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지 않는 꽃 /이헌 조미경
김해숙은 퇴근을 하는 동료들의 뒤통수를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쉬고 만다.
그녀들은 불금이라 하여 친구들과 저녁 식사 약속이 있다면서 해숙에게
주말 잘 보내라는 인사를 남기고 서둘러 작업장을 떠나갔다.
그러나 해숙은 달리 갈 곳이 없다. 얼마 전 까지는 막내 딸아이가 있어 그나마 적적 하지 않았는데 지난주
막내딸마저 집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로 떠난 후 부쩍 말이 없어진 해숙이다.
텅 빈 집에는 반겨줄 가족이 없어 냉기만 흐른다.
혼자 사는 게 익숙한 해숙이지만 가끔은 혼자 밥 먹고 혼자 지내는 하루가 참 지루하고 길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종일 한 번도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남들은 남편이 언제 퇴근을 하는지 저녁은 뭘 먹을 것인지 끊임없이 전화해서 부부애를 과시하는데
해숙은 오늘도 아무 말이 없는 휴대폰을 바라보다 가방에 넣고 어스름한 불빛에 쌓인 도로를 따라
터벅터벅 걸었다.
직장이 쉬는 휴일이면 멍하게 방구석에 앉아 있다 피곤하면 잠을 자고 배가 고프면 식사를 혼자서 해결을 했다.
딸들은 무료하게 집에서만 있는 해숙에게 가까운 공원이나 영화라도 보러 가라고 하지만 혼자서 집을 나서기가
귀찮다. 가끔씩 찾아오는 외로움이 무섭다. 혼자서 잠을 자는 게 너무 힘들다.
남들은 삼시 세끼 챙겨줄 남편이 없으니 홀가분하고 좋겠다 말하지만, 어느 땐 아파도 좋으니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딸들은 해숙에게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새로운 남자 친구를 사귀라 권하지만
정이 들까 더럭 겁이 나기도 한다. 약 한 달 전의 일이다.
해숙이 친한 언니의 소개로 택수를 만났다. 택수는 부인과는 2년 전에 사별을 하고 아들딸 다 키워 놓고
적적한 나머지 노후를 함께 할 여성을 찾는 중이었다. 택수의 나이는 해숙 보다는 3살이 많은 55세
해숙은 올해 52살이다.
그러나 택수는 해숙을 만나자마자 마치 당장이라도 혼인 신고를 할 것처럼 매사에 급했다.
그렇지만 해숙은 그동안 여러 남자들을 만나면서 돈도 뜯기고 구타도 당했던 경험이 있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택수의 가장 큰 문제는 술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술을 마시면 지나간 일을 해숙에게 들려주며 귀찮게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 해숙은 친한 언니의 부탁도 있고 해서 어지간하면 참아 주려 했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은 일이 생기고 말았다.
그 일로 해숙은 마음에 깊은 상처가 생기고 말았다.
택수는 해숙을 만나면 다짜고짜 술집으로 데리고 가서 앉혀 놓고 술을 권하기를 좋아했다.
해숙도 술을 전혀 못하지는 않았지만, 택수의 주량에 맞추어 대작을 할 정도는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술 한잔을 하는데, 택수가 술기운에
해숙의 말투가 나긋나긋하지 않는다고 발끈 화를 내고 말았다.
"해숙 씨는 그래... 성격이 왜 그래요?"
내 성격이 어때서요?"
해숙도 택수의 말투에 기분이 상했다.
"해숙 씨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좋은데 어째 그래 여자가 되가지고 애교도 없어요?"
택수의 이 말에 그만 화가 난 해숙이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뒤따라 나온 택수가 해숙을 향해 기름을 끼얹었다.
"그러니까 이혼을 두 번이나 했지."
"뭐라고요?"
해숙이 씩씩 대며 택수에게 대들었다.
아니 내가 이혼 두 번 한 것 하고 택수 씨 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남의 과거를
꺼내고 그래요."
두 사람은 그 일로 인해서 그동안 사이가 좋았던 관계가 깨지고 말았다.
그날 저녁 해숙은 우두 컴컴한 빈방에 혼자 앉아 울고 또 울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눈길이 늘 부담스럽고 신경이 쓰여서
그동안 이사도 여러 번 다녔지만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어서 이곳에서 둥지를 틀고 사는 중이었다.
세상에 모든 여자들은 다들 행복해 보이는데 자신만 불행의 씨앗을 안고 살아왔는데
아픈 상처가 아물고 이제는 모든 것을 묻고 앞으로 건강만 허락한다면 죽는 날까지
오직 자식들의 안위만 생각하며 살려했던 해숙이었다.
다음에 계속 이어집니다
첫댓글 감사 즐감 합니다
고맙습니다,잘 보고갑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잘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겁게 보고갑니다!
즐감 ~~~~~~~~
잼납니다
감사
즐감! 감사합니다.
즐감
즐감입니다.
즐감요
즐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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