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代 대표 건축물… 지역축제 '산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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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어린이회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2003.12.02. 04:10 |
전국적인 기대를 모으며 탄생한 것과는 달리 운영상의 문제로 6차례 운영자가 바뀌는 등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온 춘천 어린이회관이 지난달 신성감리교회측에 임대돼 7번째 운영자를 맡게됐다. 한국현대건축의 거장 김수근씨(1931~1986)의 작품이자 도내 어린이를 위한 공간의 모태인 춘천어린이회관의 건축학적 의미와 그동안 걸어온 발자취, 역대 운영상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전문가의 조언과 함께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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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적 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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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어린이회관은 건물 상층부에 불규칙한 많은 창을 만들어 자연광을 조명으로 이용한 점 등은 그의 자연주의적인 공간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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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건축거장 김수근 作 자연주의 공간미학 함축M 춘천 어린이회관은 강원도가 1980년 12억원을 들여 부지 1만2천804평, 연건평 3천580평의 2층건물과 3천석의 야외음악당을 갖춘 어린이 전용공간으로 탄생됐다. '호숫가에 피어나는 끝없는 동심세계'를 슬로건으로 80년 5월 22일 춘천에서 개최된 전국소년체전 개막식에 맞춰 성황리에 문을 열었다. 김수근씨의 설계로 한라건설이 시공한 어린이회관은 1980년대 김수근 건축양식을 그대로 나타내 듯 붉은 벽돌로 내·외부를 마감하고 공간의 미학을 살려 80년대를 대표하는 건축작품으로 꼽힌다. 특히 1, 2층을 한 공간에 둔 복합공간구조와 건물 상층부에 불규칙한 많은 창을 만들어 자연광을 조명으로 이용한 점 등은 그의 자연주의적인 공간미학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상공에서 어린이회관을 내려다 볼 경우 건축물 전체의 모습이 나비의 형상을 하고 있는 등 다각적인 디자인을 함축하고 있는 건축물이다. 도내에 있는 김수근 건축물로는 춘천어린이회관 외에 도향토공예관, 춘천신용보증기금 사옥, 후평동 김동선씨 주택 등이 있으며 모두 80년대 지어진 것으로 적벽돌을 사용해 소박하고 친밀감을 줘 주변건물과 함께 어우러지는 점 등이 김수근만의 독특한 건축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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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실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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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운영 거듭 시민 외면 최근 운영자 교체 새단장 어린이회관은 1980년 개관 이후 20여 년간 도와 춘천시 등 행정기관과 임대업체의 부실 운영으로 시민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졌고 실내외는 퇴색되고 훼손돼 처치곤란한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처음 관리를 맡은 도는 단순한 임대사업과 공무원 교육시설 등으로 이용했을 뿐 어린이회관의 참 뜻을 살리지 못해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 84년엔 지역신문사가 임대해 운영했지만 운영상의 어려움을 극복치 못해 임대를 포기하자 도는 어린이회관 관리를 춘천시측에 맡겼다. 춘천시는 86년 5월 춘천YWCA에 임대했으나 단순한 임대업과 획일화된 프로그램 운영으로 연간 6천만원 이상 투입되는 관리비와 운영비를 당해내지 못한 채 매년 적자의 늪에서 허덕였다. 그런 가운데 춘천시는 올 3월 춘천시설관리공단 발족과 동시에 어린이회관을 춘천시설관리공단에게 관리를 넘겼으나 마땅한 임대업체를 찾지못해 8개월 동안 다시 방치하면서 쓰레기만 널린 곳으로 퇴락했다. 11월 1일 춘천신성감리교회가 춘천시로부터 연간 6천600만원에 임대운영권을 받아 예절학교, 미술 음악치료, 바이올린교실, 컴퓨터교실 등 어린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건축물 수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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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문화에 미친 영향·발전방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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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어린이문화회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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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공연예술 소화 시민참여 프로그램 절실
춘천을 대표하는 성공적인 축제로 꼽히는 '춘천인형극제'를 처음 시작한 곳이 바로 어린이회관이다. 야외축제의 새로운 장을 연 춘천마임축제의 '도깨비 난장' 또한 이곳에서 태어났으며, 또 하나의 대표 예술축제인 '춘천국제연극제' '춘천무용축제'도 어린이회관에서 태동했듯이 그야말로 춘천의 모든 축제는 어린이회관을 통해서 태어났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최고의 건축물과 호수의 경치가 조화를 이룬 어린이회관은 국내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최적의 장소로 공연과 전시가 자연스럽게 실내·외에서 이뤄졌다. '겨레의 노래' '여름 음악캠프' '재즈 콘서트' '아줌마축제' 등 다채로운 대형공연이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졌다. 박동일 공연기획자는 '어린이회관은 춘천을 대표하는 모든 축제의 모태인 곳'이라며 '춘천문화예술의 역사가 담긴 곳인 만큼 어린이회관의 본질을 되찾는 일은 모든 춘천시민의 숙제'라고 말했다. 또한 춘천신성감리교회가 새로 운영을 맡았지만 그동안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버려졌던 어린이회관이 시민들의 관심속에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춘천어린이회관 운영이 부실했던 원인 중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강원도와 춘천시 등 행정기관의 어린이회관에 대한 투자는 거의 없이 수익임대사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을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있다. 지금까지의 천덕꾸러기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시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임대 후 모든 책임을 임대업체에 떠넘기기 보다는 춘천을 대표하는 근대문화유산이자 어린이시설 명소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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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견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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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립 강원대 건축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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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사 '큰 획' 보존·관리의식 필요' 춘천어린이회관은 현대 건축사에 한 획을 그은 고 김수근씨의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높은 보존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가 설계한 건축작품 중 춘천어린이회관은 1980년대 김수근의 건축관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어 건축학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건축물들이 그렇듯이 변화의 바람을 거스를 수는 없다. 용도에 따라 약간의 변형도 필요하고 마모된 부분의 개·보수도 필요하다. 건축물의 구조가 현대적이지 못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할 때 이용에 불편을 주는 사항이 발생한다면 약간의 변형은 훼손이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개·보수할 때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흐름에는 변화를 주지않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춘천어린이회관은 김수근씨의 80년대 건축관이 함축된 작품으로 이런 건축물이 강원도에 있다는 것과 이를 보존, 관리하려는 의식을 갖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물은 그 건축물 자체의 아름다움와 역사적 의미도 높은 가치가 있겠지만 그 건축물이 현대인들에게 알맞는 용도로 다시 사용되고 사랑 받을 때 진정한 가치를 발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사랑을 통해서만 춘천의 자랑과 근대적 문화유산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김형곤 bio@kado.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