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콘서트’는 음악이라는 감옥에 갇힌 사람들에 관한 영화다. 음악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삶과 그들의 음악 열정을 그린 작품. 루마니아 출신의 감독 라두 미하일레아누는 음악으로 다시 회생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흩뿌려진 삶을 모아 모자이크 조각을 짜 맞추듯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간다.
구소련 시절, 지휘자 안드레이 필리포프(알렉세이 구스코프)는 오케스트라에서 유태인들을 해고하라는 당의 지시를 어겨 지휘를 그만두게 된다. 30년 동안 볼쇼이 극장의 청소부로 일하던 그는 어느 날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보내 온 볼쇼이 오케스트라 초청 팩스를 가로챈다. 그리고 이미 해고당한 옛 유태인 동료들을 규합하여 볼쇼이 오케스트라 행세를 하며 파리로 연주 여행을 떠난다. 필리포프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안느-마리 자케(멜라니 로랑)와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
‘더 콘서트’는 음악영화이지만 의외로 코미디라는 장르 속에서 움직인다. 때문에 음악과 함께 묵직한 감동을 기대하던 관객들은 영화의 종반부에 이르기까지 당혹스럽다.
하지만 감독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마지막 콘서트 장면을 위해 차이코프스키의 협주곡을 준비한다. 왜 차이코프스키였을까? 사실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다보면 감동적인 음악은 아주 많다. 하지만,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만큼 짧은 순간 완벽한 감동과 아름다운 멜로디를 다채롭게 선사해주는 작품은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 감독은 대담하게도 아예 차이코프스키에게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맡겨버린다.
최후 십여분 동안 이 협주곡의 주요 선율을 모아 전 악장을 단숨에 들려준다.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이다. 관객들은 영화와 더불어 완벽하게 차이코프스키에 압도당하며 감동하게 된다.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명연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이작 펄만과 유진 오먼디의 협연을 이야기하고 싶다. 본 실황 공연은 영상으로 발매되어 있는데, 콘서트 자체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지체장애인으로 태어났지만,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이작 펄만이 목발을 짚고 무대에 등장한다. 지휘자 유진 오먼디는 그에게 바이올린을 건네주고, 펄만은 오먼디에게 지휘봉을 건네준다. 그리고 무려 곡의 절반을 차지하는 1악장이 끝나자마자 혼신의 힘을 다한 연주에 감격한 청중들이 우뢰와 같은 박수를 쏟아내버린다.(원래 클래식 음악은 모든 악장이 종료된 후에 박수를 치는 것이 관습) 물론 격정적인 3악장이 끝난 후에는 더한 기립박수가 이어진다.
펄만의 연주는 선이 아주 굵으면서도 애처로운 감정선을 잘 살리는 연주, 필라델피아 사운드를 창조했던 유진 오먼디의 정교한 반주도 펄만의 독주와 아주 잘 어울린다.
결국 이작 펄만의 삶도 음악 속에 살고 죽는 삶이 아닐까? 장애인으로 태어나 평생을 불구로 살아야 하는 그에게 바이올린과 음악이 없었다면, 그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더 콘서트’는 음악과 삶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케 하는 한 편의 아름다운 협주곡 같은 영화다.
첫댓글광주일보를 통해 한 회도 빼지 않고 읽고 있습니다. 좋은 자료입니다. 언젠가 단행본으로 나올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언제쯤 가능하시다면 1968년작 'Counterpoint' [찰톤 헤스톤(교향악단 지휘자 역)과 맥시밀리안 쉘(나치 독일 장군 역)이 출연]도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음악이 많이 나오죠. 감사합니다.
첫댓글 광주일보를 통해 한 회도 빼지 않고 읽고 있습니다. 좋은 자료입니다. 언젠가 단행본으로 나올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언제쯤 가능하시다면 1968년작 'Counterpoint' [찰톤 헤스톤(교향악단 지휘자 역)과 맥시밀리안 쉘(나치 독일 장군 역)이 출연]도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음악이 많이 나오죠. 감사합니다.
박원영 선생님! 많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고전 명작들을 다루고 싶은데... 광주일보 쪽에서 되도록 최근 영화 작품들도 해달라는 요구를 받아서 최대한 요즘 작품들로 다루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