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의 레고 창작 작품 전시회 '브릭 코리아 컨벤션 2013'이 지난해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열렸다. [사진=브릭인사이드 제공] 레고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한편, 손쉽게 재테크를 즐길 수 있는 품목이다. 레고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각 제품은 비록 단순한 브릭(brick)들의 조합에 불과하지만, 그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바를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레고의 가장 큰 매력이다.
최근 유년시절 문화를 그리워하는 성인, 이른바 키덜트(Kid+adult)족이 증가하면서 레고의 성인 팬 층이 넓어졌다. 레고 관련 국내 최대의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브릭나라’의 회원수는 현재 9만3000명이며, 2000년에 개설된 국내 최장수 레고 커뮤니티 ‘브릭인사이드’의 회원수도 2만5000명에 달한다. 커뮤니티에서 회원으로 활동하지 않는 이들의 숫자까지 포함한다면 국내 레고 팬 층은 이들 커뮤니티의 회원수 12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팬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레고 모형 제작업체 하비앤토이는 2008년부터 레고 모형을 전문적으로 만들어오고 있다. 레고가 좋아 즐기던 동호회 사람들이 뭉쳐 회사를 설립했다. 하비앤토이는 하나의 주제를 잡아 연출하는 ‘디오라마’를 비롯해 ‘쇼케이스’, ‘조형물’ 등의 제품을 제작해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에 공급하고 있다. 브릭인사이드의 운영자이자 하비앤토이의 대표인 김성완 씨(41세)는 “최근 카페에서 인테리어를 위해 레고 조형물을 주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가수 팬클럽이 가수의 쇼케이스 제품으로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레고코리아 주관으로 국내 최초의 레고 창작 작품 전시회 '브릭 코리아 컨벤션 2013'이 열리기도 했다. 이 행사에서 90여 명의 레고 마니아들이 200여 점의 레고 작품들을 선보였다. 소규모 동호회 단위로 활동해오던 마니아들이 점차 그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인기 제품은 거래 가격 70만원→300만원으로 껑충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레 레고 제품의 수요도 늘고 있다. 어린이용 제품에 집중했던 레고(LEGO)사도 이러한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춰 정교한 모델들을 출시하고, 속속 한정판 모델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레고는 일반적으로 레고코리아 공식사이트, 대형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 오픈마켓 등 다양한 경로로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제품이 단종되면 온라인 레고 커뮤니티나 중고거래 카페, 해외구매대행 등을 통해서만 한정적으로 구할 수 있어 프리미엄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한정판이라는 희소성과 마니아들의 수요가 만나 자연스레 투자 시장이 형성됐다. 갖고 싶은 제품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 웃돈을 주고서라도 제품을 구하려는 마니아들이 많아졌다.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젊은 연령층이 넓은 팬 층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고 신제품의 경우 가격이 적게는 몇천원에서 많게는 60만원까지 나간다. 김성완 씨는 “20·30대가 전체 회원 수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연령층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0대 이상 회원이나 어린 학생들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레고 마니아의 직업군도 다양한데,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회원들도 꽤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레고가 처음부터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은 것은 아니었다. 기존에 형성돼 있던 레고 거래 시장은 동호회원들 간 ‘시골 장터’의 느낌이 강했다. 단순히 마니아들이 제품을 가지고 있다 가격이 오르면 팔아 다시 자기가 갖고 싶은 제품을 구매하는 형식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따라서 예전에는 시장에서 적정한 재고량이 유지돼 가격이 다소 오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 해 전 일부 한정판 제품에 프리미엄이 붙어 몇백만원 선에서 거래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투자 목적의 이른바 ‘업자’들이 레고 재테크 시장에 대거 뛰어들게 된 것. 인기 제품은 단종되면 박스를 뜯지 않은 새 제품을 기준으로 보통 30%에서 많게는 두 배 가까이 웃돈이 붙게 된다. 실제로 옥션 중고장터에는 레고 중고 상품 100여 개가 등록돼 있을 정도다. 지난해 옥션 중고장터에서는 1999년에 출시되었으나 현재 단종돼 구하기 힘든 ‘레고테크닉 8448’이 90만원에 판매됐다. 최근에는 70만원에 출시됐던 ‘스타워즈 10179’가 중고품 거래 사이트를 통해 300만원 선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1만 번대 세트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레고는 제품명 뒤에 품번이 숫자로 붙는데, 마니아들은 이러한 품번을 통해 제품을 구별한다. 지난해에 1만 품번을 넘어서는 제품들이 등장했는데, 카페코너(10182), 그린그로서(10185), 에펠탑(10181), 머스크기차(10219), 에메랄드나이트(10194) 등이 대표적인 1만 번대 제품이다. 그밖에 ‘스타워즈’ 시리즈나 부동산 시리즈로 잘 알려진 ‘시티’ 시리즈 제품의 인기도 높다.
특히 레고는 브릭(brick)이 2개만 있어도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레고 ‘브릭’만 파는 판매자들도 상당수 확인할 수 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라 소장가치가 있는 수집품이라는 인식이 레고에 대한 수요와 재테크로서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돈벌이는 NO, 즐기는 재테크로 추천
전 세계에서 레고 관련 시장이 가장 큰 곳은 미국과 유럽이다. 아시아 시장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에 속한다. 레고코리아 관계자는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레고 인기가 독보적이며, 최근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레고사에서는 최근 들어 국내의 레고 동호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협찬하거나 지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재테크로서의 레고 시장 전망은 어떨까. 김성완 씨는 “레고를 구입할 수 있는 루트가 다양해지면서 예전만큼 가격이 폭등하지는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1~2년간 불었던 재테크 열풍으로 인해 제품을 구매했던 이들이 가격이 오르지 않자 이것을 다시 시장에 내놓기 시작한 것.
실제로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캐슬 시리즈 중 하나인 ‘10193’ 제품의 경우 2009년 신제품 출시 당시 14만7000원이었지만, 단종된 이후에도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다. 김성완 씨는 “하지만 인기 있는 제품들의 경우 여전히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며 “투자 목적으로 이것저것을 수집하기보다는 내가 관심 있는 제품군에 관심을 두고 즐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레고를 조립하고 모으는 즐거움을 맛보며, 동시에 재테크 효과도 노릴 수 있는 레고. ‘즐기는 재테크’로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