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두레박신부의 영적일기(연중33주일-나해)
헛되이 살지 않도록...
제가 2002년에 나주 노안 성당에 사목하고 있을 때에..한센 병이 다 나으신 분들이 모여 사는 정착마을인 “현애원”이라는 공소가 있었습니다.
그 공소는 주일과 수요일 미사가 있는데, 수요일 미사 후에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 불편해서 미사에 나오지 못하시는 12분을 위한 봉성체가 있었습니다.
저는 노안 성당에 부임받고 현애원공소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을 듣고, 처음이라 무서웠고 두려웠기에 12개의 양말을 준비해서 갔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다 쓸모가 없었습니다.
어느수요일 날에...미사하고 봉성체를 하러 갔는데..마지막 집에 가서 보니 양팔이 없으시고, 눈 한쪽이 내려앉으셨고, 입이 삐틀어진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그래서 기도하고 조심스럽게 성체를 넣어드리는데, 할아버지가 혓바닥을 너무 길게 내민 나머지 제 손이 할아버지입 속으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삐틀어진 입에서 흘러나온 침이 제 발바닥에 흘러 내렸습니다.
그 집을 나와서 처음으로 양말을 바꾸어 신었습니다.
사제관에 돌아와서 이런 저런 저런 일을 하다가 몸에 약간에 열이 있었습니다.
감기기운이 있는 줄 알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낮에 공소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손을 만져보니 괜찮은데, 발바닥에 아무런 느낌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늘로 발바닥을 찔러 보았습니다. 아프다는 느낌이 없었습니다.
“아 ! 내가 걸리고 말았구나. 아! 이제 어떻게 하나” 내일 병원에 가봐야지 하는 걱정을 하는데 밤을 지새우다가고 억지로 잠을 잤습니다.
다음 날이 되어 다시 한 번 바늘로 발뒤꿈치를 찔렀습니다.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 순간 “하느님, 고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기도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아픔과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감사했는지 아십니까?
그 분들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이 자신의 손을 왜, 뜨거운 불에 넣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신체 일부를 자르려고 했는지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 후부터는 그 분들을 만지고, 함께 먹고 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저에게 이런 고통과 아픔을 통해 이런 은총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슬픔을 겪어본 사람이 다른 사람의 슬픔을 마음 속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에게 주신 고통을 통해 “아하!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 삶 안에서 함께 하신다.”는 은총을 맛보게 해 주셨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무화과나무의 예를 들어..성전파괴의 징조를 미리 말씀하시면서 잘 분별하여 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는 성전파괴를 통해 당신의 큰 권능과 영광이 회복될 것임을 내다보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천사를 보내어,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사방에서 모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눈에 보이는 아무런 징조가 없기 때문에 항상 깨어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자기가 선택한 이들을 모을 때, 그날과 그 시간을 아무도 모른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베드로 후서 3장 8-10절에 보면...사도 바오로가 말씀합니다.
“주님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미루신다고 생각하지만 주님께서는 약속을 미루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여러분을 위하여 참고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매 순간 지나가고 있는 시간에 대하여는 천년을 하루 같이 짧게 생각하고, 또한 다가오는 시간에 대하여는 하루를 천년처럼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 안에서 은총을 받고 살기 위해서는 “정신 차리고 깨어있는 삶을 사는 것.” 이 매우 중요합니다.
먼저 “주님께서 이 세상에 마련해 놓으신 은총”을 찾아야 합니다.
기도를 해보니까 주님이 이 세상에 주신 은총을 찾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내가 먼저...해야 합니다.” “내가 먼저 기도해야 합니다.” “내가 먼저 용서해야 합니다.” “내가 먼저 도와주어야 합니다.” “내가 먼저 감사해야 합니다.” “내가 먼저 찾아가서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한 마디로 “내가 먼저”해야 만이 은총이 찾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 은총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니 세상의 행복도 저절로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고운님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라는 시인이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어려운 것에 집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자연의 모든 것은 어려운 것을 극복해야 자신의 좋은 것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용서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좋은 것입니다.
가장 어렵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입니다.
“내가 만약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막을 수 있다면 헛되이 사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만약 한 생명의 고통을 덜어주고, 기진맥진해 떨어지는 울새 한 마리를 다시 둥지에 올려놓을 수 있다면, 내 헛되이 사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라고 하신 예수님께서는 저희 모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헛되이 살지 않도록 항상 깨어 있어라. 적당한 때가 되면 너희를 내 안에 모을 것이다.” 아멘.
영적일기를 마무리 하면서...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오늘 하루가 내 인생의 첫날인 것처럼 여기고, 동시에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여기며 살아가면서, 죽으나 사나 주님의 은총을 받는 복된 삶이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고운님들께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