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한국청소년문학상 수상작품집 『그리움 한 마리』 발간
사단법인 문학사랑협의회가 주최한 제17회 한국청소년문학상 수상작품집 『그리움 한 마리』가 발간되었습니다. 1,100여 편의 작품이 응모되어, 1차 회원들의 예심, 2차 전문가의 본심을 거쳐 수상작품을 선정하였습니다. 이렇게 선정된 시 부문 17편, 산문 부문의 17편 등 34편을 수록한 수상작품집은 수상자와 학교에 기증되며, 대형 서점에서 판매됩니다.
수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시부문 : 대상-김예림; 금상-임지은; 은상-우수연 이서희 이유진 김지원 이찬희; 동상-이정윤 김지은 최수지 윤서은 김다비 최한별 조민송 장주희 김재빈 강다연 등 34명
◇ 산문 부문 : 대상-김시내; 금상-강예진; 은상-김나영 박효진 김수민 오정현 김나연; 동상-박인애 박윤희 김도원 김도윤 김성빈 김예은 김진우 최 건 이승우 김동훈 등 34명
= 서평
◇ 운문 심사평
청소년 문학상 심사를 할 때마다 나는 은근히 가슴이 떨린다. 이번에는 또 누구의 보석 같은 시가 내 심금을 울려줄까. 기성시인들의 시보다 청소년들의 풋풋한 작품에서는 묘하게 마음을 설레게 하는 요소들이 있다. 청소년들의 좋은 시를 읽을 때마다 나는 행복하다. 왜냐하면 그들이 바로 우리 문학의 미래이니까.
그러면 좋은 시란 어떤 시일까. 좋은 시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오세영 시인은 “좋고 나쁜 시는 없다. 감동이 있느냐, 깨달음이 있느냐 차이이다.”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감동을 주는 시, 깨달음이 있는 시가 좋은 시라는 뜻이다.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우선 발상이 참신해야 한다. 남들이 이미 수도 없이 이야기한 진부한 것들은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둘째로 그 시의 내용에 맞는 리듬을 살려 시를 써야 한다. 셋째는 비유, 함축, 낯설게 하기 등의 표현기법을 잘 이용해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시인의 진솔한 삶, 경험이 독창적인 표현으로 녹아 감동으로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다. 시를 읽고 떨림이 없는 시는 좋은 시라고 말할 수 없다.
문학사랑 2019년 제17회 청소년문학상에 응모한 작품들을 심사하면서 나는 다행히도 좋은 시 몇 편을 발견할 수 있어 좋았다. 대상을 받는 김예림(양주고등학교 3학년)의 ‘황혼의 집’은 소멸의 시간과 공간인 ‘황혼의 집’에서 힘들게 자의식을 일깨우는 모습을 수준 높은 표현으로 형상화한 시이다. ‘황혼의 집’이 한 폭의 그림이라면 발상과 구도와 색채가 완벽한 그림이다. 김예림 학생의 앞날이 기대된다.
금상을 받는 임지은(진잠중학교 3학년)의 ‘추억록’은 아빠의 사진첩을 받고 아빠의 인생을 유추하면서 감격을 노래한 시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아빠에 대한 짙은 애정이 시 속에 녹아들어 감동을 준다. “아버지의 가슴 속 깊고 푸른 강이 흐른다.”의 시작과 “밤 새벽을 유영하던 바람과/ 쏟아지던 별들의 음표들”, “더 이상 어릴 적 개똥벌레를 기억하지 못할 때쯤/ 달빛을 얼려 만든 거울 하나를/ 지평선에 묻어둔다.” 구마다 행마다 절창 아닌 것이 없다. 중학생으로 이만하니, 시 쓰기에 재주 있는 청소년이 아주 드문 요즈음 참으로 기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은상을 받는 우수연(Gymnasium105 9학년)의 ‘요조숙녀 클라이맥스’와 이서희(서울불암중학교 3학년)의 ‘어쩌다 멸치’도 수작이었다. ‘요조숙녀 클라이맥스’는 대화체의 산문시로 발상의 엉뚱함과 표현의 자유스러움이 돋보였고, ‘어쩌다 멸치’는 풍부한 연상능력이 우수한 작품이었다.
청소년들의 작품을 심사하며 나는 많은 감동을 받았다. 감동을 주는 일이야말로 모든 시인들이 꿈꾸는 것이다. 남의 좋은 시를 읽어가면서 우리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시를 써보자.
◇ 산문 심사평
산문이란 운율이나 음절의 수 등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쓰는 소설, 수필, 편지, 일기, 희곡 등을 말한다. 이번 청소년 글짓기 현상공모에도 소설, 희곡, 수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한 작품들이 응모 되어 즐거운 마음 금할 수 없다. 산문은 언어를 매개로 하여 자기 마음을 직, 간접으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따라서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자아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지금 눈앞에 다가온 4차 산업시대는 인공지능, 로봇, ICT 등 융합을 통한 기술 혁명이 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시대다. 그러나 최고의 인공지능을 가진 알파고는 감수성이 없다. 슬플 때 울고, 기쁠 때 즐거워하지 못한다. 슬플 때 울고, 기쁠 때 즐거워할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고, 그것은 문학을 통하여 나타낼 수 있다. 이번 청소년 글짓기 모집에서는 의외로 소설이 많았고 희곡도 두어 편 응모 되어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
대상으로 뽑힌 김시내 학생의 ‘그리움 한 마리’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보육원으로 운반된 채’ 꿋꿋하게 사는 시내 학생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아버지가 떠날 때 물고기를 남기고 떠났는데 그 물고기 한 마리를 보고 살아가는 것을 ‘그리움 한 마리’라는 제목으로 달았다. 그리고 젊어서 남편을 잃은 엄마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남의 집 욕실에 타일을 깔기도 하며, 때로는 전단지를 뿌려가며 힘들게 살다가 결국 엄마마저 잃고 보육원으로 가서 현재 살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사춘기 학생으로서 겪고 있는 힘든 일을 특유의 개성적인 서사와 묘사를 통해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있다. 김시내 학생은 글 쓰며 울고, 나는 심사하며 울고. 울지 않고는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오르는 울컥하는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두 번째로 감동을 주는 작품이 강예진 학생의 ‘숲’이다. 장래 문제로 엄마와 갈등을 겪는 오빠 이야기를 곁에서 지켜보며 썼는데 역시 서사와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예진 양의 오빠는 종이랑 연필 하나만 있으면 자신의 세계를 창조해 낼 수 있을 정도로 미술을 좋아했고, 엄마는 공부도 학교에서 1, 2등을 하는 아들이기에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데서 생기는 엄마와의 갈등을 그렸다. 오빠는 효자다. 그래서 졸업하기까지 엄마 말씀대로 공부 열심히 하여 우등생으로 졸업하였다. 그리고 오빠는 드디어 엄마에게 폭탄을 터뜨렸다.
‘3년 동안 엄마 말 잘 들었잖아요?’
제목 ‘숲’은 졸업 후 집을 나간 오빠가 개척해야 할 힘든 세계인 것이다. 예진 학생의 글을 읽는 동안 얼마나 많은 양의 독서를 했으면 이처럼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상으로 뽑힌 김시내 학생의 글과 우열을 가리기에 힘이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 혼자 살아갈 시내 학생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결심’이 우열을 가리는 잣대로 작용했던 것이다. 앞으로 시내 학생과 예진 학생, 모두 좋은 글 많이 쓰기 바란다.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자아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세상을 개척해 나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