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천에 가면 초봄 우리를 가장 먼저 반겨주는 식물이 바로 버드나무다.
어찌보면 버드나무는 우리 내 삶과 아주 가까우면서도 친숙한 나무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눈이 채 녹기도 전에 개울가에서는 뽀송뽀송한 솜털로 뒤덮힌 버드나무에서 꽃들이 피어나고 새순이 파릇파릇 돋아날 때 쯤 가지를 잘라 껍질만을 벗겨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던 기억들과 한여름 길가에 늘어져 바람에 흔들리던 수양버들, 능수버들이 생각난다.
개울가에 자라는 버들이라는 뜻의 갯버들은, 강아지 꼬리처럼 털을 가진 꽃이삭 때문에, 버들강아지라는 별명을 가졌다.
봄에 오는 길목엔 항상 반가운 몸짓으로 따스하게 반겨주는 갯버들이 있어 서호천이 더욱 풍성하다고 할 수 있다.
버들피리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물이 잘 오른 버드나무가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잔가지가 나지 않은 매끈하고 쭉 뻗은 가지가 좋다.)
2) 맨 윗부분의 껍질을 조금 벗겨낸 다음 살며시 비틀어 껍질과 속을 분리한다.
3) 아래쪽(가는 쪽)을 꼭 쥐고, 다른 한 손으로 위쪽부터 지그시 힘주어 비틀어 내린다.(힘이 강하면, 너무 많이 비틀려 찢어지므로 힘 조절을 잘 해야 한다.)
4) 비틀린 부위 아래를 칼로 잘라내고 굵은 쪽을 손으로 쥐거나 다른 손으로 아래쪽을 잡아 속대를 빼낸다.
5) 뽑혀 나온 하얀 속대를 하모니카처럼 입에 물고 핥는다. 달달하면서도 시원한 바람 냄새를 풍기는 그 맛 때문에 아이들이 버들피리를 더 좋아한다. 이빨로 긁어 대면 제법 입 안에 씹히는 건더기까지 생긴다.
6) 껍질의 아래위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피리를 만든다. 굵고 길수록 영감소리, 가늘고 짧을수록 음색이 카랑카랑해진다.
한쪽 끝의 겉껍질을 약간 벗겨 내면 해맑은 연두빛을 띠는데 이를 '혀'라고 한다. 이 혀가 떨리면서 소리를 만들고, 만들어진 소리가 껍질의 관을 통하면서 정겹게 울려 퍼진다.
그런데 혀를 만들면 반드시 입술로 자근자근 씹으며, "맴맴맴"한 뒤 "퉤"하며 침을 뱉는 짓을 세 번 연거푸 한다. 버드나무 껍질이 약간 쓴맛이 나기 때문이다. 이 행동은 혀에 침을 바르고 부드럽게 하는 것으로 이래야 소리가 잘 난다.
아이들은 크기가 서로 다른 것을 골고루 만들어 갖가지 음색을 자랑한다. 더러는 퉁소처럼 구멍을 뚫어 아리랑을 불기도 하고, 버드나무 호루라기를 만들어 맑은 산새 소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버드나무 호루라기는 약간 굵은 버드나무를 속대와 함께 한 뺌 길이로 잘라 한쪽 끝을 아래 입술에 붙여 분다. 이때 속대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 예쁜 소리가 나며, 물을 약간 넣고 불면 정말 물새소리가 난다.
버드나무와 관련 사람들은 이 나무의 귀중함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2달 전 장안구청에서 서호천을 정화한다고 지금의 SK Sky View 아파트 건너편에 있는 버들가지 군락 약 300m를 ‘서호천의 친구들’과 상의도 없이 몽땅 잘라버려 그 참혹한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새롭다.
자연은 한번 파괴되면 다시 복원하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에 밑동에서 새싹들이 나오고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버드나무는 버들강아지, 버들개지(버들가지(버들강아지)]의 제주도 말) 등으로도 불리워지고 있다.
‘버들강아지’는 ‘가야지’와 ‘강아지’의 발음이 비슷한 데서 유래했다 한다. 버들개지의 솜털처럼 보드라운 털이 강아지의 그것을 닮았다고 해서 ‘버들강아지’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유추하기도 한다. 일부 지방에서 ‘개지’가 ‘강아지’의 사투리로 쓰인다는 점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
문정희 님은 그의 시 ‘버들강아지에서 고승을 만나러 높은 산에 가지 마라/절에도 가지 마라 /세상에서 가장 낮은 산그늘 아래/…거기 은빛 머리 부드러운/고승들 무더기로 살고 있다/ …살랑살랑 마음으로 흔들며/솜털이 즐거운 고승들/거기 무더기로 살고 있다.
시인은 ‘은빛 머리 부드러운 고승들’이라 노래한 버들강아지가 물가에 피어나 새봄을 알리는 전령을 노래하고 있다.
버들강아지 이름의 변천과정을 보면 중세에는 ‘버듨가야지’(버들+ㅅ+가야지), ‘버듨개야지(버들+ㅅ+개야지)’(16세기 ‘두시언해’)란 표기가 사용됐다. ‘버듨개야지’는 발음을 편리하게 하다 보니 ‘야’가 탈락하면서 간결한 표현인 ‘버들개지’로 변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어찌되었건 ‘버들개지’와 ‘버들강아지’는 모두 표준어로 둘의 차이를 굳이 따지자면 ‘버들개지’는 옛날부터 오랫동안 써온 말이고, ‘버들강아지’는 비교적 근래에 생겨난 말로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버들강아지’가 좀 더 많이 쓰이는 추세다.
우리가 서호천 주변에서 보는 버들강아지는 갯버들(wild rye)로 버드나무과(―科 Salicaceae)에 속하는 관목이다.
줄기 밑에서 많은 가지가 나와 포기로 자라며, 어린 가지는 노란빛이 도는 초록색으로 많은 털이 있으나 자라면서 없어진다. 잎은 긴 끈처럼 생겼으나 잎끝과 잎밑은 뾰족하며 잎가장자리에는 작은 톱니들이 나 있다.
꽃은 잎이 나오기 전인 4월에 가지 위로 곧추 선 미상(尾狀) 차례로 무리져 피는데, 암꽃과 수꽃이 서로 다른 꽃차례에 달린다. 암꽃은 길이 2~5㎝ 정도로 약간 붉은빛이 돌고 수꽃은 위는 흙색, 가운데는 붉은색, 아래는 연한 초록색을 띤다.
양지바른 냇가에서 흔히 자라며 가지가 많이 생기고, 추위에도 잘 견뎌 물가나 산울타리에 심으면 좋다. 버들강아지라고 하는 갯버들의 꽃은 꽃꽂이에 흔히 쓰이며 가지와 잎은 가축의 먹이로 쓰이기도 한다.(申鉉哲 글)
버드나무는 물가 어디서나 잘 자라는 나무로 생명력을 나타내는 칼처럼 생긴 잎은 장수나 무기를 나타내기도 하고, 버드나무류 중 가늘고 긴 가지를 늘어뜨리는 능수버들과 수양버들은 언제나 풍류객들의 벗이 되어 멋들어진 정취를 만들어냈고, 특히 강변의 실버들은 남녀 간의 이별장면을 묘사하는데도 더없는 소재로 쓰여졌다
버드나무는 여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나무로서 예부터 가늘고 긴 여자 허리는 유요(柳腰)라 하고, 버들잎 같이 가는 눈섭을 유미(柳眉), 길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은 유발(柳髮)이라고 불리웠다. 또한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버드나무 지팡이를 짚는 것도 버드나무가 곧 부드럽고 연약한 여인을 상징하기 때문이었다.
태조 이성계가 젊은 시절 사냥을 하다가 목이 말라 우물을 찾았는데 마침 한 여인이 우물가에 있어 물 한그릇을 청하였는데 그 여인이 바가지에 물과 함께 버들잎을 띄워 이성계에게 주었다. 그가 화를 내며 연유를 묻자 급하게 달려온 듯해서 행여 체할까 염려되어 버들잎을 불며 천천히 마시라는 의미로 버들잎을 띄웠다고 하자 이성계가 크게 감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여덟번 째 세자 방석의 모친인 계모 신덕황후 강씨가 바보 그 때 그 여인이라고 한다.
버드나무는 우리 몸에 유익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 그 이유는 버드나무가 바로 아스피린의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바이엘사가 아스피린의 제조사인데 연구결과 300여종의 버드나무 중에 한국에 있는 수양버들이 가장 약효가 뛰어나다고 한다.
특히 해열, 진통, 심장병, 뇌졸중에 효과가 뛰어나며,(단 위장이 안좋은 사람은 복용을 피하는 게 좋음) 민간에서는 버드나무껍질 25g+물200ml로 달여 하루 세번 마시면 좋다고 전해져오고 있다. 버드나무는 양치질(양: 버드나무 양, 지: 가지지)을 한데서 유래하는 이쑤시개의 원조이기도하다.((30)김규석의 들꽃이야기 - 버드나무, http://www.provin.gangwon.kr/webzine/page/news_view_blue.asp?hb_Publish_Code=149&hb_Article_ID=925dptj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