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물었지. 가장 좋아하는 꽃이 무언가 하고.. 나는 대답했어. -그것은 물망초- 그말은 곧, 나를 잊지 말라는 뜻이라며 나는 웃었어. 또 그가 내게 물었지. 가장 감명깊게 읽은책이 무엇이냐고... 나는 또 대답했어. -그것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그러나 인어공주의 역할은 맡고싶지 않다고 나는 또 웃으며 덧붙였지. 그가 마지막으로 내게 물었지. 가장좋아하는 단어는? -그것은 사랑!- ...사랑...이라고 여전히 웃으면서 나는 대답했지.
웃는모습이 좋다는 그 한마디 때문에 철없는 아이마냥 웃기만 했지. ...웃기만 했지! 사랑에는 여러가지 빛깔이 있지만 인어공주의 사랑은 암울한 늦가을빛... 눈조차 없어 더욱 스산한 회갈빛 들녘. 쉽게 다가서서는 빠져나올수 없게된 잔인한 늪... 해질녘의 그 자욱한 보랏빛 어둠. 부질없는 기다림. 서러움.. 눈물...
그러니까 늘 추워했고...가난해 했고...그리워하며 잡히지 않는 바람결에 얼핏 손내밀다가 혼자 소스라쳐 손 거두어 버렸던거지.. 이제 그가 묻지 않아도 대답하겠어.
비틀즈도 아바도 좋아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멜라니사프카를 더 좋아해 버렸다고.. 그래서 웃는게 힘든다고.. 뚫어질듯 바라보던 그 눈길을 아직도 느끼지만 어느새 이별이라는 단어에 더 익숙해 버렸다고.. 그래서 웃는게 힘든다고..
바람불던 그 골목길도 옅은 음조의 휘파람소리도 기억하지만 이젠 레테를 더 갈망하게 되었다고.. 그래서 웃음이 뭔지 알수 없게 되었다고.. 정말이지 인어공주가 싫어져 버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