의 BK love 를 바로 떠올린다면 당신도 너무나도 옛날 사람…...)
우리는 한국인인듯 한국인 아닌 티처에게 교육을 받은 후 화이트 비치로 나갔다. 본격적인 다이빙 전 얕은 바다에서 현지인 가이드와 짧게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는 떨리는 마음과 함께 배에 몸을 실었다. 배에 탄 사람은 현지인 가이드 두명과 선장 한명 그리고 뚱뚱이 오빠와 소히 공쥬님 뿐.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과 에메랄드 빛 투명한 바다, 그 사이 우리 둘 만을 위해 준비된 하얀색 요트! 그 순간만큼은 만수르도 부럽지 않았다.
어느덧 우리는 다이빙 포인트에 도착했다. 에메랄드 빛으로 보였던 바다가 우리를 집어삼킬 듯한 시커먼 바다로 변해 있었다. 그 바다 색만큼이나 우리의 마음도 두려워졌다. 다이빙을 하기위해서는 산소통을 포함한 장비들을 착용한 상태로 뒤로 빠져야 했는데, 공쥬는 태생이 연약하고 쫄보라 용감한 뚱뚱이 오빠가 남자답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다에 몸을 던지는 모습에 심쿵했다. 나는 뒤로 빠지는 것이 너무 무서워 현지인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파란 바다에 입수할 수 있었다.
두려움반 설레임반의 감정으로 파란 바다 아래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바다 속으로 들어오니 설레임의 감정보다는 두려움의 감정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물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귀 속으로 파고드는 통증으로 인해 파랗고 아름다운 바다에서 까맣고 무서운 바다로 변하기 시작했다. 사전에 배운대로 나는 코를 막고 흥~하고 공기를 밀어내려고 했으나 귀 속의 통증은 쉬이 없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몇번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귀가 계속 아파왔고, 뭔가 내 몸에 문제가 생긴 것 같은 나쁜 기분이 들어 너무너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손을 들어 귀 옆에 대고 마구 마구 흔들어대었다. 하지만 냉정한 현지인 가이드는 내 코를 강하게 잡은 후 계속 흥~ 하라고만 할 뿐 다른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다.ㅠ 나는 두려움에 떨며 옆의 오빠를 보았는데.......ㅋㅋㅋㅋㅋ 오빠 또한 표정이 완전 사색이 된 상태로 손을 계속 귀 옆에 대고 흔들어대고 있는 것이다.ㅋㅋㅋㅋㅋ 하지만 역시나 냉정한 현지인 가이드는 오빠의 코를 잡았다. 그러고도 한참을 오빠는 손을 열심히 흔들어 대었으나 그때마다 코를 잡혔다.ㅋㅋㅋ 우리둘다 바닷속에서 패닉이 되어있었는데 현지인 가이드는 사진을 찍기위해 계속 우리에게 카메라를 들이밀며 손가락 하트 등의 손동작들을 시켰다. 우리는 패닉에 빠진 와중에 열심히 손가락하트를 만들었고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 귀가 아파 코를 잡고 흥흥~ 거리거나 물안경의 물을 빼내었다.ㅋㅋ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낯선 물 속에서 우리는 다행이도 조금씩 적응을 해나갔고, 귀 속의 불편한 느낌이 완전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적응이 되었는지 참을 만해졌다. 우리는 거의 8M 아래까지 내려갔다. 우리는 스킨스쿠버 초보자였기에 가이드가 우리 둘을 물 속에서 끌고 다녔다. 우리는 가이드의 팔이 이끄는대로 바다속을 둥둥 떠다녔다. 바다에는 많은 해양생물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녔다. 오빠의 손바닥 보다 훨씬 더더 넙덕한 물고기들도 보였고 특이한 색깔의 물고기들도 많이 보였다. 나는 물고기들이 너무 예뻐서 물고기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으나 물고기들은 그런 나에게 눈길조차 주치않고 지나가버렸다.ㅋㅋ 그리고 신기한 해초나 말미잘이 나올때는 겁없이 손으로 만졌다. 말미잘 속에는 작고 귀여운 니모들이 살고있었는데, 니모의 색이 너무 예뻐서 니모에게 손을 뻗었으나 눈치빠른 니모는 손을 피해 말미잘 속으로 몸을 숨겼다.
흰동가리 : 흰동가리는 얕은 수심의 산호초 해역에서 말미잘과 공생한다. 대개의 경우 하나의 말미잘에 한 무리의 흰동가리가 살고 있다. 흰동가리 가족은 철저한 모계중심으로 덩치가 가장 큰 녀석이 암컷이다. 암컷이 죽으면 무리에 있는 수컷 중 한 마리가 암컷으로 성을 전환한다. 이는 다른 곳에서 암컷을 찾는 것보다 무리 중 한 마리가 스스로 성을 전환하는 것이 종족 보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흰동가리는 얕은 수심의 산호초 지대에서 말미잘과 공생한다. 그러기에 말미잘을 찾으면 촉수 사이를 현란하게 움직이는 흰동가리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말미잘의 색과 크기에 따라 함께 사는 흰동가리의 종이 다르다. 좀 연한 색을 띤 말미잘에는 옅은 색의 흰동가리를 찾아 볼 수 있고, 강렬한 색의 촉수를 지닌 말미잘에는 그와 어울리는 강한 무늬와 색을 지닌 흰동가리들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말미잘 크기에 따라 더불어 살아가는 흰동가리의 크기도 다르다. 심지어 건강한 말미잘에는 활동성이 강한 흰동가리가 사는 듯 보여 말미잘과 흰동가리는 공동 운명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습성이 강해 조금이라도 위협을 느끼면 상당히 공격적이 된다. 침입자가 있으면 덩치가 큰 암컷과 여러 마리의 수컷은 말미잘 촉수를 박차고 튀어나와 맹렬한 기세를 보이고 그 틈을 타 새끼는 촉수 아래쪽으로 몸을 숨긴다. 이 때 흰동가리 눈매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고, 으르렁거리듯 벌리는 입 사이로는 톱날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난다. 작고 귀여운 물고기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손을 디밀었다가 날카로운 이빨에 물려 상처를 입은 다이버들도 더러 있다.
저번에 코타키나발루에서 헬멧다이빙을 했을 때는 물 속의 아주 제한적인 곳만 직접 발로 걸어다니며 구경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헤엄을치며(비록 가이드가 끌어주는 것이었지만) 바닷속 이곳 저곳을 둘러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아쉬운 다이빙 시간이 끝이나고 우리는 물 밖으로 나왔다. 물 밖으로 나오니 코로 숨을 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물 속에서 귀가 너무나도 아팠었기에 내 고막에 문제가 생긴건 아닐까 라는 두려움이 약간 있었지만 다행이도 물 밖으로 나왔을 때 귀가 너무나도 멀쩡했다.ㅋㅋ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한채 다시 화이트비치로 돌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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