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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6일 – 28일
(2박3일) 여름
휴가
장소 :
반선계곡 화수네 별장
누구랑 : 일산 산악회 회원들
갈까 말까 고민중
휴가를 일 주일 앞둔 일요일, 고선에 간다는 공지가 떴다. 날짜가 딱 맞다. 출발일이 휴가 첫 날이다. 설레인 마음으로 일빠로 올려야지 했는데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하루를 참다가 화수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웬걸 인원 8명이
다 확정됐다는 거다.
에라 모르겠다. 그래도 미안하지만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 차에 4명이면 한 차는 부득이
5 명이 된다. 처음 가보는 데라 목요일 쯤 또 전화를 했다. 준비물은? 아무 것도 필요 없단다.
그래도 집 앞까지 올 줄 알았던 차는 내 쪽을 들르면 1시간이나 더 걸린다며 수락산역까지
와야한다고 하니 잠시 고민을 해 본다. 다음에 갈까 생각도 해봤는데,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잘 없다. 못 먹어도 고다. 금요일 아침
새벽 4시에 알람을 설정해두고 5시 35분 첫 차를 타고 수락산역 도착하니 광희가 마중을 나와 있다. 비가
오니 더욱 좋다. 운전하는 사람은 힘들겠지만 나머지는 주저리주저리 수다를 떨며 차 창밖으로 내다 보는
풍경을 감상하며 가다 보니 모든 시름이 잊혀진다.
첫 째날
가는 길에 충북 단양에 있는 도담삼봉에 들러 잠시 구경하면서 단촐하게 기념촬영을 하고 마침내 목적지인 고선에 도착했다. 말로만 듣고 내가
머릿 속에 그려왔던 풍경과는 너무나 달랐다. 이곳저곳 널부러진 각 종 건축자재며 콘테이너들, 마당에 듬성듬성 난 풀이며, 싱크대에서 흘러내린 물, 더구나 앙상하기 그지없는 집지키미 개는 보기조차 딱해 보인다. 뭐가
좋다는 거지?
가는 길에 시장에 들러 사 온 토종닭 세 마리에다 능이버섯 칡뿌리 홍삼 대추 등 몸에 좋다는 온갖 걸 다 집어
넣고 찜통 가득 물을 채운 뒤 몇 시간 동안 불을 땐다. 우선 푹 익은 살코기를 건져 먹고 국물은 다음날
아침에 죽을 쑬 모양이다. 세 여인은 손발이 척척 맞는다. 어디
가서 이런 보신을 하랴. 산골의 밤은 할 일이 없다. 유일한
놀이는 고스톱이다. 별로 쳐 본 적이 없지만 기회있을 때마다 배워 두고 싶었던 터라 무턱대고 들이댄다. 우선 만원으로 시작해서 다 잃으면 그만둘
양으로 시작했는데 그래도 꽤 오래
버텼다. 11시가 넘도록 쳤으니 말이다. 나중에는 허리도
아프고 내일도 끼워줄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거기까지다. 참 재밌기는 했다. 노름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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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이튿날 아침 우리는 물고기밥(미끼)으로
쓸 고등어와 콘센트를 사러 자전거를 타고 읍내로 나왔다. 자전거를 타고 시골 길을 달리는 기분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상쾌한 바람결에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느끼는 눈과 귀의 호사스러움이란...
오후엔 구마계곡에서 평생에 잊지 못할 물 놀 이… 구명조끼를 입고
튜브를 끼고 완벽한 복장이니 안심이 된다. 어느 분의 특별한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어렸을
때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다. 아니 루치반(Rutschbahn)이야
많이 타 봤지만 이렇게 자연으로 생긴 물 놀이는 그야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 그 와중에 떠 내려가는
바람에 허둥대다 보니 튜브와 신발이 같이 내려간다. 옆에서 고둥을 잡고 계시던 분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듯이 튜브와 신발을 다 놓칠 뻔했으나 그 분의 도움으로 신발은 건졌지만 결국 튜브는 놓치고 만다. 근처에 있던 언니가 얼른 자전거를 타고 계곡 가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자전거를 타고 따라붙었다. 어느 지점에 미리 가서 기다리니 마침내 서서히 떠내려오는 튜브를 건질 수
있었다. 튜브를 자전거에 싣고 개선 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들어서니 모두들 박수갈채를 보낸다. 잠시 우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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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평상에 앉아 부침개와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정담을 나눈다. 특히
이 차로 온 부자(父子)는 보기에 참 좋다. 이 시대에도 요런 효자가 있다니...
저녁은 그야말로 만찬장이 되었다. 집주인의 동생분이 그 자리에서 사시미
칼로 저며주는 참치 맛은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예의 바르고 깍듯하면서도 정감 어린 말투며.....참 이쁘다.
한가한 산골 밤에는 또 고도리 판이 열린다. 오늘은 대담하게 시드머니로
삼만 원을 내 놓고 시작한다. 아이구 왜 이렇게 잘 하는거야.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물론 잘 해서지만 같이 치는 분들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니 영 미안하고 고소해서 견딜 수가 없다.
세상에... 본전을 제외하고도 6만 얼마를 땄다. 다들 이래서 도박해서 인생 망칠 때까지 계속 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셋 째 날
셋 째 날 아침, 퉁퉁 불은 라면이지만 평소에도 싱겁게 먹는 터라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요리 실력가인 동생분이 보기에 우리가 엄청 어설픈가 보다. 모두 집에 식모 두고 사시는 분들 같다며 우스개 소리를 한다. 다
같은 말이라도 유머러스하게 상대방 기분을 좋게 하는 재주가 있다. 정리를 하고 집을 훑어보니 올 때와는
분위기가 딴판이다. 물론 치우고
닦고 한 것도 있지만 이틀 밤을 황토 흙으로 된 방에 군불을 지피고 자면서, 온몸의 노폐물을 다 빼고, 영양 보충에다 물놀이, 자전거 타기, 밤마다 고스톱 치며 즐거움을 안겨준 집이라서 그런가? 돌아보니 집은 똑 같은 그 집인데 분위기로는 그 집이 아니다. 말라깽이 집지킴이 용이도 더 잘 생겨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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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의 제안으로 가는 길에 안동 하회마을에 들르기로 했다. 우중에
구루마를 빌려 타고, 세 바퀴를 도는데 꼭 옛날 양반들이 가마를 타고 가는 기분이 들었다. 때 마침 하회 별산굿 놀이 공연이 있어 재미나게 구경했다. 점심은 안동에 왔으니 별미인 안동 찜닭을 먹기로 하고 안동시장에 손님이
젤 많이 찾는다는 집을 골라 들어가니 적격이다. 치즈로 토핑한 찜닭인데 정말 맛있었다. 술을 즐기는 분들은 일품소주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오는 길에 순창기지떡을 샀다. 며칠간
집을 비운 미안한 마음을 알아주는지 차창 밖으로는 또 비가 내린다 처음 출발할 때 처럼….
첫댓글 9월에 휴가 간다면서 7월에 좋은데 갔다왔군요.구마 계곡이 좋아보입니다.신발하고 튜브 떠내려가는 모습이~~~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