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아문학박물관 찾아서
- 주소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사랑제길 9-10(문호리 860-2)
- 전화 : 031-771-8577
- 홈페이지 : www.jana.kr
정호승 시인과 함께 하는 시낭송-잔아문학박물관
2013년 9월 27일(금). 9월도 거의 기울어져 가는 주말 오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860-2 소재 잔아문학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분인 정호승 시인과 함께 하는 시낭송회가 열렸다.
잔아문학박물관은 소설가 김용만 씨가 사재로 개관한 문학박물관이다. '잔아'는 20대 초반의 재기발랄하고 지성적인 여성으로, 소설가 김용만 관장의 대표작 중 하나인 <잔아>의 여주인공이다. 성장과정에서 혹독한 시련과 슬픔을 온 몸으로 체험한 김용만 소설가의 분신이기도 하다. 김용만 관장은 잔아를 통해 이와 대칭되는 삶의 환희, 기쁨, 행복, 인간의 진실성을 추구하려는 작가의 의지에 따라 박물관 이름도 잔아라고 지었다. 그리고 잔아와 같이 현실적인 고통과 존재론적인 고통이 모두 체질화된 인물은 편의주의와 대중화가 덕목이 된 시대에서는 마지막 아이로 남을 수 밖에 없어 한자로는 남을 '殘' 아이'兒'로 표기했다. 박물관 관내에 들어서면 꽤 넓은 잔디밭과 우람한 본관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북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잔아박물관은 경기도 내 유일한 종합적 문학박물관으로 '문학' 관련자료와 함께 특히 문인들의 '테라코타' 흉상이 함께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테라코타(Terracotta)'란 ‘점토(terra)를 구운(cotta) 것’의 뜻으로 벽돌, 기와, 토관, 기물, 소상 등을 점토로 성형(成形)하여 초벌구이한 것이다. 선사시대 이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에트루스크의 우르카가 제작했다고 하는 『베이오의 아폴로』(로마, 빌라 줄리아 미술관), 그리스의 타나그라 인형, 고대 중국의 도용(陶俑) 등이 모두 테라코타라고 한다.
박물관 내는 물론, 야외잔디밭과 건물 입구 여기저기에는 보기에도 귀엽고 앙증맞은 테라코타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 테라코타는 김용만 소설가의 부인이며, 시인, 조형예술가인 여순희 작가의 작품들이다. 박물관 자체가 김용만 소설가와 여순희 작가의 문학적, 조형예술적 공동산물인 셈이다.
연못 옆 그늘에도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쉬고 있는 남자 문인인 듯한 테라코타 조각상이 보이고,
잔디밭 중앙에는 벤취에 앉아 졸고 있는 노부부의 다정한 테라코타 모습도 눈에 띤다.
시낭송행사 시작 전 먼저 박물관을 둘러본다. 박물관은 한국문학관, 세계문학관, 아동문학관 등 3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문학관은 우리나라 근 현대문학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공간으로, 희귀본 서적들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사진 및 육필원고가 작가들의 테라코타 흉상, 핸드 프린팅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최남선의 <심춘순례>(1926,백운사 ), 황석우의 <자연송>(1928,조선시당사), 이육사의 <육사시집>(1946,서울출판사), 정지용의 <산문>(1946,동지사), 최석두의 <새벽길(1948,조선사), 이용악의 <현대시인전집>(1949, 동지사), 심훈의 <그날이 오면>(1951,한성도서), 한하운의 <한하운시초>(1953,정음사) 등 희귀본들도 눈에 띤다.
이곳에는 또 김동인, 이상, 한용운, 천상병, 정지용, 염상섭, 모윤숙 등 우리나라 역대 유명 문인들의 테라코타 흉상이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져 진열되어 있다.
문인 테라코타는 작고문인들 뿐 아니라 현존하는 문인들의 테라코타도 만들어져 있다. 이문열, 유종호, 정진규, 최동호, 정현종, 신경림, 오정희 등의 모습도 보이고, 심지어는 젊은 시인 함민복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세계문학관은 소설가인 김용만 관장이 세계적인 문호들의 생가와 기념관을 기행하면서 작가론과 작품론을 쓴 <세계문학관기행>이 테라코타, 사진 등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는 셰익스피어, 에밀리 브론테, 톨스토이는 물론,
도스토에프스키, 세르반테스, 헤밍웨이, 위고, 괴테 등 세계적인 대 문호들의 테라코타 흉상, 사진자료, 작품 소개자료 등이 전시되어 있다.
잔아문학박물관 관장인 김용만 소설가는 충남 부여 출생으로, 용산고와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대문학으로 등단, 첫 소설집 <늰 내 각시더>(실천문학)를 출간하면서 정통 단편소설 미학과 독특한 향토적 문체, 이념에 함몰되지않는 휴머니즘으로 문단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문제작가로 떠올랐다. 그 후 2권짜리 장편 <인간의 시간>(문이당)과 장편 <칼날과 햇살>(중앙일보), 소설집 <아내가 칼을 들었다>(랜덤하우스), <93한국문학작품선>(문예진흥원 선정)과 문화관광부 선정 2010년도 우수교양도서 <春川屋 능수엄마)(JANA문학사) 등을 발표햇으며, 2007년 산문집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과 내 허튼소리>(랜덤하우스)를 발표하자 다시 한번 문단의 조명을 받았다. 현재 서울문화에술대학교 방송문예과 교수, 경기대학교 국문과 초빙교수인 그는 JANA문학사 대표, 잔아문학박물관 관장으로 있으며, 국제펜문학상을 비롯,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아동문학관에 들어서면 제일 가운데에 귀엽기 그지없는 '어린 왕자' 테라코타가 세워져 있다.
이곳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명작동화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아동문학가들의 초상 사진과 함께 동화책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테라코타로 형상화되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을 돌아본 후 행사장인 야외잔디밭으로 나간다. 잔디밭에는 무대와 텐트가 설치되어 있고, 서종기타합주단도 공연을 위해 자리를 잡고 있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인 정호승 시인이 김용만 관장의 안내를 받으면서 등장한다.
정호승 시인은 1950년 1월 3일 경남 하동 출생. 경희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7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슬픔이 기쁨에게>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어두운 시대를 사는 슬픔과 의지를 노래한 『슬픔이 기쁨에게』(1973), 민중의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슬픔과 그 속에서의 희망을 담은 『서울의 예수』(1982), 상처와 아픔 그리고 그 다스림의 내면적 고투를 드러낸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997), 고독한 인간의 숙명과 완전한 사랑에 대한 갈망을 보여주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98), 약하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이 짧은 시간 동안』(2004), 삶과 죽음에 관한 통찰을 담은 『포옹』(2007), 『여행』(2013) 등을 펴냈다.
정호승 시인은 정제된 서정으로 비극적 현실 세계에 대한 자각 및 사랑과 외로움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소설집으로 ‘나’의 존재의미와 가치 및 진실한 사랑에 대해 탐구한 『연인』(1998), 『항아리』(1999) 등이 있다
먼저 박물관의 주인인 김용만 소설가의 인삿말에 이어 이혜령 시인의 재치있는 사회로 약 2시간에 걸친 시낭송 및 공연이 진행됐다.
김용만 관장은 인삿말에서 "오늘은 잔아문학관 두 번째 잔칫날이다. 더구나 이번에는 한국의 시 애독자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정호승 시인을 모시게 되어 더욱 빛나는 자리가 되었다. 정호승 시인의 시세계는 참으로 순결하고 향기롭다. 미와 지성을 모토로 삼은 잔아문학관은 이번 낭송회를 통해 누구나 만져보고 맡아보고 싶어하는 문화공간으로 순화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김추인 시인의 <목향木香>, 이채민 시인의 <이별에 대한 예의>, 이경철 시인의 <그리움 베리에이션> 등 14명의 낭송과 함께 중간에 정호승 시인이 등장, 사회자의 질문에 따라 그의 '사랑 관(觀)'을 이야기한 후 자작시 <여행>을 낭송했다. 지난 6월 출간한 새 시집 <여행>의 책제목이기도 한 이 시는 여행의 형식으로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시이다. 정호승 시인은 <여행> 시집 집필 동기에 대해 "인생의 두 가지 여행인 삶과 죽음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는 또 " 삶과 죽음은 희망과 절망으로 이뤄진 동전의 앞뒷면과 같으니, 삶을 절망하지 않고 희망과 생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 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 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 뿐이다
시 낭송에 이어 서종기타합주단의 연주, 이유나의 살풀이 공연 등으로 행사장 분위기가 점점 부풀어간다. 서종기타합주단은 양평군 서종면 클래식 기타 애호가들의 모임이며, 이유나 무용가는 시인, 문화예술학박사, 중요무형문화재 제 27호 승무 이수자이기도 하다. 시향(詩香)에 취하고 기타 음향(音香)과 춤에 매료된 관중들 속에서 초가을 저녁도 함께 익어간다.
행사가 끝난 후 기념촬영 시간. 쑥스럽기는 하지만 필자도 김용만 관장, 정호승 시인과 함께 오랫만에 한 컷. 김용만 관장은 사적으로는 충남 부여 고향 선배일 뿐 아니라 용산고 선배이시기도 하다. 충청도 시골 부여에서 올라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것도 인연인데 어쩌다 보니 글쓰는 길도 함께 가게 되어 반갑기 그지없다. 다만, 필자의 글재주가 부족하여 선배의 뒤를 제대로 따라가지못해 그저 부끄러울 뿐.(글,사진/임윤식)
*잔아문학박물관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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