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의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수시로 발생하는 지진, 특히 밤중 불현듯 찾아와 천장을 무너뜨리듯 진동을 일으켰던 지진에 대한 공포의 기억이 남아있다. 우리나라에 건너와서는 이러한 기억에서 멀어졌지만 이번에는 당시 H대학교 건축과 교수이시던 선친이 ‘한국에 지진이 나면 큰일인데....’ 하시는 일상적인 푸념을 접하게 되었다. 선친은 일본에서 내진구조 설계분야를 수학하시어 삼일빌딩, 국회의사당 등 1960년대 후반부터 서울의 대표적인 고층건물들의 구조설계를 담당하셨는데, 한국의 건축현장에서 내진구조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현실을 안타까워 하신 것이다.
이런 주변 환경 탓인지 필자는 국내대학의 지질학과에 진학하여 일본에서 지진학을 공부하는 지구물리학 대학원 과정을 밟게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이 분야의 인기가 소원하여 학생들이 지질학 전공수업을 듣지 않고 타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부전공을 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일본의 대학교는 지구물리학과가 웬만한 공대를 능가하는 인기학과여서 전공 학생이외에 부전공을 원하는 많은 타학과 수강생으로 수업은 열띤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필자의 기숙사 룸메이트는 건축과 학생이었는데, ‘자기도 공부를 조금만 잘했더라면 지구물리학과에 진학하여 지진을 연구할 수 있었는데...’ 하면서 부러워하곤 하였었다.
지진은 자연적, 인공적인 원인으로 인해 지구의 표면이 흔들리는 현상이다. 자연적인 지진은 지구의 표면이 거대한 몇 개의 판으로 나뉘어 이동하는 판구조론과 관련되어 일본, 미국 서부 등과 같이 판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곳에서 큰 지진이 거의 규칙적으로 자주 발생한다. 반면 판의 내부는 큰 지진이 뜸하지만 한 번 발생하면 피해가 매우 커서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1556년 중국의 샨시성 지진은 판내부 지진이다.
우리나라는 판의 내부에 위치하여 근래 큰 지진은 거의 발생하고 있지 않은데, 1978년에는 규모 5의 홍성지진이 발생하여 건물에 균열이 가고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 당시 금액으로 3억여원의 피해가 난 바 있다. 더우기 16-18세기의 한반도에는 홍성지진보다 큰 규모의 지진발생기록이 20차례에 육박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지진학적으로 지구상에는 지진 안전지대가 없음을 명심하게 된다. 한편 인공적 지진은 댐건설에 따른 저수지, 핵폭발 등 인간 활동에 의하여 발생하게 되는데, 1967년 인도에서는 저수지로 인하여 규모 6.3의 큰 지진이 일어난 바 있다. 2008년 5월12일 발생하여 9만명 가까운 인명 피해가 난 규모 7.9의 중국 쓰촨지진도 싼시댐 건설이 발생의 한 원인이라는 설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또한 최근 자행된 북한의 두 차례에 걸친 핵실험은 규모 4의 지진에 해당되어 이를 탐지하기 위한 필자의 한반도의 지진파 감쇠구조 연구가 국제적으로 주목 받은 바 있다 (미국지진학회지;BSSA, Chung et al., 2001; 2003; 2005; 2007).
2009년은 사대강 예산문제로 국회의 국가예산안 처리가 지연되어 공무원의 봉급이 유보된다고 하는 등 온 나라가 떠들썩하였다. 여당은 예산을 아끼기 위해 공사를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하고 야당은 예산을 다른데 써야 하기 때문에 공사 자체를 하지 말자고 한다. 이 와중에 이미 강을 막는 공사는 시작되어 실질공사는 2011년까지 끝낸다고 한다. 10미터 가까운 댐(보)을 여러 곳에 세우고 강바닥을 6-7미터 깎아낸다고 하는데, 충분한 지질 및 지구물리학적 타당성 조사를 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특히 낙동강이 지나는 경상지역은 중생대 퇴적암지역으로 지반이 약한데다가 역사적으로 큰 지진이 빈발하여 이에 대비한 면밀한 단층대 조사 및 지하탐사가 선행 되었어야 했다. 또한 사대강 수로에 따라 조성되는 수심 6-7 미터 깊이의 저수지 발생에 기인되는 인공지진 발생 가능성도 검토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대강 사업은 매년 수조원의 예산이 드는 하천정비에 수십조원을 미리 들여서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예산 들일 일이 없게 한다는 것이 사업의 취지라는데, 지질 및 지진학적 조사를 생략한 공사가 나중에 큰 비용을 치루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