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을 활성화하자!
배문호
주거복지연대 전문위원·도시계획학 박사 / 한국토지주택공사 파주사업본부 사업관리부장
서울시 노량진지역과 용산지역을 연결하는 한강대교를 지나다 보면 중간에 노들섬이 있다. 1968년 한강개발계획과 1982년 한강 호안정비사업을 통하여 생성된 섬이다. 민간 소유였던 섬을 2005년 서울시가 매입했다. 면적이 12만㎡ 정도 되는 이 섬의 일부를 서울시가 텃밭을 조성하여 3년 전부터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필자도 작년에 서울시로부터 두 평을 임대받아 1년 내내 텃밭에서 농사(?)를 지었다. 이른바 도시농부로 주말을 보낸 것이다.
사실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않다. 도시는 인구가 밀집되고 다양한 산업 활동을 수용하느라 토지에 대한 수요가 크다. 그래서 농업은 땅값이 비싼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농촌 지역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도시는 과연 농업을 할 수 없는 곳인가?
아니다. 실제로 도시의 텃밭이나 주말농장, 아파트 베란다, 건물 옥상에서 직접 친환경 농산물을 기르는 도시농부가 늘고 있다. 도시농업은 도시의 다양한 공간에서 도시민들의 의해 이루어지는 농사 활동이라 정의할 수 있다.
정부는 2011년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각 도시 여건에 따라 도시농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권장하도록 하고 있다. 도시는 농촌처럼 대규모로 경작할 수 있는 땅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도시농업에서는 도시 여러 곳의 자투리땅이나 빌딩의 옥상, 녹지대, 공원 등이 주요 대상지이며, 아파트 쪽마루나 옥상에 일정한 시설을 하고 채소류를 재배하고 있는 곳도 있고 학교 내 공터에도 도시농업 활동을 할 수 있다. 또한 도시농업은 단순히 먹을거리만의 생산을 넘어 공동체 회복,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노들텃밭 공동체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되고 있다. 그리고 수도권 근교의 많은 지자체들은 도시농업 활성화 조례를 앞 다투어 제정하고 도시농업을 지원하고 있다.
도시농업이 시민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면으로는
첫째, 도시를 생태도시로 만든다는 것이다. 도시농업을 함으로써 도심 내에 어느 정도의 녹지 확보를 할 수 있다. 도시에 생태환경을 만들어 여름철 도심의 열섬현상을 완화할 수도 있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여 오염된 도시의 대기를 정화하기도 한다.
둘째, 도시농업은 도시민들에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필자도 주말에 잠시 ‘노들텃밭’에 가는 것이 매우 즐거운 주말 소일거리가 되고 수확의 기쁨도 맛보는 등 정신적인 만족감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텃밭을 같이 가꾸는 사람들과의 교류와 유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도시농업을 협동적으로 수행하면 도시에서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따뜻하게 만드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는 도시농업 포탈사이트를 개설하여 도시농업을 장려하고 있고 동작구는 미군이 사용하던 대방동 땅을 서울시가 매입하자 이를 임시로 구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도시텃밭으로 운영하여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부산시의 여러 자치구도 도시 농업을 장려하는 다양한 방안들을 지원하고 있는 중이다.
셋째, 도시농업은 도시민의 삶을 건강하게 치유하는 생활농업이다. 우리는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생활에서의 피로를 몸에서도 마음에서도 덜어내고 싶어 한다. 빈 텃밭을 가꾸고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고 거름을 주면서 기다리면 어느덧오이가 열리고 토마토가 열린다. 그렇게 잘 자란 채소와 과일을 먹을 때면 온 몸이 건강해져 옴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모든 일들은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도시민들에게 삶의 윤활유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넷째, 도시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매매하거나 교환하는 새벽시장을 운영하면 도시농업은 경제농업이 된다. 새벽시장은 도시내 적절한 공간(도로가 등)에 새벽6시에서 8시까지 반짝 열고 깨끗이 청소하면 지역경제도 활성화되고 이용하는 주민들에게도 경제적으로 실속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농업은 활성화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민들에게 도시농업을 위한 더 많은 공간이 주어지길 바란다. 시민들에게 도시농업 교육 프로그램과 마스터 거드너(Master Gardener)와 같은 전문가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도시민들은 적극적으로 1가구 1텃밭 갖기 운동을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우리의 식탁은 유기농 농산물로, 우리의 삶은 유기질로 활기차게 변화될 것이다.
해운대 신도시 주변의 도시농업은 어떠한지 한번 되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