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자"(悟元子) 께서, 서운봉, 산마루에, 홀로 앉아서, 신선(神仙)경지에, 들어 있었다...
그 몸은, 허공(虛空)이요, 그 형체는, 적막한 허무경지(虛無境地)에 도달해서, 황홀하고 오묘한, 무아(無我)의 세계에서, 천계(天界)를, 살피고 있을 때 였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몇몇 제자들이, 시종(侍從)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밤은 깊어, 두번째 닭이 울고, 하늘은, 온통, 밝은 대낮처럼, 빛나고 있었다...
한 제자가, 선생께 물었다...
(1)
제자 : "스승님께서는, 몸의 움직임도 없으시고, 소리도, 호흡도, 끊어졌으니, "도"(道)의 깨달음이, 그러하나이까?
앉아 있음을, 잊었나이까?"
제자가, 세 번 물었으되, 세 번 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제자가, 다시 물었다...
그러나, 스승은, 한 말씀도 없이, 마치, 마른 나무둥지 처럼, 돌로 만든 부처처럼, 요지부동의 자세였다...
이윽고, "오원자"(悟元子)께서, 옆을, 두루 살피다가, 겨우, 입을 열어, 조용히 말씀하시기를,
오원자 : 너희들이, 알 바가 아니니라...
(2)
제자 : "그러면, 그 까닭을, 저희들에게, 일러 주십시오." 하고, 한 제자가 간청했다...
오원자 : 내가, 이제, 하늘과 땅을, 거꾸로, 여행하려 한다...(吾將以 天地逆旅)
해와 달은, "천지간"(天地間)의 한 과객에 지나지 않으며, "천하만물"(天下萬物)은, 한갓, 실오라기와 같은, "꿈의 환상" 이며, 사람의 "성리"(性理)는, 원수와 같은 것이며, 부귀는, 뜬구름과 같으며, 몸의 형체는, 질곡(桎梏)과 같으며, 육체와 사지는, 마른 나무토막과 같으며, "육근"(六根 -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은, 텅 빈 구멍과 같으며, "몸"과 "마음"은, 불 끼 없는 "재"와 "흙"과 같으니, 어찌, 움직임과 흔들림이 있으며, 소리를 내며, 숨을 쉬겠는가?
(3)
제자 : 그러면, 선생님의 하신 말씀은, 단 하나도, 가진 것이, 없다는 뜻입니까?
오원자 : 어찌, 가진 것이, 없다고 하겠는가?
(4)
제자 : 가진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오원자 : "도"(道)를, 가졌을 뿐이니라...
(5)
제자 : "도"(道)가, 하는 일은 없습니까?
오원자 : 어찌, 하는 일이 없으리오...
"도"(道)는,
"체"(體 - 본체.)가 있고, "용"(用 - 쓰임.)이 있고,
나아감(進)이 있고, 물러감(退)이 있고,
거슬림(逆)이 있고, 순행함(順)이 있고,
급함(急)이 있고, 완만함(緩)이 있고,
그침(止)이 있고, 만족함(足)이 있고,
처음(始)이 있고, 끝(終)이 있고,
먼저(先)가 있고, 뒤(後)가 있고,
효수(爻銖)가 있고, 차례(層次)가 있고, 변화(變化)가 있어서,
큰 일을 꾸며서, 크게 쓰임이 되도록 함에, 한계가 없다...
어찌, 하는 일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6)
제자 : 문도(問道)한지,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많은 "단서"(丹書)를 보았으며,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도(道)의 진리(眞理)를 물었으나, 아직, 진법(眞法)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오니, 스승께서는, 자비를 베풀어, 저희들의 막힘을, 열어 주소서...
오원자 : "도"(道)라는 것은, "천지의 비밀"을, 간직한 것이다...
그래서, 귀신도, 이를, 기피한다...
어찌, 함부로, 발설할 수 있으리오...
만일, "재계"(齋戒)하여,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지 않고서는, 나의 말을, 함부로, 들을 수 없으리라...
제자들이, 절을 하고 물러가서,
첫째, 온몸을, 목욕하고(身齋),
둘째, 모든 잡념을, 떨쳐내고(意齋),
셋째, 회광반조(回光返照) 하여, 눈의 정기를, 안으로 돌리고(眼齋),
넷째, 모든 소리를, 귀에서 떨쳐내고(耳齋),
다섯째, 모든 냄새를, 코에서 떨쳐내고(鼻齋),
여섯째, 옳고, 그른, 시비를 그쳐서(舌齋),
위의 여섯가지, "몸 닦음"을, 마친 다음에, 다시, 스승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물었다...
(7)
제자 : 여섯가지의 몸과 마음을 닦는 것 외에, 또, 더 닦을것이 있습니까?
바라옵건대, 스승님께서, 밝게, 가르쳐 주소서...
오원자 : 아직, "마음"이, 닦이지 않았느니라...
이 한가지 경계를, 닦지 않으면, 그 곳이 더럽혀져서, "육근"(六根)에 이르느니라...
"육근"(六根)은, 외적(外賊 - 도둑)과 같아서, 수시로, 몸 안에 침범하여, 들락날락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