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라이프 인문학독서클럽, 첫 번째 시간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2차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1944년 10월 19일, 1,300명의 유대인들을 가축처럼 빽빽이 태운 열차가 폴란드 남부에 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린 유대인들은 한 명씩 나치 장교 앞을 지나갔고 그는 집게손가락으로 오른쪽 혹은 왼쪽을 가리켰다. 그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은 양쪽으로 나뉘었고 왼쪽으로 발길을 옮긴 사람들은 모두 ‘목욕탕’이라 쓰인 화장터로 향했다. 그리고 10%도 안 되는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학자인 빅터 프랭클 박사가 있었다.
수용소에서의 삶은 빅터 프랭클 박사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퇴화시켰다. 가족들의 생사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견뎌야만 했지만 결국 그는 살아남았다. 그는 수용소의 삶을 생생히 떠올리면서 육체적으로 강한 사람이 반드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더 잘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빅터 프랭클 박사는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삶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고 그것을 찾으려 노력하면서, ‘왜’에서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인지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고 보았다. 심리학 혹은 심리치료라고 할 수 있는 로고테라피(logotherapy)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의미를 뜻하는 로고(logo)와 치료를 뜻하는 테라피가 합쳐진 말로서 우리말로 ‘의미치료’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편에서 빅터 프랭클 박사가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체험과 자신의 깨달음을 서술하고, 2편에서는 로고테라피에 대한 구체적인 해설을 덧붙였다. 그리고 3편에서는 빅터 프랭클 박사가 제3차 세계 로고테라피 대회에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비극 속에서의 낙관’이 실려 있다.
비록 220페이지의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는 삶의 고통과 절망,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의 주체로서 자신의 의미를 발견해 나가는 일련의 역설적인 가르침은 짧은 글로서는 정리하기 힘들다. “삶의 이유(why)를 아는 사람은 삶의 어떤 어려움(how)도 견디어 낼 수 있다.” 이 책의 서문에 빅터 프랭클 박사가 인용한 철학자 니체의 말은 심리치료로서의 로고테라피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박동봉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