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약성경
욥기
|
머리말 욥의 시련 욥과 그의 가족 1 우츠라는 땅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욥이었다. 그 사람은 흠 없고 올곧으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는 이였다. 2 그에게는 아들 일곱과 딸 셋이 있었다. 3 그의 재산은, 양이 칠천 마리, 낙타가 삼천 마리, 겨릿소가 오백 마리, 암나귀가 오백 마리나 되었고, 종들도 매우 많았다. 그 사람은 동방인들 가운데 가장 큰 부자였다. 4 그의 아들들은 번갈아 가며 정해진 날에 제집에서 잔치를 차려, 세 누이도 불러다가 함께 먹고 마시곤 하였다. 5 이런 잔칫날들이 한 차례 돌고 나면, 욥은 그들을 불러다가 정결하게 하였다.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 그들 하나하나를 위하여 번제물을 바쳤다. 욥은 ‘혹시나 내 아들들이 죄를 짓고, 마음속으로 하느님을 저주하였는지도 모르지.’ 하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욥은 늘 이렇게 하였다. 천상 어전 6 하루는 하느님의 아들들이 모여 와 주님 앞에 섰다. 사탄도 그들과 함께 왔다. 7 주님께서 사탄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디에서 오는 길이냐?” 사탄이 주님께 “땅을 여기저기 두루 돌아다니다가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8 주님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의 종 욥을 눈여겨보았느냐? 그와 같이 흠 없고 올곧으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는 사람은 땅 위에 다시 없다.” 9 이에 사탄이 주님께 대답하였다. “욥이 까닭 없이 하느님을 경외하겠습니까? 10 당신께서 몸소 그와 그의 집과 그의 모든 소유를 사방으로 울타리 쳐 주지 않으셨습니까? 그의 손이 하는 일에 복을 내리셔서, 그의 재산이 땅 위에 넘쳐 나지 않습니까? 11 그렇지만 당신께서 손을 펴시어 그의 모든 소유를 쳐 보십시오. 그는 틀림없이 당신을 눈앞에서 저주할 것입니다.” 12 그러자 주님께서 사탄에게 이르셨다. “좋다, 그의 모든 소유를 네 손에 넘긴다. 다만 그에게는 손을 대지 마라.” 이에 사탄은 주님 앞에서 물러갔다. 첫째 시련 13 하루는 욥의 아들딸들이 맏형 집에서 먹고 마시고 있었다. 14 그런데 심부름꾼 하나가 욥에게 와서 아뢰었다. “소들은 밭을 갈고 암나귀들은 그 부근에서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15 그런데 스바인들이 들이닥쳐 그것들을 약탈하고 머슴들을 칼로 쳐 죽였습니다. 저 혼자만 살아남아 이렇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16 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다른 이가 와서 아뢰었다. “하느님의 불이 하늘에서 떨어져 양 떼와 머슴들을 불살라 버렸습니다. 저 혼자만 살아남아 이렇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17 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또 다른 이가 와서 아뢰었다. “칼데아인들이 세 무리를 지어 낙타들을 덮쳐 약탈하고 머슴들을 칼로 쳐 죽였습니다. 저 혼자만 살아남아 이렇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18 그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또 다른 이가 와서 아뢰었다. “나리의 아드님들과 따님들이 큰아드님 댁에서 먹고 마시고 있었습니다. 19 그런데 사막 건너편에서 큰 바람이 불어와 그 집 네 모서리를 치자, 자제분들 위로 집이 무너져 내려 모두 죽었습니다. 저 혼자만 살아남아 이렇게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20 그러자 욥이 일어나 겉옷을 찢고 머리를 깎았다. 그리고 땅에 엎드려 21 말하였다. “알몸으로 어머니 배에서 나온 이 몸 알몸으로 그리 돌아가리라. 주님께서 주셨다가 주님께서 가져가시니 주님의 이름은 찬미받으소서.” 22 이 모든 일을 당하고도 욥은 죄를 짓지 않고 하느님께 부당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천상 어전 1 하루는 하느님의 아들들이 모여 와 주님 앞에 섰다. 사탄도 그들과 함께 와서 주님 앞에 섰다. 2 주님께서 사탄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디에서 오는 길이냐?” 사탄이 주님께 “땅을 여기저기 두루 돌아다니다가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3 주님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의 종 욥을 눈여겨보았느냐? 그와 같이 흠 없고 올곧으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는 사람은 땅 위에 다시 없다. 그는 아직도 자기의 흠 없는 마음을 굳게 지키고 있다. 너는 까닭 없이 그를 파멸시키도록 나를 부추긴 것이다.” 4 이에 사탄이 주님께 대답하였다. “가죽은 가죽으로! 사람이란 제 목숨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 소유를 내놓기 마련입니다. 5 그렇지만 당신께서 손을 펴시어 그의 뼈와 그의 살을 쳐 보십시오. 그는 틀림없이 당신을 눈앞에서 저주할 것입니다.” 6 그러자 주님께서 사탄에게 이르셨다. “좋다, 그를 네 손에 넘긴다. 다만 그의 목숨만은 남겨 두어라.” 새로운 시련 7 이에 사탄은 주님 앞에서 물러 나와, 욥을 발바닥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고약한 부스럼으로 쳤다. 8 욥은 질그릇 조각으로 제 몸을 긁으며 잿더미 속에 앉아 있었다. 9 그의 아내가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아직도 당신의 그 흠 없는 마음을 굳게 지키려 하나요? 하느님을 저주하고 죽어 버려요.” 10 그러자 욥이 그 여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미련한 여자들처럼 말하는구려.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좋은 것을 받는다면, 나쁜 것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소?” 이 모든 일을 당하고도 욥은 제 입술로 죄를 짓지 않았다. 세 친구의 방문 11 욥의 세 친구가 그에게 닥친 이 모든 불행에 대하여 듣고, 저마다 제고장을 떠나왔다. 그들은 테만 사람 엘리파즈와 수아 사람 빌닷과 나아마 사람 초바르였다. 그들은 욥에게 가서 그를 위안하고 위로하기로 서로 약속하였다. 12 그들이 멀리서 눈을 들었을 때 그를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목 놓아 울며, 저마다 겉옷을 찢고 먼지를 위로 날려 머리에 뿌렸다. 13 그들은 이레 동안 밤낮으로 그와 함께 땅바닥에 앉아 있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의 고통이 너무도 큰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욥의 독백 생일을 저주하는 욥 1 마침내 욥이 입을 열어 제 생일을 저주하였다. 2 욥이 말하기 시작하였다. 3 차라리 없어져 버려라, 내가 태어난 날, “사내아이를 배었네!” 하고 말하던 밤! 4 그날은 차라리 암흑이 되어 버려 위에서 하느님께서 찾지 않으시고 빛이 밝혀 주지도 말았으면. 5 어둠과 암흑이 그날을 차지하여 구름이 그 위로 내려앉고 일식이 그날을 소스라치게 하였으면. 6 그 밤은 흑암이 잡아채어 한 해 어느 날에도 끼이지 말고 달수에도 들지 말았으면. 7 정녕 그 밤은 불임의 밤이 되어 환호 소리 찾아들지 말았으면. 8 날에다 술법을 부리는 자들, 레비아탄을 깨우는 데 능숙한 자들은 그 밤을 저주하여라. 9 그 밤은 새벽 별들도 어둠으로 남아 빛을 기다려도 부질없고 여명의 햇살을 보지도 말았으면. 10 그 밤이 내 모태의 문을 닫지 않아 내 눈에서 고통을 감추지 못하였구나. 차라리 죽었더라면 11 어찌하여 내가 태중에서 죽지 않았던가? 어찌하여 내가 모태에서 나올 때 숨지지 않았던가? 12 어째서 무릎은 나를 받아 냈던가? 젖은 왜 있어서 내가 빨았던가? 13 나 지금 누워 쉬고 있을 터인데. 잠들어 안식을 누리고 있을 터인데. 14 임금들과 나라의 고관들, 폐허를 제집으로 지은 자들과 함께 있을 터인데. 15 또 금을 소유한 제후들, 제집을 은으로 가득 채운 자들과 함께 있을 터인데. 16 파묻힌 유산아처럼, 빛을 보지 못한 아기들처럼 나 지금 있지 않을 터인데. 17 그곳은 악인들이 소란을 멈추는 곳. 힘 다한 이들이 안식을 누리는 곳. 18 포로들이 함께 평온히 지내며 감독관의 호령도 들리지 않는 곳. 19 낮은 이나 높은 이나 똑같고 종은 제 주인에게서 풀려나는 곳. 왜 하느님께서는 생명을 주시는가 20 어찌하여 그분께서는 고생하는 이에게 빛을 주시고 영혼이 쓰라린 이에게 생명을 주시는가? 21 그들은 죽음을 기다리건만, 숨겨진 보물보다 더 찾아 헤매건만 오지 않는구나. 22 그들이 무덤을 얻으면 환호하고 기뻐하며 즐거워하련만. 23 어찌하여 앞길이 보이지 않는 사내에게 하느님께서 사방을 에워싸 버리시고는 생명을 주시는가? 24 이제 탄식이 내 음식이 되고 신음이 물처럼 쏟아지는구나. 25 두려워 떨던 것이 나에게 닥치고 무서워하던 것이 나에게 들이쳐 26 나는 편치 않고 쉬지도 못하며 안식을 누리지도 못하고 혼란하기만 하구나.
엘리파즈의 첫째 담론 1 테만 사람 엘리파즈가 말을 받았다. 절망에 빠진 욥 2 한마디 하면 자네는 언짢아하겠지? 그러나 누가 말하지 않을 수 있겠나? 3 여보게, 자네는 많은 이를 타이르고 맥 풀린 손들에 힘을 불어넣어 주었으며 4 자네의 말은 비틀거리는 이를 일으켜 세웠고 또 자네는 꺾인 무릎에 힘을 돋우어 주기도 하였지. 5 그런데 불행이 들이닥치자 자네가 기운을 잃고 불운과 맞부닥치자 질겁을 하는군. 6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이야말로 자네가 믿는 바 아닌가? 흠 없는 삶이야말로 자네가 바라는 바 아닌가? 인과응보 7 생각해 보게나, 죄 없는 이 누가 멸망하였는가? 올곧은 이들이 근절된 적이 어디 있는가? 8 내가 본 바로는 밭을 갈아 불의를 심은 자와 재앙을 뿌린 자는 그것을 거두기 마련이라네. 9 그들은 하느님의 입김으로 스러지고 그분 분노의 바람으로 끝장난다네. 10 사자의 포효, 새끼 사자의 울부짖음도 그치고 힘센 사자의 이빨도 부러진다네. 11 수사자는 사냥 거리 없어 스러져 가고 암사자의 새끼들은 흩어져 버린다네. 밤의 환시 12 한마디 말이 내게 남몰래 다다르고 그 속삭임이 내 귓가에 들렸네. 13 밤의 환시 때문에 생각에 잠겼을 때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졌을 때 14 공포와 전율이 나를 덮쳐 내 뼈마디가 온통 떨리는데 15 어떤 입김이 내 얼굴을 스치자 내 몸의 털이 곤두섰다네. 16 누군가 서 있는데 나는 그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지. 그러나 그 형상은 내 눈앞에 있었고 나는 이렇게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네. 죽을 인생의 의로움 17 “인간이 하느님보다 의로울 수 있으랴? 사람이 제 창조주보다 결백할 수 있으랴? 18 그분께서는 당신 종들도 믿지 않으시고 당신 천사들의 잘못조차 꾸짖으시는데 19 하물며 토담집에 사는 자들 먼지에 그 바탕을 둔 자들이야! 그들은 좀 벌레처럼 으스러져 버린다. 20 하루해를 넘기지 못하고 부스러져 눈길을 끌 새도 없이 영원히 스러진다. 21 그들의 천막 끈이 이미 끊어지지 않았느냐? 이렇게 그들은 지혜도 없이 죽어 간다.”
불행의 근원 1 자, 불러 보게나. 자네에게 대답할 이 누가 있는지? 거룩한 이들 가운데 누구에게 하소연하려나? 2 정녕 미련한 자는 역정 내다가 죽고 우둔한 자는 흥분하다가 숨진다네. 3 나도 미련한 자가 뿌리내리는 것을 보았네만 그의 집안은 삽시간에 뿌리가 뽑히더군. 4 그의 자식들은 구원에서 멀리 떨어진 채 성문에서 짓밟혀도 도와줄 이 없었다네. 5 그가 거둔 것은 배고픈 자가 먹어 치우고 심지어 가시나무 울타리 친 것조차 빼앗기며 그들의 재산은 덫이 채어 가 버렸다네. 6 환난이 흙에서 나올 리 없고 재앙이 땅에서 솟을 리 없다네. 7 무릇 사람이란 재앙을 위해 태어나니 불꽃이 위로 치솟는 것과 같다네. 하느님께 호소함 8 그렇지만 나라면 하느님께 호소하고 내 일을 하느님께 맡겨 드리겠네. 9 그분은 헤아릴 수 없는 위업을, 셀 수 없는 기적을 이루시는 분. 10 땅에 비를 내리시고 들에 물을 보내시는 분. 11 비천한 이들을 높은 곳에 올려놓으시니 슬퍼하는 이들이 큰 행복을 얻는다네. 12 그분께서 교활한 자들의 계획을 꺾으시니 그들의 손이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13 그분께서 슬기롭다는 자들을 그들의 꾀로 붙잡으시니 간사한 자들의 의도가 좌절된다네. 14 그들은 낮에도 어둠에 부딪히고 한낮에도 밤중인 양 더듬거린다네. 15 그러나 그분께서는 칼에서, 저들의 입에서, 강한 자의 손에서 가난한 이를 구하신다네. 16 그래서 약한 이에게 희망이 주어지고 불의는 제 입을 다물게 된다네. 17 여보게, 하느님께서 꾸짖으시는 이는 얼마나 행복한가! 전능하신 분의 훈계를 물리치지 말게나. 하느님께 베풀어 주실 은혜 18 그분께서는 아프게 하시지만 상처를 싸매 주시고 때리시지만 손수 치유해 주신다네. 19 그분께서 여섯 가지 곤경에서 자네를 건져 내시니 일곱 번째에는 악이 자네를 건드리지도 못할 것이네. 20 기근 때 죽음에서, 전쟁 때 칼에서 자네를 구하실 것이네. 21 자네는 혀의 채찍에서 보호를 받고 멸망이 닥친다 해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네. 22 또 멸망과 굶주림을 비웃고 야수도 두렵지 않을 것이네. 23 자네는 들판의 돌멩이들과 계약을 맺고 들짐승은 자네와 화평을 이룰 것이네. 24 그러면 자네 천막이 평화로움을 알게 되고 자네 목장을 살펴보아도 탈이 없을 것이네. 25 또한 알게 될 것이네, 자네 자녀들이 많음을, 자네 후손들이 땅의 풀과 같음을. 26 그런 다음 자네는 제철이 되어 곡식 단이 쌓이듯 수명을 다하고 무덤에 들어갈 것이네. 27 여보게, 이것이 우리가 밝혀낸 것으로 사실이 그러하니 자네도 귀담아듣고 알아 두게나
욥의 첫째 담론 1 욥이 말을 받았다. 전능하신 분의 화살 2 아, 누가 제발 나의 원통함을 저울질해 보고 나의 불행도 함께 저울판에 달아 보았으면! 3 그것이 이제 바다의 모래보다 무거우니 내 말이 갈피를 못 잡는구려. 4 전능하신 분의 화살이 내 몸에 박혀 내 영이 그 독을 마시고 하느님에 대한 공포가 나를 덮치는구려. 5 풀이 있는데 들나귀가 울겠는가? 꼴이 있는데 소가 부르짖겠는가? 6 간이 맞지 않은 것을 소금 없이 어찌 먹겠으며 달걀 흰자위가 무슨 맛이 있겠는가? 7 내 목구멍은 그것들이 닿는 것조차 마다하니 나에게 구역질 나는 음식이라네. 죽음보다 더한 고통 8 아, 내 소원이 이루어지고 하느님께서 내 소망을 채워 주신다면! 9 하느님께서 결심하시어 나를 으스러뜨리시고 당신 손을 내뻗으시어 나를 자르신다면! 10 나는 거룩하신 분의 말씀을 어기지 않았으니 이것이 내게 위로가 되어 모진 고통 속에서도 기뻐 뛰련마는. 11 내게 무슨 힘이 있어 더 견디어 내고 내가 얼마나 산다고 더 참으란 말인가? 12 내 힘이 바위의 힘이고 내 살이 놋쇠란 말인가? 13 진정 나는 의지할 데 없고 도움은 내게서 멀리 사라져 버렸다네. 쓸모없는 우정 14 절망에 빠진 이는 친구에게서 동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네. 그가 전능하신 분에 대한 경외심을 저버린다 하여도 말일세. 15 그러나 내 형제들은 개울처럼 나를 배신하였다네, 물이 넘쳐흐르던 개울 바닥처럼. 16 그 물은 얼음 조각으로 더럽혀져 있고 그 위로 눈이 내리며 자취를 감춘다네. 17 그러다가 더운 철이 오면 물은 없어지고 날이 뜨거워지면 그 자리에서 스러져 버리지. 18 대상들이 제 길에서 벗어나 광야로 나섰다가 사라져 버린다네. 19 테마의 대상들이 살피고 스바의 상인들이 고대하건만 20 그들은 믿었기 때문에 좌절하고 개울까지 갔다가 낙담한다네. 21 자, 이렇듯 자네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네. 무서운 모습을 보더니 두려워 떠는구려. 내가 무엇을 잘못하였나 22 내가 이렇게 말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내게 좀 주게나. 나를 위해 자네들 재산에서 좀 갚아 주게나. 23 원수의 손에서 나를 구해 주고 난폭한 자들의 손에서 나를 빼내 주게!” 하고 말일세. 24 나를 가르쳐 보게나, 내가 입을 다물겠네. 내가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깨우쳐 보게나. 25 바른말이 어떻게 속을 상하게 할 수 있나? 자네들은 무엇을 탓하고 있나? 26 자네들은 남의 말을 탓할 생각만 하는가? 절망에 빠진 이의 이야기는 바람에 날려도 좋단 말인가? 27 자네들은 심지어 고아를 놓고서 제비를 뽑고 친구를 놓고서 흥정하는구려. 28 자, 이제 제발 나를 좀 돌아보게나. 자네들 얼굴에 대고 거짓말은 결코 하지 않겠네. 29 생각을 돌리게나. 불의가 있어서는 안 되지! 생각을 돌리게. 나는 아직도 정당하다네. 30 내 입술에 불의가 묻어 있다는 말인가? 내 입속이 파멸을 깨닫지 못한다는 말인가?
인생은 고역 1 인생은 땅 위에서 고역이요 그 나날은 날품팔이의 나날과 같지 않은가? 2 그늘을 애타게 바라는 종, 삯을 고대하는 품팔이꾼과 같지 않은가? 3 그렇게 나도 허망한 달들을 물려받고 고통의 밤들을 나누어 받았네. 4 누우면 ‘언제나 일어나려나?’ 생각하지만 저녁은 깊어 가고 새벽까지 뒤척거리기만 한다네. 5 내 살은 구더기와 흙먼지로 뒤덮이고 내 살갗은 갈라지고 곪아 흐른다네. 6 나의 나날은 베틀의 북보다 빠르게 희망도 없이 사라져 가는구려. 욥의 탄원 기도 7 기억해 주십시오, 제 목숨이 한낱 입김일 뿐임을. 제 눈은 더 이상 행복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8 저를 바라보던 이의 눈은 저를 보지 못하고 당신의 눈이 저를 찾는다 하여도 저는 이미 없을 것입니다. 9 구름이 사라져 가 버리듯 저승으로 내려간 이는 올라오지 못합니다. 10 다시는 제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가 있던 자리도 그를 다시는 알아보지 못합니다. 11 그래서 이 몸은 입을 다물지 않겠습니다. 제 영의 곤경 속에서 토로하고 제 영혼의 쓰라림 속에서 탄식하겠습니다. 12 제가 바다입니까? 제가 용입니까? 당신께서 저에게 파수꾼을 세우시다니. 13 ‘잠자리나마 나를 위로하고 침상이나마 내 탄식을 덜어 주겠지.’ 생각하지만 14 당신께서는 꿈으로 저를 공포에 떨게 하시고 환시로 저를 소스라치게 하십니다. 15 제 영혼은 이런 고통보다는 숨이 막혀 버리기를,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습니다. 16 저는 싫습니다. 제가 영원히 살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저를 내버려 두십시오. 제가 살날은 한낱 입김일 뿐입니다. 17 사람이 무엇이기에 당신께서는 그를 대단히 여기시고 그에게 마음을 기울이십니까? 18 아침마다 그를 살피시고 순간마다 그를 시험하십니까? 19 언제면 제게서 눈을 돌리시렵니까? 침이라도 삼키게 저를 놓아주시렵니까? 20 사람을 감시하시는 분이시여 제가 잘못했다 하여도 당신께 무슨 해를 끼칠 수 있습니까? 어찌하여 저를 당신의 과녁으로 삼으셨습니까? 어찌하여 제가 당신께 짐이 되었습니까? 21 어찌하여 저의 죄를 용서하지 않으십니까? 어찌하여 저의 죄악을 그냥 넘겨 버리지 않으십니까? 제가 이제 먼지 위에 누우면 당신께서 찾으셔도 저는 이미 없을 것입니다.
빌닷의 첫째 담론 1 수아 사람 빌닷이 말을 받았다. 하느님의 정의 2 자네는 언제까지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려나? 자네 입에서 나오는 말은 사나운 바람 같기만 하구려. 3 아무려면 하느님께서 공정을 왜곡하시고 전능하신 분께서 정의를 왜곡하시겠나? 4 자네 아들들이 그분께 죄를 지었다면 그분께서는 그들을 그 죄과의 손에 넘기신 것이네. 5 그러나 자네가 하느님을 찾고 전능하신 분께 자비를 구한다면, 6 자네가 결백하고 옳다면 이제 그분께서는 자네를 위해 일어나시어 자네 소유를 정당하게 되돌려 주실 것이네. 7 자네의 시작은 보잘것없었지만 자네의 앞날은 크게 번창할 것이네. 선조들의 증언 8 자, 지난 세대에 물어보고 그 조상들이 터득한 것에 유의하게나. 9 우리는 어제 갓 태어난 사람들, 아무것도 모르고 우리의 인생은 땅 위에서 그림자일 뿐. 10 그분들이야말로 자네를 가르치고 일러 주며 스스로 깨달은 것에서 말씀을 이끌어 내지 않는가? 악인의 운명 11 습지가 없는데 왕골이 솟아나고 물이 없는데 갈대가 자라겠는가? 12 아직 어린싹이라 벨 때가 아닌데도 그것들은 온갖 풀보다 먼저 말라 버릴 것이네. 13 하느님을 잊은 모든 자의 길이 이러하고 불경스런 자의 소망은 무너져 버린다네. 14 그의 자신감은 꺾이고 그의 신뢰는 거미집이라네. 15 제집에 의지하지만 서 있지 못하고 그것을 붙들지만 지탱하지 못한다네. 16 그는 햇빛 아래 생기가 넘치고 정원에는 그의 싹이 돋아난다네. 17 돌무더기 주위로 그 뿌리가 감기고 바위 틈새를 파고든다네. 18 그러나 그를 그 자리에서 뜯어내 버리면 그 자리조차 “난 너를 본 적이 없어!” 하고 모른 체하지. 19 보게나, 이것이 그의 행복한 운명이라네. 그런 뒤 흙에서는 다른 싹이 솟아 나오지. 행복의 약속 20 보게나, 하느님께서는 흠 없는 이를 물리치지 않으시고 악을 행하는 자의 손을 잡아 주지 않으신다네. 21 그분께서는 여전히 자네 입을 웃음으로, 자네 입술을 환호로 채워 주실 것이네. 22 자네를 미워하는 자들은 수치로 옷 입고 악인들의 천막은 간곳없이 될 것이네.
욥의 둘째 담론 1 욥이 말을 받았다. 하느님의 독단 2 물론 나도 그런 줄은 알고 있네. 사람이 하느님 앞에서 어찌 의롭다 하겠는가? 3 하느님과 소송을 벌인다 한들 천에 하나라도 그분께 답변하지 못할 것이네. 4 지혜가 충만하시고 능력이 넘치시는 분, 누가 그분과 겨루어서 무사하리오? 5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산들을 옮기시고 분노하시어 그것들을 뒤엎으시는 분. 6 땅을 바닥째 뒤흔드시어 그 기둥들을 요동치게 하시는 분. 7 해에게 솟지 말라 명령하시고 별들을 봉해 버리시는 분. 8 당신 혼자 하늘을 펼치시고 바다의 등을 밟으시는 분. 9 큰곰자리와 오리온자리, 묘성과 남녘의 별자리들을 만드신 분. 10 측량할 수 없는 위업들과 헤아릴 수 없는 기적들을 이루시는 분. 11 그분께서 내 앞을 지나가셔도 나는 보지 못하고 지나치셔도 나는 그분을 알아채지 못하네. 12 그분께서 잡아채시면 누가 막을 수 있으며 누가 그분께 “왜 그러십니까?” 할 수 있겠나? 13 하느님께서는 당신 진노를 돌이키지 않으시니 라합의 협조자들이 그분께 굴복한다네. 가장 강하신 분의 행동 14 그런데 내가 어찌 그분께 답변할 수 있으며 그분께 대꾸할 말을 고를 수 있겠나? 15 내가 의롭다 하여도 답변할 말이 없어 내 고소인에게 자비를 구해야 할 것이네. 16 내가 불러 그분께서 대답하신다 해도 내 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리라고는 믿지 않네. 17 그분께서는 나를 폭풍으로 짓치시고 까닭 없이 나에게 상처를 더하신다네. 18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으시고 오히려 쓰라림으로 나를 배불리신다네. 19 힘으로 해 보려니 그분은 막강하신 분. 법으로 해 보려니 누가 나를 소환해 주겠나? 20 내가 의롭다 하여도 내 입이 나를 단죄하고 내가 흠 없다 하여도 나를 그릇되다 할 것이네. 21 나는 흠이 없네! 나는 내 목숨에 관심 없고 내 생명을 멸시한다네. 22 결국은 마찬가지! 그래서 내 말인즉 흠이 없건 탓이 있건 그분께서는 멸하신다네. 23 재앙이 갑작스레 죽음을 불러일으켜도 그분께서는 무죄한 이들의 절망을 비웃으신다네. 24 세상은 악인의 손에 넘겨지고 그분께서는 판관들의 얼굴을 가려 버리셨네. 그분이 아니시라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냉엄하신 하느님 25 저의 날들은 파발꾼보다 빨리 지나가고 행복을 보지도 못한 채 달아납니다. 26 갈대배처럼 흘러가고 먹이를 덮치는 독수리처럼 날아갑니다. 27 ‘탄식을 잊고 슬픈 얼굴을 지워 쾌활해지리라.’ 생각하여도 28 저의 모든 고통이 두렵기만 한데 당신께서 저를 죄 없다 않으실 것을 저는 압니다. 29 저는 어차피 단죄받을 몸, 어찌 공연히 고생해야 한단 말입니까? 30 눈으로 제 몸을 씻고 잿물로 제 손을 깨끗이 한다 해도 31 당신께서는 저를 시궁창에 빠뜨리시어 제 옷마저 저를 역겨워할 것입니다. 32 그분은 나 같은 인간이 아니시기에 나 그분께 답변할 수 없고 우리는 함께 법정으로 갈 수 없다네. 33 우리 둘 위에 손을 얹을 심판자가 우리 사이에는 없다네. 34 그분께서 당신 매를 내게서 거두시고 그분에 대한 공포가 나를 더 이상 덮치지 않는다면 35 나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으련마는! 그러나 나로서는 어쩔 수 없구려.
당신의 작품을 멸시하시는 하느님 1 나는 내 생명이 메스꺼워 내 위에 탄식을 쏟아 놓으며 내 영혼의 쓰라림 속에서 토로하리라. 2 나 하느님께 말씀드리리라. “저를 단죄하지 마십시오. 왜 저와 다투시는지 알려 주십시오. 3 학대하시는 것이 당신께는 좋습니까? 악인들의 책략에는 빛을 주시면서 당신 손의 작품을 멸시하시는 것이 좋습니까? 4 당신께서는 살덩이의 눈을 지니셨습니까? 당신께서는 사람이 보듯 보십니까? 5 당신의 날도 사람의 날과 같습니까? 당신의 해도 인간의 세월과 같습니까? 6 그래서 저의 죄를 찾으시고 저의 허물을 들추어내십니까? 7 당신께서는 저에게 죄가 없음을, 저를 당신 손에서 빼낼 사람이 없음을 아시지 않습니까? 8 당신께서는 손수 저를 빚어 만드시고서는 이제 생각을 바꾸시어 저를 파멸시키려 하십니다. 9 당신께서 저를 진흙처럼 빚어 만드셨음을 기억하십시오. 그런데 이제 저를 먼지로 되돌리려 하십니다. 10 당신께서 저를 우유처럼 부으시어 치즈처럼 굳히지 않으셨습니까? 11 살갗과 살로 저를 입히시고 뼈와 힘줄로 저를 엮으셨습니다. 12 당신께서는 저에게 생명과 자애를 베푸시고 저를 보살피시어 제 목숨을 지켜 주셨습니다.” 매정하신 하느님 13 “그러나 당신께서는 이런 것들을 마음에 숨기셨습니다. 이것이 당신의 속셈임을 저는 압니다. 14 제가 죄를 지으면 당신께서는 지켜보시다가 저를 그 죄에서 풀어 주지 않으실 것입니다. 15 제가 유죄라면 저에게는 불행이고 무죄라 해도 머리를 들 수 없을 것입니다. 수치로 가득한 저는 저의 비참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16 제 머리가 들렸다 하면 당신께서는 사자처럼 저를 뒤쫓으시고 저를 거슬러 줄곧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보여 주십니다. 17 당신께서는 저를 거슬러 증인들을 새로 세우시고 저를 향한 당신의 원한을 키우시며 저를 칠 군대를 계속 바꾸어 가며 보내십니다. 18 어찌하여 저를 모태에서 나오게 하셨습니까? 제가 죽어 버렸다면 어떤 눈도 저를 보지 못했을 것을! 19 그랬다면 제가 없었던 것처럼 되어 어머니 배에서 바로 무덤으로 옮겨졌을 것을! 20 저를 내버려 두십시오. 이제 살날이 조금밖에 없지 않습니까? 제가 조금이나마 생기를 되찾게 저를 놓아주십시오. 21 제가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어둠과 암흑의 땅으로 가기 전에. 22 칠흑같이 캄캄한 땅, 혼란과 암흑만 있고 빛마저 칠흑 같은 곳으로 가기 전에 말입니다.”
초바르의 첫째 담론 1 나아마 사람 초바르가 말을 받았다. 욥의 죄악 2 말을 많이 한다고 대답 없이 넘어갈 수 있으며 말을 잘한다고 의롭다 할 수 있으리오? 3 자네의 수다스러운 말이 사람들을 침묵하게 할 수 있나? 자네가 조롱하는데 아무도 핀잔하지 않을 수 있나? 4 자네는 “저의 신조는 순수하고 저는 당신의 눈에 결백합니다.” 하네만 5 제발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고 자네를 거슬러 당신 입술을 여시어 6 자네에게 지혜의 비밀을 알려 주신다면! 깨달음에는 양면이 있는 법이라네. 하느님께서 자네 죄를 조금이나마 잊기로 하셨음을 알기나 하게. 하느님의 신비 7 자네가 하느님의 신비를 찾아내고 전능하신 분의 한계까지도 찾아냈단 말인가? 8 그것이 하늘보다 높은데 자네가 어찌하겠는가? 저승보다 깊은데 자네가 어찌 알겠는가? 9 그 길이는 땅보다 길고 넓이는 바다보다 넓다네. 10 그분께서 지나가며 가두시고 심판하러 불러 모으시면 그 누가 막으리오? 11 정녕 그분께서는 거짓된 인간들을 아시는데 그들의 죄악을 보시면서 알아내지 못하신단 말인가? 12 미련한 사람이 깨치게 되는 것은 들나귀 새끼가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과 같다네. 새로운 삶 13 자네가 마음을 곧게 하고 그분을 향하여 손을 펼친다면. 14 자네 손에 죄악이 있다면 멀리 치워 버리고 자네 천막에 불의가 머무르지 못하도록 하게나. 15 그러면 자네는 거리낌 없이 얼굴을 들 수 있고 안전하게 되어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네. 16 또 자네는 고통을 잊고 그것을 흘러간 물처럼 되돌아볼 수 있겠지. 17 자네 생애는 대낮보다 밝게 일어서고 어둡더라도 아침처럼 될 것일세. 18 희망이 있기에 자네는 신뢰할 수 있으며 둘러보고서는 안심하고 자리에 들 것이네. 19 자네가 누우면 무섭게 하는 자 없고 많은 이가 자네 비위를 맞추려 할 것일세. 20 그러나 악인들의 눈은 스러져 가고 그들에게는 도피처가 없어진다네. 그들의 희망은 마지막 숨을 내뱉는 것뿐이라네.
욥의 세째 담론 1 욥이 말을 받았다. 경험의 증언 2 참으로 자네들은 유식한 백성이네. 자네들이 죽으면 지혜도 함께 죽겠구려. 3 나도 자네들처럼 이성이 있고 자네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네. 누가 그런 것들을 모르겠나? 4 제 친구의 웃음거리, 내가 그 꼴이 되었구려. 하느님을 부르면 그분께서 응답해 주시곤 하였지. 그렇듯 의롭고 흠 없던 내가 이제는 웃음거리가 되었구려. 5 편안한 자의 생각에는 고통에 수치가 따르는 것이 타당하겠지. 발이 비틀거리는 자들에게 예정된 수치 말일세. 6 폭력배들의 천막은 평안하고 하느님을 노하시게 하는 자들은 태평이라네. 하느님을 제 손에 들고 다니는 자들 말일세. 7 그러나 이제 짐승들에게 물어보게나. 그것들이 자네를 가르칠 걸세. 하늘의 새들에게 물어보게나. 그것들이 자네에게 알려 줄 걸세. 8 아니면 땅에다 대고 말해 보게. 그것이 자네를 가르치고 바다의 물고기들도 자네에게 이야기해 줄 걸세. 9 이 모든 것 가운데에서 누가 모르겠나? 주님의 손이 그것을 이루셨음을, 10 그분의 손에 모든 생물의 목숨과 모든 육체의 숨결이 달려 있음을. 11 입이 음식 맛을 보듯 귀가 말을 식별하지 않는가? 12 백발에 지혜가 있고 장수에 슬기가 깃든다 해도 13 오직 그분께만 지혜와 능력이 있고 경륜과 슬기도 그분만의 것이라네. 절대 통치자이신 하느님 14 그분께서 부수시면 아무도 세우지 못하고 그분께서 가두시면 아무도 풀려나지 못한다네. 15 그분께서 물을 막으시면 메말라 버리고 내보내시면 땅을 뒤집어 버린다네. 16 오직 그분께만 권력과 성취가 있고 헤매는 자와 헤매게 하는 자도 그분께 속한다네. 17 그분은 자문관들을 맨발로 끌어가시고 판관들을 바보로 만드시는 분. 18 임금들의 띠를 푸시고 그 허리를 포승으로 묶으시는 분. 19 사제들을 맨발로 끌어가시고 권세가들을 넘어뜨리시는 분. 20 신뢰받는 이들에게서 언변을 앗아 버리시고 노인들에게서 판단력을 거두어 버리시는 분. 21 귀족들에게 수치를 쏟아 부으시고 힘센 자들의 허리띠를 풀어 버리시는 분. 22 어둠에서부터 은밀한 것을 드러내시고 암흑을 빛 속으로 끌어내시는 분. 23 민족들을 흥하게도 망하게도 하시며 민족들을 뻗어 나가게도 흩어지게도 하시는 분. 24 나라 백성의 수령들에게서 지각을 앗아 버리시고 그들을 길 없는 광야에서 헤매게 하시는 분. 25 그래서 그들은 빛 없는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고 그분께서는 그들을 술취한 자같이 헤매게 하신다네.
옵의 항변과 결심 1 여보게들, 이 모든 것을 내 눈이 보았고 내 귀가 들어 이해하였다네. 2 자네들이 아는 만큼은 나도 알고 있으니 자네들에게 결코 뒤떨어지지 않네그려. 3 나는 전능하신 분께 여쭙고 하느님께 항변하고 싶을 따름이네. 4 그러나 자네들은 거짓을 꾸며 내는 자들, 모두 돌팔이 의사들일세. 5 아, 자네들이 제발 입을 다문다면! 그것이 자네들에게 지혜로운 처사가 되련마는. 6 이제 나의 논증을 듣고 내 입술이 하는 변론에 유의하게나. 7 자네들은 하느님을 위하여 불의를 말하고 그분을 위하여 허위를 말하려나? 8 자네들은 하느님 편을 들어 그분을 변론하려는가? 9 그분께서 자네들을 신문하시면 좋겠는가? 사람을 속이듯 그분을 속일 수 있겠나? 10 자네들이 몰래 편을 든다면 그분께서는 기필코 자네들을 꾸짖으실 것일세. 11 그분의 엄위가 자네들을 놀라게 하고 그분에 대한 공포가 자네들을 덮치지 않겠는가? 12 자네들의 금언은 재와 같은 격언이요 자네들의 답변은 진흙 같은 답변일세. 13 입 다물고 나를 놓아두게나, 내가 말 좀 하게. 내게 무슨 일이든 일어나라지. 14 나는 내 몸을 내 이로 물어 나르고 내 목숨을 내 손바닥에 내놓을 것이네. 15 그분께서 나를 죽이려 하신다면 나는 가망이 없네. 다만 그분 앞에서 내 길을 변호하고 싶을 뿐. 16 정녕 이것이 나에게는 도움이 되겠지. 불경스런 자는 그분 앞에 들 수도 없기 때문일세. 17 제발 내 말을 들어 보게나. 내 진술을 자네들 귀로 말일세. 18 자 보게, 나는 소송을 준비하였네. 내가 정당함을 나는 알고 있다네. 19 나와 소송을 벌일 자 누구인가? 있다면 나 이제 입을 다물고 죽어 가겠네. 숨어 계신 하느님께 올리는 탄원 20 저에게 이 두 가지를 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 앞에서 숨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21 당신의 손을 제게서 멀리 치우시고 당신에 대한 공포가 저를 덮치지 않게 해 주십시오. 22 그러시고는 부르십시오. 제가 대답하겠습니다. 아니면 제가 아뢰겠으니 저에게 대답해 주십시오. 23 얼마나 많습니까, 저의 죄와 허물이? 저의 악행과 죄를 저에게 알려 주십시오. 24 어찌하여 당신의 얼굴을 감추십니까? 어찌하여 `저를 당신의 원수로 여기십니까? 25 바람에 날리는 잎사귀를 소스라치게 하시고 메마른 지푸라기를 뒤쫓으시렵니까? 26 제가 쓰라린 일들을 당하게 결정하시고 젊은 시절의 죗값을 거두게 하시렵니까? 27 제 발에 차꼬를 채우시고 저의 길을 모두 지켜보시며 저의 발바닥에 표를 새기시렵니까? 28 이 몸은 썩은 것처럼, 좀먹은 옷처럼 부스러져 갑니다.
돌이킬 수 없는 죽음 1 사람이란 여인에게서 난 몸, 수명은 짧고 혼란만 가득합니다. 2 꽃처럼 솟아났다 시들고 그림자처럼 사라져 오래가지 못합니다. 3 바로 이런 존재에게 당신께서는 눈을 부릅뜨시고 손수 저를 법정으로 끌고 가십니다. 4 그 누가 부정한 것을 정결하게 할 수 있습니까? 아무도 없습니다. 5 진정 그의 날들은 정해졌고 그의 달수는 당신께 달려 있으며 당신께서 그의 경계를 지으시어 그가 넘지 못합니다. 6 그러니 그에게서 눈을 돌리십시오, 그가 쉴 수 있게, 날품팔이처럼 자기의 날을 즐길 수 있게. 7 나무에게도 희망이 있습니다. 잘린다 해도 움이 트고 싹이 그치지 않습니다. 8 그 뿌리가 땅속에서 늙는다 해도 그 그루터기가 흙 속에서 죽는다 해도 9 물기를 느끼면 싹이 트고 묘목처럼 가지를 뻗습니다. 10 그렇지만 인간은 죽어서 힘없이 눕습니다. 사람이 숨을 거두면 그가 어디 있습니까? 11 바다에서 물이 빠져나가고 강이 말라 메마르듯 12 사람도 누우면 일어서지 못하고 하늘이 다할 때까지 일어나지도, 잠에서 깨어나지도 못합니다. 13 아, 당신께서 저를 저승에다 감추시고 당신의 진노가 그칠 때까지 숨겨 두신다면! 저를 위한 때를 정하시어 저를 다시 기억해 주신다면! 14 사람이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까? 제 고역의 나날에 저는 고대합니다, 제 해방의 때가 오기까지. 15 당신께서 부르시면 제가 대답하련마는. 당신 손의 작품을 당신께서 그리워하신다면야! 16 그러면 당신께서는 저의 발걸음을 세시고 저의 허물을 살피지 않으시련마는. 17 저의 악행은 자루에 봉해지고 당신께서는 저의 죄 위에다 칠을 하시련마는. 18 그러나 산도 무너져 내리고 바위도 제자리에서 밀려나듯, 19 물이 돌을 부수고 큰비가 땅의 흙을 씻어 가듯 당신께서는 사람의 희망을 꺾으십니다. 20 그를 완전히 제압하시니 그는 떠나갑니다. 그의 얼굴을 일그러뜨리신 채 내쫓으십니다. 21 그의 아들들이 영광을 누려도 그는 알지 못하고 그들이 비천하게 되어도 깨닫지 못합니다. 22 다만 그의 몸은 자기의 아픔만을 느끼고 그의 영은 자신만을 애통해합니다.
엘리파즈의 둘째 담론 1 테만 사람 엘리파즈가 말을 받았다. 결백하지 못한 인간 2 현인이 바람 같은 지식으로 대답하고 제 배를 샛바람으로 채워서야 되겠는가? 3 어찌 쓸데없는 이야기와 소용없는 말로 논쟁하겠는가? 4 자네야말로 경외심을 깨뜨리고 하느님 앞에서 묵상을 방해하는구려. 5 정녕 자네는 자네 죄가 가르치는 대로 말하고 교활한 자들의 언어를 골라내는구려. 6 자네 입이 자네를 단죄하지, 내가 아닐세. 자네 입술이 자네를 거슬러 증언하고 있다네. 7 자네가 첫째로 태어난 사람이기라도 하며 언덕보다 먼저 생겨나기라도 하였단 말인가? 8 자네가 하느님의 회의를 엿듣기라도 하였으며 지혜를 독차지하기라도 하였단 말인가? 9 우리가 모르는 무엇을 자네가 알고 있나? 우리에게는 없는 깨우침을 얻기라도 하였단 말인가? 10 우리 가운데에는 백발이 성성하시고 자네 부친보다도 훨씬 연로하신 분이 계시다네. 11 자네는 하느님의 위로와 부드러운 말만으로는 모자란단 말인가? 12 어찌하여 자네 마음이 자네를 앗아 가 버렸나? 어찌하여 눈을 치켜뜨고 있는가? 13 그러면서 자네의 그 격분을 어찌 하느님께 터뜨리고 입으로는 말을 함부로 토해 내는가? 14 사람이 무엇이기에 결백할 수 있으며 여인에게서 난 자가 어찌 의롭다 하리오? 15 그분께서는 당신의 거룩한 이들도 믿지 않으시고 하늘도 그분 눈에는 순결하지 못한데 16 하물며 역겹고 타락하여 불의를 물 마시듯 저지르는 인간이야! 악인의 운명 17 자네에게 일러 줄 테니 듣게나. 내가 본 것을 이야기해 주겠네. 18 현인들이 선포한 것, 그들 조상에게서 받아 숨기지 않은 것일세. 19 땅은 오직 그들에게만 주어지고 낯선 자는 그 가운데를 지나간 적이 없었지. 20 악인은 일생 동안 공포에 시달리는 법, 난폭한 자에게 주어진 그 햇수 동안 말일세. 21 무서운 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리고 태평스러울 때도 폭력배가 그를 덮친다네. 22 그는 어둠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도 못하고 칼에 맞을 운명이라네. 23 그는 “어디 있나?” 하면서 먹을 것을 찾아 헤매며 어둠의 날이 이미 그의 곁에 마련되었음을 깨닫는다네. 24 불안과 초조가 그를 소스라치게 하고 공격 태세를 갖춘 임금처럼 그를 압도한다네. 25 그가 하느님을 거슬러 손을 내뻗고 전능하신 분께 으스대었기 때문이지. 26 그는 목을 세우고 돌기가 단단한 방패를 들고서 그분께 달려들었지. 27 제 얼굴을 기름기로 뒤덮고 허리를 비곗살로 둘러쳤지. 28 그는 폐허가 된 성읍에, 사람이 거주할 수 없이 돌무더기의 차지가 된 집에 살았지. 29 그는 부자가 되지도 못하고 그의 재산은 일지도, 그의 소유는 땅에서 불어나지도 못한다네. 30 그는 어둠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의 새싹은 불길에 타 버리며 그분의 입김에 쓸려 가 버린다네. 31 그는 헛것을 믿어 자신에게 속지 말아야 하리니 그의 보상이 헛되기 때문이라네. 32 그는 때가 되기도 전에 끝나 버리고 그의 잎사귀들은 푸르지 못하네. 33 그는 포도나무 줄기처럼 설익은 열매를 떨어뜨리고 올리브 나무처럼 꽃을 흘려 버릴 것이네. 34 불경스런 자들의 무리는 이렇듯 씨가 마르고 뇌물을 좋아하는 자들의 천막은 불이 집어삼켜 버린다네. 35 재앙을 잉태하여 불행만 낳으니 그들의 모태는 속임수만 마련할 뿐이라네.
욥의 네째 담론 1 욥이 말을 받았다. 쓸모없는 위로자들 2 그런 것들은 내가 이미 많이 들어 왔네. 자네들은 모두 쓸모없는 위로자들이구려. 3 그 공허한 말에는 끝도 없는가? 무엇이 자네 마음을 상하게 했기에 그렇게 대답하는가? 4 자네들이 내 처지에 있다면 나도 자네들처럼 말할 수 있지. 자네들에게 좋은 말을 늘어놓으면서 자네들이 불쌍하다고 머리를 젓고 5 내 입으로 자네들의 기운을 북돋우며 내 입술의 연민은 슬픔을 줄여 줄 수 있지. 하느님의 과녁이 된 몸 6 내가 말을 해도 이 아픔이 줄지 않는구려. 그렇다고 말을 멈춘들 내게서 무엇이 덜어지겠는가? 7 이제 그분께서는 나를 탈진시키셨네. ─ 당신께서는 저의 온 집안을 파멸시키셨습니다. 8 당신께서 저를 움켜쥐시니 그 사실이 저의 반대 증인이 되고 저의 수척함마저 저를 거슬러 일어나 제 얼굴에 대고 증언합니다. ─ 9 그분의 진노가 나를 짓찢으며 뒤쫓는구려. 그분께서 내게 이를 가시고 내 원수이신 분께서 내게 날카로운 눈길을 보내시네. 10 사람들은 나에게 입을 마구 놀리고 조롱으로 내 뺨을 치며 나를 거슬러 떼지어 모여드는데 11 하느님께서는 나를 악당에게 넘기시고 악인들의 손에다 내던지셨네. 12 편안하게 살던 나를 깨뜨리시고 덜미를 붙잡아 나를 부수시며 당신의 과녁으로 삼으셨네. 13 그분의 화살들은 나를 에워싸고 그분께서는 무자비하게 내 간장을 꿰뚫으시며 내 쓸개를 땅에다 내동댕이치신다네. 14 나를 갈기갈기 찢으시며 전사처럼 달려드시니 15 나는 자루옷을 내 맨살 위에 꿰매고 내 뿔을 먼지 속에다 박고 있네. 16 내 얼굴은 통곡으로 벌겋게 달아오르고 내 눈꺼풀 위에는 암흑이 자리 잡고 있다네. 17 내 손에 폭력이란 없고 내 기도는 순수하건만! 하늘에 계신 증인 18 땅이여, 내 피를 덮지 말아 다오. 내 부르짖음이 쉴 곳도 나타나지 말아 다오. 19 지금도 나의 증인은 하늘에 계시네. 나의 보증인은 저 높은 곳에 계시네. 20 내 친구들이 나를 빈정거리니 나는 하느님을 향하여 눈물짓는다네. 21 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비를 가리시듯 그분께서 한 인생을 위하여 하느님과 논쟁해 주신다면! 22 내게 정해진 그 몇 해가 이제 다 되어 나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기 때문이라네.
1 제 영은 산산이 부서지고 제 수명은 다해 가니 저에게 남은 것은 무덤뿐. 2 진정 제 둘레에는 비웃음만 있으니 제 눈은 그들의 적대 행위를 지켜볼 뿐입니다. 3 제발 저를 위하여 당신 곁에 보증을 세워 주십시오. 저를 위하여 담보가 되어 줄 이 누가 있습니까? 4 당신께서 저들의 마음을 깨치지 못하게 하셨으니 그들이 우쭐대지도 못하게 해 주십시오. 5 그들은 ‘자기 아들들의 눈이 멀어 가는데 몫을 받아 가라고 친구들을 청하는 자’와 같습니다. 사람들의 웃음거리 6 나는 백성의 이야깃거리로 내세워져 사람들이 얼굴에 침 뱉는 신세가 되었네. 7 내 눈은 상심으로 흐려지고 사지는 모두 그림자처럼 되어 버렸네. 8 올곧은 이들은 이것을 보며 질겁하고 무죄한 이는 불경스러운 자에게 격분하네. 9 그러나 의인은 제 길을 굳게 지키고 손이 결백한 이는 힘을 더한다네. 10 그렇지만 자네들 모두 돌아와 보게나. 나는 자네들 가운데에서 현인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네. 11 나의 날들은 흘러가 버렸고 나의 계획들도, 내 마음의 소망들도 찢겨졌다네. 12 저들은 밤을 낮이라 하고 어둠 앞에서 빛이 가까웠다 하건만 13 나 무엇을 더 바라리오? 저승이 나의 집이요 암흑 속에 잠자리를 펴는데, 14 구덩이에게 “당신은 나의 아버지!”, 구더기에게 “나의 어머니, 나의 누이!”라 부르는데 15 도대체 어디에 내 희망이 있으리오? 나의 희망? 누가 그것을 볼 수 있으리오? 16 그것이 나와 더불어 저승의 빗장을 향하여 내려가겠는가? 아니면 나와 함께 먼지 속에서 안식을 얻겠는가?
빌닷의 둘째 담론 1 수아 사람 빌닷이 말을 받았다. 옵에 대한 비난 2 자네들은 언제면 이런 식의 말에 끝을 내려나? 잘 생각해 보게나. 그러고 나서 우리 이야기하세. 3 어찌하여 우리가 짐승처럼 여겨지며 자네 눈에 멍청하게 보인단 말인가? 4 제 분에 못 이겨 자신을 짓찢는 자네 때문에 땅은 황폐하게 되고 바위는 제자리에서 밀려나야 한단 말인가? 악인의 운명 5 정녕 악인들의 빛은 꺼지고 그 불꽃은 타오르지 않네. 6 그 천막 안의 빛은 어두워지고 그를 비추던 등불은 꺼져 버리지. 7 그의 힘찬 걸음걸이는 좁아지고 그는 자기 꾀에 넘어간다네. 8 그는 제 발로 그물에 걸려들고 함정 위를 걸어가며 9 올가미가 그의 뒤꿈치를 움켜쥐고 그 위로 덫이 조여 오네. 10 땅에는 그를 옭아맬 밧줄이, 길 위에는 올무가 숨겨져 있네. 11 공포가 사방에서 그를 덮치고 걸음마다 그를 뒤쫓는다네. 12 그의 기력이 메말라 가 그가 넘어지면 바로 멸망이라네. 13 그의 살갗은 질병으로 문드러지고 죽음의 맏자식이 그의 사지를 갉아먹지. 14 그는 자기가 믿던 천막에서 뽑혀 공포의 임금에게 끌려가네. 15 그의 것이라고는 무엇 하나 천막 안에 남아 있지 않고 그의 소유지에는 유황이 뿌려진다네. 16 밑에서는 그의 뿌리가 마르고 위에서는 그의 줄기가 시들며 17 그에 대한 기억은 땅에서 사라지고 그의 이름은 거리에서 자취를 감추네. 18 그는 빛에서 어둠으로 내몰리고 세상에서 내쫓기어 19 그에게는 제 겨레 가운데 자손도 후손도 없고 그의 거처에는 살아남은 자 하나도 없네. 20 그의 날을 보고 서녘 사람들이 질겁하고 동녘 사람들이 몸서리치네. 21 정녕 불의한 자의 집안이 이러하고 하느님을 모르는 자의 처소가 그러하다네.
욥의 다섯째 담론 1 욥이 말을 받았다. 자네들은 언제까지 그러려나 2 자네들은 언제까지 나를 슬프게 하고 언제까지 나를 말로 짓부수려나? 3 자네들은 이미 열 번이나 나를 모욕하고 괴롭히면서 부끄러워하지도 않는구려. 4 내가 참으로 잘못했다 하더라도 그 잘못은 내 문제일세. 5 자네들은 참으로 내게 허세를 부리며 내 수치를 밝혀내려는가? 6 그렇지만 알아 두게나, 하느님께서 나를 학대하시고 나에게 당신의 그물을 덮어씌우셨음을. 원수가 되어 버리신 하느님 7 “폭력이야!” 소리쳐도 대답이 없고 호소해 보아도 법이 없네그려. 8 내가 지날 수 없게 그분께서 내 길에 담을 쌓으시고 내 앞길에 어둠을 깔아 놓으셨네. 9 나에게서 명예를 빼앗으시고 내 머리의 관을 치워 버리셨다네. 10 사방에서 나를 때려 부수시니 나는 죽어 가네. 그분께서 나의 희망을 나무처럼 뽑아 버리셨다네. 11 내 위에 당신의 분노를 태우시고 나를 당신의 원수처럼 여기시니 12 그분의 군대가 함께 몰려와 나를 치려고 길을 닦고 내 천막 둘레에 진을 쳤다네. 소외와 고통 13 내 형제들은 내게서 멀어지고 내 친구들은 남이 되어 버렸다네. 14 친척과 친지들은 떨어져 나가고 집안 식객들은 나를 잊었으며 15 계집종들은 나를 낯선 자로 여기니 저들 눈에 나는 이방인이 되었다네. 16 종을 부르건만 대답조차 하지 않아 이 입으로 그에게 애걸해야만 하네. 17 내 입김은 아내에게 메스껍고 내 몸의 자식들에게도 나는 악취를 풍긴다네. 18 어린것들조차 나를 업신여기고 내가 일어서려고만 해도 나를 두고 비아냥거리네. 19 내게 가까운 동아리도 모두 나를 역겨워하고 내가 사랑하던 자들도 내게 등을 돌리는구려. 20 내 뼈는 살가죽에 달라붙고 나는 겨우 잇몸으로 연명한다네. 21 여보게, 나의 벗들이여, 날 불쌍히 여기게나, 불쌍히 여기게나. 하느님의 손이 나를 치셨다네. 22 자네들은 어찌하여 하느님처럼 나를 몰아붙이는가? 내 살덩이만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단 말인가? 영원한 기록 23 아, 제발 누가 나의 이야기를 적어 두었으면! 제발 누가 비석에다 기록해 주었으면! 24 철필과 납으로 바위에다 영원히 새겨 주었으면! 살아 계신 구원자 25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네, 나의 구원자께서 살아 계심을. 그분께서는 마침내 먼지 위에서 일어서시리라. 26 내 살갗이 이토록 벗겨진 뒤에라도 이내 몸으로 나는 하느님을 보리라. 27 내가 기어이 뵙고자 하는 분, 내 눈은 다른 이가 아니라 바로 그분을 보리라. 속에서 내 간장이 녹아 내리는구나. 친구들에게 하는 경고 28 자네들은 “그자를 어떻게 몰아붙일까? 문제의 근원은 그에게 있지.” 하고 말들 하네만 29 칼을 두려워하게. 자네들의 격분은 칼 맞을 죄악이라네. 심판이 있음을 알아 두게나.
초바르의 둘째 담론 1 나아마 사람 초바르가 말을 받았다. 이성적 대답 2 내 생각이 이렇게 대답하라 재촉하니 내가 서두를 수밖에 없구려. 3 나를 모욕하는 질책을 들으면서도 내 정신은 나에게 이성적으로 대답해 주네. 악인의 운명 4 이런 것쯤은 자네도 예전부터 알고 있지 않나? 땅 위에 사람이 세워졌을 때부터 5 악인들의 환성은 얼마 가지 못하고 불경한 자의 기쁨은 한순간뿐임을. 6 그의 높이가 하늘까지 이르고 머리가 구름까지 닿는다 해도 7 그는 제 오물처럼 영원히 사라져 버려 그를 보던 이들은 “그가 어디 있지?” 하고 말한다네. 8 그는 아무도 찾을 수 없게 날아가 버리고 밤의 환영처럼 쫓겨나 버려 9 그를 바라보던 눈은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고 그가 있던 자리도 다시는 그를 보지 못하지. 10 그의 자식들은 가난한 이들의 비위를 맞추고 스스로 제 재산을 내놓아야 하며 11 한때 젊은 기력으로 가득 찼던 그의 뼈도 그와 함께 먼지 위에 드러눕고 만다네. 12 악이 입에 달콤하여 제 혀 밑에 그것을 감추고 13 아까워서 내놓지 않은 채 입속에 붙들고 있다 해도 14 그의 음식은 내장 속에서 썩어 배 속에서 살무사의 독으로 변한다네. 15 그는 집어삼켰던 재물을 토해 내야 하니 하느님께서 그것을 그의 배 속에서 밀어내시기 때문이지. 16 그는 살무사의 독기를 빨고 독사의 혀가 그를 죽여 17 그는 꿀과 젖이 흐르는 개울과 시내와 강을 바라보지 못하지. 18 애써 벌어들인 것을 삼키지 못한 채 되돌려야 하고 장사로 얻은 재화를 누리지 못하니 19 그가 가난한 이들을 짓밟아 내버리고 제가 짓지도 않은 집을 강탈하였기 때문일세. 20 그의 배 속은 만족을 모르니 그는 제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네. 21 그의 게걸스러움에 남아나는 것 없으니 그의 번영도 오래가지 못한다네. 22 그는 더할 나위 없는 풍요 속에서도 궁핍해지고 고통 받는 이들의 손이 모두 그를 덮치며 23 그분께서는 그의 배를 채우시려 당신 진노의 불길을 그에게 보내시고 그 위에 병기들의 비를 내리신다네. 24 그가 쇠 무기를 피하면 구리 화살이 그를 꿰뚫고 25 빼내려 하지만 그것은 등을 뚫고 나오며 시퍼런 칼끝은 그의 쓸개를 꿰찌르니 전율이 그를 엄습한다네. 26 온갖 암흑이 그의 보물을 기다리고 아무도 피우지 않은 불이 그를 삼키며 그의 천막에 살아남은 자까지 살라 버린다네. 27 하늘은 그의 죄악을 드러내고 땅은 그를 거슬러 일어선다네. 28 그의 집을 홍수가, 그분 진노의 날에 격류가 휩쓸어 가 버리지. 29 이것이 악한 사람이 하느님에게서 받을 운명이며 하느님께서 그의 것으로 선언하신 상속 재산일세.
욥의 여섯째 담론 1 욥이 말을 받았다. 호의적인 경청 2 내 말을 귀담아듣게나. 그것이 바로 자네들이 나를 위로하는 것이네. 3 참아 주게나, 내가 말을 하게. 내 말이 끝난 뒤에 비웃어도 좋네. 4 내가 사람을 원망한다는 말인가? 내가 어찌 조급하지 않을 수 있겠나? 5 나를 쳐다보게. 놀라서 손을 입에 갖다 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네. 6 나는 생각만 해도 소스라치고 전율이 내 몸을 사로잡는다네. 악인들의 성공 7 어째서 악인들은 오래 살며 늙어서조차 힘이 더하는가? 8 자식들은 그들 앞에서, 후손들은 그들 눈앞에서 든든히 자리를 잡지. 9 그들의 집은 평안하여 무서워할 일이 없고 하느님의 회초리는 그들 위에 내리지도 않아 10 그들의 수소는 영락없이 새끼를 배게 하고 그들의 암소는 유산하는 일 없이 새끼를 낳지. 11 아이들을 양 떼처럼 풀어 놓으면 그 어린것들이 마구 뛰어논다네. 12 손북과 비파에 맞추어 목청 돋우고 피리 소리에 흥겨워하며 13 행복 속에 나날을 보내다가 편안히 저승으로 내려간다네. 14 그런데도 하느님께 이런 소리나 한다네. “우리 앞에서 비키십시오. 당신의 길을 안다는 것이 우리 마음에는 내키지 않습니다. 15 전능하신 분이 무엇이기에 우리가 그를 섬기며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에게 매달리리오?” 16 그렇지만 그들의 행운은 그들 손에 달려 있는 게 아니지. 악인들의 뜻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네. 벌받지 않은 악인들 17 악인들의 등불이 얼마나 자주 꺼지던가? 받아 마땅한 파멸이 얼마나 자주 그들을 덮치던가? 그분께서 진노하시어 고통을 내리시던가? 18 그들이 바람 앞의 검불과 같고 폭풍이 휩쓸어 가는 지푸라기와 같은 적이 있는가? 19 “하느님께서는 그를 위한 재난을 그 자식들에게 내리려 간직하신다.” 하네만 그가 깨닫도록 직접 그에게 갚으셔야지. 20 그의 눈이 자기의 멸망을 보고 그 자신이 전능하신 분의 분노를 마셔야지. 21 그의 달수가 다하여 죽은 뒤에는 제 집안이 무슨 근심거리가 되겠나? 22 그러나 높은 이들을 심판하시는 분이신데 누가 하느님께 지식을 베풀 수 있겠는가? 23 어떤 이는 혈기 넘치는 가운데 무척이나 편안하고 만족스럽게 죽어 가지. 24 옆구리는 굳기름으로 가득하고 뼛골은 아직도 싱싱한 채 말일세. 25 그러나 어떤 이는 영혼의 쓰라림 속에 죽어 가지. 행복을 맛보지도 못한 채 말일세. 26 그러면서도 둘 다 먼지 위에 드러누우면 구더기들이 그들을 덮어 버리지. 27 그래, 나는 자네들의 생각을 알고 있네, 나를 해치려 꾸미는 그 속셈을 말일세. 28 자네들은 “귀족의 집이 어디 있나? 악인들이 살던 천막이 어디 있나?” 하네만 29 길손들에게 물어보지 않았나? 그들의 증언을 자네들도 부인하지는 못할 걸세. 30 악한은 멸망의 날에 제외되고 진노의 날에 구제됨을. 31 누가 눈앞에서 그의 행적을 밝혀내고 누가 그가 행한 것을 되갚으리오? 32 그가 묘지로 들려 가면 묘지기가 그 무덤을 보살피고 33 계곡의 흙더미는 그를 부드럽게 덮어 주지. 모든 사람이 그의 뒤를 따르고 그를 앞서 간 자들도 무수하다네. 34 그런데도 어떻게 자네들은 나를 헛되이 위로하려 하는가? 자네들의 대답에는 배신밖에 남아 있지 않네.
엘리파즈의 셋째 담론 1 테만 사람 엘리파즈가 말을 받았다. 인간은 하느님께 무익한 존재 2 사람이 하느님께 유익할 수 있는가? 아니지, 슬기로운 자도 자신에게만 유익하다네. 3 자네가 의롭다 하여 전능하신 분께 무슨 낙이 되며 자네가 흠 없는 길을 걷는다 하여 그분께 무슨 득이 되겠나? 4 하느님께서 자네의 경외심 때문에 자네를 꾸짖으시겠나? 자네와 함께 법정으로 가시겠나? 욥의 죄악 5 자네의 악이 크지 않은가? 자네의 죄악에 끝이 없지 않은가? 6 자네가 까닭 없이 형제들에게 담보를 강요하고 헐벗은 이들의 옷을 벗겼기 때문일세. 7 자네는 목마른 이에게 물을 주지 않았고 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을 거절하였네. 8 세상은 주먹이 센 자에게 속하고 특권을 누리는 자가 차지하지. 9 자네는 과부들을 빈손으로 내쫓고 고아들의 팔을 부러뜨렸네. 10 그래서 그물이 자네 주위를 둘러치고 공포가 갑자기 자네를 소스라치게 한다네. 11 자네는 어둠을 보지 못하는가? 자네를 뒤덮으려는 저 큰 물을? 욥의 회의적 태도 12 하느님께서는 하늘 높은 곳에 계시지 않나? 별들의 끝을 보게, 얼마나 높은지. 13 그런데 자네는 이렇게 말하는군. “하느님께서 무얼 아시리오? 먹구름을 꿰뚫어 심판하시겠는가? 14 구름이 그분을 덮어서 보지 못하시는 채 하늘가를 돌아다니실 뿐이라네.” 15 자네는 그 옛길을 따라가려는가? 사악한 인간들이 걸어간 그 길을? 16 때가 되기도 전에 잡아채이고 그 터전이 강물에 휩쓸린 그들 말일세. 17 그들은 하느님께 “우리 앞에서 비키십시오. 전능하신 분이라고 우리에게 무얼 할 수 있으리오?” 하였지만 18 그들의 집을 좋은 것으로 채워 주신 분은 바로 그분이시지. 그렇지만 악인들의 뜻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네. 19 의인들은 보고 즐거워하며 무죄한 이는 그들을 비웃네. 20 “정녕 우리의 적은 멸망하고 그들에게 남은 것은 불이 삼켜 버렸다네.” 화해의 열매 21 자, 이제 그분과 화해하여 평화를 되찾게. 그러면 자네에게 행복이 찾아올 것일세. 22 그분 입에서 나오는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그분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 두게. 23 자네가 전능하신 분께 돌아오면 회복될 걸세. 자네 천막에서 불의를 치워 버린다면 말일세. 24 먼지 위로 금을 내던져 버리게. 오피르의 순금까지도 개울의 돌들 사이로 말이네. 25 그러면 전능하신 분께서 자네의 금이 되시고 자네에게 최상품의 은이 되실 것이네. 26 그러면 전능하신 분께서 자네의 기쁨이 되시고 자네는 하느님께 얼굴을 들게 될 것일세. 27 자네가 그분께 기도하면 들어 주셔서 자네의 서원들을 채우게 될 걸세. 28 자네가 일을 결정하면 이루어지고 자네의 길에 광명이 비칠 것이네. 29 사람들이 내리눌리면 자네는 “일어서게.” 하고 그분께서는 기가 꺾인 이들을 구해 주신다네. 30 그분께서는 무죄하지 않은 이도 구원하시리니 자네 손의 결백함 덕분에 그는 구원될 것이네.
욥의 일곱째 담론 1 욥이 말을 받았다. 하느님의 부재 2 오늘도 나의 탄식은 쓰디쓰고 신음을 막는 내 손은 무겁기만 하구려. 3 아, 그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알기만 하면 그분의 거처까지 찾아가련마는. 4 그분 앞에 소송물을 펼쳐 놓고 내 입을 변론으로 가득 채우련마는. 5 그분께서 나에게 어떤 답변을 하시는지 알아듣고 그분께서 나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하련마는. 6 그분께서는 그 큰 힘으로 나와 대결하시려나? 아니, 나에게 관심이라도 두기만 하신다면. 7 그러면 올곧은 이는 그분과 소송할 수 있고 나는 내 재판관에게서 영원히 풀려나련마는. 8 그런데 동녘으로 가도 그분께서는 계시지 않고 서녘으로 가도 그분을 찾아낼 수가 없구려. 9 북녘에서 일하시나 하건만 눈에 뜨이지 않으시고 남녘으로 방향을 바꾸셨나 하건만 뵈올 수가 없구려. 하느님의 현존 10 그분께서는 내 길을 알고 계시니 나를 시금해 보시면 내가 순금으로 나오련마는. 11 내 발은 그분의 발자취를 놓치지 않았고 나는 그분의 길을 지켜 빗나가지 않았네. 12 그분 입술에서 나온 계명을 벗어나지 않았고 내 결정보다 그분 입에서 나온 말씀을 더 소중히 간직하였네. 13 그러나 그분은 유일하신 분, 누가 그분을 말릴 수 있으리오? 그분께서 원하시면 해내고야 마시거늘. 14 나에 대해 결정하신 바를 마무리하시리니 이런 일들이 그분께는 많기도 하다네. 15 그러니 그분 앞에서 내가 소스라치고 생각만 해도 그분을 무서워할 수밖에. 16 하느님께서는 내 마음을 여리게 만드시고 전능하신 분께서는 나를 소스라치게 하신다네. 17 정녕 나는 어둠 앞에서 멸망해 가고 내 앞에는 암흑만 뒤덮여 있을 따름이네.
사회의 불의 1 어찌하여 전능하신 분께는 시간이 없단 말인가? 어찌하여 그분을 아는 이들이 그분의 날을 보지 못하는가? 2 사람들은 경계선을 밀어내고 가축 떼를 빼앗아 기르며 3 고아들의 나귀를 끌어가고 과부의 소를 담보로 잡는데. 4 가난한 이들을 길에서 내쫓으니 이 땅의 가련한 이들은 죄다 숨을 수밖에. 5 그들은 광야의 들나귀처럼 먹이를 찾아서 일하러 나가네. 그들에게는 사막이 자식들을 위한 양식이 있는 곳. 6 그들은 들에서 꼴을 거두어들이고 악인의 포도밭에서 남은 것을 따 들이네. 7 알몸으로 밤을 지새네, 옷도 없이, 추위에 덮을 것도 없이. 8 산의 폭우로 흠뻑 젖은 채 피할 데 없어 바위에 매달리네. 9 그들은 아버지 없는 자식을 젖가슴에서 빼앗아 가고 가련한 이가 위에 걸친 것을 담보로 잡는다네. 10 그들은 알몸으로 옷도 없이 돌아다니고 굶주린 채 곡식 단을 나르며 11 돌담 사이에서 기름을 짜고 목마른 채 포도 확을 밟는다네. 12 성읍에서는 사람들이 신음하고 치명상을 입은 이들이 도움을 빌건만 하느님께서는 이 부당함에 관심도 두지 않으시는구려. 빛의 적들 13 이들은 빛의 적이 된 자들, 광명의 길에 익숙하지도 않고 그 행로에 머무르지도 않는다네. 14 살인자는 새벽같이 일어나 가련한 이와 가난한 이를 살해하고 밤에는 도둑처럼 된다네. 15 땅거미가 지기를 노리는 간음자의 눈, ‘어떤 눈도 나를 못 보리라.’ 생각하며 얼굴에 가리개를 쓰네. 16 도둑은 어둠 속에서 남의 집에 침입하고 낮에는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니 빛을 알지 못한다네. 17 저들 모두에게는 아침도 암흑이니 암흑의 공포에 익숙하기 때문이네. 악인의 운명 18 그는 삽시간에 물 위로 떠내려가고 그의 토지는 이 땅에서 저주를 받아 그는 포도밭 가는 길에 들어서지도 못하네. 19 가뭄과 더위가 눈 녹은 물을 빼앗아 가듯 저승도 죄지은 자들을 채 가 버리네. 20 모태조차 그를 잊고 구더기가 그를 빨아 먹네. 아무도 그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으리니 불의가 나무처럼 부러지네. 21 그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을 착취하고 과부에게 선행이라고는 베푼 적이 없기 때문이지. 22 그분께서 힘 있는 자들을 당신 권능으로 오래 살게 하시어 그가 번창한다 해도 제 생명에는 자신이 없다네. 23 그를 편안하게 하시어 그가 힘을 얻고 그분의 눈이 그의 길을 살피시어 24 이런 자들이 높아진다 해도 조금 뒤에는 이미 없어지고 땅에 떨어져 풀처럼 오그라들며 이삭 끝처럼 메말라 가네. 25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면 누가 나를 거짓말쟁이라 하고 누가 내 말을 무효로 만들 수 있겠는가?
빌닷의 셋째 담론 1 수아 사람 빌닷이 말을 받았다. 하느님의 통치권 2 그분께는 주권과 공포가 있네, 당신의 높은 곳에 평화를 이루시는 분. 3 그분의 군대를 셀 수 있으랴? 누구 위에 그분 빛이 떠오르지 않으랴? 4 하느님 앞에 사람이 어찌 의롭다 하리오? 여인에게서 난 자가 어찌 결백하다 하리오? 5 보게나, 달도 밝지 않고 별들도 그분 눈에는 맑지 않건만 6 하물며 벌레 같은 사람 구더기 같은 인생이랴?
욥의 여덟째 담론 1 욥이 말을 받았다. 빌닷에게 하는 대답 2 자네는 힘없는 이를 잘도 도와주고 맥없는 팔을 잘도 붙들어 주는군. 3 지혜가 없는 이에게 잘도 충고하고 슬기를 퍽도 많이 깨우쳐 주는군. 4 자네는 누구에게 말을 늘어놓는가? 자네에게서 나오는 것은 누구의 숨결인가? 하느님의 초월성 5 그림자들이 몸서리치네, 물 밑에서 그 주민들과 함께. 6 그분 앞에서는 저승도 벌거숭이 멸망의 나라도 가릴 것이 없네. 7 북녘을 허공 위에 펼치시고 땅을 허무 위에 매다신 분. 8 그분께서 물을 당신의 구름으로 싸매시니 구름 덩이가 그 물 밑에서 터지지 않네. 9 어좌 위에 당신의 구름 덩이를 펴시어 그 겉모양을 가리신 분. 10 빛이 어둠과 만나는 곳까지 물의 겉면에 둥근 경계를 지으셨네. 11 그분의 꾸지람에 하늘의 기둥들이 뒤흔들리며 놀라네. 12 당신 힘으로 바다를 놀라게 하시고 당신 통찰로 라합을 쳐부수셨네. 13 그분의 바람으로 하늘은 맑아지고 그분의 손은 ‘도망치는 뱀’을 꿰찌르셨네. 14 이것들은 그분 길의 한 조각일 뿐, 그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작은 속삭임만 듣고 있나? 그러니 그분 권능의 천둥소리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나?
욥의 여덟째 담론의 계속 1 욥이 말을 계속하였다. 무고 선언 2 나의 권리를 박탈하신 하느님께서 살아 계시는 한 내 영을 쓰라리게 하신 전능하신 분께서 살아 계시는 한 3 나에게 목숨이 붙어 있는 한 하느님의 숨이 내 코에 있는 한 4 맹세코 내 입술은 허위를 말하지 않고 내 혀는 거짓을 이야기하지 않으리라. 5 나는 결단코 자네들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네. 죽기까지 나의 흠 없음을 포기하지 않겠네. 6 나의 정당함을 움켜쥐고 놓지 않으며 내 양심은 내 생애 어떤 날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리라. 7 나의 적은 악인처럼, 나의 적대자는 불의한 자처럼 되어라. 8 불경한 자가 잘려 나가면 무슨 희망을 가지랴? 하느님께서 그의 목숨을 빼내 가 버리시면? 9 재앙이 그에게 닥쳤을 때 하느님께서 그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겠는가? 10 아니면 전능하신 분께서 그의 즐거움이 되시겠는가? 그가 계속하여 하느님을 부르겠는가? 악인의 운명 11 나는 자네들에게 하느님의 권능을 가르쳐 주고 전능하신 분께 있는 것을 감추지 않겠네. 12 자, 자네들도 모두 보지 않았나? 그런데 어찌하여 헛된 생각에 빠져들 있나? 13 이것이 악한 인간이 하느님에게서 받을 운명이요 난폭한 자들이 전능하신 분에게서 받을 상속 재산일세. 14 그의 자식들이 많다 해도 칼에 맞고 그의 후손들은 양식을 배불리 먹지 못하네. 15 생존자들은 흑사병으로 묻히고 그 과부들은 곡을 하지도 못하지. 16 그가 은을 흙가루처럼 쌓아 올리고 옷을 흙더미처럼 쌓아 둔다 하여도, 17 그가 그렇게 쌓아 둔다 하여도 의인이 그것을 입고 무죄한 이가 그 은을 나누어 가지네. 18 그는 좀 벌레처럼 제집을 지은 것이지. 파수꾼이 만든 초막처럼 말일세. 19 부자로 잠자리에 들지만 그것이 마지막 눈을 뜨면 이미 아무것도 없지. 20 공포가 홍수처럼 그를 덮치고 밤에는 폭풍이 그를 휩쓸어 가 버리네. 21 샛바람이 그를 불어 올리니 그는 사라져 가네. 샛바람이 그를 그 자리에서 날려 버린다네. 22 그에게 사정없이 몰아치니 그 손에서 달아나려고 바둥댈 뿐. 23 사람들은 그를 보며 손바닥을 쳐 대고 휘파람 소리 내며 그를 그 자리에서 내쫓는다네.
지혜 찬가 인간의 채광 기술 1 정녕 은에는 산지가 있고 금에는 제련하는 곳이 있다네. 2 쇠는 땅에서 얻어지고 구리는 바위를 녹여 붓는다네. 3 어둠에 경계를 두고 막장 속마다 찾는다네, 암흑과 흑암 속의 돌을. 4 인가에서 먼 곳에, 사람 발에 잊혀진 곳에 갱도를 파 사람들에게서 떨어진 채 매달려 흔들거리네. 5 땅에서는 양식이 솟아나지만 그 밑은 불로 뒤집힌다네. 6 그곳의 돌은 청옥의 자리 흙가루는 금을 품고 있다네. 7 그 길은 어떤 맹금도 알지 못하고 어떤 매의 눈도 본 적이 없으며 8 야수들도 디뎌 본 적이 없고 사자도 그 위를 밟아 본 적이 없네. 9 단단한 암석에 손을 대어 산들을 뿌리째 파헤치네. 10 바위에 갱로를 뚫어 그의 눈은 온갖 보석을 확인하고 11 물줄기를 흐르지 않게 막고서는 숨겨진 것들을 밝은 데로 가져온다네. 돈으로 살 수 없는 지혜의 가치 12 그러나 지혜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으리오? 슬기의 자리는 어디리오? 13 사람은 그것에 이르는 길을 알지 못하고 생물들의 땅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네. 14 대양도 “나에게는 그것이 없어.” 하고 바다도 “그것은 내 곁에 없어.” 한다네. 15 금 덩어리로도 얻을 수 없고 그 값은 은으로도 잴 수 없으며 16 오피르의 순금으로도 살 수 없고 값진 마노나 청옥으로도 안 되네. 17 금과 유리도 그와 같을 수 없고 진금 그릇들과도 바꿀 수 없으며 18 산호와 수정도 말할 나위 없으니 지혜의 값어치는 진주보다 더하네. 19 에티오피아의 황옥도 그와 같을 수 없으며 순금으로도 그것을 살 수 없다네. 지혜를 홀로 아시는 하느님 20 지혜가 어디에서 오리오? 슬기의 자리는 어디리오? 21 모든 생물의 눈에 감추어져 있고 하늘의 새들에게도 숨겨져 있다네. 22 멸망의 나라와 죽음도 “우리 귀로 그에 대한 풍문은 들었지.” 한다네. 23 하느님께서 지혜에 이르는 길을 식별해 내시고 그 자리를 알고 계시니 24 그분께서는 땅 끝까지 살피시고 하늘 아래 모든 것을 보시기 때문이지. 25 바람의 무게를 정하시고 물의 양을 결정하실 때 26 비의 법칙과 뇌성 번개의 길을 정하실 때 27 그분께서 지혜를 보고 헤아리셨으며 그를 세우고 살피셨다네. 사람을 위한 지혜 28 그러고서는 사람에게 말씀하셨네. “보아라, 주님을 경외함이 곧 지혜며 악을 피함이 슬기다.”
욥의 독백 1 욥이 말을 계속하였다. 예전의 행복 2 아, 지난 세월 같았으면! 하느님께서 나를 보살피시던 날들. 3 그분의 등불이 내 머리 위를 비추고 그분 빛으로 내가 어둠 속을 걷던 시절. 4 내 나이 한창이었고 하느님의 우정이 내 천막을 감싸던 때. 5 전능하신 분께서 아직 나와 함께 계시고 내 아이들이 내 둘레에 있던 때. 6 내가 우유로 발을 씻고 바위는 내게 기름을 시내처럼 흘려 주던 시절. 7 내가 성문에 나가 광장에 자리를 잡으면 8 나를 보고 젊은이들은 물러서고 늙은이들은 몸을 일으켜 세웠지. 9 고관들은 말을 삼가고 손을 입에 갖다 대었으며 10 귀족들은 소리를 죽이고 그들의 혀는 입천장에 붙었지. 11 귀는 내 말을 듣고 나를 복되다 말하며 눈은 나를 보고 기리며 증언하였지. 12 하소연하는 가련한 이와 도와줄 이 없는 고아를 내가 구해 주었기 때문이네. 13 죽어 가는 이의 축복이 나에게 쏟아지고 나는 과부의 슬픈 마음을 환호하게 하였지. 14 나는 정의로 옷 입고 정의는 나로 옷 입었으며 나의 공정은 겉옷이요 터번과도 같았지. 15 나는 눈먼 이에게 눈이 되고 다리저는 이에게 다리가 되어 주었지. 16 가난한 이들에게는 아버지였고 알지 못하는 이의 소송도 살폈으며 17 불의한 자의 이를 부수고 그 입에서 약탈물을 내뱉게 하였지. 18 그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지. ‘내 보금자리에서 눈을 감고 내가 살 날을 모래알처럼 많게 하리라. 19 내 뿌리는 물가로 뻗어 내 가지에서는 이슬이 밤을 새우리라. 20 내 명예는 나와 함께 늘 새롭고 내 손의 활은 젊음을 유지하리라.’ 21 사람들은 기대에 차 내 말을 듣고 나의 권고에 묵묵히 귀 기울였으며 22 내 이야기에 사람들은 두말하지 않았고 내 말은 그들 위로 방울져 흘렀지. 23 그들은 나를 비처럼 고대하였고 봄비를 향하듯 입을 벌렸지. 24 내가 웃으면 그들은 황송하여 믿기지 않아 하였고 내 얼굴빛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하였지. 25 나는 그들의 길을 선택해 주고 으뜸으로 좌정하였으며 군대를 거느린 임금처럼 자리 잡고 앉아 26 애도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사람과도 같았지.
지금의 불행 1 그러나 이제는 나를 비웃네, 나보다 나이 어린 자들이. 나는 그 아비들을 내 양 떼를 지키는 개들과도 앉히려 하지 않았을 터인데. 2 그들에게서 혈기가 빠져나가 버렸는데 그들 손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3 가난과 굶주림으로 바싹 야윈 채 메마른 땅을, 황폐하고 황량한 광야를 갉아 먹는 그들. 4 덤불 가에서 짠나물을 캐고 싸리나무 뿌리가 그들의 양식이라네. 5 그들은 무리에서 쫓겨나고 사람들은 그들에게 도둑인 양 소리 지르지. 6 그들은 골짜기의 벼랑에, 땅굴과 바위에 살아야 하는 자들. 7 덤불 사이에서 소리 지르고 쐐기풀 밑으로 떼지어 모여드는 8 어리석고 이름도 없는 종자들 이 땅에서 회초리로 쫓겨난 자들이라네. 9 그러나 이제는 내가 조롱의 노랫거리가 되고 그들에게 이야깃거리가 되었네. 10 그들은 나를 역겨워하며 내게서 멀어지고 내 얼굴에다 서슴지 않고 침을 뱉는구려. 11 그분께서 내 울타리를 헤치시고 나를 괴롭히시니 그들이 내 앞에서 방자하게 구는구려. 12 오른쪽에서 떼거리가 들고일어나 나를 몰아대고 나를 거슬러 멸망의 길을 닦는다네. 13 내 길을 망가뜨리며 나의 파멸을 부추겨도 저들을 거슬러 나를 도울 이 없어 14 확 트인 돌파구로 들이닥치듯 쳐들어오고 폐허 가운데로 밀려드네. 15 공포가 내게 밀어닥쳐 내 위엄은 바람처럼 쫓겨 가고 행복은 구름처럼 흘러가 버렸네. 16 이제 내 넋은 빠져 버리고 고통의 나날만이 나를 사로잡는구려. 17 밤은 내 뼈를 깎아 내고 나를 갉아먹는 고통은 잠들지 않네. 18 엄청난 힘으로 내 옷은 쭈그러지고 그분께서는 웃옷의 옷깃처럼 나를 졸라매시네. 19 그분께서 나를 진창에다 내던지시니 나는 먼지와 재처럼 되고 말았네. 20 제가 부르짖어도 당신께서는 대답하지 않으시고 줄곧 서 있어도 당신께서는 저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십니다. 21 무자비하게도 변하신 당신, 당신 손의 그 완력으로 저를 핍박하십니다. 22 저를 바람에 실어 보내시고 폭풍 속에 내팽개치셨습니다. 23 당신께서 저를 죽음으로, 산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곳으로 몰고 가심을 저는 압니다. 24 그러나 폐허 더미 속에서 누가 손을 내뻗지 않으며 재난 속에서 누가 부르짖지 않으랴? 25 나는 삶이 괴로운 이를 위하여 울지 않았던가? 내 영혼은 가난한 이를 위하여 슬퍼하지 않았던가? 26 그렇건만 선을 기다렸는데 악이 닥쳐오고 빛을 바랐는데 어둠이 닥쳐오는구려. 27 속은 쉴 새 없이 끓어오르고 고통의 나날은 다가오네. 28 나는 햇볕도 없는데 까맣게 탄 채 돌아다니고 회중 가운데 일어서서 도움을 빌어야 하네. 29 나는 승냥이들의 형제요 타조들의 벗이 된 채 30 살갗은 까맣게 벗겨지고 뼈는 열기로 타오르네. 31 내 비파는 애도의 소리가 되고 내 피리는 곡하는 이들의 소리가 되었네.
무고 선언 1 나는 내 눈과 계약을 맺었는데 어찌 젊은 여자에게 눈길을 보내리오? 2 위의 하느님에게서 오는 몫이 무엇이고 높은 곳의 전능하신 분에게서 오는 상속 재산이 무엇인가? 3 불의한 자에게는 환난, 나쁜 짓 하는 자들에게는 재난이 아닌가? 4 그분께서 내 길을 보시고 내 발걸음을 낱낱이 세지 않으시는가? 5 내가 만일 거짓 속에 걸어왔고 남을 속이려고 내 발이 서둘렀다면 6 나를 바른 저울판에 달아 보시라지. 그러면 하느님께서 내가 흠 없음을 알게 되실 것이네. 7 만일 내 발걸음이 길에서 벗어나고 내 마음이 눈을 따라다녔으며 내 손에 얼룩이 묻어 있다면 8 내가 뿌린 것을 남이 먹고 내 농작물은 뿌리째 뽑혀도 괜찮네. 9 만일 내 마음이 여인에게 끌리어 내가 이웃의 문을 엿보았다면 10 내 아내가 남을 위해 맷돌을 돌리고 다른 이들이 그 여자를 범해도 괜찮네. 11 그것은 추행이요 심판받아 마땅한 죄악이기 때문일세. 12 그것은 멸망의 나라에 이를 때까지 삼켜 버리는 불 내 모든 소출을 뿌리째 없애 버릴 것이네. 13 남종과 여종이 내게 불평할 때 내가 만일 그들의 권리를 무시하였다면 14 하느님께서 일어나실 때 내가 무엇을 하고 그분께서 신문하실 때 내가 무어라 대답하리오? 15 어머니 배에서 나를 만드신 분이 그도 만드시고 바로 그분께서 우리를 모태에서 지어 내지 않으셨던가? 16 내가 만일 가난한 사람들의 소망을 물리치고 과부의 눈을 흐리게 하였다면 17 내 빵 조각을 나 혼자 먹고 고아는 그것을 얻어먹지 못하였다면 18 ─ 내 어릴 때부터 그는 내가 아버지인 양 내 곁에서 자랐고 내 어머니 배 속에서부터 나는 그 여자를 이끌었지. ─ 19 내가 만일 헐벗은 채 버려진 이, 덮을 것도 없는 가련한 이를 보았는데 20 그의 허리가 나를 축복하지 않고 그가 내 양털로 따뜻해지지 않았다면 21 성문에서 지지를 받으리라 여기며 내가 고아에게 손을 휘둘렀다면 22 내 어깨가 죽지에서 떨어져 나가고 내 팔이 팔꿈치에서 부러져도 괜찮네. 23 하느님의 파멸이 나에게는 두려울 수밖에 없고 그분의 엄위를 내가 견디어 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일세. 24 내가 만일 황금에다 내 신뢰를 두고 순금을 나의 믿음이라고 불렀다면 25 내가 만일 재산이 많다고, 내 손이 큰일을 이루었다고 기뻐하였다면 26 내가 만일 빛이 환하게 비추는 것이나 달이 휘영청 떠가는 것을 쳐다보며 27 내 마음이 남몰래 유혹을 받아 손으로 입맞춤을 보냈다면 28 이 또한 심판받아 마땅한 죄악이니 위에 계시는 하느님을 배신하는 일이기 때문일세. 29 내가 만일 원수의 불운을 기뻐하고 그에게 불행이 내리는 것을 즐거워하였다면 30 ─ 나는 저주로 그의 생명을 요구하여 내 입이 죄짓도록 버려둔 적이 없다네. ─ 31 “그의 고기를 배불리 먹지 않은 자 누가 있으리오!” 하고 내 천막의 사람들이 말하지 않았다면 32 ─ 나는 언제나 길손에게 문을 열어 놓아 나그네가 밖에서 밤을 새운 일이 없다네. ─ 33 내가 만일 내 죄악을 가슴속에 숨겨 사람들이 하듯 내 잘못을 감추었다면 34 내가 만일 큰 군중을 두려워하고 여러 가문의 경멸을 무서워하여 잘못을 감추려 입 다물고 문을 나서지 않았다면...... 마지막 도전 35 아, 제발 누가 내 말을 들어 주었으면! 여기 내 서명이 있다. 이제는 전능하신 분께서 대답하실 차례! 나의 고소인이 쓴 고소장은 어디 있는가? 36 나 그것을 반드시 내 등에 지고 다니며 면류관처럼 그것을 두르련만. 37 그분께 내 발걸음을 낱낱이 밝히고 나 제후처럼 그분께 다가가련만. 38 만일 내 밭이 나를 거슬러 울부짖고 그 이랑들도 함께 울어 댔다면 39 내가 만일 값을 치르지 않고 그 수확을 빼앗으며 그 주인들을 상심하게 하였다면 40 밀 대신 엉겅퀴가 나오고 보리 대신 잡초가 자라도 괜찮네. 이로써 욥의 말은 끝난다.
엘리후의 연설 1 마침내 이 세 사람은 욥에게 대답하기를 멈추었다. 그가 자신을 의롭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2 그러자 람 가문 출신의 부즈 사람, 바라크엘의 아들 엘리후가 화를 내었다. 욥이 스스로 하느님보다 의롭다고 주장하므로 화를 낸 것이다. 3 그는 세 친구에게도 화를 내었다. 그들이 대답할 말도 찾지 못하면서 욥을 단죄하였기 때문이다. 4 그러나 엘리후는 그들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기 때문에, 욥에게 말할 기회를 기다렸다. 5 엘리후는 그 세 사람이 더 이상 대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화를 낸 것이다. 엘리후의 첫째 담론 지혜와 연륜 6 그리하여 부즈 사람 바라크엘의 아들 엘리후가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저는 나이가 어리고 여러분은 연로하십니다. 그래서 제 소견을 여쭙기가 두렵고 무서웠습니다. 7 저는 ‘나이가 말을 하고 연륜이 지혜를 가르쳐야지.’ 생각하였습니다. 8 그렇지만 사람 안에 있는 영이, 전능하신 분의 입김이 사람을 깨우치는 것이더군요. 9 연만하다고 지혜로운 게 아니요 연로하다고 올바른 것을 깨닫는 게 아니랍니다. 10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니 들어 보십시오. 저도 제 소견을 여쭙겠습니다. 11 보십시오, 저는 여러분의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여러분이 말을 고르시는 동안 여러분의 이론을 귀여겨들었습니다. 12 저는 여러분에게 주의를 기울였는데 보십시오, 아무도 욥에게 논박하지 못하고 여러분 가운데 아무도 그에게 응수하지 못하십니다. 13 “우리는 지혜를 발견했어.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를 물리치셔야지.” 하고 말하지 마십시오. 14 그가 저에게 말을 걸지 않았기에 저는 그에게 여러분의 언설로 대답하지 않으렵니다. 15 그들은 당황하여 더 이상 대답하지 못하고 말문이 막혀 버렸네. 16 그들이 말을 못하고 더 이상 대답하지 못하고 서 있는데 나도 기다려야 하나? 17 이제는 나도 내 몫으로 대답하리라. 나도 내 의견을 제시하리라. 18 나는 하고픈 말로 가득하고 속에서는 영이 말하고파 나를 다그친다네. 19 내 속은 바람구멍 없는 술통 같고 새 술 부대처럼 터져 버리려 하네. 20 속이 후련하게 말을 해야지. 입술을 열고 대답해야지. 21 어떤 인간의 편도 들지 않고 어떤 사람에게도 아첨하지 않으리라. 22 나는 아첨할 줄 모른다네. 그랬다가는 나를 만드신 분께서 나를 당장 앗아 가시리라.
욥에게 맞서다 1 그렇지만 이제 욥이시여, 제 말을 들으십시오. 제가 하는 모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2 자, 이제 제가 입을 열고 제 입의 혀로 이야기하렵니다. 3 제 말은 마음의 정직함에서 나옵니다. 제 입술로 아는 것을 솔직히 토로하렵니다. 4 하느님의 영이 저를 만드시고 전능하신 분의 입김이 제게 생명을 주셨답니다. 5 할 수만 있다면 제게 대답해 보십시오. 채비를 하고 저에게 맞서 보십시오. 6 자, 하느님께는 저도 당신과 같은 몸, 저 또한 진흙으로 빚어진 몸이랍니다. 7 저에 대한 공포가 당신을 덮치거나 저에 대한 압박감이 당신을 짓누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욥의 잘못 8 그렇지만 당신은 제 귀에다 이야기하시어 저는 당신의 말소리를 들었습니다. 9 “나는 결백하여 잘못이 없고 순결하여 죄가 없다네. 10 그런데도 그분께서는 내게서 구실을 찾아내시어 나를 당신의 원수로 여기시네. 11 내 발에 차꼬를 채우시고 나의 길을 모두 지켜보시네.” 12 저는 이 점에서 당신이 옳지 못하다고 대답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보다 위대하십니다. 13 어찌하여 당신은 그분과 싸우십니까? 그분께서 사람의 말에 낱낱이 대답하시지 않기 때문입니까? 14 하느님께서는 한 번 말씀하시고 또 두 번 말씀하십니다, 다만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할 뿐. 15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자리 위에서 잠들었을 때 꿈과 밤의 환상 속에서 16 그분께서는 사람들의 귀를 여시고 환영으로 그들을 질겁하게 하십니다. 17 그것은 사람을 제 행실에서 떼어 놓고 인간에게서 교만을 잘라 내 버리시려는 것입니다. 18 이렇게 그의 목숨을 구렁에서 보호하시고 그의 생명이 수로를 건너지 않게 하신답니다. 19 그는 잠자리에서 고통을 당하고 뼈마디가 끊임없이 쑤시는 형벌을 받아 20 그의 생명은 음식을 지겨워하고 그의 목숨은 바라던 요리도 싫어하게 된답니다. 21 그의 살은 말라 마침내 볼 수조차 없고 보이지 않던 그의 뼈들은 앙상하게 드러난답니다. 22 그리하여 그의 목숨은 구렁에, 그의 생명은 죽음의 사자에게 다가갑니다. 중개자와 하느님의 구원 23 사람에게 바른 것을 알려 주려고 그 옆의 천사가, 천 명 가운데 한 중개자가 24 그를 불쌍히 여겨 “그가 구렁으로 내려가지 않게 해 주십시오. 제가 그를 위한 속전을 찾았습니다.” 하고 말한다면 25 그의 살은 젊음의 탄력을 되찾고 한창이던 때로 돌아간답니다. 26 그가 하느님께 기도하면 그를 받아들이시어 그는 환호하며 그분의 얼굴을 뵙고 그분께서는 사람에게 그의 의로움을 되찾아 주신답니다. 27 그러면 그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며 말할 것입니다. “내가 죄를 짓고 바른 것을 왜곡하였지만 그에 마땅한 벌을 받지 않았네. 28 그분께서 구렁으로 떨어지는 내 목숨을 구하시어 내 생명이 빛을 즐거이 바라보네.” 29 자, 이 모두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 사람에게 두 번 세 번 그렇게 해 주시니 30 그의 목숨을 구렁에서 되돌리시고 그를 생명의 빛으로 비추시려는 것입니다. 욥에게 다시 맞서다 31 욥이시여, 주의를 기울여 제 말을 들으십시오. 제가 말씀드리겠으니 잠잠히 계십시오. 32 하실 말이 있거든 제게 대답하십시오. 말씀하십시오. 저도 당신이 정당함을 인정하고 싶습니다. 33 없거든 당신이 제 말을 들으십시오. 당신께 지혜를 가르쳐 드리겠으니 잠잠히 계십시오.
엘리후의 둘째 담론 1 엘리후가 말을 계속하였다. 욥의 오류 2 현인들이여, 제 말을 들으십시오. 유식한 이들이여, 저에게 귀를 기울이십시오. 3 입이 음식 맛을 보듯 귀는 말을 식별한답니다.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우리 가려보고 4 무엇이 좋은 것인지 알아봅시다. 5 욥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죄가 없는데 하느님께서 내 권리를 박탈하셨네. 6 올바른데도 나는 거짓말쟁이가 되고 잘못이 없는데도 화살 맞은 내 상처는 아물지 않네.” 7 비꼬기를 물 마시듯 하는 욥과 같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8 그는 나쁜 짓 하는 자들과 한패 되어 다니고 악한 사내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며 9 “하느님과 잘 지내 봐야 사람에게는 이득이 없는 법!” 하고 말합니다. 전능하신 분의 정의 10 그러나 지각 있는 사람들이여 제 말을 들으십시오. 하느님께서는 결단코 악을 행하지 않으시고 전능하신 분께서는 불의를 저지르지 않으십니다. 11 그분께서는 사람에게 그 행실대로 되갚으시고 인간을 그 길에 따라 대하십니다. 12 참으로 하느님께서는 악을 행하지 않으시고 전능하신 분께서는 올바른 것을 왜곡하지 않으십니다. 13 누가 그분께 세상을 맡겼습니까? 누가 온 누리를 세웠습니까? 14 당신의 영을 되돌리시고 당신의 입김을 도로 거두시면 15 모든 육체는 다 죽어 가고 사람은 티끌로 돌아간답니다. 의로운 통치 16 분별력이 있다면 이 말을 들으십시오. 제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17 올바른 것을 미워하는 자가 다스릴 수 있습니까? 당신은 의롭고 강하신 분을 단죄하려 합니까? 18 임금에게 “쓸모없는 자!”, 귀족들에게 “악인!”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을? 19 제후들이라 해서 편들지 않으시고 부자라 해서 가난한 이보다 우대하지 않으시는 분을? 그들이 모두 그분 손의 작품이 아닙니까? 20 한밤중 그들은 한순간에 죽어 가고 백성은 혼란에 빠져 사라지며 강자는 제거되는데 인간의 손이 하는 일이 아니랍니다. 21 그분의 눈은 사람의 길 위에 있어 그의 걸음을 낱낱이 보십니다. 22 나쁜 짓 하는 자들이 숨을 수 있는 어떤 어둠도 어떤 암흑도 없습니다. 23 하느님께 심판받으러 가는 시간을 사람이 정하는 게 아닙니다. 24 강호들을 문초할 필요도 없이 꺾으시고 그들 대신 다른 이들을 세우십니다. 25 이렇게 그들의 행실을 알고 계시어 밤중에 뒤엎으시니 그들은 파멸됩니다. 26 악인들이기에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을 처벌하십니다. 27 그들이 그분 뒤를 따르려 하지 않고 그분의 길은 하나도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28 억눌린 이의 울부짖음이 그분께 다다르게 하니 그분께서는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신답니다. 29 그분께서 침묵을 지키신다고 누가 그분을 단죄하며 그분께서 얼굴을 감추시면 누가 그분을 보겠습니까? 그러나 그분께서는 민족 위에, 모든 사람 위에 계시니 30 불경스런 인간은 다스리지 못하고 백성에게 올가미를 놓지 못합니다. 욥의 반항 31 누가 하느님께 이렇게 말씀드린다고 합시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과오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32 제가 보지 못하는 것을 당신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제가 불의를 저질렀다면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 33 당신 생각에는 그분께서 그 불의를 응징하셔야 합니까? 당신이 단순히 그를 싫어하기 때문에? 당신이 선택하셔야 합니다. 제가 아닙니다. 무엇을 알고 계십니까? 말씀해 보십시오. 34 지각 있는 사람들은 저에게 말할 것입니다. 제 말을 들은 지혜로운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35 “욥은 알지도 못하면서 말하는군. 그의 말은 현명하지 못해.” 36 아, 욥이 철저히 조사를 받는다면! 간악한 사람들 사이에서나 듣는 대답을 하니 37 그가 자기의 죄악에다 반항 죄를 더하고 우리 사이에서 손바닥을 쳐 대며 하느님을 거역하는 말을 더해 가기 때문입니다.
엘리후의 셋째 담론 1 엘리후가 말을 계속하였다. 하느님의 초연성 2 “나는 하느님보다 의롭다.” 하고 말하는 것을 당신은 옳은 일이라고 여기십니까? 3 “당신께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죄짓지 않는다고 저에게 무슨 이득이 있습니까?” 하는 것을? 4 제가 당신께 대답하겠습니다. 당신 곁에 있는 친구 분들에게도 대답하겠습니다. 5 하늘을 우러러보십시오. 당신보다 높이 떠 있는 구름을 쳐다보십시오. 6 당신이 죄지었다 한들 그분께 무슨 해를 끼치며 당신의 죄악이 많다 한들 그분께 무엇을 어찌하겠습니까? 7 당신이 의롭다 한들 그분께 무엇을 드리며 그분께서는 당신 손에서 무엇을 얻으시겠습니까? 8 당신의 불의는 당신 같은 인간에게나 해당되고 당신의 정의는 사람에게나 해당된답니다. 하느님의 지고한 정의 9 과중한 억압 때문에 울부짖고 강자들의 폭력 때문에 부르짖으면서도 10 아무도 말하지 않습니다. “나를 만드신 하느님께서는 어디 계신가? 밤에도 노래 부르게 하시는 분, 11 우리를 들의 짐승보다 더 많이 깨우치시고 하늘의 새보다 슬기롭게 해 주시는 분께서는 어디 계신가?” 12 그렇게 울부짖어도 그분께서는 대답하지 않으시니 악인들의 교만 때문입니다. 13 진정 하느님께서 듣지 않으신다 함은, 전능하신 분께서 보지 않으신다 함은 거짓이랍니다. 14 당신을 보지 않으신다고 말씀하시지만 당신의 송사는 이미 그분 앞에 있으니 기다리십시오. 15 그러나 그분의 진노가 아직 아무것도 벌하지 않고 그분께서는 죄악을 별로 아는 체도 않으시는데 16 욥은 쓸데없이 입을 열어 분별없이 말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엘리후의 넷째 담론 1 엘리후가 말을 계속하였다. 하느님의 교육 2 당신께 알려 드릴 터이니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하느님을 대신하여 드릴 말씀이 아직 있습니다. 3 저는 먼 곳에서 지식을 구해 와 저를 지으신 분의 의로움을 밝히겠습니다. 4 참으로 제 말은 거짓이 아니며 당신 곁의 이 몸은 완전한 지식을 갖추었습니다. 5 사실 하느님은 위대하신 분이시지만 아무도 업신여기지 않으시고 분별력이 뛰어나신 분이십니다. 6 악인은 살려 두지 않으시고 가련한 이들의 권리는 보장하십니다. 7 의인에게서 당신의 눈을 떼지 않으시고 늘 임금들과 함께 왕좌에 앉게 하시어 그들을 존귀하게 만들어 주십니다. 8 그러나 그들이 사슬에 묶이고 고통의 굴레에 얽매이면 9 그들이 저지른 것을 알려 주십니다, 그들의 죄악들을, 또 교만하게 행동하였음을. 10 교훈을 듣도록 그들의 귀를 열어 주시고 악행에서 돌아서라고 명령하십니다. 11 그들이 순종하여 그분을 섬기면 자기의 나날을 행복 속에서, 자기의 해들을 즐거움 속에서 마칩니다. 12 그러나 순종하지 않으면 죽음의 수로를 건너게 되고 깨달음 없이 숨을 거두게 됩니다. 13 마음이 불경스러운 자들은 화를 품어 그분께서 그들을 얽매시어도 도움을 청하지 않습니다. 14 그들의 목숨은 한창때에, 그들의 생명은 수치 속에 다해 갑니다. 15 그러나 그분께서는 가련한 이를 그 고통으로 구하시고 재앙으로 그 귀를 열어 주십니다. 욥에 대한 경고 16 그분께서는 당신도 재난의 아귀에서 끌어내셨습니다, 거칠 것 없이 넓은 곳으로. 당신의 아늑한 식탁은 기름진 음식으로 채워졌습니다. 17 그러나 당신은 악인에 대한 심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심판과 재판이 당신을 붙잡고 있는 것입니다. 18 진노가 넘친다 하여 반항으로 이끌리지도, 속전이 넉넉하다고 하여 현혹되지도 말아야 합니다. 19 어려움도 온갖 애씀도 없이 얻은 당신의 부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20 밤을 갈망하지 마십시오. 백성들이 제자리에서 사라지는 때입니다. 21 조심하여 악행으로 기울지 마십시오. 그것을 고통보다 더 좋아하시는 것 같군요. 22 보십시오, 하느님은 당신 권능으로 숭고하신 분. 누가 그분 같은 스승이 될 수 있습니까? 23 누가 그분께 길을 지시하였으며 누가 “당신은 불의를 저질렀소.” 하고 말하였습니까? 24 명심하여 그분의 업적을 칭송하십시오, 사람들이 노래한 그 업적을. 25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아 왔고 인간이면 그것을 멀리서도 볼 수 있답니다. 가을의 주님 26 보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깨달을 수 없이 위대하시고 그분의 햇수는 헤아릴 수 없답니다. 27 그분께서 물기를 뽑아 올리시니 안개에서 비가 걸러진답니다. 28 구름이 흘러내리면 수많은 사람들 위로 떨어집니다. 29 진정 누가 구름의 넓이를, 그분 거처의 뇌성을 깨달을 수 있습니까? 30 보십시오, 그분께서는 당신 둘레에 빛을 퍼뜨리시고 바다의 밑바닥을 덮으십니다. 31 이것들로 민족들을 다스리시며 양식을 풍성히 베푸십니다. 32 당신 손바닥에 빛을 채우시어 표적을 향하여 내던지십니다. 33 그분의 천둥은 그분의 현존을 선포합니다. 그분은 불의를 거슬러 분노를 터뜨리시는 분이십니다.
겨울의 주님 1 이 때문에 나의 심장은 떨다 못해 제자리에서 퉁겨 나려 하는군요. 2 그분의 커다란 소리를 귀담아들으십시오, 그분 입에서 터져 나오는 포효를. 3 그분께서는 그것을 온 하늘 아래로 울려 퍼지게 하시고 당신의 빛을 세상 가장자리까지 비치게 하십니다. 4 그 빛에 이어 소리가 터지니 당신의 장엄한 소리로 울리시는 천둥입니다. 그분의 소리가 들릴 때마다 번개들이 멈추지 않습니다. 5 하느님은 당신의 소리로 신비로이 천둥 치게 하시는 분, 우리가 깨달을 수 없는 위대한 일들을 하시는 분이십니다. 6 그분께서는 눈에게 “땅에 내려라.” 명령하시고 큰비에게는 “세차게 내려라.” 명령하십니다. 7 모든 사람의 일손을 막으시니 모든 인간이 그분의 일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8 그러면 짐승들은 은신처로 들어가 보금자리에 몸을 누입니다. 9 폭풍은 곳집에서 불어오고 추위는 북풍과 함께 옵니다. 10 하느님의 입김에서 얼음이 나오고 넓은 물은 얼어서 단단하게 됩니다. 11 그분께서는 먹구름을 물기로 가득 채우시고 번개 구름에서 빛을 흩으십니다. 12 그것들은 사람 사는 세상 어디든 그분께서 자기들에게 명령하신 일을 이루려고 그분의 지휘에 따라 그 둘레를 돕니다. 13 형벌을 위해서건, 당신의 땅을 위해서건 은혜를 위해서건 그분께서는 그것을 들어맞게 하십니다. 여름의 주님 14 욥이시여, 이것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잠깐 멈추고 하느님의 놀라운 업적을 살펴보십시오. 15 하느님께서 그것들을 어떻게 통솔하시는지, 당신 구름에서 어떻게 빛을 번쩍이게 하시는지 당신은 아십니까? 16 구름이 어떻게 두둥실 떠 있는지 아십니까? 완전한 지식을 갖추신 분의 신비로운 업적을 당신은 아십니까? 17 남풍으로 땅이 숨죽일 때 자기 옷조차도 뜨겁게 느끼시는 당신이 18 그분과 함께 하늘을 펴실 수 있단 말입니까? 부어 만든 거울처럼 단단한 저 하늘을? 19 그분께 무어라 말씀드려야 할지 우리에게 가르쳐 보십시오. 우리야 어두워서 아무것도 내놓지 못하는 처지가 아닙니까? 20 제가 이야기하고 싶다고 그분께 여쭈어야 하겠습니까? 대관절 누가 파멸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단 말입니까? 하느님의 광채 21 이제 바람이 불어 하늘을 맑게 하고 거기에 빛이 밝게 비추면 사람들은 그것을 똑바로 볼 수 없습니다. 22 북녘에서 금 빛살이 솟아오르니 두려운 위엄이 하느님을 둘러싼답니다. 23 전능하신 분, 우리는 그분을 찾아낼 수 없습니다. 권능과 공정이 뛰어나신 분, 정의가 넘치시는 분, 그분께서는 억누르지 않으십니다. 24 그래서 사람들은 그분을 경외합니다. 그분께서는 스스로 지혜롭다는 자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으십니다.
주님의 말씀 주님의 첫째 말씀 1 주님께서 욥에게 폭풍 속에서 말씀하셨다. 네가 누구냐 2 지각없는 말로 내 뜻을 어둡게 하는 이자는 누구냐? 3 사내답게 네 허리를 동여매어라. 너에게 물을 터이니 대답하여라. 땅의 주재자 4 내가 땅을 세울 때 너는 어디 있었느냐? 네가 그렇게 잘 알거든 말해 보아라. 5 누가 그 치수를 정하였느냐? 너는 알지 않느냐? 또 누가 그 위에 줄을 쳤느냐? 6 그 주춧돌은 어디에 박혔느냐? 또 누가 그 모퉁잇돌을 놓았느냐? 7 아침 별들이 함께 환성을 지르고 하느님의 아들들이 모두 환호할 때에 말이다. 바다의 주재자 8 누가 문을 닫아 바다를 가두었느냐? 그것이 모태에서 솟구쳐 나올 때, 9 내가 구름을 그 옷으로, 먹구름을 그 포대기로 삼을 때, 10 내가 그 위에다 경계를 긋고 빗장과 대문을 세우며 11 “여기까지는 와도 되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 너의 도도한 파도는 여기에서 멈추어야 한다.” 할 때에 말이다. 12 너는 평생에 아침에게 명령해 본 적이 있느냐? 새벽에게 그 자리를 지시해 본 적이 있느냐? 13 그래서 새벽이 땅의 가장자리를 붙잡아 흔들어 악인들이 거기에서 털려 떨어지게 말이다. 14 땅은 도장 찍힌 찰흙처럼 형상을 드러내고 옷과 같이 그 모습을 나타낸다. 15 그러나 악인들에게는 빛이 거부되고 들어 올린 팔은 꺾인다. 16 너는 바다의 원천까지 가 보고 심연의 밑바닥을 걸어 보았느냐? 17 죽음의 대문이 네게 드러난 적이 있으며 암흑의 대문을 네가 본 적이 있느냐? 18 너는 땅이 얼마나 넓은지 이해할 수 있느냐? 네가 이 모든 것을 알거든 말해 보아라. 빛과 어둠의 주재자 19 빛이 머무르는 곳으로 가는 길은 어디 있느냐? 또 어둠의 자리는 어디 있느냐? 20 네가 그것들을 제 영토로 데려갈 수 있느냐? 그것들의 집에 이르는 길을 알고 있느냐? 21 그때 이미 네가 태어나 이제 오래 살았으니 너는 알지 않느냐? 기후의 주재자 22 너는 눈 곳간에 들어간 적이 있으며 우박 곳간을 본 적이 있느냐? 23 내가 환난의 때와 동란과 전쟁의 날을 위하여 저장해 둔 것들을? 24 빛이 갈라지는 길은 어디 있느냐? 샛바람이 땅 위에서 흩어지는 그 길은? 25 누가 큰비를 위하여 수로를 깎아 텄으며 뇌성 번개를 위하여 길을 놓았느냐? 26 인간이 없는 땅, 사람이 살지 않는 광야에 비가 내리고 27 황폐하고 황량한 광야를 흠뻑 적시며 풀밭에 싹이 트게 하려고 누가 길을 놓았느냐? 28 비에게 아버지가 있느냐? 또 누가 이슬방울들을 낳았느냐? 29 누구의 모태에서 얼음이 나왔느냐? 또 하늘의 서리는 누가 낳았느냐? 30 물이 돌처럼 단단해지고 심연의 표면이 얼어붙을 때에 말이다. 하늘의 주재자 31 너는 묘성을 끈으로 묶을 수 있느냐? 또 오리온자리를 매단 밧줄을 풀 수 있느냐? 32 너는 별자리들을 제시간에 이끌어 내고 큰곰자리를 그 아기별들과 함께 인도할 수 있느냐? 33 너는 하늘의 법칙들을 아느냐? 또 네가 땅에 대한 그의 지배를 확정할 수 있느냐? 34 너는 구름에게 호령하여 큰물이 너를 뒤덮게 할 수 있느냐? 35 네가 번개들을 내보내서 그것들이 제 길을 가며 너에게 “예, 알았습니다.” 하고 말하느냐? 36 누가 따오기에게 지혜를 내렸느냐? 또 누가 수탉에게 슬기를 주었느냐? 37 누가 구름들을 지혜로 헤아릴 수 있느냐? 또 누가 하늘의 물통을 기울일 수 있느냐? 38 먼지가 덩어리로 굳어지고 흙덩이들이 서로 달라붙을 때에 말이다. 동물 세계의 주재자 39 너는 암사자에게 먹이를 사냥해 줄 수 있으며 힘센 사자의 식욕을 채워 줄 수 있느냐? 40 그것들이 보금자리 속에 웅크리고 있거나 덤불 속에 숨어 기다리고 있을 때에 말이다. 41 누가 까마귀에게 먹이를 장만해 주느냐? 새끼들이 하느님에게 아우성치며 먹을 것 없이 헤매 돌아다닐 때에 말이다.
1 너는 바위 산양이 해산하는 시간을 알며 사슴이 산고를 치르는 것을 살펴보았느냐? 2 너는 그것들이 만삭이 되는 때를 셈할 수 있으며 해산하는 시간을 알 수 있느냐? 3 그것들이 몸을 구부려 새끼들을 낳고 배 속에 든 것들을 내보내면 4 그 어린것들은 들판에서 튼튼하게 자라 떠나가서는 어미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5 누가 들나귀를 자유롭게 놓아주었느냐? 돌나귀의 굴레를 누가 풀어 주었느냐? 6 내가 광야를 그의 집으로, 소금 땅을 그의 거처로 삼아 주었다. 7 그것은 성읍의 소란을 비웃고 몰이꾼의 고함을 듣는 일 없이 8 제 목초지인 산들을 기웃거리며 온갖 풀을 찾아다닌다. 9 들소가 너를 섬기려 하겠느냐? 네 구유 옆에서 밤을 지내겠느냐? 10 너는 밧줄로 들소를 고랑에다 맬 수 있느냐? 그것이 네 뒤를 따라 골짜기를 갈겠느냐? 11 그 힘이 세다고 네가 그것을 신뢰할 수 있으며 네 일을 그것에게 맡길 수 있느냐? 12 너는 그것이 돌아오리라고, 네 곡식을 타작마당으로 모아들이리라고 믿느냐? 13 타조가 날개를 즐겁게 푸덕댄다고 과연 그것이 황새의 깃이며 털이 될 수 있느냐? 14 타조는 땅에 알을 낳아 놓고 흙 위에서 따뜻해지라고 버려두고서는 15 그것을 발이 뭉개는지, 들짐승이 짓밟는지 잊어버리고 만다. 16 새끼들을 제 것이 아닌 양 거칠게 다루고 제 노고가 허사 됨을 두려워하지도 않으니 17 하느님께서 그것에게 지혜를 허락하지 않으시고 슬기를 나누어 주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18 그러나 그것은 날개를 높이 칠 때면 말과 기수를 우습게 여긴다. 19 너는 말에게 힘을 넣어 줄 수 있느냐? 그 목을 갈기로 입힐 수 있느냐? 20 너는 말을 메뚜기처럼 뛰게 할 수 있느냐? 거만한 콧김으로 공포를 자아내는 그런 말을? 21 그것은 골짜기에서 기분 좋게 땅을 차다가 적의 무기를 향하여 힘차게 달려간다. 22 두려움을 비웃으며 당황하지 않고 칼 앞에서도 돌아서지 않는다. 23 그 위에서는 화살 통이 덩그렁거리고 창과 표창이 번뜩거리지만 24 흥분과 광포로 땅을 집어삼킬 듯 뿔 나팔 소리에도 멈추어 서지 않는다. 25 뿔 나팔이 울릴 때마다 “히힝!” 하고 외치며 멀리서도 전투의 냄새를 맡고 장수들의 우레 같은 고함과 함성을 듣는다. 26 네 슬기로 매가 날아오르고 남녘을 향해 그 날개를 펴느냐? 27 또 네 명령에 따라 독수리가 치솟고 높은 곳에 둥지를 트느냐? 28 그것은 바위 위에 살며 밤을 지내니 바위 벼랑 끝이 그의 성채다. 29 거기에서 먹이를 찾아 살피고 그 눈은 멀리까지 바라본다. 30 그 새끼들은 피를 들이켜고 주검이 있는 곳에는 독수리도 있다.
주님의 꾸짖으심 1 주님께서 욥에게 계속 말씀하셨다. 2 불평꾼이 전능하신 분과 논쟁하려는가? 하느님을 비난하는 자는 응답하여라. 욥의 첫째 답변 유규무언 3 그러자 욥이 주님께 대답하였다. 4 저는 보잘것없는 몸, 당신께 무어라 대답하겠습니까? 손을 제 입에 갖다 댈 뿐입니다. 5 한 번 말씀드렸으니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두 번 말씀드렸으니 덧붙이지 않겠습니다. 주님의 둘째 말씀 6 그러자 주님께서 욥에게 폭풍 속에서 말씀하셨다. 주님의 꾸짖으심 7 사내답게 허리를 동여매어라. 너에게 물을 터이니 대답하여라. 8 네가 나의 공의마저 깨뜨리려느냐? 너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나를 단죄하려느냐? 9 네가 하느님 같은 팔을 지녔으며 그와 같은 소리로 천둥 칠 수 있느냐? 10 존귀와 엄위로 꾸미고 존엄과 영화로 옷을 입어 보아라. 11 너의 그 격렬한 분노를 쏟아 부어라. 교만한 자는 누구든 살펴 그를 낮추어 보아라. 12 교만한 자는 누구든 살펴 그를 꺾고 악인들은 그 자리에서 짓밟아 보아라. 13 그들을 모두 흙 속에 숨기고 숨긴 곳에서 그들의 얼굴을 염포로 묶어 보아라. 14 그러면 나도 너를 인정하리니 너의 오른손이 너를 구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헤못 15 보아라, 내가 너를 만들 때 함께 만든 브헤못을! 그것은 소처럼 풀을 뜯고 있다. 16 보아라, 그 허리의 힘을, 그 배의 근육을. 17 꼬리는 삼나무처럼 쭉 뻗고 허벅지의 힘줄들은 얽혀 있으며 18 뼈는 구리 통 같고 갈비는 쇠 방망이 같다. 19 그것은 하느님의 첫 작품 동료들의 우두머리로 만들어졌다. 20 산들이 그에게 소출을 바치니 들의 모든 짐승이 곁에서 뛰논다. 21 그것은 연나무 밑 갈대와 늪으로 된 은신처에 엎드려 있다. 22 연나무는 그것을 그늘로 가려 주고 냇가의 버드나무는 그것을 에워싸 준다. 23 보아라, 강물이 소용돌이쳐도 그는 질겁하지 않고 요르단 강이 제 입까지 솟구쳐 와도 태연하다. 24 그것이 눈을 뜨고 있는데 잡을 수 있으며 올가미로 그 코를 꿸 수 있겠느냐? 레비아탄 25 너는 갈고리로 레비아탄을 낚을 수 있으며 줄로 그 혀를 내리누를 수 있느냐? 26 너는 골풀로 그 코를 꿸 수 있으며 고리로 턱을 꿰뚫을 수 있느냐? 27 그것이 너에게 애걸복걸하며 네게 유순하게 말을 하겠느냐? 28 너는 그것과 계약을 맺어 평생 종으로 부릴 수 있느냐? 29 너는 그것을 새처럼 노리개로 삼을 수 있으며 네 계집아이들을 위하여 끈으로 묶을 수 있느냐? 30 상인들이 그것을 놓고 흥정을 벌이고 장사꾼들이 그것을 나누어 가질 수 있느냐? 31 너는 그 살가죽을 창으로, 그 머리를 온통 물고기 작살로 채울 수 있느냐? 32 손을 그 위에 얹어라도 보아라. 그것과 싸울 생각을 하면 다시는 손도 대지 못한다.
1 보아라, 사람이 그것을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은 환상일 뿐 보기만 해도 놀라 넘어진다. 2 그것을 흥분시킬 만큼 대담한 자 없는데 하물며 그 누가 내 앞에 나설 수 있느냐? 3 하늘 아래 모든 것이 다 내 것인데 갚으라고 외치며 나에게 맞서는 자가 누구냐? 4 그것의 다리 이야기를 어찌 빼놓을 수 있겠느냐? 그 힘과 빼어난 모습을 어찌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5 누가 그것의 겉옷을 벗길 수 있느냐? 누가 그 겹 갑옷을 꿰뚫을 수 있느냐? 6 그 이빨 둘레에는 공포가 서려 있는데 누가 그 입을 열어젖힐 수 있느냐? 7 그 등은 방패들이 늘어선 줄 같은데 단단한 봉인으로 닫혀 있고 8 하나하나 맞닿아 그 사이로 바람조차 스며들지 못한다. 9 그것들은 서로 굳게 붙고 꼭 끼어 있어 떨어지지 않는다. 10 그것의 재채기는 빛을 뿜고 눈은 여명의 햇살 같다. 11 입에서는 횃불들이 뿜어 나오고 불꽃들이 튀어나오며 12 콧구멍에서는 골풀을 때어 김을 내뿜는 단지처럼 연기가 쏟아진다. 13 그 입김은 숯불을 타오르게 하고 입에서는 불길이 치솟으며 14 목에는 힘이 서려 있어 그 앞에서는 공포가 날뛴다. 15 그것의 주름진 살들은 굳게 붙어 주조된 듯 움직이지 않는다. 16 심장은 돌처럼 단단하고 연자매 아래짝처럼 튼튼하니 17 그것이 일어서면 영웅들도 무서워하고 경악하여 넋을 잃는다. 18 칼로 찌른다 해도 소용없고 창과 화살과 표창도 마찬가지다. 19 그것은 쇠를 지푸라기로, 구리를 썩은 나무로 여기니 20 화살도 그것을 달아나게 할 수 없고 팔맷돌들은 그것에게 겨와 마찬가지다. 21 몽둥이를 지푸라기같이 여기고 표창이 날아드는 소리에도 코웃음칠 뿐. 22 뱃가죽은 날카로운 질그릇 조각들과 같아 진흙 위에 타작기처럼 자국을 늘어놓는다. 23 그것은 해심을 가마솥처럼 끓게 하고 바다를 고약 끓이는 냄비같이 만들며 24 빛나는 길을 뒤로 남기며 나아가니 큰 물이 백발처럼 여겨진다. 25 땅 위에 그와 같은 것이 없으니 그것은 무서움을 모르는 존재로 만들어졌다. 26 높은 자들을 모두 내려다보니 그것은 모든 오만한 자들 위에 군림하는 임금이다.
욥의 둘째 답변 1 그러자 욥이 주님께 대답하였다. 하느님의 체험과 고백 2 저는 알았습니다.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음을, 당신께는 어떠한 계획도 불가능하지 않음을! 3 당신께서는 “지각없이 내 뜻을 가리는 이자는 누구냐?”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신비로워 알지 못하는 일들을 저는 이해하지도 못한 채 지껄였습니다. 4 당신께서는 “이제 들어라. 내가 말하겠다. 너에게 물을 터이니 대답하여라.” 하셨습니다. 5 당신에 대하여 귀로만 들어 왔던 이 몸, 이제는 제 눈이 당신을 뵈었습니다. 6 그래서 저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며 먼지와 잿더미에 앉아 참회합니다. 맺음말 친구에게 내리는 심판 7 욥에게 이 말씀을 하신 다음, 주님께서는 테만 사람 엘리파즈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너의 두 친구에게 내 분노가 타오르니, 너희가 나의 종 욥처럼 나에게 올바른 것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8 이제 너희는 수소 일곱 마리와 숫양 일곱 마리를 가지고 나의 종 욥에게 가서, 너희 자신을 위하여 번제물을 바쳐라. 나의 종 욥이 너희를 위하여 간청하면, 내가 그의 기도를 들어주어, 너희의 어리석음대로 너희를 대하지 않겠다. 이 모든 것은 너희가 나의 종 욥처럼 나에게 올바른 것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9 그러자 테만 사람 엘리파즈와 수아 사람 빌닷과 나아마 사람 초바르가 가서, 주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하니, 주님께서 욥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욥의 회복 10 욥이 제 친구들을 위하여 기도드리자, 주님께서는 그의 운명을 되돌리셨다. 주님께서는 욥이 전에 소유하였던 것을 갑절로 더해 주셨다. 11 그의 형제들과 자매들과 옛 친구들이 모두 그의 집에 와서 그와 함께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주님께서 그에게 들이닥치게 하셨던 모든 불행에 대하여 그를 동정하고 위로하며, 저마다 은전 하나와 금 고리 하나를 그에게 주었다. 12 주님께서는 욥의 여생에 지난날보다 더 큰 복을 내리시어, 그는 양 만사천 마리와 낙타 육천 마리, 겨릿소 천 마리와 암나귀 천 마리를 소유하게 되었다. 13 또한 그는 아들 일곱과 딸 셋을 얻었다. 14 그는 첫째 딸을 여미마, 둘째 딸을 크치아, 셋째 딸을 케렌 하푹이라 불렀다. 15 세상 어디에서도 욥의 딸들만큼 아리따운 여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의 아버지는 그들에게도 남자 형제들과 같이 유산을 물려주었다. 16 그 뒤 욥은 백사십 년을 살면서, 사 대에 걸쳐 자식과 손자들을 보았다. 17 이렇게 욥은 늘그막까지 수를 다하고 죽었다.
-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