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이라는 불편한 진실
▣ 음모론이란 용어 때문에 부당한 일을 당하는 이들이 있다.
현대의 신조어들 중 ‘음모론’이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정설로 여겨지는 다양한 사회 정치 과학 분야에 대해 반대 견해를 피력하는 ‘유튜브’ 등에서 주장하는 새로운 주장들을 ‘음모론’이라고 말한다. 물론 보다 전문적으로는 어떤 사건이 그 배후에 거대한 조직이 나쁜 의도로 조종하거나 거짓을 퍼뜨리는 것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기존의 당연히 여기는 어떤 이론에 반하는 비-전문가들의 이론이나 관점을 음모론이라고 다소 포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만일 학문적인 일들에 있어서 그 근거를 ‘유튜브’의 어떤 내용을 말하거나 어떤 주장의 근거 중 하나로 사용하게 되면 “대학의 수업에서 어떻게 학자가 ‘음모론’을 말하는가?” 혹은 “신성한 학술대회에서 과학자가 음모론을 말하는 것은 매우 저속한 일이 아닌가?”라며 비판을 하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재의 언어 관습은 매우 잘못된 것이며, 가끔 이로 인해 오히려 억울한 사람들이 생긴다. 과학이란 그 자체 ‘반론이 가능한 학문’이다. 만일 절대로 반론이 있을 수 없는 이론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과학이 아니라, 형이상학이며 종교와 같은 것이다. 그러한 과학은 더 이상 과학이 아닐 것이며, 유사-과학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충분히 수용할 만한 근거들로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기존의 정설을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논증’은 항상 가능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경우 기존의 정설에 반대된다는 이유로 ‘음모론’이라고 불리게 되면서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처럼 취급받게 되기 때문이다.
▣ '음모론'이란 용어는 그 자체 성립하지 않거나 매우 모호한 용어이다.
그런데 우리는 ‘음모론’이라는 이 신조어의 사용이 타당하거나 정당한 것인지 한 번 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용어는 어떤 의미에서 그 자체 성립할 수 없는 용어이거나 매우 모호한 용어여서 오히려 이 용어가 어떤 특수한 목적에 의해 고안된 즉 ‘음모’에 의해 고안된 비-현실적인 용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다면 ‘음모론’ 중에서 최초의 것 혹은 가장 확실한 것이 ‘음모론’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낸 일군의 사람들의 행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음모론이 그 자체 성립이 불가능하거나 비-현실적이거나 매우 모호한 용어인지 한 번 알아보자. 이를 위해 먼저 ‘음모’라는 것에 대해 알아보면 국어사전에는 음모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① 나쁜 목적으로 몰래 흉악한 일을 꾸밈. 또는 그런 꾀.
② 형법상에서의 음모는 일정한 범죄를 실행할 목적으로 2인 이상이 합의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음모도 실행착수 이전의 개념이라는 점에서 예비와 동일하며, 범죄수행에 대한 위험성에 있어서도 예비와 차이가 없다.
위의 정의에 따르면 ‘음모’란 어떤 불순한 인간의 행위, 즉,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일을 꾸밀 때의 ‘계획하는 행위’를 지칭하거나 혹은 ‘나쁜 의도’ 그 자체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그렇다면 이제 왜 ‘음모론’이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 용어인지 혹은 매우 불확실하거나 모호한 용어인지 알아보자.
첫째, 사람들이 ‘~론’이라고 할 때, 이 ‘론’은 “~ism”이라는 것으로 “~이론”의 약자이다. 가령 철학 용어에는 ‘진화론’ ‘경험론’ ‘합리론’ ‘유비론’ ‘기계론’ ‘자유론’ 등 일반 명사가 붙는 무수한 용어와 ‘Kantisme’ ‘Hegelisme’ ‘Thomisme’ 등 사상가(사람)의 이름이 붙는 무수한 용어들이 있다. 이를 풀어서 사용하면 ‘진화에 관한 이론’ ‘경험을 진리추구의 방법으로 사용하는 사상’ ‘합리적 추론을 진리추구의 방법으로 사용하는 사상’ ‘세계를 유비적으로 이해하는 사상’ ‘모든 현상을 기계론적인 작용으로 고려하는 사상’ ‘자유에 관한 이론’ ‘칸트의 사상(이론)’ ‘헤겔의 사상(이론)’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이론) 혹은 토미스트들의 사상’ 등을 지칭한다. 따라서 이러한 말이 성립하는 조건은 ‘~론’이라는 말에 붙는 용어가 일반명사이거나 사람이거나 이며, 이 용어들이 허상이나 허구가 아닌 실재여야 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일반명사나 사람이 붙는 ‘~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가령 ‘유니콘론’이라거나 ‘홍길동론’ 등의 말은 그 자체 무의미하거나 성립하지 않는 용어이다. 이론이 이론인 한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 혹은 구체적인 자연현상이나 인간현상에 대해서 합리적이거나 경험적인 증거들로 납득가능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음모론’에서 ‘음모’는 일반 명사이다. 따라서 이는 ‘음모에 관한 이론’이거나 ‘음모라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는 사상(주장)’ 혹은 ‘세계나 인간 현상 혹은 어떤 특정한 이론을 음모로 이해하는 이론(주장)’ 등이 될 것이다. 이 세 가지 중에서 그 자체 성립하는 정의는 첫 번째와 세 번째의 정의 일 것이다. 그런데 통상 ‘음모란 무엇인가?’라며 주장하는 어떠한 이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현실성 있는 정의는 세 번째의 것 즉, ‘사회현상이나 인간 현상에 대해서 진실이 아닌 음모라고 주장하는 이론(사상, 견해)'이거나 혹은 '나쁜 마음으로 어떤 특정한 이론을 거짓으로 간주하려는 거대한 세력들에 의해 탄생한 주장’이 될 것이다. 그런데 통상 사람들이 ‘음모론’이라고 말하는 주장들은 이 중에서도 (기존에 존재하는) 어떤 특정한 사건이나 이론에 대해서 '그 사건이 어떤 특정한 세력에 의해서 의도된 혹은 조작된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음모론' (이 경우 기존의 이론이 음모론이 되는 것이다)이거나, 기존의 사건이나 이론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나 이론이 사실은 거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세력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만들려 졌거나 조작된 것이라 주장하는 '음모론' (이 경우 기존의 사실을 비판하는 새로운 주장이 '음모론'이 되는 것이다) 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통상 사람들이 말하는 음모론이라는 것은 이 후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사람들이 ‘음모론’이라고 지칭하는 견해나 주장들 중에서 진정한 음모론 즉, ‘어떤 사건이나 현상 혹은 이론’들을 ‘나쁜 세력들의 불순한 의도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주장할 만한 것이 몇이나 될까? 아주 적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음모론이라는 말이 해당될 만한 것이 두 세가지 기억이 나는데 -- 인터넷에서는 보통 10가지 정도의 음모론을 소개하고 있다 - - , 이 중 “아폴로의 달 착륙은 가짜이다. 인류는 달에 간 적이 없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견해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주장에는 “미국 정부가 불순한 의도로 달 착륙이라는 희대의 사기를 고안하였다”라는 말이 암시적으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즉, ‘아폴로의 달 착륙 사건’은 ‘일종의 음모론’이다‘라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만일 이렇게 주장하는 이들이 어떤 나쁜 의도로 미국정부나 나사의 명예를 실추하기 위한 나쁜 의도로 꾸며낸 것이라면 이들의 주장이 곧 ’음모론‘에 해당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달착륙 음모론이라면 이 후자를 지칭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이를 주장하는 여러 가지 동영상을 보면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매우 그럴 듯 하고 그 근거들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것이어서 ’거짓 증거로써 나쁜 일을 계획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들은 자신들의 사유체계에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일들이 많아서 진실을 알아보고자 하는 것 뿐이었다. 그러니 어떤 의미에서 ’인류의 달착륙 사건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는 음모론이라기보다는 가능성이 다소 낮은 ’새로운 가설‘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반면 한때 '지구 평면설'이라는 이상한 이론이 유튜브에서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러한 이론들을 보면 '나쁜 의도로서 어떤 특정한 이론이나 사람들을 음해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나름의 타당한 몇 가지 근거로써 약간의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일 뿐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이라고 하기엔 너무 비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즉 이들의 이론은 '음모론'이라기 보다는 '약한 궤변'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지구 역사에서 '초고대문명'이 있었다는 주장도 사실상 그 주장의 근거들이 매우 신빙성이 낮은 것을 제외하면 충분히 그런 주장을 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음모론'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왜냐하면 그들의 주장에 무슨 불순한 의도나 흉악한 범죄행위를 꾸미는 것 등은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직은 황당한 주장 같지만 무슨 '평행우주'라느니 '다중우주'라느니 하는 주장들도 어떤 의미에서 지구 동공설과 마찬가지로 모두 음모론에 해당하는 주장들과 유사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를 '가설'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음모론'에 해당하는 이론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 사실이다.
▣ 가설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는 정신적인 전체주의 사회이다!
과학에서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또 학계에서 정설로 인정되고 있지 않지만, 합리적인 다양한 증거자료들로 기존에 존재하는 이론과 다르거나 반대되는 이론을 제시할 때, 이를 가설이라고 한다. 아마도 학문적 이론이 아닌 사회적 현상이나 일상의 삶에 관한 것이라면 ‘합리적 의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며, 자립하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경험적 증거나 합리적 근거로서 기존에 존재하는 어떤한 이론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할 수 있고, 이 이론이 사실에 근거하고 또 불순한 의도만이 아니라면 존중되어야만 한다. 이것이 곧 ‘사상의 자유’ 혹은 ‘사유의 자유’가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이라면 ‘극단적인 보수’ 혹은 ‘정신적 전체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경우 과학자나 철학자 혹은 사회학자가 주장하는 이론들을 이론이나 가설이라고 하고, 이러한 전문가들의 이론에 반론을 제기하는 일반인들의 생각들을 '음모론'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가 대표적인 '음모론'이 아닌가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음모론'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사유에 감히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도 처름에는 한낱 '특허국의 말단 직원'에 지나지 않았고, 당시에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이상한 이론을 제시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누구도 평범한 공무원에 지나지 않았던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음모론'이라고 하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으로 인해 과학의 발전이 장족을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아마도 오늘날 아인슈타인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지체없이 음모론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가?
▣ 의도를 의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지만, 현상이나 사태를 의심한다는 것은 진보(발전)의 조건이다!
데카르트는 ‘명석 판명한 앎’ 즉 ‘그 자체 분명하고 확실한 사실이나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서 의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를 ‘방법적 회의’라고 한다. 어떤 의미에서 과학이나 철학의 역사는 이러한 방법적 회의를 통해서 발전하여 왔다. 기존에 존재하는 정설에 대립하는 새로운 이론들을 ‘가설’이라고 하고, ‘가설’은 과학이나 여타 학문들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이다. 이를 부정한다는 것은 이 자체가 이미 불순한 의도, 즉 기존에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자신들의 권위와 이득을 고수하고자 일체의 다른 사유를 허용하지 않고자 하는 나쁜 의도를 를 자진 것이다. 따라서 현재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용어인 ‘음모론’은 자칫 일체의 가설들을 ‘음모론’으로 치부하면서 학문의 발전을 저해하는 매우 부정적인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이 용어는 어떤 불순한 자들이 불순한 목적으로 만들어낸 용어일 것이라는 것이 논리적인 생각이고 합리적인 추론이다. 어떤 의미에서 가장 분명하게 '음모론'에 해당하는 것이 '음모론'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의미나 뜻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기존의 이론들에 대해 의문을 야기하는 것을 무조건 ‘음모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스스로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는 자립하는 인간의 본질'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음모론’ 대신에 ‘관용’ ‘자비’를 의미하는 ‘똘레랑스’의 용어를 보다 자주사용하는 문화적 풍토가 필요한 것 같다.