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집에 두고 와서 다급하게 쓰는 사이버 편지

[김경민]

민정아 안녕 사이버 편지래서 많이 기대했니 하지만 나는 너나 서하나처럼 카페 글 잘 쓰는 재주가 없단다 일단 수만휘 등업 신청할 때처럼 열심히 써 볼게 굳이 변명을 하자면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치약도 못 챙기고 책상 위에 있는 네 편지도 못 챙겼단다 근데 ** 카풀 아저씨가 존나 늦게 와서 이럴 거면 걍 느긋하게 다 챙기고 나올걸 싶더라 나는 재미보다 양으로 승부할 테니까 우선 양해 부탁해

작년 내 기억으론 작년 네 생일 때 아마 내가 케이크만 줬던 것 같은데 맞니? 아니니? 아니어도 맞다고 해 줘 부탁해 솔직히 이채원만 보고 5반으로 전과했는데 너랑 서하나랑 이태경도 만나서 진짜 다행이야 나는 아싸 행 각오하고 갔는데 너랑 서하나가 같이 앉자고 자리 붙였을 때 좀 좋았어 진짜 거짓말 안 하고 너 만나고부터 일이 잘 풀린 것 같아 최지영 개*** 때문에 진짜 힘들어 했을 때 나 위로해 주고 다른 반 애들한테 소문 개구라라고 말해 주고 이제 와서 말하지만 19 년 인생 중에 제일 행복했어 내가 복이 있긴 있구나 싶고 진짜 진정한 BF를 만났구만 했어

우리 인기가요 샌드위치 만들어 먹은 게 신의 한수인 것 같아 샌드위치 먹은 뒤로 계속 같이 다니고 시험 끝나면 같이 엽떡 먹고 진짜 좋았는데 기억 나니? 기억해 내렴 저기 이름 뭐더라 놀이 카페? 만화 카페 아니고 무슨 다방? 어쨌든 저기 가서 20000원 넘게 쓴 거 기억 나니 사실 난 돈이 아깝지 않았단다 너는 아까웠니 그렇다면 안타깝구나 우리 벽에 수능 대박 기원 편지 달았잖아 그때 수능 말고 수시 적어야 했어 우리 생각이 너무 짧았어 너무 일반화된 대입 응원이었어 우린 수시파인데 그래도 우리 수시 잘 될 거야 왜냐하면 내가 1월 1일에 엄마랑 풍등 달러 갔을 때 나랑 내 친구들 다 대학 잘 가게 해 주세요 했거든 걱정 마 내가 다 책임질게

시간 순서 뒤죽박죽인 거 양해 부탁해 왜냐하면 내가 갤러리 정리를 안 해서 네 사진 보이는 족족 올리는 중이란다 이 사진 기억하니 2학년 때 우리 막 그렇게 같이 놀고 그런 사이는 아닐 때 너희가 나 그려 준 거 그때 진짜 이 뽀짝한 애들은 뭘까... 나 없으면 없는 거지 그림까지 그려 주는 정성... 뭘까 했어 솔직히 이때 진짜 부러웠는데 나도 너랑 놀고 싶었어 근데 아마 나 무슨 이모션 머시기 때문에 못 갔던 것 같은데 사실 잘 기억이 안 나 요즘은 그냥 놀고 싶으면 바로 나와서 놀고 같이 자고 싶으면 우리 집이나 너희 집에서 자고 그런 사이로 발전해서 정말 좋아 ㅎㅎ

이때가 우리 첫 노래방이었나? 이 사진 한동안 내 카톡 배사였어 너무 귀여워서 다른 친구들이 배사 누구냬 그래서 내 자식들이라고 말하고 다녔어 그동안 숨겨서 미안하다 딸아 진짜 이 사진 보면 너희 셋 다 망태기에 넣고 들튀하고 싶어 1년 전이라 그런지 그렇게 달라진 건 없네 원래 엄청 옛날 사진이랑 지금이랑 비교해야 재미있는데 아쉽다 그래도 진짜 너랑 이채원이랑 서하나는 내 ㅂㅁ이야~

우리 이월드도 갔었는데 기억하니 나 그때 무슨 비행열차? 하늘마차? 그거 타고 존나 토할 뻔했는데 너는 괜찮았니? 우리 홀수였는데도 (이채원이 배신해서) 진짜 잘 놀았다 그치 약간 너랑 놀면서 홀수 짝수 이런 거 신경 안 쓰게 된 것 같아 왜냐하면 너희 다 좋아서 누구를 더 좋아하고 누구를 시기할 틈이 없어 진짜 엄마 아빠 중에 누가 더 좋냐는 질문이랑 비슷해

지금 생각해 보면 작년에 내가 너한테 받은 기운들 지금 내가 너한테 되돌려 주고 있는 것 같아 작년에 내가 너무 힘들 때 너 덕분에 기운 차렸잖아 그것처럼 너도 지금 나한테 많이 기대고 내 기운 다 빨아갔음 좋겠어 나는 네가 진짜 멋있거든 성격도 멋있고 사상도 멋있고 근데 올해 들어 네가 조금 힘들었잖아 그때 내 기분이 어땠냐면 딱 이거였어 어릴 땐 엄마 아빠가 진짜 슈퍼맨처럼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좀 크고 보니까 엄마 아빠도 다 힘든 일 있는 사람이고 기댈 버팀목이 필요하단 걸 깨달은 기분 네가 나한테 그래 나는 네가 죽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나도 죽고 싶었어 왜냐하면 네 생각 나도 진짜 너무 이해돼서 옆에서 아무리 달래도 우울한 건 스스로 괜찮아지지 않는 이상 계속 유지되잖아 나는 혹시라도 네가 잘못된 선택할까봐 진짜 많이 걱정했어 그래도 힘든 거 속상한 거 나한테 다 털어 놓고 얘기해 줘서 고마워 그런 얘기 친구한테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앞으로도 힘든 거 있으면 찾는 사람이 내가 우선이길 바랄게 나는 네 부모님이 우리 부모님이고 네가 내 동생 같으니까 꼭 나부터 찾아줘 나는 너 힘들 때 기대라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충분히 그래도 돼 작년에 내가 너한테 그랬으니까 그리고 진짜 내가 장담하는데 너 잘 될 거야 먼저 태어나기도 네가 먼저 태어났고 나보다 다양한 걸 더 많이 경험해 봤겠지만 나도 19년 동안 살아보니까 진짜 열심히 산 사람은 잘 돼 백 퍼센트야 대학도 그렇고 앞으로 네 미래도 그렇고 내가 진짜 장담해 그러니까 너무 걱정 안 했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제 더 안 아프고 더 안 속상했음 좋겠어 너도 너희 부모님도 진짜 행복했음 좋겠어 내 마음 뭔지 알지 우리 진짜 대학 때문에 고생 많이 했잖아 12월부턴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알바도 하고 여행도 가고 한신포차도 가고 사실 무뼈닭발밖에 못 먹지만 어쨌든 미래 걱정보다 우리랑 놀 거 생각하면서 신났으면 좋겠어 그럼 네 몸도 안 아플 거 아니야 이제 호르몬 주사도 맞지 말자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다 좋은 얘기밖에 없어서 쓱 훑고 스크롤 그냥 쭉 내렸니? 다른 글은 그래도 되는데 내 편지는 웬만하면 정독하길 바라 내가 손편지에 쓴 것보다 더 자세하게 쓰는 중이야 확실히 타자가 더 좋긴 하다 ㅎㅎ 괜히 정보 사회가 아니네 이러니까 노땅 같니? 나도 좀 그렇게 느껴서 그래 양해 부탁해 여기서 4절까지만 하자면 나는 네가 돈을 달래도 줄 수 있고 시간을 달래도 줄 수 있어 무슨 뜻인지 알지? 네가 나한테 짐일 거라는 생각 절대 하지 말고 어머니 아버지 다음으로 내가 제일 믿음직한 사람이어야 해 알겠지? 5절까지 하면 진짜 스크롤 훅 내릴 것 같으니까 여기까지만 할게

생일 진심으로 축하하고 어머니 아버지께 감사하단 말씀 전해드려 줘 내가 준 신발 맨날 신고 다니고 알겠지? 대학교 개총 때도 그 신발 신고 다녀 항상 지켜 본다 내가 근데 흰 양말 신을 때는 그 신발 안 신어도 돼 물들 수도 있으니까

강민정 사랑해~

PS. 양으로 승부한댔는데 혹시 졌니? 졌다면 안타깝구나 분발할게

[경민아 사랑해]

경민아 나 이거 찐으로 오랜만에 읽으니까 눈물이 흘러

[김경민]

나왜...지금 읽지? 담캎미쳤나 알림 안 띄우네 나 아침부터 울참 중... 근데 이제 서프라이즈를 곁들인... 왁 진심 대박이다 요즘 잘 지내고 잇어??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고 에혀 진짜 보고싶다 근데 너 왜 일찍 일어난?? 먼 일 잇어?

[경민아 사랑해]

210903 ㅊㅊ

[김경민]

굿

[경민아 사랑해]

220509 ㅊㅊ

[경민아 사랑해]

220607 ㅊㅊ

[경민아 사랑해]

220713 ㅊㅊ

[경민아 사랑해]

221023 ㅊㅊ

[경민아 사랑해]

ㅆ발진짜눈물이…

[경민아 사랑해]

드디어일열에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